< -- 귀환 -- >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가는 테멜 게이트를 찾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자넷을 위해서 세진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일에만 매달릴 이유도 없었다.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통하는 테멜 게이트를 찾는 동시에 어리의 테멜 안에서는 깝딴의 육성이 시작되었다.
깝딴의 능력은 실제로 프락칸에 비해서 훨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프락칸이 몬스터의 사체나 코어를 정화하는 능력에서 뛰어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능력으로 사냥을 하는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깝딴은 세진이나 자넷이 사용하는 디버프와 같이 몬스터 사냥에서 꽤나 도움이 되는 형태였다. 물론 깝딴도 에테르를 정화하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정화 능력만 놓고 보면 프락칸에게 훨씬 못 미치는 능력이었다.
대신에 살아 있는 몬스터를 대상으로 정화를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서 몬스터의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이다.
그래서 정적인 프락칸에 비해서 동적인 깝딴의 능력을 배우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역시 재능에 때라서 성취도가 달랐다.
어리에 의해서 깝딴의 능력도 분명하게 매뉴얼이 나왔다. 그리고 그 매뉴얼에 따라서 몸 안의 오러로드를 개척한 새로운 의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종의 편법으로 깝딴의 능력을 쉽게 익힐 수 있는 특화 의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은 프락칸 전용 의체나 육체 능력 전용의 의체에도 적용이 되어서 좀 더 쉽게 의체를 육성할 길이 열렸다.
처음 의체를 만들 때부터 어떤 방향으로 의체를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서 그 의체에 기본적인 오러 로드를 개척해서 길을 닦아 놓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의체를 새로 받는 이들이 이전에 수련을 했던 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 때문에 기존의 의체 사용자들이 자신들도 새로운 의체로 바꿔 달라는 요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그 동안 노력을 게을리 해서 의체의 성장이 더딘 이들이라 세진은 그런 요구를 과감하게 묵살했다.
"정진이씨가 깝딴용 의체를 받았다고?"
"응, 그래. 새로 받은 의체를 반납하고 깝딴용 의체를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그러던데? 어리가."
"뭐,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우리 때문에 어렵게 키운 마스터급 의체를 날려 먹었으니 말이야."
세진은 그 점을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의체를 교환해 주면서 조금이라고 배려를 해 줄 수 있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테멜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벌써 의체를 받을 때가 다가오고 있어. 세월이 참 빠른 것 같아."
자넷이 세진의 곁에 앉아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지. 여기 테멜 안은 정체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어. 특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을 보면 그걸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니까."
"으응. 그래.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아이를 가질까?"
자넷이 세진에게 물었다.
"그래. 좋겠지. 하지만 지구의 일을 마무리 하고 생각하자. 미안한 말이지만 자넷도 우리에겐 중요한 전력이니까 말이야."
"쳇, 그럴 줄 알았네. 뭐 나도 당장 아이를 가지자고 하는 건 아니었어. 세진 말이 맞아. 여유가 생겨야겠지. 그리고 아이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건 곤란하고 말이야."
자넷은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세진의 마음을 이해했다. 둘 중에 누구 하나라고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일 것이다.
거기다가 거의 모든 시간을 의체로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체로 임신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의체로 아이를 가지는 것도 내키니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생체와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만들어진 몸이라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이왕 아이를 가진다면 본체로 가지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때?"
자넷이 세진에게 물었다.
"뭐가?"
"그 나비하고 쫑하고 싸우는 거 말이야. 승률이 어떠냐고."
"아, 그거? 여전히 쫑이 우세야. 나비가 계속 지고 있지."
"확실히 능력 차인가?"
자넷이 나비가 쫑보다 약한 것이 아니냐는 듯이 물었다.
"아니야. 내가 보기엔 테멜의 주인이란 놈이 더 강한 것 같아. 그런데 문제는 쫑은 두려움이 없는데 나비는 그렇지 않다는 거지. 고통을 참지 못하고 피하려고 드니까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그러는 거야. 그러다가 결국 도망을 치는 거지."
"하긴 몬스터들은 그런 면이 있지. 뭔가 생명이 지니는 본연의 것이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
"어리 말로는 그것을 두고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는 인형같다고 하지. 지구의 코어들과 달리 이쪽에 있는 코어들은 의지가 없다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응. 그것도 그렇지. 그런데 어리는 어떻데? 좀 성과가 있대?"
"그런 것 같아. 나도 돕고 있는데 조금씩 틈이 보이고 있어. 괴수의 코어도 곧 어리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 같아."
"나비가 쓸모가 있기는 하네?"
"그렇지. 나비 녀석이 완전히 어리에게 복종을 하게 된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 쨌거나 나비라 테멜의 주인이란 그 괴수를 완벽하게 흡수하고 그 후에 그 괴수의 코어를 낱낱이 분석해서 어리에게 알려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지."
"호호호. 어떻게 나비를 헌터룸에 넣어서 교육을 시킬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기술들을 각인시키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말이야."
자넷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거 좋은 거 아니야. 위험한 방식이지. 의체에 기억을 각인하는 것이야 이미 완벽하게 검증된 것이지만 고양이에게 그것도 본체에 직접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
"하긴 그렇기는 하지."
자넷도 세진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는 냉큼 인정했다.
적어도 편의성을 위해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런 실험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의지가 명백한 세진의 표정인 것이다.
헌터룸의 시스템이야 이미 우주 연방에서 검증이 된 것이지만 어리가 나비에게 사용한 방법은 그것의 응용이었다. 그리고 그 응용은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세진이 생 각하기에 무척 위험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물론 세진은 나비에게 그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의 효과가 좋다고 다른 인간들에서 쓰려는 생각은 생기지 않도록 철처하게 막고 있었다.
아예 그런 방법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함구령을 내린 상태였다.
그러니 자넷도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세진의 말에 동의하고 마는 것이다.
"어리가 온 것이에요."
그 때, 어리가 둘 사이에 나타났다.
"어서 와라."
"어서 와."
"어리는 무척 흥분해 있는 것이에요."
"응? 무슨 이유..."
세진은 말을 하다 말고 어리와 연결된 정신에게 그 답을 알아차렸다.
"세진님은 가만히 계시는 것이에요. 언니에겐 제가 말을 할 것이에요."
어리도 그걸 알아차리곤 냉큼 세진의 입을 막았다.
"흐응? 무슨 일일까? 이렇게 어리가 호들갑을 떨 일이 뭐가 있지? 설마?"
"스톱, 말을 하지 않은 것이에요. 어리가 말을 해야 하는 것이에요. 중대 발표인 것이에요."
"그,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리가 말을 해 봐."
자넷이 뭐라 입을 열려다가 어리의 제재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
"어리는 드디어 쫑을 완벽하게 파악한 것이에요. 그래서 어리는 괴수 등급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어머!"
"..."
자넷은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세진도 조금은 흥분된 듯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조금 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어리가 괴수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럼 어리가 쫑을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자넷이 물었다.
세진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어리가 신을 낼 수 있도록 두는 것이 좋았다.
"그건 아닌 것이에요. 쫑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간섭을 하기 어려운 것이에요. 그래서 이제 쫑은 폐기를 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쫑의 코어를 가지고 새로운 괴수를 만드는 기초로 삼을 것이에요."
"무슨 이야기야?"
자넷이 어리의 자세한 설명을 재촉했다.
"그러니까 완성된 코어는 그대로 쓰기가 어려운 것이에요. 그럼 변형을 시켜야 하는데 쫑은 그 상태로는 어려운 것이에요. 그래서 코어를 따로 뽑은 다음에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 몸을 만드는 것이에요. 물론 그 전에 몸이 없어서 방어가 불가능한 코어에 수정을 가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면 새로운 괴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에요."
"그럼 어리 혼자서 괴수의 코어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거야?"
"어리는 마음이 아픈 것이에요. 괴수의 코어는 어리가 합성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어머? 왜? 완전히 분석이 끝났다면서? 그럼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냐? 어리는 테멜 안에서 몬스터도 만들어 낼 수 있잖아. 그것도 에테르를 이용해서,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도 잡으면 코어가 나오고 말이야."
"그거인 것이에요. 어리는 코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몬스터의 몸 안에서 코어가 만들어지는 것이에요. 코어는 어리가 못 만드는 것이에요. 그리고 괴수의 몸은 아직도 어리 혼자서 만들 수가 없는 것이에요. 괴수의 코어를 바탕으로만 만들 수가 있는 것이에요."
"뭐가 그렇게 어려워? 그럼 뭐야? 괴수의 코어가 있어야 괴수를 만들 수 있다는 거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봐, 그 괴수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거야?"
"그건 걱정 없는 것이에요. 어리가 만든 괴수는 어리의 것인 것이에요. 지구에서도 어리의 말을 듣는 것이에요."
"그럼 앞으로 열심히 괴수 사냥을 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어리가 괴수를 많이 만들어 내지."
"그런 것이에요. 그래서 이제 우리는 다른 행성으로 가야 하는 것이에요."
"응? 왜?"
"여기서 괴수 사냥을 하는 것보다는 다른 행성에서 하는 것이 좋은 것이에요. 다른 행성에선 어리의 능력에 제한이 없는 것이에요."
"아, 그렇구나."
자넷은 어리의 말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괜히 클리르 행성에서 고생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계획대로 덱터의 에그로메에 있는 테멜로 들어가 볼까?"
"응? 무슨 소리야?"
갑작스런 세진의 말에 자넷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다른 행성으로 간다면 당연히 이전에 지나온 행성으로 가면 된다. 그곳으로 통하는 간이 게이트는 어리가 만들 수 있다. 이전에 지나온 테멜의 게이트는 이미 어리의 기억에 고스란히 저장이 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덱터의 도시에 있는 테멜에 들어간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세진,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자넷이 급하게 다시 물었다.
"여기를 모두 정리하고 나비의 테멜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 나비가 열심히 달려서 덱터의 에그로메에 있는 테멜로 들어가는 거야. 괜찮은 생각 아냐?"
"하지만 지키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비는 좀 강하긴 하지만 몬스터가 아니라 일반 동물이니까 괜찮을 거야. 테멜의 주인인 그 괴수의 능력을 끌어 내지 않으면."
"그래도 위험한데?"
"위험하기는 뭐. 정 안 된다 싶으면 나비와 함께 밀고 들어가는 거지."
"응?"
"괴수 한 마리와 그랜드 마스터 둘, 거기다가 보라색 등급 녹두병사 수십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까짓 에그로메고 뭐고 없는 거지. 어차피 가는 길에 깽판이나 한 번 치고 가자는 거야. 하하핫. 우릴 이 행성에 잡아 둔 분풀이를 조금 하고 가자는 거지. 그냥 나비를 보내 주면 얌전하게 갈 수 있는 거고."
"나 때문에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는데."
자넷은 세진이 그 동안 데블 플레인 연합으로 가는 방법을 꾸준하게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결국 나비를 이용해서 힘으로 밀고 들어갈 생각까지 한 것에 감격했다.
"아닌 것이에요. 어리는 녹두병사를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에요. 어리는 쫑을 새로 만들어서 데리고 갈 것이에요. 괴수 두 마리의 공격인 것이에요. 호호호. 끝장인 것이에요. 덱터의 에르로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