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노트-262화 (262/298)

< -- 반격에 나서다 -- >

세진은 무척 바빴다.

자넷과 어리를 데리고 중첩 이면 공간을 파괴하는데 힘을 써야 했고, 프락칸과 깝딴을 지휘해서 정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중첩 이면 공간이 박살이 나는데도 행성 코어 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세진과 자넷이 7등급 이면 공간이 있는 곳은 일부러 피해서 공략을 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6등급 이면 공간 몇 곳이 박살이 났는데도 몬스터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거 이러면 재미가 없는데?"

한 달 동안에 열 곳의 중첩 이면 공간을 파괴한 후에 세진이 홀에서 잠시 쉬는 시간 에 혼잣말을 했다.

"무슨 소리야?"

세진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자넷이 물었다.

"우리가 중첩 이면 공간을 파괴하고 몬스터를 몰아서 죽이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반응이 없잖아. 그래서 지구의 에테르 농도도 별로 변화가 없어."

"에테르 농도? 그게 왜?"

자넷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

"에테르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미 대기중에 퍼져 있는 에테르 농도가 낮아지지 않는 거야. 생각을 해 봐. 몬스터가 자꾸 줄어드는데 그걸 새로 만들지 않으면 에테르 농도가 줄어들 이유가 없잖아. 지금 상황이 그렇지."

"거기다가 행성 코어는 여전히 에테르를 만들어 내고 있겠지?"

자넷이 뭔가 짐작이 간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제일 문제지. 에테르를 생산해서 그걸 소비하지 않고 그대로 지구에 퍼트리고 있다면 에테르 농도는 계속해서 짙어지게 될 거야. 물론 행성 코어와 싸우고 있는 존재가 그걸 막기 위해서 힘을 쓰고 있겠지만 애초에 그걸 완전히 막을 수 있었다면 에테르 코어가 지구에서 성장하지도 못했을 걸?"

"그럼 결국 지구 대기 중에 있는 에테르를 정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단 거잖아. 하지만 그거 아직도 방법을 찾지 못한 거 아니었어?"

지금 프락칸과 깝딴들의 정화는 몬스터 사체나 에테르 코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니 만약에 몬스터가 없고 에테르 코어가 없다면 정화 작업은 할 수가 없게 된다.

아직은 몬스터들이 제법 남아 있지만 만약에 몬스터의 수가 급감하게 된다면 정화 작업의 효율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어리는 어때? 좀 더 에테르를 많이 빨아들일 수는 없는 거야?"

자넷이 물었다.

"어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에요."

"그런데 세진?"

"응? 뭐?"

"행성 코어의 에테르 생산 총량이 얼마나 되는 걸까? 그리고 우리가 정화하거나 어리가 흡수하고 있는 에테르의 비율은 또 어느 정도고?"

자넷의 물음에 세진은 한숨을 쉬었다.

"휴우! 나도 정말 궁금한 건데 그걸 알 방법이 없네. 행성 코어의 에테르 생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야. 그걸 알면 속이 좀 시원하긴 할 텐데 말이지."

"그래도 대기 중에 에테르의 농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이에요."

"어머나 그건 좋은 일이네? 다행이다."

자넷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세진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다.

"자넷, 그거 좋은 거 아니다. 내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는데, 행성 코어가 에테르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며 그 에테르로 몬스터나 이면 공간 따위를 만들지 않는다면 에테르 농도가 높아져야 하는 거지?"

"어? 그러넹?"

"맞아요. 그런 것이에요."

"그런데 지금 에테르 농도의 변화가 없어? 새로 만드는 몬스터나 이면 공간도 없는데? 그럼 그 에테르를 가지고 뭘 하는 거지?

이건 만약이지만, 만약에 그 에테르를 행성 코어가 어딘가 저장을 하고 있다면 그걸 쓸 곳이 있다는 소리잖아. 그걸 모아서 어디에 쓸 거 같아?"

"그거야 어리도 에테르를 비축하잖아. 그거하고 비슷한 거 아닐까?"

"행성 코어는 스스로 에테르를 변환시킬 수 있는 존재거든? 그러니까 생조을 위해서 에테르를 모을 이유가 없지. 있다면 하나, 엄청나게 강력한 뭔가를 하기 위해서지."

"그러니까 지금 행성 코어가 뭔가 비장의 한 수를 쓰기 위해서 에테르를 모으고 있다는 거야? 그러느라 다른 몬스터들에겐 신경을 쓰지 않는 거고?"

"내 짐작이지만 그런 거 아닐까 싶은데?"

"그거 엄청나게 위험하게 들리는데? 등이 서늘해졌어."

자넷도 세진의 짐작을 듣고는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뭐. 이것도 추측일 뿐이야."

"아! 일이 생긴 것이에요."

그 때, 어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

"뭔데?"

"폴리몬 사냥이 이루어진 것이에요."

"응? 폴리몬 사냥?"

"현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요청이 어리넷에 올라온 것이에요.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에요. 그런데 거의 확실한 것이에요. 폴리몬 사냥이 이루어진 것이에요. 그동안  별다른 호응이 없었는데 첫 개시인 것이에요."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야 반응이 생겼다는 말이지?"

세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 엄청난 것이에요. 가까이 있던 프락칸이 정화 작업을 하기 위한 프락칸을 다수 요구한 것이에요."

그런데 어리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었다.

"그건 또 무슨?"

세진은 급히 어리와 정신 연결을 시도했다. 일일이 보고를 듣는 것보다는 직접 연결된 상태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빠른 것이다.

"폴리몬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에테르를 품고 있는 것이에요. 일반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테르인 것이에요."

"설마 행성 코어가 에테르를 쓰고 있던 곳이 폴리몬이었나? 폴리몬을 만드는데 엄청난 에테르를 사용했어? 그런데 왜?"

세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몬스터들도 이미 에테르 기반 생명체로서의 완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행성에서는 행성 전체가 에테르로 가득 차게 되면 그 후에는 그곳에 사는 몬스터들이 마치 일반적인 생명체들이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흉내를 낸다.

마치 생로병사를 하는 것처럼 생태계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연방이나 연합에서는 그것도 행성 코어에 저장된 프로그램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파악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몬스터들은 잘 만들어진 생명체다.

그러니 폴리몬을 만드는데 더 많은 에테르를 이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진, 폴리몬은 왕선녀 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인간들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거지. 아마도 행성 코어가 그런 몬스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했을지 몰라. 아, 그렇네. 그건 행성 코어만 만들어 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자넷이 자신의 짐작을 이야기했다.

"행성 코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

"그렇잖아. 왕선녀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가 화이트 코어였어. 그리고 화이트 코어 중에서도 이면 공간 유지 코어였지."

"그, 이면 공간 유지 코어는 행성 코어가 만들어 내는 거란 소리?"

"다른 형태가 있기는 했어. 연방이나 연합에서 파악하기로는 몬스터들 사이에서 경쟁이 생기고 서로 싸워서 상대를 흡수하는 방법으로 결국 일반 몬스터가 화이트 코어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고 했지. 하지만 대부분의 화이트 코어는 상위 등급에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어. 하지만 지구에서도 그러란 법은 없잖아. 지구의 화이트 코어들은 모두가 행성 코어가 만들었을 수도 있어."

"그 중에서도 폴리몬은 특별하게 행성 코어가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는 거지?"

"응, 적어도 이면 공간 유지 코어를 만들 정도의 힘을 쏟아 부어서 만들었을 거야. 그것도 엄청나게 높은 등급의 이면 공간 유지 코어 말이야. 등급이 높을수록 머리가 좋은 것 같으니까, 인간 정도나 그 이상으로 만들려고 했으면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사고 력 부분에만 신경을 써도 엄청나게 많은 에테르를 써야 하는 거지."

"좋아. 자넷 당신 말이 맞다고 치자고. 그럼 정리를 해 보면, 행성 코어는 다른 몬스터는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고 폴리몬들을 만드는데 정신을 쏟고 있다는 거네? 그것도 다른 곳에 쓸 에테르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에테르를 소비해서?"

"짐작이지만 그런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굉장한 것이에요. 폴리몬의 에테르는 7등급을 넘어설 정도인 것이에요. 프락칸들이 무척 놀라고 있는 것이에요. 폴리몬 한 마리가 7등급 에테르 코어와 7등급 몬스터 사체를 한꺼번에 정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이에요."

어리가 죽은 폴리몬을 정화한 프락칸들의 보고를 전했다.

"어머나 폴리몬이 그 정도로 에테르를 많이 포함하고 있었어? 대단한데?"

자넷도 상상을 뛰어넘는 에테르 양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세상에 퍼져 있는 폴리몬들은 겨우 3등급이나 4등급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폴리몬들이 에테르는 7등급, 즉 보라색 등급과 같은 정도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건가?

세진이 툭하고 한 마디를 던졌다.

생각하는 몬스터. 그것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라고 약간은 안심이 되는 세진이었다.

하지만 뭐가 되었건 행성 코어가 하는 일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리야. 일단 사람들 사이에 있는 폴리몬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세진이 물었다.

"당연한 것이에요. 어리넷을 이용하는 폴리몬이 많은 것이에요. 그래서 어렵지 않은 것이에요. 거기다가 세진님의 명령으로 그 통신기들 위치 추적도 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에요. 에헴."

어리는 모처럼 자랑할 것이 생겼다는 듯이 턱을 바짝 들어 올렸다.

"그래 잘 했다. 그럼 이제부터 이면 공간 공략과 함께 폴리몬 납치를 시작하자."

"네? 납치요?"

"세진 납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리와 자넷이 세진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 그대로 납치를 하는 거야. 그래서 테멜 안에 가두어 두는 거지. 지금 왕선녀가 있는 테멜을 조금 더 확장해서 그들 폴리몬만을 위한 테멜을 만들어 놓는 거야. 모랜과는 또 다른 곳이지. 생각해 보니까 그 폴리몬들 공격적이지도 않고 아주 온순하다면서? 그런 놈들을 그대로 테멜로 납치를 하는 거지. 그 다음에 그 폴리몬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거야. 어때?"

"가, 가능한 것이에요. 어리가 부지런히 움직이면 적어도 통신기를 가지고 있는 폴리몬은 어렵지 않게 납치를 할 수 있는 것이에요. 가까이 가지 않으면 폴리몬을 찾기 어려웠던 문제는 통신기 때문에 해결이 된 것이에요."

"어쩜 지금까지 그런 방법을 왜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어리와 자넷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거야 3등급, 혹은 4등급 정도의 몬스터라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거지. 그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 신경이 쓰여서 현상금을 건 건데, 그게 그렇게 많은 에테르를 투자해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는 몰랐던 거지."

"음, 그런 것이에요. 그런 폴리몬 사냥을 하느니 이면 공간에서 몬스터 한 마리 잡는 것이 더 에테르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서 폴리몬 사냥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에요."

"음. 그렇구나. 그랬겠어."

자넷도 이해를 했다.

조금이라도 에테르를 줄이는 쪽으로 힘을 쏟고 있는 세진이었다. 당연히 등급이 높지 않은 폴리몬에 대해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폴리몬들이 에테르를 어마어마하게 소비하는 것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는 그것들의 수를 줄여서 행성 코어를 곤혹스럽게 만들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일단 폴리몬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처리하는 걸로 해야겠지?"

세진이 일단 계획을 세워 보자며 이야기를 꺼냈다.

"흐응, 그보다 이건 어떨까?"

그런데 자넷이 뭔가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진과 어리의 시선이 자넷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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