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 스탯 999 4번타자-1화 (1/175)

프롤로그

콜로세움. 경기장의 관중석은 적막만 가득 차 있다.

“저 새끼 뭐야! 왜 데미지가 안 박혀!”

“몰라! 저 몽둥이 조심해! 한 방에 한철이가 뻗었어!”

“도대체 힘이 얼마길래 저런 데미지가 나오는 거야? 저 무기에 뭔가 있는 건가?”

“그럴 리가, 대회 규칙에 모든 장착 아이템은 평준화된다고 써 있잖아.”

“그럼 저게 말이 돼? 야! 피해!”

“뭐? 으악!”

그와 반대로 경기장 내부는 굵은 몽둥이, 야구배트를 닮은 둔기를 든 오른손과 왼쪽 손목에 장착된 작은 방패를 이용하여 다른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는 한 남자 때문에 소란스럽다.

“와…… 저게 말이 돼? 초보 존에 고렙이 난입한 거 같은데?”

“저기 있는 사람들이 다 랭커라고 불리는 사람들 맞지? 왜 저 녀석 하나를 해치우지 못하지?”

“그러게, 알려져 있는 랭커도 아닌 거 같은데, 아! 저기 적염의 기사가 간다!”

“이봐, 너무 나대는 거 아냐?”

“…….”

“딱 보니 스킬빨로 좀 까부는 거 같은데, 적염의 기사인 내가 진짜 하늘이 뭔지 보여 주지.”

“……그런 말 하면 손발이 남아나냐?”

“뭐?”

“나라면 진작에 오그라들어서 무기도 못 쥘 거 같은데, 대단하네.”

까드득.

“이 갈지 말고 덤벼, 인마.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치아 건강에 안 좋다.”

적염의 기사라 불리는 빨간 갑옷의 남자와 예의 그 야구배트 남자가 붙는 모습이 보이자, 후폭풍을 우려한 주변의 사람들은 슬금슬금 멀어져 간다.

“오늘 까분 걸 후회할 거다.”

“오뉼 꽈뿐껄 후해화꺼돠~”

“개자식이!”

적염의 기사라 불리는 랭커, 민혁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누가 감히 비공식 전사 랭킹 1위인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가.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거검을 남자를 향해 내려찍었다.

[정견(正見)이 발동합니다. 공격이 더 잘 보입니다.]

챙!

[공격을 빗겨냈습니다.]

몽둥이를 든 남자의 왼팔에 매달린 작은 방패가 그 검을 빗겨내고…….

후우웅!

동시에 오른손의 몽둥이를 양손으로 바꿔 잡으며 휘두른다.

[적의 공격을 무효화하고 공격했습니다. 카운터 판정!]

[‘999999번의 스윙’이 발동합니다.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빗나간 공격에 당황하기도 전에 휘둘러져 오는 몽둥이, 민혁은 반사적으로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막았다.

콰과과과광!

“크아아아악!”

캐릭터의 사망을 알리는 비명소리가 콜로세움 내부에 크게 울린다.

‘뭐, 뭐야? 분명 막았는데? 왜 내가 죽어 있지? 버그인가?’

그렇게 한 방에 상대를 게임 오버시킨 남자는 시체를 향해 걸어간다.

“버그 아니다 새꺄, 정당한 플레이니까 나중에 찌질하게 들러붙지 마라.”

죽은 민혁의 눈에 시스템상 가려져 있던 그의 칭호가 보였다.

[힘이 999인 전사 4번타자]

‘……?’

그러고 보니 그의 공격은…… 야구 스윙과 닮아 있었다.

1화 김사범, 다시 시작하다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방출이죠? 저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알겠습니다. 오늘 내로 정리하고 나가겠습니다.”

“하하……. 우리 팀이야 뎁스가 튼튼해서 어쩔 수 없지만, 제주나 대전으로 가시면 충분히 1군에 계실 수 있을 겁니다.”

“야구, 그만둘 겁니다.”

“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직 나이도 젊으시고, 충분히 더 뛰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

“네, 이 자리에서 정 팀장님이 하실 말씀은 아니네요. 이제 슬슬 저도 정신 차려야죠, 잘해 봤자 1군 대수비 요원인데요.”

“아……. 음……. 시즌은 3달 남았지만, 연봉은 1년 치 모두 들어갈 겁니다. 작은 도움이나마 됐으면 좋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나는 프런트의 의례적인 말에 진짜 감사를 느낄 정도로 어린 나이가 아니다.

‘이제 야구도 끝인가, 이번 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는데.’

32살, 프로 12시즌 1군 출장 경기 수 300경기. 선발 출장 30회 정도.

주 포지션 2루, 좌타가 많은 현대 야구에서 필딩률 0.9996의 엄청난 수비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선발 출장 수, 원인은 멘도사 라인을 밑도는 절망적인 타격 성적이다.

12시즌 통산 성적 : 812경기 타율 0.204, 출루율 0,245, 장타율 0,240.

저 출루율도 수십 번의 타격 폼 수정 끝에 방망이로는 답이 없다고 결론을 낸 코칭스태프의 조언으로 선구안에 집중해서 말년에 끌어 올린 수치다.

1툴 타자 김사범. 내 별명이다.

그리고…….

나는, 실패한 야구선수다.

그리고 은퇴 후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최초 VR 온라인 게임의 탑 랭커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 * *

“삶이 지루하신가요? 재미가 없나요? 발렌 사가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세요!”

갈 곳 잃은 동공이 TV 위를 방황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되는 대로 보지만 그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온 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

“지금 구매하시면! 한 달 49,900원!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나 보세요!

본가격은계정사용료이며뇌파인식장치및VR머신의가격은포함되어있지않습니다사용자에따라두통현기증오한등이일어날수있으며예비전력이갖춰진곳에서사용해야합니다”

새로운 세상? 저렴한 가격?

고등학교에 올라간 이후 누구보다 치열하게 야구를 하느라 게임 한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다.

이제는 생각 없이 아무거나 즐기고 싶다.

‘결국 질렀네, 돈도 없는 놈이 관심도 없는 게임에 돈이나 써대고. 참 한심하구나.’

계정비와 기계값만 한 달에 15만 원, 환불 할 수는 있지만, 야구 물품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날 위해 산 물건이라 차마 그러진 못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얼마나 재미있는지 즐겨 주마.’

그렇게 나는 야구 대신 게임에 빠져들어 갔다.

* * *

(NEW)초보 전사입니다. 힘이 좋아 보여 20렙까지 힘만 찍었는데요, 괜찮나요?

└아이스발 칸포 : 20까지 올 힘이요? 깔끔하게 지우고 다시 시작 ㄱㄱ

└만렙성기사 : 그때까지 올힘이면 한 대 맞으면 사망 아님? 저렙 존에서 노가다한 건가?

└다신안한다 : 만렙이 100인데 20까지 키우면서 올힘만 찍는다고? 업할 때마다 10개를 다? 어그로 ㄴㄴ

└리치왕부자 : 어그로글 맞는 듯. 여기 알 정도면 발렌 좀 한 건데 ㅋㅋ 그때까지 파티사냥도 안 하고 키웠다고 해 보지? 애초에 솔플이 가능한 게임이 아닌데 ㅋㅋ

└불사조깃털 : 혼자 닼소 하는거? 삼시세끼 패링으로만 조지지 않는 이상 이게 가능한가? ㅋㅋ

내가 키운 캐릭이 망캐란다.

‘어쩐지 실수해서 몇 번 맞으면 죽더라니……. 다시 키워야 하나?’

야구를 하던 시절, 나는 장타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굉장한 열등감이 있었다. 배트 중앙에 정말 잘 맞아도 거의 외야 플라이였으니까.

‘몸뚱이라도 호리호리했으면…….’

“야, 그 몸으로 치면 난 200미터는 날리겠다. 덩치 값 좀 해라!”

스프링 캠프에서 만난 1군 선배가 내 프리베팅을 보면서 처음으로 건넨 말이다.

189cm, 102kg.

잘 발달된 등 근육과 튼튼한 허리, 떡 벌어진 어깨.

날 처음 보는 투수들은 십중팔구는 긴장한다. 물론 배트에 공이 맞은 뒤엔 안심하고.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 아무리 웨이트를 하고 연습해도 절대 늘지 않는 비거리.

한이 맺힌 나는 발렌 사가에서 캐릭터를 키울 때 레벨업 시 주어지는 포인트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힘에 투자했다.

이 게임은 그저 야구에서 도피하기 위한 게임이니까.

‘잠깐, 왜 다시 키워야 하지? 여긴 코치도 감독도 없다. 나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곳이야. 당당해지자. 어렵다는 건 그 녀석들 생각이고…….’

“난 여기서는 실패자가 되지 않을 거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게임, 난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적의 공격을 끝까지 쳐다봅니다. 스킬 ‘정안(正眼)’이 생성됩니다.]

[적의 공격을 10,000번 흘려냈습니다. 스킬 ‘흘려내기’가 생성됩니다.]

[힘이 300을 넘었습니다. 칭호 ‘헤라클레스’가 주어집니다.]

[자신만의 공격법으로 100,000번 상대를 공격했습니다. 스킬 ‘필살의 일격’이 생성됩니다.]

[힘이 500을 넘었습니다. 칭호 ‘인간 공성추’가 주어집니다.]

[평타 누적 데미지가 20,000,000을 돌파했습니다. 스킬 ‘3연격’이 주어집니다.]

[지능이 부족합니다. 스킬을 이해할 수 없어 스킬 습득이 보류됩니다.]

[적의 공격을 100,000번 흘려냈습니다. 스킬 ‘기름방패’가 주어집니다.]

[힘이 800을 넘었습니다. 칭호 ‘사람처럼 생긴 고릴라’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공격법으로 999,999번 상대를 공격했습니다. 스킬 ‘999999번의 스윙’이 생성됩니다.]

[힘이 999를 넘었습니다. 고유 칭호, ‘힘이 999인’이 주어집니다.]

나는 힘 스탯을 999까지 찍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힘 999 달성 칭호는 좀 밋밋하네? 고유 칭호라 좋긴 한데……. 게임사도 예상 못 했나?’

* * *

사회의 핫 이슈를 다루는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발렌 사가’, 오늘은 ‘발렌 사가’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주식회사 ‘헤븐’의 정찬열 대표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헤븐의 대표이사 정찬열입니다.”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발렌 사가, 어떻게 전 세계적인 흥행을 했을까요?”

“음……. 회사 차원에서도 많은 분석이 있었습니다만, 결국 결론은 같았습니다. ‘가상현실’과 가장 비슷한 게임이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소설에서 흔히 접하는 그 가상현실 말씀이신가요?”

“네, 발렌 사가의 서사는 평범합니다.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키워서 마왕을 무찌르는 영웅이 되는 거죠. 부끄럽습니다만 이 이상의 콘텐츠와 서사를 가지고 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있죠.”

“하지만 뇌파로 조종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서사는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에 유저들은 열광하고, ‘또 다른 세계’를 사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겁니다.”

“그러니까, 컨텐츠를 단순화해서 오히려 몰입감을 키웠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기술력의 한계로 더 복잡한 요소를 넣을 수 없었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구현이 가능해졌을 때, 개발진에선 더 이상의 장치를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테스트 시 느꼈던 감정이 그걸 거부했으니까요.”

“아, 뇌파 기술의 테스트 말씀이신가요? 처음엔 위험하다고 말들이 많았죠?”

“그 후에 저희 개발진이 직접 테스트한 자료를 제출했죠.”

……중략……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을 뽑아서 여쭤볼게요.”

“하하, 제일 긴장되는 순간인데요?”

“그 질문은…… ‘왜 스탯이 4개밖에 없나요?’입니다.”

“힘, 민첩, 지능, 내구, 4개면 모두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힘을 올리면 단순하게 공격력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뛰고, 빠르게 뛰고, 강하게 던질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근육이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민첩과 지능도 역시 신경계와 뇌의 기능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마지막으로 내구는 이 모든 걸 받쳐 주는 몸의 내구성을 표현한 겁니다.”

“그럼 다른 스탯을 적게 올리고, 힘만 많이 올리면 오히려 마이너스인 건가요?”

“그렇죠, 힘을 통제하는 운동신경이나 명령을 내리는 뇌, 그리고 그 출력을 견딜 내구가 적정선을 지켜야 최고의 효율이 나오겠죠.”

“아, 만약 힘이 설정 최대치인 999가 넘는다면, 아마 모든 걸 무시할 수도 있겠네요, 힘을 반만 써도 다른 캐릭터보다 더 강한 힘이 나올 테니까요. 하하.”

“하하, 재미있는 말씀이십니다. 저도 발렌 사가를 즐기지만,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네요.”

“사회자님도 저희 게임을 즐기시나요?”

……후략……

* * *

“아아, 안내 말씀드립니다. 기존에 공지했던 대로 20분 후인 21시부터 21:20분까지 일시 정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본 건물엔 비상 발전기가 없으므로, 해당 시간에는 사용하시는 전자제품들의 전원을 모두 OFF 해 주시기 바랍니다.”

* * *

‘적염의 기사? 내가 이 게임의 감성을 못 따라가는 건가? 어떻게 저런 창피한 별명을 자랑스럽게 말하지?’

“……그런 말 하면 손발이 남아나냐?”

“이 갈지 말고 덤벼 인마,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치아 건강에 안 좋다.”

뻘건 놈이 제법 놀라운 속도로 들고 있던 거검을 내려찍는다.

‘제법 빠르긴 한데…… 이걸 못 피하면 동체시력으로 먹고 산 12년이 너무 아깝지.’

[정견(正見)이 발동합니다. 공격이 더 잘 보입니다.]

[공격을 빗겨 냈습니다.]

방패로 공격을 빗겨 내고 바로 오른손에 들고 있던 배트로 왼손을 가지고 간다.

[‘999999번의 스윙’이 발동합니다.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12년 동안, 그리고 잊으려 선택한 게임에서도 난 배트를 놓지 않았다.

“크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널브러진 뻘건 놈이 게임 오버되기 전 억울한 눈빛을 보내길래 다가가 한마디 해준다.

“버그 아니다 새꺄, 정당한 플레이니까 나중에 찌질하게 들러붙지 마라.”

“적염의 기사가…… 한 방에? 뭐야?”

“버그 아냐? 스킬인가?”

웅성대는 소리들, 내가 선택한 길은 틀리지 않았다.

“뭘 봐! 덤빌 거면 더, 더비르르ᅟᅳᆯ고…….”

응? 왜 말이 나오지 않지?

“뭐야? 로그오프 하는 거야? 랭킹전 포기하고? 진짜 적염의 기사만 노리고 온 건가?”

아냐, 아니라고. 나 여기서 우승이 목표라고!

왜 내 몸이 흐려지지?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잖아!

툭.

그렇게 의식이 끊겼다.

* * *

“안내 말씀드립니다. 계획된 공사가 끝났습니다. 이제 정상적으로 전기제품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얼마 뒤, 9시 뉴스.

“얼마 전 프로야구 인천 메가히터에서 방출당한 야구선수 김 모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모 게임의 접속 단말기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경찰은 해당 게임이 직접적인 사인과 연관되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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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 출신 김 모 씨가 플레이하다 사망하여 큰 논란이 되었던 발렌 사가가 결국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게임 플레이 도중 전원이 끊기면 센서의 전류가 역류하여 뇌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 발견돼서인데요, 헤븐의 대표 정 모 씨는 ‘비상 전원이 갖춰져 있지 않은 건물에서 플레이한 게이머의 잘못’이라고 발언을 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 * *

“하암, 뭐지? 잠들었나? 분명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들! 뭐해! 오늘 동계훈련 시작이라며! 아직 자?”

동계훈련? 꿈인가? 난 은퇴했는데…….

“김사범! 3학년 올라가자마자 감독님한테 찍힐 거야? 이번에 잘해야 유격수 자리 지킬 수 있다며!”

3학년? 유격수?

“이 화상아! 빨리 일어나라고! 엄마가 부르잖아!”

이 목소리는……. 내 동생 하별이 목소린데, 쟤는 왜 저기 있어?

“큼, 큼…… 엄마! 나 은퇴했잖아요!”

“아직 잠 덜 깼어? 진짜 은퇴시켜줄까, 아들?”

서프라이즈인가?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

왜 내가 예전에 쓰던 방에서 일어난 거지?

내 방은 이제는 창고로 쓸 텐데?

“일어나서 씻어!”

젊어진 어머니가 내 이불을 걷고 날 화장실에 밀어 넣는다.

무심코 본 거울엔.

스포츠머리에 앳된 얼굴을 한 내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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