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김사범, 2026시즌(vs K & P)(1)
[이름 : 4번 타자
칭호 : 힘▣ 999인
직업 : 전사
스♡
힘 : 999+(현재 적용 : 999)
민Ф : 10
지능 : ℥℆
%구 : 13
스킬
Δ안(펼치기)
999↭99번^ 스윙(펼치기)
기분 나× 선생님(펼치Γ)
◎킬 묶음(펼치기)]
* * *
[잭 트리튼, 뜁니다! 스타트가 좋은데요?]
“슈웅~ 펑!”
[페이스 달턴! 잡아냈습니다! 양키스가 왜 자신을 영입했는지, 실력으로 보여 주고 있는 젊은 포수입니다!]
“여전히 잘하네.”
“여전히 잘하지. 저 표정도 여전하고.”
시즌 초반, 우린 곧 있을 양키스와의 맞대결을 대비할 겸 이삭의 집에 모여 녀석들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난 아직도 구단이 무슨 생각으로 페이스를 풀었는지 모르겠어. 페이스만큼 하는 포수가 어디 있다고…….”
폴리의 말대로, 슈퍼 2조항을 당연하게도 충족시킨 페이스는,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FA를 선언하며 양키스로 향했다.
“시미즈가 떠나길 원했으니까.”
“그것도 그래. 도대체 왜 시미즈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건데? 하…….”
“글쎄,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니까. 왜 그랬는지는 페이스만 알겠지.”
물론 팀에선 페이스도, 시미즈도 잡으려고 했었다.
페이스는 물론이고, 어느덧 메이저리그 5년 차가 된 시미즈도 4~5선발치고는 꽤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었으니까.
바로 직전 연봉조정 때도 딱히 큰 마찰도 없었고.
단지, 시미즈가 떠나기로 결심했던 건…….
“더 나은 위치에서 뛰고 싶다고? 그래서 양키즈에서 3선발로 나와서, 뭐 더 좋은 생활을 하고 있나?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적어도 포스트시즌에서 선발로 뛸 수는 있겠지. 적어도.”
애매한 위치, 가진 기록에 비해 저평가된 보직. 한 단계 위로 뛰어오르려 할 때면 바로 더 좋은 투수를 영입해서 그 자리를 채워 버리는 구단, 뭐 그런 이유다.
‘선수 입장에서, 중요한 순간에 쓰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이해는 가지만…….’
자신을 가두고 있는 알을 깨려 노력하고 있는 시미즈도, 그리고 그런 시미즈를 보살피려 같이 떠난 페이스도. 아쉽고, 안타깝긴 하지만, 너무…… 소년만화 같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느껴 보면 알겠지.’
집 나가면 고생이다.
시미즈는 아마 곧 그걸 깨닫게 될 거다.
* * *
[안녕하십니까, 국내 메이저리그 팬 여러분. 오늘 저희는 뉴욕 양키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김병헌 선수와 김사범 선수의 시즌 첫 맞대결을 중계합니다.]
[여러 타이틀이 걸린 경기예요. 2021년부터 시작된 디트로이트의 월드시리즈 독주를 막을 대항마가 얼마 없거든요? 뉴욕 양키스도 그 강력한 후보 중 하나입니다.]
[하하, 김사범 선수가 2020시즌에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벌써 우승반지가 다섯 개입니다.]
[2022시즌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난 뒤, 미구엘 카브레라 선수가 김사범 선수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었는데요, 그때 김사범 선수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요, ‘포스트시즌 100연승이 목표입니다.’]
[실제로 5번의 포스트시즌을 겪는 도중 단 한 번도 지지 않아 벌써 55연승을 기록 중이죠? 당연하지만, 메이저리그 신기록입니다.]
[월드시리즈 관련 기록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바로 오늘 상대인 뉴욕 양키스의 기록을 이번 시즌에 뛰어넘는지도 이번 시즌의 주된 관전 포인트입니다.]
[1949년부터 1953년까지, 5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룬 양키스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역시 5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룬 타이거즈, 이 정도면 같은 리그에 있는 게 조금 아쉬운데요? 서로 리그가 달랐다면 월드시리즈의 그림이 조금 더 풍성해졌을 수도 있겠어요.]
[하하,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럼 저희는 잠시 뒤에 만나 뵙겠습니다.]
“고맙다. 좋은 포수 키워서 보내느라 수고했어.”
“닥쳐. 어차피 경기 끝나면 질질 짜면서 문자나 보낼 거면서.”
“크크큭, 조심해라. 이번엔 다를 거야.”
“그 뒤에 말은 안 하냐? 두고 보자! 이런 거?”
“됐다, 간다.”
지난 4년간 김병헌과 내 맞대결은 꽤 있었다.
그리고, 난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았다.
진짜 단 한 경기도.
‘이쯤 되면 찌그러질 법도 한데, 뭐야? 저 자신감은?’
아무래도, 페이스가 뭔가 수작질을 부린 거 같다.
“플레이 볼!”
시즌을 거치며 제법 많은 선수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변하지 않은 몇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1선발 위치의 케이시라든지.
“스트라이크!”
2022시즌에 사이영 위너가 된 케이시는 2024시즌에 또 한 번의 사이영을 타면서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양키스의 1번 타자, 크리스티안 페도스 선수의 몸쪽을 아주 날카롭게 파고드는 슬라이더였습니다.]
[근래 좌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면서 꽤 재미를 보고 있죠.]
- U!
공을 돌려받자마자 바로 사인을 내고, 공을 던지는 케이시.
“스트라이크! 투!”
- N!
타석의 타자가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빠른 투구 템포. 월드시리즈 무대가 꿈이라며 수줍게 이야기하던 그때의 그 녀석은 이제 여기에 없다.
“스트라이크!! 아웃!”
[이야, 바깥쪽, 보더라인에 꽉 차는 슬라이더였습니다. 이건 크리스티안 페도스 선수의 실수네요.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으면 공을 지켜볼게 아니라 휘둘렀어야죠.]
- Hittable!
팬들이 외치는 저 구호처럼, 케이시는 정말 ‘언히터블’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투수가 됐다.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양키스의 1-2-3번을 덕아웃으로 돌려보내는 케이시 마이즈 선수입니다. 역시 오늘도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네요.]
[이번 시즌에도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2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이스 피칭.”
“당연하지. 난 케이시 마이즈라고.”
“이젠 정말 그 순수했던 케이시 마이즈는 사라졌네. 그래도 마이너 때는 눈이라도 반짝거렸는데.”
“무슨 헛소리야?”
“‘우승이 꿈이야! 월드시리즈에 데려가 줘!’라며 나한테 부탁했던 그때의 그 케이시 말하는 거야.”
“헛소리.”
“좋아. 경기 끝나고 폴리에게 물어보자. 내가 아는 제일 똑똑한 사람이니까 분명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거야.”
오랜만에 케이시의 마이너리거 시절이 기억난 김에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케이시를 놀려 먹었다.
뭐 사실 케이시가 수줍게 말했던, 패기롭게 말했던, 랩을 했어도 별 상관은 없다. 그냥 괜히 놀려 먹고 싶어서 말한 거니까.
물론, 폴리는 그렇지 않을 테지만.
“괴롭힐 사람이 필요하면 가서 네 친구나 두들겨. 난 같은 팀이라고, 젠장.”
것 봐. 벌써부터 짜증 내잖아.
* * *
“좋-아! 이제 내 차례군. 네 친구에게 멋진 타구를 선-물해 줄 테니 기대하라고.”
5년, 우리가 다섯 번의 커미셔너 트로피를 받는 기간 동안 알 단장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흔히 ‘코어’라 불리는 선수들을 남겨 놓고 고참급 선수들을 하나하나 갈아 끼우면서 매 시즌 작은 규모의 리툴링을 진행해 왔고, 그 덕분에 우린 적어도 노쇠화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팀이 됐다.
‘그렇게라도 안 했으면 이번 시즌, 아니 다음 시즌엔 어떻게 됐을지…….’
아무튼, 그 과정에서 클리어는 3번 타순까지 올라왔고, 그 위치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 주고 있다.
[1사 주자 2루, 타석엔 클리어 피스 선수가 들어섭니다.]
[이삭 페레데스 선수의 타구를 잡아낸 보 비솃 선수가 아니었다면 김병헌 선수는 벌써 주자 2명을 루상에 뒀을 겁니다. 디트로이트엔 김사범 선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클리어 피스 선수의 장타력은 이미 증명이 됐고, 2루에 있는 라테 헤미체 선수도 발이 제법 빠른 선수입니다. 김병헌 선수, 조심해야 합니다.]
경기 전 자신만만했던 모습에 비해 김병헌의 투구 내용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마치 평범한 투수의 1회를 보는 것처럼.
‘작년 사이영 위너가 이러면 안 되지. 한국에 있는 병빠들 한숨이 여기까지 들린다, 자식아.’
클리어가 축이 되는 뒷발을 깊게 박아 넣고, 배트를 어깨에 걸치며 타격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김병헌이 뜬금없이 나를 바라봤다.
‘잘…… 봐라?’
입모양으로 뭔가를 말하고 투구판에 발을 올리는 녀석.
그리고, 어어 하는 사이에 녀석은 공을 뿌리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어? 사인 교환을 하지 않고 던졌습니다.]
[사전에 약속된 볼 배합이 있는 것 같네요. 클리어 피스 선수는 이럴 때면 당황하지 말고 타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타임!”
[네, 역시 타임을 요청하네요.]
뭔 헛수작이야?
결과적으론 저 수작질에 당한 게 맞지만, 그래도 자신만만했던 모습에 비해 좀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난 또 뭐 엄청난 공이라도 던지는 줄 알았네.
그리고, 5분 뒤.
[아, 이건…….]
[원래도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던 김병헌 선수인데…… 이건 하드 싱커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는데요?]
[현지 해설위원들도 놀라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일단 기록상에는 싱커라고 표기가 되긴 했는데……. 글쎄요. 이건 추후에 김병헌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정말 어마어마한 무브먼트를 보여 준 공이었습니다.]
저 천재새끼.
기어코 저걸 던지네.
“클리어, 투심, 맞죠?”
“음- 반대 손 투수의 슬라이더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군.”
타석으로 향하는 내게 계속해서 도발을 시전하는 김병헌.
‘드.루.와’
‘죽.이.지?’
후우.
들어가야지. 타석에.
난 어른이니까. 저런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파란 호수. 차분하고. 맑게. 명경지수. 청출어람.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조용히 해, 이 배신자야. 네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어?”
“……내가 한 게 그 정도로 나쁜 행위는 아니었는데.”
“쉿. 네게 욕을 하고 싶지 않아. 지금 나는 아주 고요한 호수 같은 상태니까.”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자세를 잡는 페이스.
‘이겼다.’
당황했을 거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오랜만에 본다고 잘 지내냐고 묻던 동료가 대뜸 비난의 말을 날렸으니까.
‘이 작은 틈이, 곧 큰 균열이 될 거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양키스를 부수는 건 페이스부터.
아, 김병헌도 있구나.
‘녀석의 변화구는 거의 끝에서 꺾이는 경향이 있으니까.’
농담은 농담이고, 승부는 승부다.
다른 선수들보다 유독 터널구간이 긴 김병헌의 구질에 맞춰 배터박스 제일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페이스라면 이런 내 상태를 읽고 빠른공 위주로 볼 배합을 이끌어 나가겠지만…… 사실 그걸 원하고 있다.
[김병헌 선수, 셋 포지션에서…… 공을 던집니다!]
역시.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 매섭게 찔러오는 패스트볼.
구속으로 구분하기에는 세 구종의 구속 차이가 크지 않다. 사실 오늘 경기 전까지만 해도 ‘감’으로 포심하고 나머지 구종을 구분할 수 있었는데. 저 녀석이 새로운 투심을 가져왔으니…….
‘어차피 존 안으로 들어오는 거, 하나만 노리고 휘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낸 배트.
그 궤적은 방금 전, 클리어를 셧아웃 시킨 투심을 노리고 있었다.
후우웅!
“스트라이크!”
“흡!”
“아웃!”
어?
[스트라이크! 바깥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 엇! 페이스 선수! 2루에! 아웃! 아웃입니다!]
[아, 라테 헤미체 선수, 집중해야죠.]
당했다.
“노린 거야?”
“아마도.”
담담하게 말하며 1루 측 덕아웃이 아닌 3루 측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페이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든 선수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걸 취미로 삼는 녀석이니, 우리에 대한 데이터가 없을 리가 없지.
‘김병헌, 저 자식,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맵핵 때문이었어?’
치사한 놈.
온갖 치트키는 다 준비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