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검황-140화 (140/164)

<140화>

무림맹 전투(3)

무림맹 호법들과 싸우던 당지황이 입을 열었다.

“끌끌끌. 혈마의 힘을 얻어도 겨우 이 정도인가?”

말하는 그는, 전신에 독기를 갑옷처럼 두르고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곰방대를 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뚝뚝. 옷자락을 타고 떨어진 독액(毒液)이 바닥을 녹였다.

반면, 호법들은 절반 이상이 독에 의해 당한 뒤였다.

혈마의 힘으로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압도당한 것이다.

강해진 호법당을 순식간에 전멸시킬 수 있는 강자.

그가 바로 남북 십성, 독왕 당지황이라는 사내였다.

“슬슬 흥미가 떨어지는군. 이만 끝내야겠어.”

당지황은 남은 호법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호법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당지황은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내밀었다.

직후, 그의 손끝에서 거대한 용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천령독의 절기 중 하나인, ‘독룡(毒龍)’이었다.

입을 벌리며 쏘아져 나간 독룡은 달려들던 호법들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잡아먹힌 호법들이 금세 녹아 없어졌다.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대호법이 쌍장(雙掌)을 뻗었다.

붉은 강기가 마치 파도처럼 당지황을 향해 밀려들었다.

그때, 멀리서 남량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곰방대 연기를 뱉은 당지황이 대호법을 향해 말했다.

“나도 저렇게 울어 주지 못해 미안하네. 대호법.”

퍼억! 대호법의 장풍은 독 장막에 의해 가로막혔다.

당지황은 천령독의 절기, ‘독랑야행(毒狼夜行)’을 펼쳤다.

이리의 형상을 한 독기가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가 대호법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명치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대호법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그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당지황에게 부탁했다.

“눈물은 바라지 않으니……. 제발 무림을 구해 주시오.”

“흠. 난 그저 탄영의 시체를 가져와 연구하고 싶을 뿐이라네.”

“참 한결같은 사람이군. 당 대협……. 그래도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당지황은 대호법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그래도 유언이니 들어주도록 함세.”

호법들을 모두 처리한 당지황은 맹주전으로 향했다.

도중에 유선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당 가주님!”

“유 대협. 누굴 상대하고 오는 길인가?”

“순찰당의 대원들이었습니다.”

“끌끌끌. 아무래도 탄영이 우릴 도발하려고 작정한 모양이네. 어서 가서 상대해 주자고.”

파팟!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날렸다.

***

혈마의 힘을 받은 담승의 힘은 남북 십성에 필적할 정도였다. 남궁천은 그렇게 판단했다.

파파파파파팟! 남궁천은 창궁무애검의 검초를 펼치며 담승의 팔다리를 베어 넘겼다.

다음 순간, 잘려 나간 곳이 금세 재생되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남궁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저 재생력이 가장 성가시단 말이지.”

“그럼 당신도 주인님께 영원한 복종을 맹세하고 혈마의 힘을 받으십시오.”

“사양하마. 남이 주는 힘은 질색이라.”

“사실 주인님도 당신 같은 늙은이에게는 관심 없습니다.”

“말이 너무 심하군. 나도 젊었을 때는 소문난 미남자였다고!”

남궁천은 담승의 돌진을 피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미리 예상하고 있던 담승이 위로 솟아오르며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공중에 몸이 뜬 상태로 피할 수는 없다.

남궁천은 아래로 떨어지며 검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스걱-! 푸른 검강이 담승의 머리를 둘로 쪼개 버렸다.

그러나 혈마의 힘은, 잘린 머리마저 단숨에 재생시켰다.

퍼억! 담승은 꼬리로 남궁천의 옆구리를 세게 후려쳤다.

남궁천은 튕겨 날아가 한쪽에 있던 석벽을 부수고 처박혔다.

담승은 남궁천을 향해 쇄도하며 속으로 외쳤다.

‘내가 이겼다! 천마의 호적수로 불리던 천하제일검을!’

남궁천이 아무리 강하다 하나, 결국 인간에 불과했다.

내력을 소모할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고, 상처를 금방 재생할 수도 없다.

반면, 자신은 혈마의 힘으로 인해 불사의 몸이 되었다.

혈마의 돌과 육체가 합쳐지며 약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전투였다.’

석벽의 잔해를 헤치며 몸을 일으킨 남궁천이 중얼거렸다.

“머리를 쪼개도 재생하는 적이라. 이런 괴물을 상대하려면 조금 진지해질 필요가 있겠군.”

그의 눈빛이 일순 싸늘해졌다.

“끝입니다. 남궁천!”

쇄애액! 날카로운 손톱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남궁천은 남궁세가의 천풍무한보(天風無限步)를 펼쳐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 담승의 앞발을 잘라 냈다.

“크윽!”

신음을 흘린 담승이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의 공격은 저에게 통하지 않음을, 아직 모르십니까?”

“끝까지 보거라. 내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시작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차 참격이 가해졌다.

이번에는 반대쪽 앞발을 노린 참격이었다.

앞발 두 쪽이 모두 잘리며 담승의 상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내 기동력을 빼앗을 속셈인가. 그래도 소용없…….’

고개를 든 담승은, 전신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베어 내도 재생한다면.”

남궁천이 시퍼런 안광을 번득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재생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베어 버리면 그만이다.”

그는 담승이 재생하는 순간을 똑똑히 기억했다.

‘분명, 재생하는 순간만큼은 빈틈이 생긴다.’

담승이 앞발을 재생하자마자, 남궁천이 다시 베어 버렸다.

그는 이어서 담승의 날개와 뒷발까지 전부 잘라 버렸다.

사지가 잘리고 날개마저 잘린 채 엎어진 담승은 경악했다.

‘이럴 수가! 재생 속도가 놈이 참격을 날리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욕설을 내뱉은 담승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절망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참격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창궁무애검의 폭우만참(暴雨萬斬) 절기였다.

푸확-!

참격의 세례를 받은 담승은 한 줌의 핏물로 변했다.

검을 내린 남궁천이 피의 웅덩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남궁천은 한번 베고자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베고 만다. 그래서 이 몸이 검성(劍星)으로 불리는 것이야.”

그는 몸을 돌려 맹주전으로 달려갔다.

***

“인정하지. 내가 너무 방심했군.”

고개를 저어 충격을 털어 낸 사환이 말했다.

“천하의 불제를 상대로 말이야.”

그는 이를 부득 갈며 방월 대사를 노려보았다.

“지금부터는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마.”

방월 대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세를 잡았다.

‘놈의 기세가 달라졌다.’

붉은 기운을 전신에 두른 그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방월 대사는 기막을 펼쳐 돌진을 막았으나, 뒤로 밀려났다.

“과연 대단하군.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 내 보거라.”

숨을 크게 들이마신 사환이 괴성을 질렀다. 동시에 충격파가 터지며 방월 대사를 덮쳐 왔다.

‘막지 못하면 위험하다.’

방월 대사는 양손을 명치 부근에 모은 다음, 내력을 모았다.

대승불광신공(大乘佛光神功)의 내력이 둥글게 응축되었다.

그는 기합을 지르며 밀려드는 충격파를 향해 쌍장을 뻗었다.

“반야신장(般若神掌)!”

쩌엉! 방월 대사의 손끝에서 백색의 기운이 터져 나와 담승의 충격파를 상쇄시켰다.

휘이잉! 주변에 돌풍이 휘몰아치며 방월 대사의 가사 자락이 거칠게 펄럭거렸다.

“아직 멀었다!”

버럭 소리친 사환은 혈마의 기운을 창처럼 만들어 내쏘았다.

한 자루가 아니라 수백 자루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방월 대사는 즉시 최강의 방어 무공인 ‘부동금강명왕진(不動金剛明王陳)’을 펼쳐 몸을 보호했다.

말 그대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쾅! 쾅! 붉은 창이 방어막에 부딪칠 때마다 폭음이 울렸다.

사환은 창을 계속 날려 보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불제여.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내력이 바닥나는 순간이, 네놈이 내 손에 죽는 순간이다.’

한참 공격을 퍼붓던 사환이 일순 멈칫했다.

‘놈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평소의 그였다면 그 변화를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불제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다급히 공격을 멈추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방월 대사는 주먹을 앞으로 뻗으며, 최강의 무공을 발휘했다.

‘혈마의 재생력이 있는 이상, 어중간한 공격은 소용없다. 내가 가진 최강의 일격으로 단숨에 소멸시킨다.’

“백보신권(百步神拳).”

소림 최강의 절기가 사환을 향해 날아갔다.

쩌엉! 백보신권의 일권(一拳)은, 사환의 머리를 부수고 그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얼굴이 날아간 탓에, 사환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후둑. 후드득. 잘려 나간 부위에서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쿠웅! 바닥에 쓰러진 그를, 방월 대사는 말없이 응시했다.

‘해치운 건가?’

그 말을 꺼낸 순간, 사환의 몸이 조금씩 수복되기 시작했다.

머리가 날아갔는데도 재생할 줄이야! 방월 대사는 경악했다.

사환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정말 가공할 만한 위력의……. 공격이군. 불제여……. 허나 나는 불사(不死)의 몸이다.”

결국 방월 대사는 마지막 수법을 꺼내 들었다.

‘실은 탄영에게 쓰기 위해 준비한 술수이지만…….’

타앗!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는, 아래로 떨어지며 손바닥을 펼쳤다.

“여래신장(如來神掌)-!!!”

쩌어어엉! 거대한 손바닥 형태의 기파(氣波)가 터져 나오며 사환을 찍어 눌렀다.

콰직! 사환은 한 줌의 핏물로 변해 버렸다. 육체가 없는 이상, 더는 살아나지 못하리라.

“후우.”

기운을 거두며 한숨을 내쉰 방월 대사에게, 남궁천과 유선, 팽인호, 그리고 당지황이 달려왔다.

“어서 맹주전으로 갑시다.”

다섯 명의 고수는 마침내 탄영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

콰앙!

문을 박차고 대전으로 들어온 그들은 눈을 부릅떴다.

대전 중앙에, 탄영이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태화 진인과 유종학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선과 방월 대사는 태화 진인을 향해, 남궁천과 당지황, 팽인호는 유종학을 향해 달려갔다.

“진인!”

“장문인!”

태화 진인은 벽에 기댄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맥을 짚은 유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다.’

쿨럭. 피를 토한 유종학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네들…….”

“심각하군. 일단 뒤로 물러나 있으시오.”

당지황이 유종학의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팽인호가 그를 부축해 일어났다.

“조심하게……. 탄영은 우리 생각보다 더 강해져 있어…….”

남궁천은 고개를 돌려 탄영을 응시했다.

천하의 그조차 탄영의 기운을 접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오늘이 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유선은 문쪽을 힐끗 쳐다보며 나직이 혀를 찼다.

‘남량 도장은 아직인가.’

방월 대사는 탄영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모두 긴장하십시오. 이제 마지막입니다.”

탄영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그래. 이건 마지막 싸움이 될 거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모두 죽게 될 테니까.”

그녀는 양팔을 벌리며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너라! 내 손으로, 너희 남북 십성의 최후를 장식해 주마.”

“탄영! 남북 십성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하겠다!”

분노에 찬 그들이 탄영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화산검황

비류(沸流) 신무협 장편소설

(沸流)

발행인ㆍ곽동현 / 발행처ㆍ(주)조은세상

이 책의 저작권은 (주)조은세상과 지은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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