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제1편 프롤로그
1개의 제국, 3개의 왕국이 각자의 영토를 지니고 통치하고 있는 판게아 대륙.
대륙의 최강국이자 실질적으로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듀크 제국.
그곳의 수도에 존재하고 있으며, 판게아 대륙에서 가장 큰 호수로 알려진 스타폴은 대륙에서 유명한 관광지이며, 유흥지이다.
호수에서 파는 싱싱한 해산물. 그것을 포장하여 호숫가에 앉아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과,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가게들로 인해 만들어진 야경을 보며 술을 마시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제국의 하나뿐인 대공의 아들이자 황제의 하나뿐인 조카인 나는 오늘 그곳에 앉아서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인생 진짜 뭐 같네.”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에게 여인을 놓아달라고 부탁을 받은 오늘.
나는 가뜩이나 부족하던 자존감이 땅을 파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것을 느꼈다.
정말 왜 사나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대공가의 후계자이며 다음 황위 계승서열 3위.
1위는 나의 아버지이고 2위는 나의 삼촌이다.
지금 황제의 다음 세대는 나뿐이었기에 실질적으로 황위 계승서열 1위나 다름없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권력도 황태자가 가지는 권력과 버금가니 말이다.
그렇기에 모든 귀족과 백성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또 나를 시기하고 무시했다.
능력도 없는 쓰레기가 핏줄만 타고나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말이다.
그 모욕적인 소문에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무능한 쓰레기였으니 말이다.
목검을 잡은 나이는 5살.
그 후로 20년간 나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부족한 나 자신을 탓하며, 남들이 자고, 먹고, 노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검을 휘둘렀다.
손바닥이 터지고 물집이 생기고. 어깨가 빠지더라도 나는 검을 휘둘렀다.
정말 이를 악물고 나는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25살이라는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하급에 올랐다.
평균적으로 귀족가의 자식들은 15살의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하급이라는 경지에 오른다.
그때부터 기사 수련생이라며, 마나를 다루는 연습을 한다.
그런데…… 나는 남들보다 10년이나 늦게 하급에 올랐다.
남들보다 덜자고 덜먹고 아예 놀지도 않았는데!
오로지 검 하나만 바라보고 노력했는데 말이다.
“으아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호숫가.
남들의 시선도 느끼지 못한 채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절규했던 것이다.
정말 절망스러웠다.
나 자신이 싫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한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나의 수하가 될 인물들에게 무시를 받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비참했다.
“으아아아!!”
내 가슴속에 쌓은 응어리를 풀기 위해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른 나.
주변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손가락질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었다.
그냥 죽을까?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소리를 지르는 것을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조금 닥치지?”
멈칫.
호숫가로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나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몸을 멈추어 세웠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말을 건넨 사내를 바라보았다.
고급 비단옷을 빼입은 한 미청년.
딱 봐도 정신 못 차린 귀족가 도련님인 듯했다.
“나보고 말한 것인가?”
“그래. 당신 말이야. 이곳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시설인데 너무 시끄럽잖아?”
“그건 그렇군.”
청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의 말은 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의 긍정에 청년은 씨익 웃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투욱.
그러고는 나의 어깨를 쳤다.
“닥치고 살자고?”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청년.
그에 나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죽긴 왜 죽어?
내가 부족하지만 나는 타고난 핏줄이 있다.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초인 소드 마스터가 나를 향해 충성을 바칠 것이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재들이 자신들을 받아달라며 나에게 애원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
내가 검술 쪽으로 무능하면 어떤가? 다른 쪽으로 뛰어나면 그만이다.
“칼론.”
스릉.
“!!!”
나의 작은 한마디.
그에 반응한 나의 호위기사 칼론이 그림자처럼 나타나 청년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청년은 두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가…… 감히 내가 누구…….”
퍼억.
물론 저 자식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녀석의 콧잔등을 후려친 나는 바닥에 엎어진 채 코피를 흘리는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무엄하구나.”
“……?”
“나는 카르미언 대공가의 후계자. 요한 카르미언이다.”
“로얄 공자!”
나의 자기소개에 반응은 청년이 아닌 주변에서 들려왔다.
주변에서 술을 기울이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불렀던 것이다.
로얄 공자.
그래. 나는 고귀한 핏줄을 가지고 태어난 로얄 공자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아무튼, 나의 소개에 청년의 얼굴은 사색이 되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처박았다.
“송구하옵니다!”
다음 황제가 될 가능성이 큰 나.
그런 나에게 무례를 저지른 청년이다.
나의 어깨를 친 것은 황족의 옥체를 감히 건드린 것이고 그 벌을 받기 위해서는 귀족이더라도 손목을 자를 정도의 중죄이다.
그것을 잘 아는 청년은 나에게 용서를 구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검술 능력이 없으면 뭐하는가?
나는 황제가 될 존재이다.
뛰어난 황제가 되면 그만.
청년의 용서에 나는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겼다.
퍼억.
그러고는 청년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크으윽…….”
“다음부터 이렇게 절규하는 사람을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도록 하라.”
나의 발길질에 그대로 옆으로 엎어진 청년.
나는 그런 청년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다음 그곳을 벗어났다.
* * *
“괜찮아?”
“응.”
잠시 후.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선 나는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칼론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
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칼론.
나는 그런 칼론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죽고 싶냐?”
“너 죽으려고 했잖아.”
흠칫.
“진짜. 내가 죽여버리고 싶었어.”
이 귀신같은 자식.
죽음을 각오하고 걸음을 옮겼을 때. 모든 것을 지켜보고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이 녀석은 나의 극단적인 선택을 눈치채고 있었다.
“호위기사라는 놈이 주군을 죽인다고 협박하냐?”
그런 칼론을 향해 내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자 칼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칼론.
나의 사촌이자 호위기사이며 나의 영혼과도 같은 친구이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으며 유일하게 내 뒤를 맡길 수 있는 존재.
사석에서는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녀석이다.
나의 장난스러운 말에 칼론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녀석. 한 일주일은 삐질 듯싶다.
“요한.”
“왜.”
말없이 걸음을 옮기던 그때.
칼론이 나를 불렀고 나는 검음을 멈추며 대답했다.
“난 소드 마스터가 될 거야.”
“가능할 거다.”
천재기사 칼론.
그의 각오에 미소를 지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25살의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오른 괴물 칼론.
녀석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너의 검이 될 거야.”
“…….”
“그러니 너는 검술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짜식.
나를 위로하기 위해 답지 않게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칼론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그러면 된 거겠지.
이상하게 오늘 기분이 참…… 묘하다.
멈칫.
“뒤로 물러나.”
그때.
갑작스럽게 얼굴을 굳힌 칼론.
녀석이 검을 뽑아 들며 나의 앞에 섰고 나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암살자인가?”
“그런듯해.”
“제길.”
칼론 하나만 대동하고 몰래 빠져나온 나다.
그 누구도 내가 이곳에 있는지 모른다.
호위기사도 칼론 하나뿐인 이 상황에 갑작스럽게 암살자라니?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먼저 도망가.”
“죽으면 가만 안 둔다.”
나의 앞에 드넓은 등을 보이며 말을 한 칼론.
녀석의 말에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칼론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칼론. 기다려. 내가 빨리 다른 기사들 불러올게.
그런 칼론을 보며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변명을 한 나는 몸을 돌렸다.
타앗!
그러고는 몸을 날렸다.
채앵!
“어딜!”
그때, 나의 등을 향해 날아온 하나의 비수.
칼론은 여유롭게 그런 비수를 막았고 나는 그렇게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천재기사 칼론.
그가 모든 암살자의 추적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부디 살아 있어라.”
칼론의 무사를 기원하며 나는 빠르게 달렸다.
근처에 있는 치안대를 향해 말이다.
푸욱.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의 왼쪽 가슴을 뚫고 나온 무엇인가를 내려다보았다.
화끈한 고통 그리고 느려지는 심장 박동.
나의 가슴, 아니 심장을 관통한 은색의 단검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쓰레기 같은 자식! 능력도 없는 저능아 새X!”
그러자 보였다.
아까와는 달리 술에 취한 듯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는 미청년.
아까 그 호숫가에서 나에게 용서를 구하던 그 청년이었다.
‘아…… 씨X…….’
이럴 거면 암살자랑 멋있게 싸울걸.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되다니…….
이제 검술을 포기하고 황제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그렇게 나는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