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0화 (10/226)

제 10화

제10편 거절하겠습니다(1)

“그렇게 좋으시오?”

대공성의 직계 가족들에게만 허락된 식당.

그곳의 상석에 앉은 검은 머리의 붉은 눈, 제국의 대공 보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보스와는 상반된, 밝은 금색의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 눈웃음이 인상적인 여인, 대공비 살라만은 남편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것을 물어보시네요.”

“다행이오.”

근래 요한의 얼굴을 보지 못해 얼굴이 많이 어두웠던 살라만이었기에 지금 모습을 보며 보스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럼 이제 만나게 해주세요.”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는 보스에게 살라만이 조심스럽게 부탁하자 보스는 미소를 지우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보스의 단호한 거절에 살라만이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리며 물었고 보스는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제대로 살기로 마음먹은 요한이오. 당분간은 혼자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내버려 주시오.”

“제대로라니? 도대체 저번부터 무슨 말씀하시는 건가요?”

보스의 대답에 살라만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남편은 황궁에 아들과 함께 다녀온 뒤로 요한을 대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마치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방치하는 야생의 짐승과 같은 방식에 어미인 살라만은 늘 걱정스러웠고 불안했다.

아직 어린 요한이기에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인데 어찌 저렇게 내버려두고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살라만의 물음에도 보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말!”

그런 보스의 모습에 살라만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고 보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왔으니 열을 식히시오.”

“후우…….”

멀리서 느껴지는 요한의 기운에 보스가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살라만은 깊은숨을 내쉬고는 냉수를 들이켰다.

덜컹.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서 오렴 우리아들.”

그러고는 식당 문을 열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요한을 보며 살라만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

‘뭐지……?’

나는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어색한 공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상석에 있는 부모님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서 오렴, 우리 아들.”

나의 사과에 즉시 들려오는 따뜻한 어머니의 목소리.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어머니 또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왔으면 앉거라.”

정이라고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

왠지 평소보다 더 차가운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당황했지만 이내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부모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식사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아버지의 뒤에 있던 알베르토가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말했다.

알베르토의 물음에 아버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고 이내 맛있는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맛있네.’

아버지가 식사를 시작한 것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격렬한 수련 후 배가 상당히 고팠던 나는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음식을 뱃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임무 보상으로 상승한 체력 스탯으로 인한 것인지 평소보다 많이 들어가기도 했기에 나는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배고팠니……?”

아…… 너무 많이, 빨리 먹었나 보다.

재능 없는 나를 항상 걱정하시던 어머니.

이번에는 며칠 굶은 거지 보듯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묻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다 보니…….”

“평소에는 움직이지 않았나 보군.”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답을 하던 나는 어머니의 옆에서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는 아버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이 있던가?

서걱.

그런 나의 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는 스테이크를 썰고는 입에 넣었다.

흐음…… 아니면 말고.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는 다시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요새 뭐하느라고 그렇게 바쁘니?”

“수련 중입니다.”

“수련……?”

나의 대답에 놀란 어머니가 되물었다.

놀랄 만도 했다. 재능이라고는 일도 없는 이맘때쯤의 나는 크게 실망하고 어린 마음에 수련을 포기하고 사고를 칠 때이니 말이다.

한데, 갑자기 수련을 한다니? 놀라는 것은 당연지사, 그에 나는 어머니를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제국의 검인 아버지의 아들인데 수련을 등한시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럴 거면 빨리 정신 차리지.”

“아버지……?”

다시 들려오는 아버지의 중얼거림에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답이 없으셨다.

그저 스테이크만 썰고 계셨다.

뭐지……?

왜 이렇게 삐진 어린애 같아 보이는 거지? 내가 이상한 건가?

“그래서. 수련은 잘되고 있니?”

“그럼요. 어머니 저 천재로 살아본다고 했잖아요?”

“부모에게 사기나 치는 놈.”

“아버지!”

또다시 들려오는 아버지의 중얼거림에 나는 언성을 살짝 높이며 아버지를 불렀다.

저 양반은 어린애도 아니고 화난 것이 있으면 확실히 얘기를 하면 될 것 가지고 왜 저렇게 투덜대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의 무례한 행동에 아버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언성을 높인 것이냐?”

움찔.

오씨…… 무섭잖아.

소드 마스터의 차가운 눈빛.

나는 움찔하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물었다.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예법,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품에 어머니와 알베르토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생에서 가끔 받았던 그들의 시선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흠칫.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웠다.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소드 마스터 눈도 속이는 천재에게 감히 할 말이 있을까?”

“예……?”

생각지 못한 아버지의 대답에 내가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아버지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나의 눈을 속인 것이냐?”

“무엇을 말입니까?”

미소를 지으며 묻는 아버지를 보며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아버지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하거라.”

“예?”

“말하기 싫은 것이냐?”

“아니 아버지…….”

“불효막심한 놈.”

졸지에 불효막심한 놈이 되어버렸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하는 나였기에 대답을 똑바로 하지 못했고 그에 아버지는 혀를 차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모두 나가라.”

“네 전하.”

표정만큼이나 차가운 아버지의 목소리.

알베르토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모든 시녀와 시종들을 데리고 나갔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죠?”

아…… 제발…….

늘 온화한 미소를 짓던 어머니마저 정색을 하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부부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이 상황에 나는 이마를 짚었고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설명해라.”

“도대체! 무엇을 말입니까!”

아 존X 짜증 나네.

마음속에서부터 올라오는 화를 이기지 못한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자 아버지는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선을 많이 넘는구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 앞뒤를 설명하지 않고 결론만 이야기하시니 제가 어떻게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군요.”

“뭐라……?”

“요한아…….”

10살 답지 않은 나의 말주변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이유를 들며 화를 내서 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나중에 진정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상당히 짜증 나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나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다.

-아무래도 네가 나의 선택을 받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요한.-

그때, 파닥거리며 나의 눈에만 보이는 크산느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럼…… 내가 그것을 먼저 설명하길 원하셨던 건가……?’

-그런 것 같다. 상당히 섭섭해 하는 것 같군.-

이런 망할.

이러면 내가 진짜 불효막심하고 나쁜 놈 같잖아?

크산느의 설명에 그제야 이 상황을 이해한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천재로 살아본다고 저는 분명히 제일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콰앙.

그러고는 나는 서둘러 식당을 나와 문을 닫았다.

“도련님……?”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알베르토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알베르토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안녕!”

쌩!

그러고는 도망쳤다.

솔직하게…… 아버지에게 잡히면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었다.

“도련님!”

멀리서 나를 부르는 알베르토와 칼론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오늘 달성한 임무 보상으로 받은 민첩 스탯 덕분에 나의 속도는 평소보다 빨랐다.

새삼 그것을 감사하게 느끼며 나는 더욱더 열심히 발을 놀렸다.

다행히 아무도 내가 나의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따라오지 않았다.

아…… 개 쫄았네.

* * *

“푸하하!”

요한이 식당을 박차고 나가고 잠시 후.

보스는 얼굴을 가리며 소리 내 웃었다.

옆에 있던 살라만은 그런 보스를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감정 표현에 서툰 남편이 소리 내 웃으니 방금까지 화를 낸 것마저 잊을 정도로 놀라웠다.

“부인.”

“네.”

잠시 후. 보스의 웃음이 멈추고 보스가 자신을 부르자 살라만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답했다.

목소리에 웃음기가 남아 있는 보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먼저 미안하오. 설명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대의 행동을 막아서 말이오.”

“설명 부탁드려요.”

보스의 사과에 살라만은 일단 설명을 요구했다.

설명을 듣고 보스의 행동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요한이는…… 천재요.”

“네?”

생각지 못한 말이 보스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살라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고 보스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의 눈마저 속인…… 정말…… 말도 안 되는 천재란 말이오!”

* * *

“아…… 저 둔재 꼴 보기 싫다.”

방에 틀어박힌 나는 상태창에 보이는 글귀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뭘 새삼.-

옆에서 파닥거리던 크산느가 피식 웃으며 말했고 그에 나 또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둔재에서 백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둔재로 바뀌었는데도 둔재라는 글귀가 너무 보기 싫어.”

-전생에…… 그렇게 힘들었냐?-

“너도 본 것 아니냐?”

자신을 회귀시킨 존재가 바로 눈앞의 크산느다.

한데 자신에게 전생에 관해 물어보다니?

의문 섞인 나의 물음에 크산느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둔한 재능으로 인해 네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어떤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말이다. 조금은…… 미안하다.-

조금은 침울한 크산느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개소리하지 마.”

-응?-

“진짜 힘들었지. 하지만 그 기억으로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요한…….-

나의 대답이 의외였을까?

크산느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런 크산느의 시선을 무시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기억이 있어서……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고. 천재가 되고 싶은 거야.”

-…….-

조금은 한이 섞인 나의 목소리.

그에 크산느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그런 나를 향해 고개를 들고는 묻는 크산느.

그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짓고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수련하러 가야지.”

나는 노력을 즐기는 진정한 천재가 될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