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화
제11편 거절하겠습니다(2)
다음 날.
핫!
오늘도 나는 나의 전용 수련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주어진 임무와 같은 사선 베기.
전과 달리 5KM가 늘어난 달리기는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의 몸이 힘든 만큼 내가 강해지는 양분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
띠링.
맑은 음성이 울리고 오늘의 임무가 끝이 났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진척도를 띄웠다.
시뮬레이션 진척도
3. 15KM를 달리시오. (3일간 총 45KM) 2/3
사선 베기를 백번 하시오. (3일간 총 300번) 200/300
성공보상 : 상태 변화. 디위니타스 검법, 디위니타스 심법.
어제오늘의 수련으로 인해 1번밖에 남지 않은 상황.
드디어! 내일이면 디위니타스 검법과 심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란 말인가?
-좋냐?-
“좋지. 아주.”
그런 나를 보던 크산느가 파닥거리며 묻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긍정했다.
어느 누가 안 좋겠는가?
대륙 최강의 검술을 배울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도련님. 손님 오셨습니다.”
“누군데?”
연무장에서 실실 웃던 나는 갑자기 찾아온 손님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건넨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칼론은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국의 황실 근위 기사단 단장 더 패론 후작님께서 오셨습니다.”
“이런 망할.”
칼론의 대답에 나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왜?-
그런 나의 모습이 의문이었는지 크산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전생에서 나를 가르쳤던 쓰레기야. 둔재인 나를 무시하고 깔보며 자기 아들과 비교하며 즐거워하던 개쓰레기야.”
-호오?-
나의 대답에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나를 무시했다니 흥미로웠나 보다.
“죽고 싶냐?”
-워워. 진정하라고. 어차피 잘 된 거 아냐? 이번에는 네가 개무시해 버려. 너는 곧 천재가 될 존재잖아.-
“호오?”
크산느의 말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무참하게 밟아 버려. 너의 존재 앞에서 둔재가 된 듯한 느낌이 들게 해버려.-
“짜식.”
“네?”
크산느의 시원한 해결책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의 앞에 있던 칼론은 수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움찔하며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혼잣말로 대화를 하는 나를 보며 불경한 생각을 한 것이 틀림없다.
쭈욱!
“아야!”
“이 자식아. 내가 너 잡아먹냐?”
자신의 말 한마디에 겁을 먹는 칼론의 모습이 웃겼던 나는 그의 볼을 잡아당겼고 칼론은 울상을 지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아유, 귀여운 녀석.
“가자.”
탕.
칼론의 볼을 놓자 탱탱한 볼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땀도 닦지 않은 채 앞장서서 걸어갔다.
잠시 후.
나는 나의 저택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응접실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내가 응접실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있던 푸른 머리의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후작님.”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면상을 한 대 후려쳐주고 싶었지만 나는 가까스로 참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터뜨릴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앉으시지요.”
“고맙습니다.”
소파 앞에선 내가 자리를 권하자 더 패론 후작은 웃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자리에 앉았다.
아. 오늘 저 소파 버려야겠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예. 뭐 별일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후작의 물음에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이 의외였을까?
후작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역시 하는 표정을 지었다.
“소문과 많이 다르시군요. 역시 대공 전하의 아들다우십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포악한 망나니라는 소문.
그것을 굳이 꺼내 든 더 패론 후작을 보며 나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10살 답지 않은 나의 처세술에 더 패론 후작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런 후작의 모습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후작님의 아들은 어떻습니까? 소문으로는 저와 동갑이라 하던데…… 검술 천재라구요?”
“하하. 아직 많이 부족한 녀석입니다.”
자식의 칭찬에 더 패론 후작은 웃으며 대답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제 슬슬 좀 먹여볼까.
“한데…… 아니 마나를 느끼지 못했다구요?”
“지금까지 기초검술만 다져왔기에 마나심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2년 전부터 시작한 거로 아는데…….”
검술에는 뛰어났지만 마나 친화력은 떨어졌던 후작의 아들.
그것을 콕 집어 내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미소를 짓던 후작의 얼굴이 잠시나마 굳어졌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 말로는 여기까지 하고…….
후작의 방문 이유를 뻔히 아는 나였지만 나는 모르는 척하며 미소를 지은 채 후작을 바라보았다.
나의 물음에 후작은 다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대공 전하께서 도련님의 선생을 찾고 있다고 하시기에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오늘부터 약 일 년간. 제가 간단한 기초검술, 자세를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네? 후작님께서 직접 말이십니까?”
후작의 말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묻자 후작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데 괜찮으십니까? 황실 근위 기사단장이신데…….”
“황제 폐하께서 특별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아…… 진짜 쓸데없이.
황실의 검이라고도 불리는 존재를 대공가에 일 년 동안 보내다니…….
나를 위해 쓸데없는 행동을 한 황제를 떠올린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의 인사에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고개를 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오늘 바로 시작하시지요.”
“오늘 바로 말입니까?”
“황실의 검. 후작님에게 어서 배우고 싶은데…… 안 될까요?”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사용하며 후작을 높여주자 후작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 둘은 사이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무장을 향했다.
잠시 후.
우리는 연무장에 함께 도착했다.
내가 목검을 들자 후작은 두 눈을 반짝이며 나의 목검을 바라보았다.
“좋은 목검을 사용하시는군요.”
나의 손에 들린 엘프목으로 만들어진 목검.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느낀 후작이 말하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야 뭐…… 저희 집에 많아서…… 한 개 드릴까요?”
“예?”
“아…… 미안합니다. 후작님의 댁에도 이 정도야 많으시겠죠?”
목검을 살짝 들어 올리며 살짝 미소를 지은 내가 말하자 후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는 후작가에는 이 목검이 없다.
아마도 엄청 탐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달라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겠지.
그런 후작을 보며 나는 속으로 통쾌해 했고 옆에 있던 크산느는 아까부터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부터 하면 됩니까?”
어색한 미소를 짓는 후작을 향해 내가 짐짓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묻자 후작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구석에 있는 목검 한 개를 들었다.
“제국 황족만이 배울 수 있는 검술, 카르미언 검술과 카르미언 숨결은 대공 전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저는 그 전. 기초를 다져놓으러 온 것이기에 체력단련과 기초검술을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그렇군요.”
“일단 저를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잡은 후작이 말하자 나는 속으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린 나의 앞에서 완벽한 자세를 보여 준 다음 자신을 동경하게 만들고 편하게 가르치려는 수법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속마음도 모른 채 후작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검을 위로 들었고 이내 밑으로 내려쳤다.
후웅!
우웅!
더 패론 후작의 목검이 밑을 향해 내려오자마자 울리는 검명.
목검으로 검명을 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실력자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후작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에? 뭐죠?”
하지만 나의 반응은 후작의 기대와 아주 달랐다.
의문 섞인 나의 물음에 후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멍청한 모습에 나는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꾹 참고 겉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런 검술로 저를 가르치시려구요……?”
“……?”
생각지 못한 나의 말에 놀랐는지 후작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아무 말도 안 했고 나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초검술은 보름 동안 수련해서 이미 마스터한 상태입니다. 후작의 기초검술을 보니……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실망스럽다고 했습니다.”
“도련님의 검술을 한번 보고 싶군요.”
나의 도발에 얼굴을 굳힌 후작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더 패론 후작을 향해 목검을 겨누었다.
“제가 1.5.일.동.안.이.나 수련한 결과입니다.”
짧은 시간, 15일을 강조하며 말한 나는 천천히 자세를 잡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런 나의 자세를 보며 더 패론 후작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자세는 좋지만 그래 봤자 마나도 없는 10살짜리 아이의 검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모습이 괘씸하겠지만,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핏줄인 것을 되뇌며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짓밟아주마.’
-제대로 보여주라고.-
나의 마음속 다짐을 들은 크산느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응원했고 나는 천천히 목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려쳤다.
“…….”
쨍그랑.
더 패론 후작과는 달리 나의 검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검명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패론 후작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으며 손에 쥔 목검을 떨어뜨렸고 나는 더욱 놀라게 해주기 위해 서둘러 가로 베기, 사선 베기를 시연했다.
“이…… 이럴 수가…….”
너무나도 색다른 나의 기초검술에 경악 어린 표정을 짓는 더 패론 후작.
나는 그런 후작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수십 년간 기초검술을 수련하셨을 텐데 고작 그 정도시라면…… 저를 가르칠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훠이훠이
저리 꺼져라!
* * *
“후우…….”
“도련님…… 왜 그러셨어요…….”
아버지의 집무실 앞.
문 앞에 선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꽤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한테 혼나려니 괜히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에 옆에 있던 칼론이 두려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질책하듯 말했다.
그런 칼론에게 가볍게 중간 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여준 나는 방문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알베르토를 바라보았다.
“말씀드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