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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7화 (17/226)

제 17화

제17편 칼론의 거절

“죄송합니다.”

“뭐……?”

“저는 도련님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뭐라……?

생각지 못한 칼론의 대답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시선을 모르는지 칼론은 할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도련님의 옆에서. 기사가 될 것이고 도련님이 가시는 곳 어디든 함께 갈 것이며 전장에서 등을 맡길 수 있는 친구 같은 수하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야. 너 후작가의 후계자가 되는 일이야. 잘 생각해.”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기특한 칼론이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조언을 했다.

나의 조언에 칼론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특유의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보다는 약하겠지만. 저는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짜식…….

마치 롤 모델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칼론을 보며 나는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나를 떠나지 않는 칼론이었다.

나의 친구이자 기사인 칼론.

이미 넌 나에게 있어서 등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 칼론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 모습이 새삼 눈부시다고 느꼈다.

“망할 녀석들.”

우리 둘의 모습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유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할아버지는 투덜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고개를 돌린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 것을 말이다.

“음식 식겠어요, 아버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어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말하자 할아버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포크를 들었다.

“마들렌. 너도.”

“네.”

“마들렌.”

“응…… 언니.”

존대를 하는 유모를 어머니가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유모가 찔끔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휴우…… 이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아마 나의 폭탄 같은 이 선언이 없었다면 이 6명의 식사는 10년 후에나 이루어졌을 것이다.

회귀 전 전생에서 그랬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함께 식사를 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차차 익숙해져 갈 것이다.

* * *

시뮬레이션 진척도

4. 15KM를 달리시오. (7일간 총 105KM) 3/7

일주일간 만난 모든 존재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시오.

성공보상 : 상태 변화. 위엄 +1, 마나 +3

성공보상이 바뀐 진척도.

신 스탯 생성이 아닌 스탯을 올려주는 것으로 바뀐 것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네.”

-그렇군.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고맙다.”

미소를 짓는 나를 향해 크산느가 축하인사를 건네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다음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크산느에게 배운 기초검술을 가르쳐 주었기에 칼론은 구슬땀을 흘리며 기초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가르쳐 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자연스럽게 기초검술을 펼치는 칼론을 보며 나는 살짝 감탄을 하고는 목검을 들었다.

이 녀석에게 부끄럽지 않은 주군이 되어야 하니 하루빨리 천재가 되어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나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 * *

히이잉!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속.

옷을 껴입고 그 위에 갑옷을 입은 한 병사가 높은 성벽이 세워진 성의 정문 앞에서 말을 멈추었다.

“황궁에서 보낸 서신이오!”

황제의 인장이 찍힌 양피지를 하늘 높이 올려 든 병사.

성벽 위에서 성벽을 지키던 병사는 그 병사의 손에 들린 칙서를 보고는 직접 내려와 성문을 열었다.

쿠구구궁!

거대한 성문답게 큰 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간 성문.

그곳에서 검은색의 갑옷을 차려입은 1명의 기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충!”

기사의 등장에 말에서 내린 병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고 기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사를 내려다보았다.

“황궁에서 보낸 것이라 했느냐?”

중저음의 듣기 좋은 기사의 목소리.

기사의 물음에 병사는 고개를 숙인 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군단장님에게 직접 전달하라는 황명이 있었습니다!”

“그렇군. 그만 일어나게.”

“충.”

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기사가 대답하자 병사는 큰 목소리로 다시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했네.”

옷을 많이 껴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듯 온몸을 떨고 있는 병사의 모습에 기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격려했고 병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따라오게.”

“옙!”

병사는 앞장서는 기사의 뒤를 따라나섰고 이내 성벽의 거대한 문은 큰 소리를 내며 다시 닫혔다.

꿀꺽.

매서운 눈보라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기사.

그 뒤에서 기사의 뒤를 따르는 병사는 주변을 둘러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추운 날씨에 익숙해진 병사들은 아무렇지 않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어떤 병사는 이 추운 날씨에 웃옷을 벗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우와아아!

또 한곳에서 보이는 수많은 병사들.

병사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두 명의 병사와 그 주변을 감싸며 환호를 지르는 병사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제국의 최정예 군단. 7군단의 병사에게 괜히 시비라도 걸리면 골치 아파지니 말이다.

똑똑.

“군단장님. 황궁에서부터 온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성안의 한 방문 앞에선 기사가 방문을 두드리며 병사의 존재를 알렸고 병사는 허리를 펴며 군기 서린 자세를 취했다.

“…….”

하지만 방문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하아…….”

방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기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벌컥.

“히익!”

그리고 그대로 문을 열어버렸다.

무례한 기사의 행동에 병사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지만 기사는 그런 병사를 무시한 채 당당한 자세로 방문 안으로 들어섰다.

“하아…….”

빈 술병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방안.

기사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소파에 드러누운 채 잠을 자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말끔하게 잘생긴 흑발의 사내.

셔츠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상태로 한 손에 빈 술병을 쥐고는 바닥을 향해 떨어뜨린 채 잠을 자고 있는 사내의 모습.

뭇 여인들이 보았다면 그의 섹시한 모습에 심장이 뛰었을 테지만 그를 오랫동안 모신 기사는 달랐다.

누워 있는 사내를 보며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린 기사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군단장님!”

“음?”

그제야 눈을 뜬 흑발의 사내.

흑발과 어울리는 붉은색의 눈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내는 졸린 눈으로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파울로?”

황제직속 7군단 군단장의 부관 파울로.

그의 모습에 사내가 졸린 목소리로 말하자 파울로는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황궁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아씨 귀찮게.”

파울로의 말에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린 사내는 파울로의 뒤에서 긴장한 상태로 서 있는 병사를 바라보았다.

“야.”

“충! 1군단 백인장 한스!”

“시끄러 새X. 이리 와 봐.”

사내의 부름에 바짝 얼은 상태로 대답한 백인장 한스.

그를 보며 인상을 찡그린 사내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하자 한스는 긴장하며 자신을 부른 사내의 앞으로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1군단 백인장 한스가 엘리멘탈 마스터, 실 7군단장님께 인사드립니다!”

“뭐래.”

“…….”

한스의 인사에 사내, 실이 피식 웃으며 말했고 파울로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는 실의 허락이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그 상태를 유지했고 실은 그런 한스를 내려다보며 옆에 있는 새 술병을 들었다.

뽕!

깔끔한 소리를 내며 모자를 벗은 술병.

꿀꺽꿀꺽.

실은 뚜껑을 벗긴 술병을 들어 그대로 입을 대며 마셨다.

시원한 소리를 내며 실의 목을 넘어간 술.

“야.”

잠시 후.

어느 정도 목을 축인 실이 한스를 부르자 그제야 한스는 고개를 들어 실을 바라보았다.

“자.”

고개를 든 한스에게 술병을 내민 실.

한스는 그런 실의 모습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군단의 군단장이자 제국에서 단 2명밖에 없는 공작이며 황제의 막냇동생. 그리고 대륙에서 엘리멘탈 마스터라 불리는 유일한 존재 실 공작.

그가 미천한 자신에게 술을 내밀다니.

“어서 받아라!”

그런 한스의 마음을 잘 아는 파울로가 황급히 한스에게 말했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스가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마셔.”

“예?”

실의 말에 한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파울로를 보고는 조심스럽게 술병을 입에 가져다 댔다.

“이 자식. 부끄럽게 간접 키스하네.”

“훕!”

술병에 입을 대고 마시는 한스를 보며 실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한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술병을 내렸다.

“송구합니다 미천한 제가 감히…….”

“크크크.”

술병을 내려놓고 바닥에 이마를 찍으며 용서를 구하는 한스의 모습은 절박했지만 인사를 받는 실은 재미있다는 듯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제 그만 하시지요.”

보다 못한 파울로가 나서서 실에게 말하자 실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한스의 어깨를 잡고는 일으켜 세웠고 이내 한스가 내려놓은 술병을 들어 다시 한스에게 내밀었다.

“안 먹으면 죽일 거다.”

마나가 없는 평범한 병사 한스.

그에게 이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북부에서 살아남기란 쉽지가 않았다.

술이 없다면 정말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이곳에 오면서 준비한 술이 다 떨어졌던 한스였기에 감격 어린 표정을 지으며 실을 바라보았고 실은 미소를 지은 채 소파에 다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소파에 기댄 실이 나른한 목소리를 내어 누군가를 불렀다.

“플라마.”

화르륵!

실의 부름과 동시에 벽난로에서 나무를 태우던 불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더니 이내 한스의 몸을 감싸 안았다.

“아아…….”

몸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기운에 한스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흘렸고 실은 그런 한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엄청 좋아하네.”

뚝.

화르륵. 타닥.

잠시 후.

한스의 몸을 감싸 안던 불길은 다시 벽난로로 돌아가 나무를 태우기 시작했고 자신의 체온이 올라간 것을 느낀 한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군단장님!”

“시끄럽고. 서류 내려놓고 꺼져 인마.”

“여기 있습니다, 군단장님. 오늘의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고대 정령 플라마의 축복.

실의 정령이자 지금은 잊힌 고대 정령의 축복을 받게 된 한스는 품속에서 서류를 실에게 건네고는 그 자리에서 크게 절을 올렸다.

그런 한스를 보며 실은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휘저었고 한스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실의 방에서 벗어났다.

촤르륵.

“흐음…….”

한스가 나가고 소파에 몸을 기댄 실이 서류를 펼치고는 그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짓자 파울로가 긴장한 표정으로 실에게 물었다.

하지만 실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그저 진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좋아 보이시는군요.”

20년간 실을 모셔온 파울로.

그는 평소와 달리 기쁜 미소를 짓는 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실은 그런 파울로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조카 새X. 보러 가야겠다.”

“말 좀 예쁘게…….”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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