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화
제21편 엘리멘탈 소드마스터(2)
“힘든 일은 없지?”
“네. 이모와 이모부…… 덕분에 황성에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재미없는 놈. 우리 아버지랑 똑같네.”
“호호. 그러게 말이다.”
“크흠!”
딱딱한 칼론을 보며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고 어머니는 웃으며 나의 말에 동감했다.
우리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에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어머니의 옆에 앉았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어떻게 어머니와 연애하시게 된 거예요?”
“어머?”
“저도 어머니 같은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해야 하니까…… 아버지가 가르쳐 주세요!”
“어머!”
나의 말에 어머니는 좋아하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나와 칼론 또한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런 우리들의 눈빛에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생겼지 않으냐.”
“…….”
“요한 너도 가능성 있다.”
“그건 그렇지요.”
아버지의 말에 우리 셋은 일순간 벙어리가 되었고 뒤이어 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버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우리 아버지…… 황제, 그리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삼촌까지 모두 다 겁나 잘생겼으니 말이다.
“근데…… 재미없었느냐?”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제야 어머니와 나는 빵 하고 크게 웃어버렸다.
우리 소심한 아버지. 재미없다. 무뚝뚝하다 하는 말이 상당히 신경 쓰여서 자기 딴에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나 보다.
한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말이다.
아 왜 이렇게 귀여우신 거지?
“이래서. 내가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란다.”
한참을 웃던 어머니가 조용히 아버지의 팔짱을 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고 아버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두 분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여동생이 좋습니다.”
“노력하…….”
짝.
“크흠.”
어머니에게 등짝을 한 대 맞은 아버지였다.
“성문을 통과한 듯하구나.”
“느껴지십니까?”
그렇게 화기애애한 미소를 짓던 우리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내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황궁과 수도 팔센의 성문은 엄청난 거리다.
마차를 타고 예쁘게 깔린 도로를 1시간 정도 마차로 달려야 도착할 정도의 거리.
제국의 수도인데 그 정도의 거리는 당연한 것. 그 멀리 있는 수도 성에서 삼촌의 기운을 느끼다니?
‘역시 초인인 건가…….’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진, 검의 주인 초인 소드 마스터.
그 까마득한 경지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감탄했고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에게서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거든.”
-맞다. 그리운 놈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아버지의 말에 나의 어깨에 앉아있던 크산느가 중얼거렸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살짝 들었다.
더 말하는 뜻이었다.
크산느의 존재는 나 이외에 보이지 않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나의 뜻을 알아차린 크산느는 하품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고대 불의 정령왕. 플라마 그 녀석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고대 정령!”
“응?”
크산느의 대답에 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고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
너무나도 놀라 그만 입 밖으로 말을 내뱉어버린 나는 눈을 반짝이는 아버지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크산느가 알려줬습니다.”
“이곳에 계신 것이냐?”
“제가 죽을 때까지 항상 같이 있을 거예요.”
“아아…… 정말 고마우신 존재구나.”
나의 대답에 아버지는 안심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친구인 크산느.
그 존재는 우리 아버지에게 있어서 제국의 수호룡이며, 조상님의 벗이다.
그러니 어려워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어색한 나는 어색한 미소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잘해 건방진 새X.-
파닥거리며 거만하게 말하는 크산느를 가볍게 무시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안 나가도 됩니까?”
“나가 보자꾸나. 금의환향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아야지.”
* * *
“꺄아악!”
“엘리멘탈 마스터!”
“잘생기셨어요!”
팔센의 수도 성 정문.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병사들의 지휘하에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아름다운 젊은 여인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던졌고 어리고 순수한 영혼의 어린아이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지나는 길에 꽃을 뿌렸다.
북부를 지켜 주고 하이아칸 왕국과 동맹을 맺어 제국 북부를 안정화한 존재.
현 황제의 동생이자 대륙에서 유일하게 엘리멘탈 마스터라 불리는 존재.
심지어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이고 잘생긴 그의 얼굴은 모든 존재의 존경을 받을만한 존재였다.
뭐 하나 뒤처지지 않는 완벽한 존재, 동화 속의 왕자님.
그 존재가 바로 실 공작이었다.
스윽.
“꺄아악!”
그때, 마차에서 내린 실이 말에 올라타더니 이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 결과 기사들에게 손수건을 건네던 여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모두 실을 향해 손수건을 던졌다.
실은 그런 손수건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여인들은 다시 한 번 환호했다.
손짓 하나, 말투, 행동 하나에 반응하는 존재들.
제국에서 실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와…….”
마차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로나는 감탄 어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했다.
눈이 존재하지 않는 따뜻한 성.
드넓은 거리, 가는 방향, 오는 방향 두 개의 도로가 깔렸으며 넓은 고층건물이 많이 보였고 자신들을 반겨주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고 황족인 실을 진심으로 반겨주고 있었다.
자신이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하이아칸 왕국과 달리 따뜻한 기운에 엘로나는 문득 실의 조카라는 자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나이라고 했는데…… 얼마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을까?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얼마나 즐겁게 자랐을까?
왠지 모르게 조금은 질투심이 생겨나는 엘로나였다.
엘로나가 그답지 않게 쓸데없는 감정을 느낄 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실의 귀환은 끝이 났다.
성 한가운데 존재한 거대한 백색의 문.
황성의 정문에 도착한 것이다.
황성의 정문에 도착한 실은 말에서 내렸고 엘로나 또한 마차에서 내려 실의 옆으로 걸어갔다.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엘로나의 등장에 백성들은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제국에서 보기 힘든 은발의 머리 색, 심지어 은은하게 청색의 빛을 자랑하는 청은발은 너무나도 신비로웠으며 보석 같은 푸른 눈동자, 귀여운 외모의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고 그 소녀의 정체가 궁금해졌기에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던 것이다.
끼익.
그때,
굳게 닫혀있던, 거대한 황성의 정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열린 문 사이로 실이 들어갈 줄 알았지만 실은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고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정문에서 걸어 나오는 한 존재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모든 백성이 거짓말처럼 양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만세!”
그리고 한마음 한뜻으로 뒷짐을 진 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오는 존재, 제국의 7대 황제 알칸 듀크를 찬양했다.
제국의 성군이라 불리는 현 황제는 모든 제국민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았고 그로 인해 모든 백성이 한마음 한뜻으로 황제를 찬양했던 것이다.
황제 단 한 명의 등장으로 인해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은 될 듯한 모든 존재가 무릎을 꿇은 것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고 엘로나는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황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응? 혹시 하이아칸 왕국의 공주인가?”
“예, 지고하고 위대하신 황제 폐하. 엘로나 하이아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국가와 형제국인 제국의 황제, 알칸에게 정중하게 예를 표한 엘로나였고 황제는 그런 엘로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거라. 내 동생 실아.”
“예.”
“조카를 보러 오랬더니 조카며느리를 데려왔느냐?”
“!!”
황제의 농에 엘로나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고 실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황제의 뒤에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 요한을 바라보았다.
“저 자식입니까?”
“초면에 말이 심하시네.”
실의 말에 대답은 황제가 아닌, 작은 소년, 요한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짝다리를 짚은 채 팔짱을 낀 요한, 그의 입에서 나온 껄렁한 목소리와 함께 말이다.
* * *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거대한 황성의 문이 열리고 보이는 검은 머리 붉은 눈의 젊은 사내.
직감적으로 그가 삼촌인 것을 알았고 나는 살짝 반가운 표정을 지었었다.
전생에서 죽기 전 나의 모습과 상당히 닮은 모습이었기에 괜히 반가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심장이 철렁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서는 한 소녀.
은은하게 빛나는 청색의 빛이 매력적인 은발에, 바다의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푸른색의 눈. 새하얀 피부. 붉은빛의 앵두 같은 입술. 큰 두 눈.
미의 현신이 강림한 듯 완벽한 외모를 지닌 소녀의 모습은 대단했지만 나는 그것은 상관없었다.
엘로나.
전생에서 사랑했고 이번 생에서 사랑해야 할 여자.
최악인 재능에 절망할 때 항상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따뜻한 여자.
못난 나로 인해 아버지와 연까지 끊으려 했던 사랑스러운 여자.
그녀가 마차에서 내려 삼촌인 실의 옆에 섰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 엘로나.
그녀가 그녀의 어린 시절 첫사랑, 실의 옆에 있으니 괜히 기분이 나빠졌던 것이다.
그렇다. 천하의 내가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삼촌이라는 작자가 나를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저 자식입니까?”
“초면에 말이 심하시네.”
그리고 나는 삐딱하게 받아쳤다.
“뭐 이 새X야?”
나의 대답에 실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실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한 대 치든가.”
뻐억!
아…… 진짜 때릴 줄은 몰랐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기운과 동시에 멀어지는 정신.
나는 가만히 속으로 욕지거리를 중얼거리고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정신줄을 잡기에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나도 강했던 것이다.
* * *
“…….”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상황에 모든 존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처음 만난 삼촌과 조카.
황족이자 제국의 로얄 귀족, 공자인 그들이 건달처럼 껄렁한 말을 주고받더니 삼촌인 실 공작이 모두의 앞에서 조카 요한을 때려 기절시켜 버린 것이다.
타앗!
“이 새X 뭐야.”
얼어붙은 성문 앞.
붉은 머리의 한 소년이 목검을 실에게 내질렀고 실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찔러오는 목검을 옆으로 쳐냈다.
퍼억!
그러고는 소년의 배를 걷어찼다.
“크어어억!”
엘리멘탈 마스터, 실에게 공격을 허용한 칼론은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고 실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황제를 바라보았다.
수웅!
그때.
실은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오는 기운에 다시 몸을 돌려 손을 들었고 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온 물건을 잡아들었다.
“재미있군.”
자신의 발차기를 버틴 것도 모자라 두려움을 이기고 다시 공격을 한 붉은 소년.
그가 부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실을 노려보고 있었고 실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