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화
제28편 실의 시험(2)
“왜 이래?”
고작 몇 시간, 그 정도 나와 떨어져 있었으면서 호들갑을 떠는 칼론의 모습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칼론은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짜식.”
정말, 나의 부관이자 호위기사처럼 나를 반겨주는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칼론의 가슴팍을 쳤고 칼론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안녕 형아…….”
“……?”
“나는 위즐리야. 형아도 되게 잘생겼다! 친하게 지내자!”
그때, 고개를 불쑥 내민 위즐리가 헤헤 웃으며 칼론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 새X는 정말 독특한 새X이다.
천재는 정상이 아니라더니 정말 딱 그 꼴 아닌가?
위즐리는 제국의 고위귀족, 백작가의 후계자이다.
귀족인 그가 딱 봐도 평민으로 보이는 칼론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형이라 칭하다니?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칼론은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생물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뭐해? 동생이 인사하잖아.”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내가 피식 웃으며 위즐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위즐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칼론이라고 합니다.”
“형. 말 편하게 해. 할아버지한테 들었어. 나랑 요한이 형이랑 같이 북부 간다면서?”
“네?”
위즐리의 말에 칼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 다음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북부 가는데 너도 가야지?”
“알겠습니다.”
나의 한마디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끝이었다.
자세한 상황을 듣지도 못했을 텐데 그저 나의 한마디에 수긍하고 머나먼 북부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성격이…… 조금 달라졌군.’
나의 영향 때문일까?
전생에서 친구처럼 지내던 칼론이었지만 현생은 다른 것 같았다.
마치 충직한 신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것에 조금 섭섭한 감정을 느낀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북부 가는 길에 조금 친해져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의 물음에 알베르토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런 알베르토를 바라보았다.
“황태자인 내가. 대공가에 찾아왔는데, 대공 전하께서는 많이 바쁘신가 보군?”
짝다리를 짚으며 말하는 나의 모습에 알베르토는 미소를 지었고 위즐리는 두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나의 옆에서 나와 같은 자세를 한 채 알베르토를 바라보았다.
“바쁘신가 보군?”
귀여운 말투는 덤이다.
이 자식. 정말 귀엽다. 괴롭히고 싶은 녀석이다.
“까부는구나.”
흠칫.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흠칫하며 얼른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위즐리는 아닌가 보다.
소드 마스터답게 저 멀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걸음에 우리의 앞으로 다가온 아버지.
위즐리는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 바쁘신가 보군!”
“풉.”
8살의 귀여운 꼬마가 자기보다 두 배는 더 큰 사내를 올려다보며 말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나는 고개를 돌려 입을 가리고 웃었고 주변에 있던 알베르토, 칼론, 그리고 기사들까지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네가 해밍턴 선생의 손자냐?”
흠칫.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며 말을 거는 아버지의 모습에 흠칫한 위즐리가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나의 뒤로 숨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위즐리 해밍턴입니다.”
“요한과 친해진 듯하구나.”
나의 뒤에 숨어있는 위즐리의 모습에 아버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아버지가 살짝 미소를 지은 것은 나와 알베르토, 그리고 어머니밖에 알지 못한다.
오늘 처음 보는 위즐리가 알 리는 더더욱 없었고 위즐리는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칼론 형아랑도 친해질 거에요.”
“호오……?”
아무렇지 않게 칼론을 형이라 칭하는 위즐리의 모습에 보스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표정을 지우고는 몸을 돌렸다.
“따라오거라. 밥부터 먹자꾸나.”
“네!”
밥이라는 한마디에 위즐리가 환호하며 대답했고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위즐리의 볼을 잡아당겼다.
“왱…….”
나에게 볼을 잡아당겨 지면서 울상을 짓는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입을 열었다.
“밥 먹으러 가자.”
“응! 칼론 형아도 같이 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위즐리는 뒤에 있던 칼론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고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위즐리에게 끌려갔다.
어색한 미소 속에 기분 좋은 표정을 발견한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빛이 더 강하군…….>
“어 깼어?”
일행들을 따라가려던 나는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살짝 반가운 목소리를 내었다.
최근 들어 계속 잠을 자던 크산느,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기에 상당히 반가웠던 것이다.
-저 녀석.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지?-
“확실하게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 같은데?”
크산느의 말에 내가 대답했고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크산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 잠시 원래의 세계에 다녀올게.-
“응……?”
갑작스러운 크산느의 말에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펑.
작은 연기와 함께 크산느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에 서둘러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크산느는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보이지 않는 크산느의 모습에 당황스러웠고 걱정스러웠지만 이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은 어둠의 정령, 제국의 수호룡이다.
갑자기 사라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분명 다녀올게. 라는 말을 사용했으니 다시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조금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고 저 멀리 점으로 보이는 일행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어……?”
식당 안에 들어선 나는 익숙한 두 명의 여인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머니의 옆에서 미소를 짓고 눈인사를 건네는 엘로나를 보며 말이다.
“엄마는 눈에 보이지 않니?”
아차차…… 너무 대놓고 봤나 보다.
어머니가 눈을 살짝 흘기며 나에게 말하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폐하께 편지 받았다. 당장 내일 출발한다 하더구나.”
“네. 내일 실 숙부님께서 데리러 오실 것입니다.”
어머니의 물음에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어머니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워하면서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쿨하게 보내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자리에 앉는 아버지의 모습에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위즐리라고 했나요?”
식사가 시작되고 잠시 후.
스테이크를 썰며 희희낙락하던 위즐리는 어머니의 물음에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요한과 사이좋게 지내줄 거죠?”
“네! 요한이 형이랑 친하게 지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정말 내 주변은 왜 이럴까?
여자들은 언니라고 부르지 않나 남자는 엄마라고 부르지 않나.
내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살라만은 그저 좋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위즐리처럼 밝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위즐리에게 괜히 더 눈이 가는 것 같았다.
“어서 먹어.”
어머니를 즐겁게 해주는 위즐리가 고마웠던 나는 웃으며 위즐리에게 고기 두 점을 더 얹어 주었고 위즐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맛있게 고기를 집어 먹었다.
“엘로나.”
“네 어머님.”
“응……?”
어머니의 부름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는 엘로나.
전생에서도 하지 않았던 어머님이라는 호칭에 내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여 나의 눈길을 피하는 엘로나.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왜 그러니?”
나의 부름에 어머니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뭐? 호호!”
“밥 먹자.”
나의 말에 어머니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머니답지 않게 크게 웃었고 아버지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셨다.
“우리 아들 잘 부탁할게, 엘로나.”
“걱정 마세요.”
어머니의 부탁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그제야 어머니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밥 한번 먹기 힘든 것 같았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어머니가 직접 가꾼 정원으로 걸어가 티타임을 가졌다.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
살짝 미소를 짓는 아버지와 늘 미소를 짓는 어머니, 긴장하면서도 웃는 칼론과 얼굴을 붉히는 엘로나, 실실거리는 위즐리.
나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 * *
“이게 뭡니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우리 네 명은 마중 나온 실과 함께 마차를 탔고 북부, 엘란 산맥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마차에서 쫓겨났다.
일반 병사들이 입는 갑옷을 입은 채 쫓겨난 나와 칼론, 그리고 위즐리.
내가 대표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차 앞, 말 위에 올라타 있는 실을 바라보자 실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7군단이 제국의 최정예인 것은 아나?”
“잘 압니다.”
실의 말에 내가 이를 까득 갈고 대답했다.
그런 내 모습이 웃긴지 실은 그저 실실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이유는……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거든. 오늘 단 하루, 앞장서서 길을 걸어가라.”
“…….”
“불만 있나?”
“군단장님! 이분은 황태자 전하이십니다! 저 혼자만 걸어가겠습니다!”
내가 이를 갈며 실을 노려보는 동안 칼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실에게 항의했다.
칼론의 말에 실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실의 두 눈동자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얘는 의사입니다. 태워주십시오.”
“…….”
“해밍턴 백작과 버금가는 천재 의사. 이런 귀한 인력을 다치게 하고 싶으신 것입니까?”
“싫다.”
“실 공작!”
실의 거절에 내가 언성을 높이자 실은 피식 웃고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나의 앞으로 걸어왔다.
점점 다가오는 실을 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고 실은 그런 내가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퍼억.
그러고는 나의 가슴팍을 걷어차 버렸다.
“…….”
엘리멘탈 마스터의 발차기.
나는 이를 악물며 신음을 참았고 뒤에 있던 칼이 나의 앞에 서더니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호칭 똑바로 해라. 5년 동안 너는 황태자가 아니다. 귀하게 자란 도련님 아니랄까 봐 개념이 없군.”
차가운 실의 말투에 나는 극도의 분노감을 느꼈다.
귀하게 자랐다고?
미친 X소리다.
전생에서 20년은 무능하다고 손가락질받으며 매일매일 미친 듯이 수련한 나다.
지금 실이 나에게 한 발언은 나의 20년 노력을 헛되게 한 것이고, 내 인생을 부정하며 모욕한 것이다.
극도로 분노하다 보니 머리는 더욱 차분해졌고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런 실을 바라보았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전혀.”
나의 눈빛이 가소롭다는 듯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고 나는 이를 악물고는 뒤돌아섰다.
“전하!”
“가자.”
“형…….”
“네 짐은 나한테 주고.”
내가 위즐리에게 손을 내밀자 위즐리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 준 다음 위즐리의 짐을 뺏어 들었다.
“제가 들겠습니다.”
내가 위즐리의 짐을 뺏어 들자 칼론이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칼론과 위즐리가 따라나섰고 이내 우리들의 뒤로 7군단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