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9화 (29/226)

제 29화

제29편 실의 시험(3)

7군단이 북부로 돌아가기 하루 전.

“지금 뭐 하냐.”

실 공작의 저택.

실은 자신의 집, 정원에 모인 자신의 수하들을 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파울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실의 물음에 파울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렸고 실은 고개를 돌려 그 뒤에 있는, 7군단의 천인대장을 바라보았다.

단 천명뿐인 최정예 7군단.

그중의 천인대장은 모든 병사의 대장이었고 실이 부재 시에는 그가 군권을 잡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오러 나이트의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자리를 저버린 채 7군단의 천인대장으로 있는 할버드.

그가 우락부락한 덩치에 맞게 무서운 얼굴로 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보모입니까?”

“그것이 불만이어서 감히 내 앞에서 반항한다고?”

할버드의 말에 실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고 할버드는 움찔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모가 아닙니다. 우리는 제국의 최정예 군단입니다! 우리에게 늘 자긍심을 가지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

할버드의 말에 실은 아무 말 없이 할버드의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눈빛의 병사들.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 따라온 병사들을 보며 실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애를 돌볼 것 같나?”

“예……?”

“내 성격에 애를 돌볼 것 같냐고 이 새X들아!”

“아닙니다!”

되묻는 실의 호통에 모든 병사는 차렷하며 큰소리로 대답했고 실은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병사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럼 닥X고 두고 봐. 까불지 말고. 이번 한 번만 봐준다 해산!”

“해산!”

샤샤삭!

실의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천 명의 병사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홀로 남은 할버드는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몸을 돌렸다.

뻐억!

하지만 늦었다.

실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었다.

그리고 10여 분 정도.

할버드는 맞았다.

정말 불쌍하고 처절할 정도로.

그렇게 다음 날.

병사들은 자신의 주인을 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정말 다시없을 또라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말이다.

제국의 황태자, 다음 황제가 될 존재이며 당장 자신의 조카인 10살의 어린아이에게. 북부. 성인도 견디기 힘든 북부의 추위에 맞서 엘란 산맥을 오르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짐이라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실의 왼쪽.

할버드가 말을 몰아 실의 옆에 서서 앞서 걸어가는 세 명의 소년을 보며 물었지만 실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실의 모습에 할버드는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파울로를 바라보았지만 파울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망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아…….”

그런 파울로의 모습에 할버드는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전방에 보이는 세 명의 어린 소년을 바라보았다.

제발 무리하지 말고 중간에 포기하기를 바라며 말이다.

* * *

덜덜덜.

“…….”

주섬주섬.

“입어.”

“아니야 형!”

가만히 몸을 떨며 억지로 다리를 움직이던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내가 웃옷을 벗어 위즐리에게 건네자 위즐리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어.”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내가 눈에 힘을 주며 다시 말했고 그제야 위즐리는 어쩔 수 없이 옷을 받아들었다.

“너 벗으면 죽는다.”

그런 나의 모습에 옷을 벗으려는 칼론.

그것을 눈치챈 나는 칼론에게 말했고 칼론은 불편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위즐리가 나의 웃옷을 입고 나서 나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실의 눈빛을 무시하며 말이다.

그러기를 20분.

나의 몸에서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눈앞은 흐릿했고 이빨은 수도 없이 떨려왔으며 눈보라에 직접적으로 맞닿는 얼굴은 나의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를 꽉 물었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전생에서 무능함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끊임없이 받아온 나다.

이 정도의 고통쯤은 더 참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띠링!

스킬 냉(ice) 속성 내성이 생겼습니다.

우뚝.

“……?”

멀어지는 의식의 끈을 간신히 잡으며 발걸음을 옮기던 나의 귀에 들리는 반가운 알림 소리.

그 알림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킬창.”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검술.

광오하다, 오만하다. 검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제의 위엄에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허락이 없으면 숨도 쉴 수 없다.

공간장악 검술이다.

성취도 1/12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심법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심법.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심법이다.

자연의 친구 마나?

개 소리다. 마나를 제압. 마나를 굴복시키는 패도적인 심법이다.

성취도 1/12

냉(ice) 속성 내성(S)

그 어떤 추위, 얼음 마법에도 내성이 쌓인다.

성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성이 강해져 나중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얼음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성취도 1/12

“미친…….”

스킬창 가장 아래에 보이는 냉 속성 내성.

성취도가 높을수록 냉기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단다.

이 얼마나 좋은 스킬인가?

“왜 그러십니까?”

그때, 가만히 서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던 나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칼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내성 스킬이 생기기 전 나의 모습처럼 수없이 떨리는 이빨, 흐릿한 눈동자.

고개를 돌려보니 위즐리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옷을 벗었다.

“전하!”

웅성웅성!

갑작스레 옷을 벗는 나의 모습에 놀라웠었는지 칼론과 위즐리는 두 눈을 크게 떴고 뒤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웃옷 전부를 벗은 채 칼론에게 내밀었다.

“입어.”

“싫습니다.”

“명령이다.”

“전하…….”

나의 말에 칼론이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표정에 칼론은 억지로 나의 웃옷을 입었다.

거친 눈보라가 나의 상반신을 때렸지만 나는 미소가 흘러나왔다.

추웠다.

진짜 존X 추웠다.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냐?

띠링!

냉(ice) 속성 내성의 성취도가 1 오릅니다.

존X 반갑고 나에게 힘을 주는 알림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스킬 또한 내가 계속 노력을 하면 성취도가 오른다.

현재 나는 대륙에서 가장 춥다는 북부지방의 엘란 산맥에 있다.

이곳은 내가 냉 속성 내성 스킬을 올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은 나에게 있어서 스킬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

거기에 힘을 얻은 나는 씨익 웃고는 몸을 돌려 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놀란 표정의 실.

나는 그런 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위즐리를 마차에 타게 해주십시오.”

“…….”

“신발도 벗겠습니다.”

“전하!”

“형!”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칼론은 경악했고 위즐리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실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않았고 실 또한 가만히 나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군단장님. 인간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가만히 옆에 있던 덩치 큰 사내.

할버드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사내가 굳건한 표정으로 실에게 말을 건넸고 뒤에 있던 모든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실을 바라보았다.

“부관.”

“예.”

실의 부관 파울로.

그가 실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대답했고 실은 나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당연히 태워야지요. 해밍턴 백작님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애들 중 해밍턴 백작님에게 은혜를 받지 않은 애가 없습니다.”

“그렇군.”

파울로의 말에 실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가만히 신발을 벗었다.

뽀드득.

발목까지 올라오는 깊은 눈.

발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을 애써 참으며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실을 바라보았고 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

“싫어.”

실의 말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위즐리의 한마디.

나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흠칫.

위즐리의 눈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흠칫했고 실은 눈에 이채를 띠며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타라.”

“싫어. 쓰레기 같은 인간.”

경멸에 가까운 눈빛으로 실을 바라보며 말하는 위즐리.

위즐리의 모욕적인 언사에 실은 피식 웃었고 말에서 내렸다.

슈웅!

덥석.

“장난감을 가지고 있군.”

실이 말에서 내림과 동시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실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고 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날아온 무언가를 잡아채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작은 바늘 모양의 침.

나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의사인 위즐리가 언제 단도술 같은 것을 배웠단 말인가?

아니 단도도 아닌 작고 날카로운 바늘이 실의 미간 정중앙에 정확히 날아갔다.

8살의 아이가 어찌……?

털썩.

하지만 나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위즐리는 그대로 쓰러졌다.

어느새 다가온 실이 위즐리를 기절시킨 것이다.

“안 가나?”

위즐리를 어깨에 들쳐멘 실이 나를 향해 물었고 나는 그를 무시한 채 몸을 돌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 * *

“아아…….”

마차 안.

엘로나는 밖에서 웃옷을 벗은 채 맨발로 걸음을 옮기는 요한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감히 나설 수는 없었다.

마차의 문은 잠겨 있었고 파울로가 분명 실도 생각이 있을 것이라 말하며 나오지 말라고 경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힘내요…….”

가만히 누워있는 위즐리의 몸에 이불을 덮어준 엘로나는 요한의 뒷모습을 보며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이 지옥 같은 시험이 어서 끝나기를 말이다.

히이잉.

“군단장님.”

“닥쳐.”

세 시간.

장장 세 시간 동안 저 두 소년은 눈 속에서 걸었다.

심지어 한 소년은 웃옷을 벗은 채 맨발로 말이다.

보다 못한 할버드가 말을 몰아 실의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건넸지만 실의 욕설에 입을 다물었다.

심각하게 굳은 실의 얼굴을 보고는 감히 말을 걸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털썩.

“아아…….”

그때,

가만히 요한의 뒤를 따르던 칼론이 쓰러졌고 수많은 병사들과 할버드, 파울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두 눈을 크게 떴다.

앞서 걸어가던 요한이 뒤돌아서더니 칼론에게 다가가 그를 그대로 들쳐멨던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소년을 들쳐멘 어린 소년.

그 소년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병사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가만히 그 소년, 자신들의 황제가 될 요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플라마.”

-알겠다.-

그때,

실이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친구를 불렀고 플라마는 실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요한에게 들쳐메진 칼론에게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건강에 무리가 없게 말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런 실의 행동을 몰랐고 조금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실을 바라보았다.

어린아이에게 시험이라는 이름 하나로 가혹한 행동을 시키고 있으니 상당히 보기 안 좋았던 것이다.

실은 수하들의 시선을 알고 있었지만 무시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요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라도 눈을 돌리지 않고 계속 말이다.

그렇게 또 한 시간.

털썩.

요한이 결국 쓰러졌다.

요한이 쓰러지자마자 긴장하고 있던 수많은 병사들이 달려나가려고 했지만 이내 발을 멈추었다.

그 누구보다 빨리.

바람처럼 날아가 요한과 칼론을 안아 든 실을 발견한 것이다.

“플라마.”

-미안하군. 나 말고 다른 존재가 그를 지키고 있다.-

“뭐?”

요한에게 축복을 부탁하기 위해 친구를 부르던 실은 생각지 못한 친구의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국의 수호룡. 크산느가 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미친X…….”

자신의 품에 안겨 두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의 조카 요한 카르미언 듀크.

실은 자신의 웃옷을 벗어 맨살인 요한에게 덮어준 다음 안아 들어 마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실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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