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30화 (30/226)

제 30화

제30편 겨울의 왕국 하이아칸(1)

“흐음…….”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강한 햇빛에 정신을 차린 나는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색의 천장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엘로나의 아버지, 국왕 카자르에게 헤어져 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보았던 천장이었던 것이다.

“음……?”

짜증 나는 생각을 그만두고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내 왼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촉감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은은하게 청색의 빛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은발을 지닌 한 소녀.

엘로나가 나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나를 간호하다가 잠든 듯하다.

어쩜 어린 나이에도 변함없이 착하고 나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일까?

잠든 엘로나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고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당장 일어나서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잠이 든 엘로나의 얼굴을 보니 조금 더 내버려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스킬창.”

엘로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이내 나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생성되었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검술.

광오하다, 오만하다. 검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제의 위엄에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허락이 없으면 숨도 쉴 수 없다.

공간장악 검술이다.

성취도 1/12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심법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심법.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심법이다.

자연의 친구 마나?

개 소리다. 마나를 제압. 마나를 굴복시키는 패도적인 심법이다.

성취도 1/12

냉(ice) 속성 내성(S)

그 어떤 추위, 얼음 마법에도 내성이 쌓인다.

성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성이 강해져 나중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얼음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성취도 5/12

“대박이군…….”

냉 속성 내성의 성취도가 5나 되었다.

경이적인 성장 속도에 나는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스킬창을 바라보았다.

얼굴도 보기 싫은 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길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정도면 아마 3 서클의 얼음 마법 정도는 무력화시키지 않을까?

어서 실험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꾹 참고 조심스럽게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뻗어 엘로나의 머리칼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이번에는…… 자랑스러운 남자가 돼서 네 옆에 있을게.”

그때!

벌컥!

“주군!”

화들짝.

‘저 새X가.’

움찔.

거칠게 방문을 열어젖힌 칼론 때문에 잠이 깬 엘로나.

나는 이 원흉인 칼론을 노려보았고 칼론은 움찔하며 나에게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피곤한 듯 눈을 비비는 엘로나를 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저 새X, 제 실수를 알아차렸나 보다.

쩝. 엘로나의 자는 얼굴을 더 못 봐서 아쉬웠지만 아쉬운 표정을 숨기고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상체를 일으킨 채 인사를 건넨 나.

엘로나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두근!

갑작스러운 엘로나의 행동에 나의 심장은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고 이내 나의 얼굴에서 열기가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직 열이 있어요…….”

그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 엘로나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고 나는 미소를 지은 채 그런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워서 뜨거워진 겁니다.”

“아…….”

농담 어린 나의 말에 엘로나는 황급히 나의 이마에서 손을 뗐다.

그런 엘로나의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엘로나 또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X을 한다.”

하아…… 저 인간 진짜…….

한창 분위기가 핑크 핑크한 이때,

벽에 기대서 팔짱을 낀 채 빈정대는 실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실을 바라보았다.

“언제 왔습니까?”

“노크까지 했다. 이 자식아.”

나의 물음에 실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고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엘로나에게 정신이 팔려 주변을 살피지 못했나 보다.

“아픈 데는?”

“걱정하는 겁니까?”

생각지 못한 실의 물음에 내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묻자 실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주 건강하군. 한 시간 후, 하이아칸의 국왕과 왕비 마마를 볼 것이다. 준비해라.”

“니예.”

실의 말에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 나를 보며 다시 한 번 피식 웃은 실은 방문을 나섰고 이내 문이 닫혔다.

자…… 다시 핑크 핑크한 분위기를 연출해볼까…….

“저도 돌아가서 준비 좀 할게요.”

“예……?”

“그럼 쉬세요.”

나의 계획과 다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엘로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다음 서둘러 방문을 나섰고 나는 멍한 표정으로 닫히는 방문을 바라보았다.

역시 나는 실이 싫다.

* * *

푸른색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넓은 홀.

홀 정중앙, 넓은 테이블에 앉은 은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실 공작.”

“네.”

여인과 대비되는 흑발의 미청년, 실이 여인의 부름에 웃으며 대답했고 여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런 실을 바라보았다.

“오는 길에 있었던 일은 엘로나에게 들었습니다.”

엘로나의 어머니이자 하이아칸 왕국의 왕비 코르.

코르의 말에 실은 가만히 그녀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엘로나와 같은 푸른색의 눈.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그녀의 눈빛에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10살의 아이한테는 너무 가혹하더군요.”

실의 대답에 코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실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자세를 바로 하고 코르를 바라보았다.

“저는 그 녀석을 10살의 아이가 아닌, 장차 제국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10살이지요. 자칫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실의 대답에 코르가 아미를 찌푸리자 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고 조금은 거만한 자세로 코르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전히 오만하군요.”

“실력에 자신이 있는 편이라.”

거만한 실의 자세에 코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실은 지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지지 않겠다는 듯 여유롭게 응수했고 코르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실은 다시 입을 열었다.

“카자르 형은 어디 있습니까?”

“본국의 국왕입니다.”

“저는 제국의 공작이지요. 황제의 동생이고.”

코르의 경고에 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둘은 가만히 서로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 싸움이었다.

“알겠습니다. 국왕 전하는 어디 있습니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실이 두 손을 들며 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고 그제야 코르 또한 눈에 힘을 풀고 입을 열었다.

“곧 도착할 것입니다.”

“국왕 전하 드십니다.”

벌컥.

그때, 문밖에서 왕국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내 문이 열리더니 한 사내가 문 사이로 걸어들어왔다.

엘로나와 같은 청은발에 푸른 눈을 지닌 훤칠한 사내,

바로 겨울의 군주, 카자르였다.

카자르의 등장에 코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실은 거만한 자세로 앉은 채 미소를 지으며 카자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인 앉으시오.”

카자르 또한 그런 실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코르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내 둘은 자리에 앉았다.

“엘로나가 즐거워하더군.”

자리에 앉고.

시녀가 가져다준 차를 한 모금 마신 카자르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실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 카자르의 물음에 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본 엘로나의 얼굴 중에서 가장 즐거워 보이더군.”

“정말이냐?”

“내가 거짓말을 왜 해?”

카자르의 물음에 실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실의 말대로였다.

그가 뭐가 아쉬워서 카자르에게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실의 대답에 카자르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고 코르는 그런 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우리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누구를?”

“당신이 죽일 뻔한 그 아이.”

실의 물음에 코르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코르의 목소리에 실은 피식 웃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원한다면, 알아서 하십시오.”

* * *

와락!

“형! 괜찮아?”

시녀들이 준비한 옷을 입고 방을 나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안겨온 청량한 미소년, 위즐리의 행동과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너는?”

“형이 걱정이지…… 미안해. 나만 혼자 마차 타서…….”

나의 물음에 위즐리가 나를 올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가만히 손을 올려 위즐리의 볼을 잡아당겼다.

쭈욱.

칼론보다 더 말랑하다.

역시 2살이라도 어리긴 어리다는 것인가.

“아야야…….”

“까불지 마 인마.”

내가 볼을 잡아당기자 위즐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신음을 흘렸고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위즐리에게 말한 다음 볼을 놓아주었다.

“정말 괜찮은 거지?”

“그래, 그러니 이거 놓지?”

어느새 내 손목의 맥을 짚고 있는 위즐리를 보며 내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의사 아니랄까 봐 순식간에 나의 맥을 짚고 확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어려도 의사는 의사였다.

“위즐리. 시간 없으니 그만 놓아드려.”

가만히 우리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칼론.

칼론이 친절한 목소리로 위즐리에게 말하자 위즐리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나의 품에서 벗어났다.

둘이 조금 친해진 것 같아 한시름 놓은 나는 든든한 나의 친구, 동생을 바라보았다.

천재기사와 신의. 아주 든든한 두 명이다.

10년 후에는 든든한 조력자로서 나를 도와주겠지.

먼 미래를 생각하자 흐뭇해진 나는 미소를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우리 셋은 하얀색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 앞에 섰다.

하이아칸 국왕이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

그 문 앞에서 시종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우리 셋을 발견하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가장 윗사람인 나.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시종장에게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은색의 머리칼을 지닌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시종장.

나는 저 사내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엘로나에게 삼촌 같은 존재이며 엘로나가 사랑하는 나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었던 뮬란.

아무튼, 나의 인사에 뮬란은 미소를 지었고 이내 나의 뒤에 있는 위즐리와 칼론에게 고개를 숙였다.

“해밍턴 백작가의 자제, 위즐리 공자님과 호위기사 칼론 경.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정중한 뮬란의 인사에 위즐리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칼론은 얼굴을 붉히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린 나이인 칼론에게 경이라 칭하며 기사로 대해주는 뮬란의 행동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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