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화
제50편 위즐리 해밍턴(1)
“내가 아는 얼굴이군…….”
자신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소녀.
코피아를 알아본 위즐리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도 몰라야 할 자신의 비밀을 하필 자신이 아는 사람이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애매했던 것이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마음 편하게 죽였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위즐리의 마음을 모르는 코피아는 그저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위즐리를 올려다보았다.
“도…… 도대체…… 왜……?”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공포 어린 코피아의 모습에 위즐리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람이 공포에 질려 두려워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았다.
“저 자식이 어떤 녀석인 줄 아나?”
위즐리의 뒤.
끔찍한 고문으로 인해 엄청난 피를 흘리면서도 아직 살아 있는 사내를 위즐리가 가리키며 묻자 코피아는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위즐리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전국구 범죄조직, 카르텔의 중간보스다. 어린 소녀들의 인신매매를 담당하고 있지.”
“!!!”
생각지 못한 위즐리의 말에 코피아는 놀라움으로 인해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위즐리는 그런 코피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덥석.
그러고는 쭈그려 앉아 코피아의 턱을 잡아 자신의 두 눈과 마주치게 하였다.
비취색의 아름다운 코피아의 두 눈.
그 아름다운 눈에 비치는 끔찍한 자신의 모습에 위즐리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때문에 인생을 망친 소녀는 수천, 아니 수만 명이다. 자신이 존중받아야 할 인격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물건보다 못한 가치를 지녀야 했던 불쌍한 소녀들.”
“…….”
자신의 턱을 잡고 두 눈을 보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 위즐리의 모습에 코피아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위즐리는 그런 코피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형아랑 아는 사이라서 봐줄게. 오늘 본 것은?”
“못 본 것…….”
“착하네.”
자신의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는 코피아를 보며 위즐리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코피아의 턱을 놓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카르텔의 간부야?”
뒤돌아서는 위즐리의 모습을 보며 코피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위즐리는 다시 몸을 돌려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예의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코피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청량한 기운을 내뿜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년.
그가 이렇게 잔혹한 심성을 지녔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안 가?”
“나도 같이 봐.”
“뭐?”
떠나지 않으려는 코피아의 행동에 위즐리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고 코피아는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위즐리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충분히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잖아.”
“뭐……?”
그런 코피아의 행동에 위즐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코피아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오라버니의 지인이라면 나쁜 사람은 아닌 거잖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오라버니를 믿거든.”
코피아의 확신 어린 대답에 위즐리는 할 말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코피아의 말은 맞았다.
위즐리는 선한 사람이다.
다만 자신이 인정한 사람에게 한해서 말이다.
그가 인정하지 않는 인간, 아니 물건들은 딱 한 종류다.
바로 자신의 부모님을 끔찍하게 죽인 범죄자들.
“코피아.”
움찔.
“응……?”
가만히 그런 코피아를 바라보던 위즐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코피아는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위즐리의 모습에 움찔하며 대답했다.
역시, 요한의 눈을 믿고 있어도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었다.
“내가 살린 사람이 수천 명은 넘어.”
“알아. 어린 나이에 제국 제일의 의사라는 호칭을 넘본다고 들었어.”
위즐리의 말에 코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코피아는 귀족가의 영애다.
사교계에 퍼진 위즐리의 소문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 코피아의 대답에 위즐리는 코피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가 죽인 범죄자들의 수는 수백 명이야.”
“…….”
“나는 죄 없는 사람들을 꼭 살릴 거야. 그리고 범죄자들은 그 누구보다 괴롭게 죽여버릴 것이야.”
“위즐리…….”
조금은 어긋난 위즐리의 사상.
그의 사상에 코피아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어린 나이에 잔혹한 심성을 지니고 있는 위즐리가 두려웠지만 또,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사상을 지니고 있는 위즐리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형님!!”
“너 이 자식! 뭐야!”
그때.
골목길 저 너머로 고문당하던 사내의 수하로 보이는 이들이 달려와 두 눈에 살기를 띠며 위즐리를 노려보았다.
20명이나 되는 사내의 수하들.
그에 코피아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고 위즐리는 여유를 잃지 않은 채 특유의 청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범죄자들의 시체로 의학을 연구했어.”
“…….”
뒤에 있는 사내의 수하들을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을 하는 위즐리의 모습에 코피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 전 백성이 아는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한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범죄자들은 우리 집안을 원망했지. 자신들의 동생, 형님, 아들의 시체가 해부되고 실험체가 되었으니 말이야.”
“이 자식이!”
위즐리가 계속 자신들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그에 분노한 한 사내가 달려 나와 위즐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5살 때. 나의 생일에 나는 우리 집안의 별장에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갔어.”
꽈드득!
“끄아아!”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그대로 꺾어버린 위즐리.
그런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어느새 손에 쥐어진 짧은 단도로 사내의 머리를 그대로 찍어 버렸다.
푸욱!
피슈슉!
털썩.
뽑은 단도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
위즐리는 그런 피 분수를 아무렇지 않게 맞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 집안에 원한이 있는 백여 명의 범죄자들이 힘을 합쳐 우리들의 별장을 덮쳤어. 그날. 우리 부모님은 죽었어. 망할 범죄자들은 시체인 우리 어머니를 유린했지. 아버지는 나의 눈앞에서 들개들의 밥이 되었어.”
“!!!!”
생각지 못한 위즐리의 가정사에 코피아는 두 눈을 부릅떴다.
제국의 고위귀족인 백작가다.
한데 고작 범죄자들이 힘을 합쳐 상처만 내도 사형이라는 귀족들은 죽였다고?
그것도 고위귀족을?
“다행히 나는 그때 살아남았지. 할아버지가 기사들을 이끌고 달려왔거든. 하지만 이미 우리 부모님은 모두 죽었지. 그에 분노한 할아버지는 모든 범죄자를 생포해 고문을 시작했지. 그 범죄자들 아직 우리 백작성의 감옥에 살아있어. 135명 모두가.”
“…….”
우루룽!
위즐리의 말에 코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위즐리가 사라지더니 이내 작은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사내들
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 사내들의 정중앙에 위즐리가 짧은 단도와 암기를 들
고 싱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부터야. 내가 범죄자들을 죽이기 시작한 게.”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내들 사이에서 단도를 든 채 청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위즐리의 모습에 코피아는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생전 찾지 않았던, 아니 존재조차 믿지 않고 있는 신에
게 간절하게 빌었다.
부디 저 가여운 아이를 구제해달라고 말이다.
* * *
-나 참…….-
“미치겠군…….”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대공가를 탈출하는 코피아를 발견하고는 따라 나왔던 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아래에 보이는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쓰러진 사내들의 중간에 선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위즐리의 모습은 자신이 아는 위즐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저 무공…… 이계의 무공이다.-
“뭐?”
-고대에 이계에서 넘어온 무공이 있었다. 내가 직접 본 적이 있기에 알 수 있다.-
“…….”
어린 나이에 의사이면서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위즐리를 보며 항상 궁금했던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이곳이 아닌 타 차원의 무공이라…… 흥미롭긴 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상당히 뒤틀려져 있구나.-
“그러게.”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극단적으로 복수를 하는 위즐리를 보며 크산느가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나 또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위즐리의 행동이 나쁘다고 욕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위즐리의 입장이었어도 저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결국 저러는 것은 자신에게 독이 된다.
그렇기에 주변인인 나는 그런 위즐리를 말리고 싶었다.
위즐리는 나에게 친동생 같은 아이였으니 상처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잘 돌봐줘야겠다.-
나만큼이나 위즐리에게 정이 든 크산느.
녀석이 그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나에게 말하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3층의 건물 지붕.
나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코피아와 위즐리를 내버려 둔 채 대공가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타앗!
빠른 속도로 달려 금방 대공가에 도착한 나는 쉬기 위해 내 방으로 곧장 이동했고 내 방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칼론을 만날 수가 있었다.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아 잠깐 산책.”
“에스란 후작께서 기다리십니다. 가시죠.”
“아…… 그래.”
칼론의 말에 나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가 딴 길로 샜으니 선생님에게 상당히 무례한 행동을 저지른 것과 다름없었다.
칼론의 말에 대답한 나는 앞장선 다음 이내 달렸다.
달리는 나의 뒷모습에 칼론이 뒤따라왔다.
그리고 나는 속도를 올렸다.
짜식. 못 따라오겠지?
히이잉!
다그닥 다그닥.
칼론을 놀릴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불꽃의 말, 고대 불의 정령 쿠르스를 타고 뒤따라오는 칼론이 보였고 그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저건 반칙이잖아.
* * *
“오랜만이구나.”
“에이. 3일 전에도 마법 수정구로 만나셨으면서.”
나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겨주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나를 끌어안으며 말을 하는 선생님을 보며 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다르지 않느냐.”
나의 장난에 선생님은 웃으며 대답하셨고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건강해야지. 나는 오래 살 것이란다.”
나의 말에 선생님이 팔을 들어 올려 보이며 대답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전생과 달리 현생의 선생님은 아주 즐거워 보였고 또 건강해 보여 다행이었다.
“아 참. 나도 정신이 없구나. 앉거라.”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앉히지도 않고 세워둔 것을 자각한 선생님이 나에게 자리를 권하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