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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59화 (59/226)

제 59화

제59편 레헤튼, 욕심내다

어느 정도 빵물을 먹인 위즐리는 빵물을 내려놓았고 누워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일 다시 올 겁니다.”

“바쁘신 분을 어찌…….”

“꼭 살려드릴게요.”

“아…….”

위즐리의 말에 거절하려던 여인은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위즐리의 모습에 탄성을 내뱉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위즐리를 보니 자신의 몸이 나아지는 것만 같았다.

기분이 아주 좋아졌던 것이다.

“오빠 최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윌리 또한 어머니와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렇게 위즐리와 코피아는 윌리의 집을 벗어났다.

“…….”

코피아는 침통을 품에 넣는 위즐리의 뒷모습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았다.

“내일 같이 오자.”

“응!”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은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말에 코피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다.

* * *

“이게 뭡니까?”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는 서류 더미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의 앞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회색 머리칼의 사내, 바로 황제의 시종장인 드라칸이었다.

갑작스럽게 대공가에 방문해 황제의 명령으로 나에게 서류를 전달한 드라칸.

나의 물음에 드라칸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읽어보시지요.”

드라칸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나의 앞에 놓인 서류를 집어 들었다.

펄럭.

그러고는 서류를 넘겨 읽기 시작했다.

“…….”

첫 장에서부터 보이는 강렬한 단어.

범죄조직 카르텔.

그것을 읽은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빠른 속도로 밑에 작성된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글을 읽은 나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가라앉히고는 조금은 차가운 눈빛으로 드라칸을 바라보았다.

“왜 이런 자료를 모아두기만 했던 것입니까?”

마약, 인신매매, 납치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행하는 전국구 조직 카르텔.

그들이 하는 행동, 몇 시에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지부는 어디 어디 있는지 간부는 누구인지 모든 것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카르텔이라는 범죄조직을 내버려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던 나였기에 나는 드라칸에게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드라칸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전하를 위해서입니다.”

“…….”

생각지 못한 드라칸의 대답에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금도 죄 없는 백성들이 죽어가고 거래가 되고 있을 텐데 나를 위해서 이런 자료를 모아두었다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극도로 분노한 나는 드라칸이 아버지 친구라는 것도 잊은 채 하대를 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드라칸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배후에 더 패론 후작이 있습니다.”

“안다.”

서류에 아주 자세히 적혀있는 내용이다.

카르텔의 수장 라덴은 더 패론 후작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즉 전 후작의 서자라는 뜻이다.

그 내용이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드라칸은 안쓰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확고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를 죽이십시오.”

“……?”

드라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아까부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위귀족이자 근위 기사단장 더 패론 후작.

그를 갑자기 죽이라니?

“피의 숙청 때 더 패론 후작을 왜 살려놓았는지 아십니까?”

“…….”

“바로 황태자 전하 때문입니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이어진 드라칸의 말에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드라칸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피의 숙청을 할 때, 고위귀족 중 가장 눈치가 빠르고 자기 몸을 사린 존재가 더 패론 후작입니다. 황제 폐하는 그런 후작을 높게 평가하여 살려주었지요. 자신의 정치에 반대하지 않을 존재라는 것은 간파한 것이었습니다. 원래부터 황제 폐하는 그가 뒷세계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일부러 자료들을 계속 모아두셨습니다. 나중에 자신의 뒤를 이을 황태자를 위해서 말입니다.”

“고작 나 때문에 그동안 죄 없는 백성들이 거래가 되고 죽어갔다.”

“전하가 확실하게 황권을 잡으면 더 많은 백성들을 살릴 수가 있겠지요.”

“…….”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상식을 벗어난 황제와 드라칸의 사상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빤히 드라칸을 바라보았다.

그래. 솔직하게 나도 이해는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나는 제국의 황태자. 귀족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반대로 그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예가 현 황제, 큰아버지처럼 피의 숙청이 있고 말이다.

그러면 더 많은 백성을 살릴 수 있겠지.

귀족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독재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백성들이 살아가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있는 성군이 될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현 황제였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떡.

“전하.”

“아들인 레헤튼을 잡아오도록.”

“……?”

예상외의 명령이었을까?

드라칸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는 그런 드라칸을 보고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정보원 검은 그림자단 단주에게 황태자가 명한다. 카르텔 조직의 보스 라덴의 아들 레헤튼을 잡아오라.”

“명!”

위엄을 끌어올린 나의 명령에 드라칸은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하고는 이내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정말 감쪽같았다.

전생에서의 기억이 없었다면 드라칸이 아직도 제국의 정보원이라는 것을 몰랐겠지…….

-쓰레기의 아들은 왜?-

레헤튼을 잡아오라는 나의 명령이 이해가 안 되었던 크산느.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쓸 만한 놈이거든.”

더 패론 후작가의 양자로 들어와 젊은 나이에 부재상의 위치까지 오른 압도적인 천재 레헤튼.

그를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카르텔 보스의 아들이라는 것이 놀랍기는 했지만 자신이 아는 레헤튼은 범죄를 혐오하고 예의가 바르며 정신이 똑바로 박힌 녀석이다.

카르텔의 보스 라덴과는 급이 다른 녀석인 것이다.

그런 녀석을 나는 거두어들일 것이다.

* * *

“누구십니까?”

황궁에 존재하는 나의 방.

제국에 단 한 명뿐인 존재, 황태자만을 위한 방이었기에 황제의 방 다음으로 호화로운 방이었다.

그곳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나는 나의 앞에 줄에 포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나?”

위엄을 살짝 끌어올리며 묻자 사내, 레헤튼은 나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이내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쿵!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고개를 들어라.”

나의 명령에 레헤튼은 고개를 들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납치되었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의 물음에 레헤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고는 이내 다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너무나도 맹목적인 레헤튼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옆에 있던 칼론, 그리고 나의 머리에 앉아 있는 크산느 또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캐릭터군.-

크산느의 평가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납치당한 주제에 나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놈이다.

정상은 아니었다.

아무튼 나는 그런 레헤튼을 내려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국 아카데미의 행정학부 수석이군.”

“예! 설마 저를 수하로 거두시기 위해!!”

“뭐……?”

나의 말에 감격에 겨워하고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묻는 레헤튼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그렇다면 그렇지.”

레헤튼의 물음에 내가 어색하게 대답하자 레헤튼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다시 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하이아칸 왕국의 전쟁 영웅, 뛰어난 위엄으로 그 무서운 설인들마저 굴복시킨 제국의 자랑 황태자 전하를 모실 수 있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레헤튼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필요한 놈이 나를 따르겠다니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내 제국의 백성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이다. 나아가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원한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거들겠습니다!”

나의 발언에 레헤튼은 역시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힘있게 대답했고 나는 씨익 웃으며 그런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범죄자들의 집단 카르텔, 보스인 라덴의 아들을 어떻게 믿고?”

“……?”

나의 물음에 레헤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역시 이 녀석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범죄자들의 집단 카르텔을 아나?”

“물론입니다. 마약, 인신매매, 납치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는 쓰레기 집단이 아닙니까? 저희 아버지가 그곳의 보스라니요. 전하께서는 농담이 짓궂으신 편이군요!”

나의 물음에 레헤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다가 마지막에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런 레헤튼의 모습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습니다.”

나의 눈빛에 칼론은 들고 있던 서류를 조심스럽게 나에게 내밀었다.

칼론이 내민 서류를 받은 나는 레헤튼을 향해 고개를 가볍게 까닥거렸다.

스르릉.

사악.

나의 명령을 눈치챈 칼론은 검을 뽑아 레헤튼의 손을 묶어놓은 줄을 잘랐고 나는 손이 자유로워진 레헤튼의 앞에 칼론에게 받은 서류를 던졌다.

퉁.

레헤튼의 앞에 던져진 서류뭉치.

자신의 앞에 던져진 서류뭉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헤튼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읽어 보거라.”

“예, 전하.”

나의 말에 레헤튼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서류를 들어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전하께서는 벌써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자료를 모아두셨군요!”

카르텔에 관한 자료라는 것을 깨달을 레헤튼이 감탄하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의 모습에 레헤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린 다음 다시 서류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계속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레헤튼.

멈칫.

그리고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서류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던 레헤튼의 눈이 멈추었고 잠시 후 그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것을 말이다.

“이…… 이것이 사실입니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끝까지 모든 서류를 읽은 레헤튼.

그가 서류를 내려놓은 다음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나의 대답에 레헤튼은 얼굴을 가리며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

나는 그런 레헤튼을 보고는 살짝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르텔의 보스 라덴.

그는 인간쓰레기이지만 자기 자식한테는 자상하면서도 친구 같은, 이상과 같은 완벽한 아버지였기에 레헤튼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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