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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60화 (60/226)

제 60화

제60편 레헤튼, 무너지다

“저에게…… 이 사실을 알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좀 전과는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모습으로 나에게 물었다.

이 녀석, 역시 범재는 아니다.

그런 레헤튼의 행동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너의 능력을 원한다.”

“…….”

“하지만 네 아버지의 출신이 문제다.”

“…….”

나의 말에 레헤튼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가만히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그 서류를 너에게 주겠다.”

“!!!”

갑작스러운 나의 선언에 레헤튼은 물론 가만히 있던 칼론과 크산느까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서류는 원본. 네가 마음먹고 태운다면 너의 아버지가 외국으로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

나의 말에 레헤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너는 장래가 없어질 것이다. 네가 꿈꿔왔던 백성들이 행복하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 그것을 만들어가는 존재 중에는 너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저에게 패륜을 강요하시는 것입니까?”

조금은 매정한 나의 말에 레헤튼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네 아버지 때문에 죽어간 사람의 수는 만 명이 넘어가고 그에 상처를 받은 일가족들을 계산한다면 10만 명이 넘어간다. 네 아버지 하나 때문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너의 아버지는 잡힌다면 무조건 사형이지.”

“…….”

“네 손으로 끝낼 기회를 주는 것이다.”

“……?”

나의 말에 레헤튼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가 이어진 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잡혀 죽는 것보다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죽는 것이 너의 아버지에게는 더 행복하겠지.”

“…….”

나의 말에 레헤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솔직하게 나의 말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자신의 아비를 죽인 이에 충성을 바칠 수 있겠냐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레헤튼이라면 이해를 할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 라덴은 어떻게 하든 결국 죽을 처지라는 것을.

다만 죽을 때 라덴의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주는 것이라는 것도.

또 저 서류를 태워서 아버지를 도망치게 하더라도 결국 잡힐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레헤튼이 괜히 천재가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뜻을 모두 이해했는지 서류를 집어 든 레헤튼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삼 일. 삼 일 만 주십시오.”

“이틀.”

“…….”

레헤튼의 부탁에 나는 짧게 대답했고 레헤튼은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레헤튼은 나의 방을 나갔다.

* * *

“칼아.”

“예 형님.”

어두운 밀실.

의자에 눕다시피 기대어 앉은 라덴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고, 칼이라 불린 사내는 고개를 숙이며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카르텔의 부 보스.

라덴의 오른팔이자 친동생 같은 놈을 바라보며 라덴은 자신의 손에 들린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내일부터 네가 보스다.”

“형님…….”

술잔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결국, 말을 꺼낸 라덴의 모습에 칼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라덴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레헤튼이 이제 졸업을 하기 때문입니까?”

“녀석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런다. 조직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산속에 들어갈 작정이다.”

“형님…….”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겠다 선언하는 라덴의 모습에 칼은 더욱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젊은 시절, 뒷골목의 흔한 파락호부터 시작하여 어엿한 건달이 되었고, 엄청난 세력을 가진 조직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늘 함께해왔던 칼이었기에 친형님 같은 라덴의 은퇴는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경매준비는?”

“완벽합니다.”

카르텔 조직 내 행사 중 가장 거대한 경매장.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땅속줄기매장의 개장이 바로 오늘이었다.

“정말 형님께서 진행하시는 겁니까?”

처음이자 마지막.

경매장을 진행하겠다는 라덴의 말에 칼이 말렸지만 라덴은 듣지 않았다.

“마지막인데…… 내가 정리하고 싶구나.”

“예, 형님.”

아련한 표정으로 말하는 라덴의 모습에 칼은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가면도 마지막이겠군.”

전국에서 수많은 귀족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에 정체를 가리기 위해 얼굴의 위, 무도회에서 쓸법한 가면을 쓰고 입장을 한다.

물론 그것은 형식적인 절차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귀족들은 서로가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라덴이 그런 가면을 만지작거리며 피식 미소를 짓자 칼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씁쓸해하는 라덴에게 무어라 하며 위로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가자.”

“네 형님.”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형님의 마지막 행사.

라덴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크를 쓰며 말하자 칼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라덴의 뒤를 따랐다.

* * *

“더럽군.”

카르텔의 지하 경매장.

레헤튼과 함께 경매장에 참가한 레인은 경매장 내부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환각 향에 인상을 찌푸렸으며 수많은 돼지들이 눈을 반짝이며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상당히 역겨웠다.

“죄송합니다.”

그런 레인의 모습에 레헤튼은 낮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대륙에서 알아주는 블랙 기사단 부단장 레인이다.

황태자의 명령으로 자신과 함께 왔지만 아마 이자는 자신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서자 왠지 모르게 죄인이 된 듯한 기분에 레헤튼은 사과를 건넸고 레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쿠웅.

잠시 후.

넓은 경매장의 불이 꺼지고 이내 귀족들이 앉아 있는 좌석의 아래,

넓게 설치된 무대에 불이 켜지고 한 사내가 올라왔다.

“!!!”

그리고 레헤튼은 알 수 있었다.

얼굴 절반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능숙하게 올라와 고개를 숙이는 존재가 바로 자신이 가장 존경했던 아버지라는 것을 말이다.

“두 눈 떠라.”

라덴의 등장에 절망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던 레헤튼.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레인의 차가운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황태자 전하의 명령이시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라.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

이어진 레인의 말에 레헤튼은 레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무대 정중앙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라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 *

‘대박이구나.’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매장을 총괄해왔던 라덴은 역대급으로 많은 귀족들의 수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속으로 감탄했다.

하늘이 도우시는지 자신의 마지막 무대는 아주 화려할 것만 같았다.

귀족들의 수는 물론 오늘 준비된 노예들 또한 많았으며 품질이 아주 좋았으니 말이다.

“모두 저희 경매장을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조금은 과한 동작으로 고개를 숙이는 라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라덴은 당연하다는 듯 허리를 펴고는 입을 열었다.

“자. 모두 시간이 금보다 소중하신 분들이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상품은!”

주위를 둘러보며 배에 힘을 준 채 큰 목소리로 말하는 라덴!

그가 뒤를 향해 짜잔 하는 포즈를 취하자 같이 올라왔던 두 명의 사내가 철장을 덮었던 천을 벗겼다.

“오오…….”

천이 사라지자 보이는 첫 번째 물품.

그에 귀족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고 라덴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조직에서 10년 전, 직접 구해 정성껏 만든 놈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신장이지만 외모는 성인의 외모를 지닌 작은 인간.

남부, 사막의 왕국 오스란 왕국에서는 작고 못생긴 인간을 펫처럼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것이 제국으로까지 전파가 되었고 나아가 귀족들은 서로가 더 못생기고 작은 인간을 키우는 것이 서로의 권위를 높이는 경쟁이 되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수집하는 귀족들로 인해 나중에는 인간들의 수가 부족해 카르텔의 조직에서는 빈민가의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좁은 우리에 가두고 뼈마디에 못을 박았으며 먹이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하고 괴상한 모습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 말도 안 되는 괴상한 풍습이 더러운 귀족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행했기에 철장에 갇혀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내를 보며 귀족들은 두 눈을 반짝였다.

“5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0골드.”

감탄하는 귀족들을 보며 즐거워하던 라덴.

그가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자 그와 동시에 한 귀족이 손을 들며 소리쳤다.

그 귀족과 동시에 수많은 귀족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고 이내, 그 가여운 인간은 50골드에 한 귀족에게 낙찰되었다.

“자 다음은! 제국에서 보기 힘든 흑발을 지닌 여인입니다!”

웅성웅성.

“저런 개XX.”

제국의 황족을 상징하는 흑발.

그 신성함을 더럽히는 라덴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지켜보던 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옆에서 말리는 레헤튼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볼 수 있었다.

분노로 인해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 한 청년을 말이다.

그런 레헤튼의 모습에 레인은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황태자 전하의 명령대로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릴 테니 말이다.

아무튼. 라덴의 설명에 수많은 귀족들이 두 눈을 반짝였다.

펄럭.

“오오!”

그러고는 볼 수 있었다.

철장 안에서 가슴과 밑. 중요부위만 가린 채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흑발의 여인을 말이다.

“백 골드!”

두려움에 질린 여인의 모습에 흥분한 한 귀족이 손을 들고 소리쳤고 라덴은 그런 귀족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자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라덴의 말에 귀족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을 내렸고 라덴은 수하가 건넨 채찍을 손에 쥐었다.

짜악!

“꺄아악!”

그리고는 그대로 철장 안에 있던 여인에게 휘둘렀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고통에 여인은 소리를 질렀고 라덴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인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이 변태들은 여인의 괴성에 더욱더 흥분했다.

이제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백 골드!”

맨 처음에 손을 들었던 귀족.

라덴이 시작도 하기 전에 다시 손을 들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수많은 귀족들이 더욱더 큰 금액을 부르며 손을 들었다.

황족의 상징인 흑발을 지녔으며 외모 또한 아름다운 여인이다.

인생이 무료한 귀족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줄 아주 귀한 노예였기에 수많은 귀족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는 비상금까지 털어가며 경매가격을 높여갔다.

짜악!

“꺅!”

가격에 어느 정도 시들해져 갈 때면 라덴은 다시 한 번 채찍을 휘둘렀고 철장 안에 갇혀있던 여인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행동에 가격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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