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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72화 (72/226)

제 72화

제72편 인간과 엘프 간의 관계

“왜?”

그런 칼론을 보며 내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묻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레헤튼을 한번 만나주셨으면 해서 말입니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지만 마음이 맞아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된 칼론과 레헤튼.

그런 레헤튼의 괴로운 마음을 듣고 도와주고 싶었던 칼론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나는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왜?”

현재 제국의 재상 리프크네 공작의 제자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어 가장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녀석을 왜?

나의 물음에 칼론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리프크네 공작이 최근 들어 녀석을 양자로 들이려고 합니다.”

행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천재적 재능 레헤튼.

그를 가르치다 보니 욕심이 생겨버린 리프크네 공작이 그를 양자로 들이려고 했고 레헤튼은 거절했다.

그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압박이 점점 강해졌나 보다.

“조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역시.

칼론의 마지막 말에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일단 그 일부터 처리하지.”

“감사합니다!”

나의 말에 칼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걸음을 옮겼다.

칼론. 너에게는 소중한 친구겠지만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수하거든.

내가 챙겨줘야지.

* * *

“뭐 하십니까 스승님?”

제국의 이인자라고도 불리는 제국의 재상 리프크네 공작.

제국 대대로 황제에게 충성을 바친 명문가이며 재상을 지내온 가문의 주인인 리프크네 공작의 집무실.

그의 집무실에 들어선 레헤튼은 모든 서류를 내팽개친 채 소파에 누워 있는 스승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황태자의 성인식으로 인해 황궁의 모든 인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재상이라는 양반이 소파에 누워서 쉬고 있으니 상당히 보기 흉했던 것이다.

“네놈이 내 아들 되기 싫다면서?”

“하아…….”

소파에 누워 두 눈을 감은 채 말을 하는 스승의 모습에 레헤튼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양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저렇게 시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의 이인자. 재상과 공작이라는 지고한 위치에 있는 저 뛰어난 존재가 말이다.

한때는 롤 모델이었으나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스승의 모습에 레헤튼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앱니까?”

“네가 내 입장 되어봐라. 물려줄 아들놈은 없지. 45년 인생에 처음으로 드디어 마음에 드는 놈이 나타났는데 양자는 죽어도 싫다 하지. 내 입장이 뭐가 되겠냐?”

“저에게 아버지는 단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

“망할 놈.”

죽은 라덴을 떠올리며 레헤튼이 대답하자 리프크네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 다음 몸을 일으켰다.

저 고지식한 모습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래도 자신은 저 녀석에게 푹 빠진 듯하다.

5년 동안 자신이 지켜본 레헤튼은 정말 천재였다.

젊은 시절 제국의 천재라 불리던 자신과는 정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이다.

한번 보고 들은 것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으며 엄청난 암산 실력에 짧은 시간 최대의 효율을 뽑는 선택을 내리는 결단력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놈이다.

당장 지금이라도 재상의 자리를 물려줘도 무리 없이 소화할 괴물 같은 놈.

그런 놈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데 어찌 탐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앉아.”

“네.”

다시 원래의 냉철한 눈빛으로 돌아와 서류를 읽어 내려가던 리프크네.

그가 아직도 서 있는 레헤튼을 향해 차갑게 말하자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리프크네와 같이 서류를 집어 들어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승님. 이것 좀 이상합니다.”

“그럼 네가 해결해.”

“저는 아직 권한이 없는데요.”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한 레헤튼.

그의 말에 리프크네가 서류에 두 눈을 고정한 채 건성으로 대답했고 그에 레헤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프크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서류에 집중했다.

“에휴.”

그런 리프크네의 모습에 레헤튼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만년필로 서류의 이상한 부분을 체크해두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바쁘다.”

벌컥.

그때, 문밖에서 들려오는 시종의 목소리.

그에 리프크네가 차갑게 대답했지만 문은 열렸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열리는 방문을 보며 레헤튼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리프크네는 인상을 찌푸리며 드디어 서류에서 눈을 돌렸다.

벌떡.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들어선 흑발의 미남자.

제국의 황태자 요한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

* * *

개판이군.

방안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종이와 잉크의 냄새.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서류 더미를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프크네 공작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드시지요 재상.”

“예 전하.”

나의 말에 리프크네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어느 누가 감히 허락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앉으시려고 하시면 앉으시면 됩니다.”

나의 물음에 리프크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나 또한 고개를 마주 숙여 보인 다음 소파에 앉았다.

내가 앉자 리프크네 공작 또한 자연스럽게 앉았고 레헤튼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너도 앉아.”

“황공합니다.”

그런 레헤튼을 보며 내가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고 그제야 레헤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로 이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나 때문에 많이 바쁘신 것 같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

리프크네의 물음에 내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본론이나 말하고 돌아가라는 뜻 같았다.

“훗. 알겠으니 표정 푸시지요.”

그런 리프크네를 보며 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리프크네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부정도 안 하는 것을 보니 진심이었나 보다.

좀 건방지기는 하지만 내가 잘못한 거다.

재상에게 있어서 시간은 금보다 귀하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약속도 없이 황태자라는 권위 하나로 무작정 찾아온 것이고 말이다.

물론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가면 리프크네 공작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막 나가는 성격이 아니니 말이다.

“레헤튼이 싫어하는데 양자로 들이시려고 한다더군요?”

“…….”

“레헤튼은 재 왼팔이 될 사람입니다. 강제하는 것은 불편하군요.”

“송구합니다!”

나의 말에 입을 다물던 리프크네 공작.

이어진 나의 말에 리프크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옆에 있던 레헤튼이 불편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했다.

“레헤튼.”

“예 전하.”

나의 부름에 레헤튼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나는 그런 레헤튼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양자로 들어가기 싫지?”

“저는 현재에 만족합니다.”

“싫다는 거군.”

빙 돌리면서 의견을 밝히는 레헤튼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인상을 굳히고 있는 리프크네를 바라보았다.

“재상.”

“예 전하.”

“꼭 양자가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예?”

나의 말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리프크네 공작.

나는 그런 공작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어준 다음 고개를 돌려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레헤튼이 공작의 영애를 좋아하는 것 알고 있습니까?”

“예?”

“전하!”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리프크네는 벙찐 표정을, 레헤튼은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어쭈?”

“송구합니다.”

그런 레헤튼을 보며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레헤튼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디서 언성 높이고 있어? 죽으려고.

아무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리프크네를 바라보았다.

“레헤튼은 아무런 배경도 없습니다. 데릴사위로 완벽한 존재이지요. 사위에게 성을 물려주는 것도 흔하지 않습니까?”

“아…….”

“레헤튼, 나 간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무언가를 깨달은 듯 탄성을 내뱉는 리프크네 공작을 내버려두고 나는 레헤튼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었고 레헤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나는 방문을 나섰다.

뭐 이 정도 도와줬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 * *

“흠흠~”

오랜만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

주변의 시선 때문에 편지조차 주고받지 못했던 연인과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로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연인은 여전히 잘생겼고 귀여웠으며 하는 행동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정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연인이었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우뚝.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도 없는 자신의 빈방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콧노래를 부르던 로리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1 장로이자 엘프 왕국의 최고전사 위로로.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로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아랫사람을 혼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오라버니…….”

자신의 아랫사람이지만 친 오라버니인 위로로.

그를 보며 로리가 굳은 음성으로 중얼거리자 위로로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 망할 인간을 만나고 온 것입니까?”

“말조심하십시오.”

“허. 지금 엘프들의 1 장로인 제 앞에서 그를 편 드는 것입니까?”

격한 위로로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경고한 로리.

그녀의 말에 위로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로리를 바라보았다.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엘프가 있다는 것도 기가 차는데 그 엘프가 엘프들의 여왕이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행동을 조심하시지요. 다른 엘프들이 보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인간들은 우리들에게 있어 원수입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당신은 엘프들의 여왕입니다. 조심해주십시오.”

까득.

이어진 위로로의 말에 로리는 조용히 이를 갈았고 위로로는 그런 로리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방문을 벗어났다.

홀로 남게 된 로리.

방금까지 느꼈던 즐거운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서러운 기분만이 남게 되었다.

“왜…… 왜 제가 하이엘프가 된 것입니까?”

그러고는 어머니인 세계수를 원망했다.

만약 자신이 선택받은 하이엘프가 아니었다면 엘프 종족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하아…….”

그 서러움에 로리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은은한 달빛이 들어오는 창가의 앞에 서서 가만히 달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왠지 더 아름답고 또 그만큼 쓸쓸해 보이는 달이었다.

“흑…… 흑…….”

그 달에 결국 로리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자신의 마음대로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그 누구도 자신을 돕지 않는 것 같아 너무나도 슬펐다.

벌컥.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그렇게 한참을 울던 로리는 창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볼 수 있었다.

인상을 찌푸린 채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연인을 말이다.

“다 버리고 우리 둘이 떠날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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