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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74화 (74/226)

제 74화

제74편 오스란 왕국, 그리고 코피아

-너 요새 뭐 하고 다니냐?-

짜증 섞인 에스란의 물음에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상대방의 행동에 에스란은 조용히 소파로 걸음을 옮긴 다음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 존재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불러줄까?”

-지금 내 이름대로.-

“그래 크산느.”

에스란의 물음에 존재, 아니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의 청년으로 변신한 크산느가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그런 크산느의 대답에 에스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질문이 무슨 뜻이지?”

-네 힘이 황궁까지 느껴진다고. 요새 뭐 하고 다니냐?-

“무슨 상관이지?”

크산느의 물음에 에스란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아버지가 불편해하셔서 말이야.-

“!!!”

여유로운 크산느의 목소리.

그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에 에스란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크산느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에스란을 바라보았다.

-장난이고. 너의 변화에 아버지는 좋아하시더군.-

“정말…… 그분이 좋아하셨다고……?”

가뜩이나 요즘 느껴지는 감정에 복잡하던 에스란은 생각지 못한 크산느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25개의 개체밖에 남지 않은 드래곤 종족.

그 종족을 이끄는 드래곤 로드이자, 그분의 뜻으로 제국을 도와주고 있는 에스란.

늘 그분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지만 받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정이 없다며 혀를 차던 분이다.

한데 갑자기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지금 네 모습 아주 보기 좋다고. 그러니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이말 전해주러 왔다.-

“정말…… 그것이 그분의 뜻이냐?”

-그래. 네 손녀도, 그리고 요한도.-

“알겠다.”

크산느의 말에 에스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크산느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닥!

그러고는 예의 작은 블랙 드래곤의 형태로 돌아갔다.

-코피아 옆에 귀찮은 것이 붙었던데?-

“내가 다 정리할 것이다.”

-그래. 알아서 하라고.-

살기 어린 에스란의 대답에 피식 웃은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이고는 이내 사라졌다.

멀어지는 크산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에스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린, 렌.”

“예 주인님.”

에스란의 부름에 그림자처럼 나타나 무릎을 꿇은 쌍둥이 형제.

에스란은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린은 코피아를 지키고, 렌은 시우라는 놈을 잡아오도록.”

“시우라는 놈은 지금 황궁에 있습니다.”

“상관있나?”

에스란의 명령에 렌이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자 에스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렸다.

맞다. 평소 같으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황태자 전하가 시우라는 인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황태자 요한이 사절단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에 인상을 찌푸린 에스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황궁으로 간다.”

“네.”

* * *

“어디 갔다 왔냐?”

-몰라.-

“이제는 신경질 내냐?”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크산느.

신출귀몰한 친구 놈을 보며 내가 묻자 크산느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고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식.

가끔 사라지는 것을 이해해주니 이제는 신경질 내고 있다.

“저러니 모태솔로지.”

-다 들려 인마.-

나의 중얼거림에 크산느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크산느 님이랑 대화 중인 거지?”

그때, 옆에서 나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던 엘로나가 미소를 지으며 묻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저 이쁜 것. 이놈에게 아주 아까워.-

“닥쳐.”

“왜 그래?”

크산느의 중얼거림에 인상을 찌푸린 나.

나의 행동에 엘로나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크산느가 너 못생겼다네.”

“!!!”

-야 이 자식아!-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고 크산느는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후후. 그러게 나한테 잘해야지.

-야…… 쟤 울겠다.-

급기야 울상까지 짓는 엘로나.

크산느가 미안한지 불편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크산느를 무시했다.

“크산느 님 저 괜찮아요. 요한 장난인 것 알아요.”

울상인 것도 잠시.

엘로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크산느가 있다고 추정되는 곳을 보며 말했고 그에 크산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쩝.”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요한.”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었고 엘로나의 잔소리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미안.”

그러고는 사과했다.

나의 사과에 엘로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고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어머님에게 인사드리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어머니들끼리 이야기가 끝나면 그때 같이 가자.”

엘로나의 물음에 내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고 그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론만 남고 모두 물러가.”

황궁의 넓은 산책로.

황궁 내에 위치한 푸른 나무들과 새하얀 대리석이 깔린 정원에서 내가 말하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시종들과 시녀들이 물러났다.

“…….”

“아. 레브는 남아.”

나의 명령에 슬픈 표정을 짓는 칼론을 보며 그제야 나는 아차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물러나던 시녀 중 한 명.

레몬 빛의 머리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여인, 레브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다가왔다.

“엘로나. 처음 보지? 칼론 약혼녀.”

“아직 약혼은…….”

“안 할 거냐?”

“…….”

나의 소개에 당황하며 입을 열던 칼론과 레브.

이어진 나의 물음에 둘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다.

자식들. 뭘 부끄러워하고 있어?

아무튼 나의 소개에 엘로나는 신기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반가운 표정으로 레브에게 다가갔다.

덥석.

그러고는 레브의 고운 두 손을 잡았다.

“잘 부탁해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왕녀님…….”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요.”

우리보다 한 살 어린 레브.

그런 레브를 보며 엘로나가 말하자 레브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어찌…….”

“칼론과 결혼할 사람이라면 저에게도 남이 아니니까요. 친하게 지내요 우리.”

키야.

저 마음씨 예쁜 여자가 제 여자입니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레브에게 말하는 엘로나.

그에 레브는 두 눈빛이 흔들렸고 칼론 또한 살짝 감동한 표정으로 그런 엘로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 돌려.”

“넵.”

감동한 건 좋은데 너무 빤히 보고 그래. 죽으려고.

나의 명령에 칼론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런 칼론을 무시한 나는 고민하는 레브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엘로나 말대로 해.”

“예?”

“나랑 칼론은 가족이야. 결혼하면 엘로나와 너도 가족이 되겠지.”

나의 말에 이번에는 칼론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눈 깔아라.”

“주군…….”

나의 명령에도 촉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칼론.

그에 내가 인상을 찌푸렸고 칼론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레브가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타핫!”

황궁의 한 별궁.

에스란 후작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황제는 아예 별궁 한 개를 에스란 후작 전용으로 만들었고, 그에 코피아는 별궁에 마련된 수련장에서 자신의 키만 한 장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기를 두 시간.

“하아 미치겠네.”

코피아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피아에게는 스승이 없었다.

물론 할아버지를 졸라 스승을 구했었지만 코피아는 창이라는 매력에 푹 빠졌고 그에 스승을 구할 수가 없었다.

제국에서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피아는 창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창을 손에 쥐고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했고 또 모든 것이 가능할듯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코피아는 창을 포기할 수 없었다.

움찔.

“누구시죠?”

가만히 창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던 코피아.

그녀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

그러자 보이는 갈색 머리의 중년인.

오스란 왕국의 공작. 시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코피아에게 다가왔고 코피아는 살짝 경계 어린 표정으로 그런 시우를 바라보았다.

“수련하는 것을 보게 되어 미안하오. 바람직한 창 소리에 나도 모르게…….”

“아!”

시우의 변명에 코피아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박수를 쳤다.

왜 잊었을까?

오스란 왕국의 국왕은 스피어 마스터라는 경지를 개척한 창의 초인이었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시우는 오스란 국왕의 제자이다.

모든 것을 물려받은 제자.

“혹시 제가 창을 휘두른 것을 보셨나요?”

“미안하오.”

코피아가 살짝 기대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묻자 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수련하는 모습을 허락도 없이 몰래 지켜보는 것은 상당한 실례였으니 말이다.

“그러면…… 혹시 어디가 이상한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허어?”

시우의 사과에 코피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는 한 걸음 다가가 물었고 그에 시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음…… 역시 스승이 없으셨군요.”

간절한 코피아의 두 눈을 바라보던 시우.

그가 역시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코피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스승 없이 잘 수련해왔습니다. 기본창술은 아주 깔끔했습니다.”

“정말요?”

생각지 못한 칭찬이었을까?

시우의 감상평에 코피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우에게 물었고 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미소를 짓고 있는 코피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창을 빌릴 수 있겠소?”

“네!”

조금은 무례한 부탁일 수도 있건만 코피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고는 시우에게 창을 건넸다.

“좋은 창이군요.”

코피아에게 창을 건네받은 시우.

이내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그립감과 완벽한 무게균형에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오스란 왕국에서도 보기 힘든 명창이었던 것이다.

“헤헤.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주운 건데.”

시우의 말에 코피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고 그에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명창이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주운 거라고?

피식.

시우는 코피아가 농담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피식 웃어넘겼다.

이때 시우는 몰랐었다.

코피아의 집이 드래곤 레어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시우는 웃으며 넘긴 다음 뒤로 물러났고 이내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부웅!

코피아가 휘두른 것과는 격이 다른 깔끔한 바람 소리.

“와아!”

그에 코피아는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시우를 바라보았고 시우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창을 천천히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본창술 찌르기, 베기, 긴 장창이 휘둘러졌고 그 힘을 이용해 몸을 움직이는 시우.

시우의 몸이 움직였고 그에 창이 따라갔다.

창이 따라가다 보니 창의 힘이 강해졌고 시우는 그 창의 힘과 무게를 이용해 더욱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그 예술 같은 동작에 코피아는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기본창술을 펼치고 있는 시우.

그가 창이었으며 창이 곧 시우였다.

어찌 이렇게 완벽한 창술이 있단 말인가?

“후우…….”

조금은 긴 시간 동안 기본창술을 펼친 시우.

그가 창을 멈추고는 호흡을 골랐고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미안하오. 영애. 창을 휘두르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휘두르게 되었소.”

타인의 무기로 수련을 한듯한 기분에 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코피아에게 사과를 건넸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를 제자로 삼아주세요!”

대륙의 현자.

에스란 후작가의 손녀가 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잘 다녀오십시오.”

“하하! 걱정 마라니까!”

사막 왕국 오스란 왕국의 왕궁.

왕궁의 정문에 놓인 황금색의 화려한 마차.

그리고 그 마차의 옆. 왕국의 고위귀족에게만 허락된 독수리 깃털의 터번과 왕족에게만 허락된 황금 독수리 깃털의 터번을 쓴 두 명의 사내가 있었다.

황금 독수리 깃털의 터번, 오스란 왕국의 왕세자 루터는 친히 왕궁의 정문까지 마중 나온 자신의 벗을 보며 호쾌한 미소를 지었다.

“오라버니. 굳이 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루터의 옆.

눈만 보이도록 면사를 썼으나 특유의 아름다움을 가리지 못한 여인이 따뜻한 미소로 시우를 바라보자 시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런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그렇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세자빈저하.”

“네 오라버니. 릴리. 인사해야지.”

시우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은 세자빈은 이내 자신의 품에 안긴 작은 아이를 시우에게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아이의 손을 들어 시우에게 흔들어 주었다.

태어난 지 갓 1년이 된 귀여운 아이.

시우는 자신의 유일한 핏줄인 여동생이 배 아파 낳은 딸.

릴리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로 인사를 나눈 왕세자와 세자빈은 릴리와 함께 떠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들이 떠났던 별장에서 원인 모를 큰 화재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어서 모두 찾아!”

왕국 소속의 별장.

사막 왕국 오스란 왕국에 어울리지 않게 잘 만들어진 인공 호수의 옆에 지어졌던 별장.

이제는 다 타버려 재가 되어버린 별장을 뒤지던 시우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공작님. 이제 공작님이 왕국의 주인이 되셔야 합니다.”

“닥쳐라!”

말에서 내려 직접 재를 뒤지던 시우.

그는 왕국의 재상인 힐만 후작이 슬픈 표정으로 말하자 살기 어린 표정으로 그런 후작을 노려보았다.

그에 후작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고 시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고 다시 다 타버린 별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하루.

시우는 결국 포기했다.

망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을 저주했고 수많은 기사들과 귀족들이 그런 시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부디 왕국의 지도자가 되어주시옵소서!”

붉은 사신이라 불리던 오스란 왕국의 국왕 루틸루스.

그는 제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실의에 빠졌으며 국정을 뒤로하고 계속 술을 마셨다.

그러기를 며칠.

지금 왕국은 초토화 일보 직전이었기에 귀족들과 기사들은 진심이 담긴 어조로 시우에게 간청했다.

지금 이 시국에 누군가가 나서서 정리를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모든 명분을 쥐고 있는. 국왕의 제자인 시우였고 말이다.

그들의 부탁에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

“예!”

정신을 차린듯한 시우.

그의 모습에 귀족들과 기사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시우는 조용히 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나무에 몸을 기대어 두 눈을 감았다.

“하…… 하하!”

어린 시절부터 늘 루터에게 밀리던 시우.

루터가 죽으니 이제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존경 어린 눈빛으로 루터를 바라보던 귀족들과 기사들.

이제는 그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게 되었다.

“루터…… 미안하다…… 내가 나서야 할 듯하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우.

그는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볼 절친한 친우를 상상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런 다음 나무에 기댄 등을 떼었다.

어서 왕성으로 돌아가 하루빨리 내실을 다져야 했으니 말이다.

응애!

멈칫.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저 멀리서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시우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

뒤돌아서지 않은 채 그대로 멈추어선 시우.

그리고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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