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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89화 (89/226)

제 89화

제89편 진화하는 엘프들(2)

“인간세계에서는 평민들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생산하는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족, 왕족, 귀족들은 땀 흘려 고생하는 평민들이 더욱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지요.”

“와. 정말 멋지네요!”

레헤튼의 설명에 라운이 감탄하며 말하자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무엇이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레헤튼의 물음에 후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태어나자마자 정해져 있는 인간의 계급,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평민들.”

“…….”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까지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와주세요.”

“네!”

수업이 끝났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아이들.

레헤튼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금 위험한데?”

수업이 끝이 나자 나는 수업을 정리하는 레헤튼에게 다가가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 오셨습니까.”

나의 장난에 레헤튼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고 있는 후후를 바라보았다.

“네 생각은 어때?”

“네?”

“레헤튼의 물음말이야.”

“아…….”

나의 물음에 당황하던 후후는 이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인간들이 불쌍합니다.”

“이유는?”

생각외의 대답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고 그에 후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평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평민의 삶을, 귀족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귀족의 삶을. 평민은 귀족의 삶을 살아갈 수 없으며 귀족은 평민의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저는 인간 계급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5 장로님!”

황태자인 나의 앞에서 당당하게 계급을 부정하는 후후.

그 발칙한 발언에 레헤튼이 화들짝 놀라며 후후를 말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후후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수호자님.”

“아니. 흥미로웠다. 확실히 네 말도 일리가 있지.”

“예?”

나의 대답에 후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자식은 모르고 있겠지.

“이 녀석 평민 출신이다.”

“!!”

“그리고 지금은 황태자인 내가 아끼는 수하이며, 차후에 제국의 재상이 될 인물이지.”

“전하…….”

나의 소개에 레헤튼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고 후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바꿀 것이야. 평민들도 능력이 있다면 귀족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고, 귀족들이 능력이 없다면 평민들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나라.”

“…….”

“나와 레헤튼, 칼론, 그리고 위즐리가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군요.”

나의 말에 후후는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감탄하기는.

감탄하며 반짝 이는 눈으로 나와 레헤튼을 번갈아 보는 후후.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어디 가십니까.”

“칼론한테.”

“네.”

레헤튼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자 레헤튼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자식, 왜 저런 미소를 짓지?

레헤튼의 표정에 의문이 들었던 나이지만 이내 걸음을 옮겼다.

직접 가서 보면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 *

“한 번 더 해!”

밀리언의 최정예 부대인 레인저.

부대원 한 명 한 명이 엘프족의 전사로 인정받은 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전사들의 교육을 위해 마련된 수련장에서 적발 적안의 아름다운 엘프 여인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결과는 변함없다.”

그리고 그 여인의 맞은편, 역시 적발 적안의 미청년, 칼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밀리언의 3 장로이자 견습 전사들의 무술 스승을 맡고 있는 차차.

그녀는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칼론을 보며 이를 갈았다.

화르륵!

“한 번 더!”

“귀찮군.”

레이피어에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인첸트 한 차차가 다시 달려들었고 칼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화르륵!

그러자 칼론의 검에서는 차차의 정령력보다 더욱더 강하고 큰 불꽃이 타올랐다.

콰앙!

그리고 차차의 레이피어를 막았고 그와 함께 폭발음이 들리더니 힘을 이기지 못한 차차가 뒤로 날아갔다.

차악.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차차.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레이피어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채챙!

“왜! 내가 왜!”

그러고는 흥분한 상태로 소리쳤다.

자신보다 월등히 적은 세월을 살아온 칼론.

자신이 검을 잡은 시간이 저 녀석보다 100년은 더 넘을 텐데 내가 진다.

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 차차의 행동에 칼론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퍼억!

그러고는 차차의 얼굴을 그대로 냅다 후려쳤다.

“…….”

갑작스러운 칼론의 폭력에 당황해하며 아픈 볼을 감싸 쥔 차차.

칼론은 그런 차차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검사가 어찌 검을 바닥에 내던진단 말인가. 그대는 검사가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러고는 차갑게 몸을 돌렸다.

“…….”

생각지 못한 칼론의 말에 차차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뒤돌아선 칼론은 그렇게 연무장을 떠났다.

“언니…….”

4 장로이자 차차의 친동생이며 견습 전사들의 궁술 교육을 맡고 있는 나나.

그녀가 차차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자 차차는 조용히 자신의 레이피어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음가짐부터 나는 패배했어.”

“언니.”

차차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나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늘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이곳저곳을 누비던 단순 무식 언니가 힘없는 모습을 보이니 안쓰러웠던 것이다.

“나나.”

“응.”

“저 녀석은 진정한 검사야.”

“아니.”

“?”

차차의 말에 나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하자 차차는 고개를 돌려 나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차차의 모습에 나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기사야. 진정한 기사.”

“맞네…….”

나나의 대답에 차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나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천을 꺼내었다.

그러고는 차차에게 내밀었다.

“일단. 그 녀석과 다시 친해져 봐.”

차차의 손에 들려있는 레이피어를 가리키며 나나가 조언을 했고 차차는 미소를 지으며 나나가 건넨 천을 받아들였다.

“응. 고마워.”

언젠가. 저 녀석이 인정하는 검사, 아니 기사가 되고 싶은 차차였다.

* * *

“올~ 나쁜 남자!”

근처 나무에 기대에 구경하고 있던 내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칼론에게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그리고 이 재미없는 녀석은.

“오셨습니까.”

역시나 재미없게 반응했다.

에잉, 놀리는 맛이 없다.

“웬일이냐?”

“무엇이 말입니까?”

재미없는 칼론을 보며 혀를 한번 찬 내가 칼론의 어깨를 툭 치며 물어보자 칼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너, 다른 사람이 대련해달라는 거 다 무시하잖아. 남에게 훈수도 둔 적이 없고 말이야.”

천재 기사 칼론 루드비히.

20세의 나이에 오러 나이트에 오른 천재기사답게 수많은 기사들이 그에게 대련을 요청했다.

그리고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칼론은 모든 기사의 대련, 수습기사의 지도대련 요청을 무시했다.

그것을 잘 아는 나였기에 솔직히 조금 놀란 상태였다.

놀란 마음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내가 물어보자 칼론은 멀뚱히 나를 바라보았다.

“뭐? 새삼 내 외모에 감탄되냐?”

나를 빤히 바라보는 칼론의 시선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고 그에 칼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주군이 명령하지 않으셨습니까?”

“응?”

“모든 엘프들에게 기초적인 것은 가르쳐 주라고 말입니다.”

“내 명령 때문에 대련을 받아준 거라고?”

칼론의 대답에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칼론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때까지 왜 대련을 거부한 건데?”

“받아주라고 명령한 적 없지 않으셨습니까?”

이 새X.

진짜다.

정말 우리 아버지보다 융통성 없고 재미없는 놈이다.

칼론의 대답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녀석은 한결같군.-

어깨에 있던 크산느 또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정말 저 녀석의 뇌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전생에서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주군.”

“뭐.”

고개를 가로젓는 나를 부르는 칼론.

칼론의 부름에 내가 고개를 들며 불퉁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정말 성자입니까?”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거냐.”

칼론의 물음에 잠시 말문이 막힌 나. 이내 팔짱을 끼며 칼론에게 물었다.

그에 칼론은 결연한 표정을 짓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모르겠습니다.”

“뭐?”

결연한 표정과 다른 대답.

그 말뜻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 묻고 싶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고, 성자라는 직책에 책임을 지실 것입니까?”

“……일단. 신의 존재는 믿는다.”

“…….”

“내가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만 해도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라서 말이야.”

나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칼론.

이어진 나의 말에 칼론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저도 믿겠습니다.”

“아니.”

“예?”

결심한 듯 각오 어린 칼론의 말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상외였을까?

그런 나의 대답에 칼론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칼론.”

“네.”

칼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녀석의 이름을 부른 나.

나의 부름에 칼론이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정말 나에게 고마운 녀석이다.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주군이 하는 행동이 제 마음이 가는 행동입니다.”

나의 말에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한 칼론.

그런 칼론의 대답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내가 경계 어린 표정을 지으며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나 좋아하냐?”

“…….”

“아니구나.”

나의 물음에 그대로 얼굴이 썩어버린 칼론.

칼론이 표정으로 대답하자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칼론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마음대로 해라. 대신. 나에게 충성 바친 것. 후회하지 않도록 할게.”

“믿습니다.”

“어째. 너는 나를 믿는 것 같다.”

맹목적인 칼론의 대답에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가자.”

그런 칼론의 어깨를 한번 툭 친 내가 앞장섰고 칼론은 가만히 그런 나의 뒤를 바라보았다.

“주군은…… 저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위치이십니다. 무슨 길을 가시든, 따라가겠습니다.”

저 새X.

마음속으로 되뇌든가.

굳이 육성으로 꺼내어 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거지?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칼론의 행동과 목소리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초인의 경지에 오른 나의 귀에 저 녀석이 중얼거리는 오글거리는 말이 전부 적나라하게 들렸으니 말이다.

-입꼬리 내려 인마.-

아. 내 입꼬리가 올라갔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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