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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90화 (90/226)

제 90화

제90편 꽃가마를 받으시오!

“황태자는 아직인가?”

제국의 주인이 신하들의 보고를 받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며.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도 쓰이는 거대한 대전.

황제의 위상을 자랑하듯 황금색으로 장식된 거대한 황좌에 앉아 있는 황제가 초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인 듯하옵니다.”

황제의 물음에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시종장 드라칸.

그의 대답에 황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계단 아래.

오른쪽에 서 있는 자신의 동생. 보스를 바라보았다.

“네 아들 왜 이렇게 늦는 것이냐?”

“종잡을 수 없는 놈이지 않습니까.”

황제의 물음에 보스는 그답지 않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런 놈이지.”

그리고 황제는 그런 보스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 정말 다 잘된 것 맞아?”

“그래. 루드비히 후작에게서 온 서신 너도 읽었지 않았느냐?”

가만히 손톱을 씹으며 기다리던 실이 다급한 목소리로 황제에게 묻자 황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에 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으냐?”

그런 실의 모습에 보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묻자 실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드디어 장가간다.”

“아들딸 많이 낳거라.”

“당연하지. 형은 두 명이 한계지만 나는 네 명도 거뜬하거든!”

보스의 덕담에 실이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려 보이며 자신 있게 말하자 보스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같잖다는 눈빛으로 실을 바라보았다.

“나는 여섯 명도 가능했지만 살라만이 힘들어했다.”

“나는 여덟 명!”

“나는 기사단도 만들 수 있지.”

“나는 군단을…….”

“아이고 이 녀석들아. 그러면 너희들 말라죽어.”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워가며 티격태격하는 동생들을 보며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었다.

자신의 형제들과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말이다.

“하하.”

“후후.”

그리고 그 감정은 황제만이 아닌 보스와 실 또한 느끼고 있었다.

“형.”

“왜.”

한창 미소를 짓고 있던 실.

그가 보스를 부르자 보스는 살짝 입꼬리를 올린 채 대답했다.

“아들 잘 키웠다.”

“녀석이 뛰어난 것이지.”

진심이 가득 담긴 실의 칭찬에 보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보스는 진심이었다.

자신이 아들인 요한에게 뭐 해준 것이 없으니 말이다.

“뛰어난 녀석이 활개 칠 수 있도록 길을 닦아 주었잖아.”

“…….”

“그것만으로도 형은 아버지 노릇 다 한 거야.”

“막내야…….”

생각지 못한 실의 덕담.

그에 보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황제는 감격한 표정으로 실을 바라보았다.

안하무인에 역대급 망나니였던 막냇동생.

장가간다고 철이 들려나 보다.

벌컥.

“충.”

“뭐지?”

그때.

대전의 문이 열리고 금색의 갑옷을 빼입은 근위 기사가 예를 차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기사의 등장에 황제가 위엄 어린 목소리로 묻자 기사는 고개를 숙인 채 힘있게 입을 열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황궁 앞에 도착하셨습니다!”

“오오. 어서 들여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자 요한의 귀환.

그에 흥분한 황제가 황좌에서 일어나 말하자 기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것이…….”

“무엇이냐.”

그런 기사의 행동에 보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기사는 실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 공작님에게…… 나와서 직접 마누라를 데려가라고…….”

빠직.

“아니면 안 줄 거라고.”

“그 개자식이!”

“막내야!”

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실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황제와 보스가 그런 실의 뒤를 쫓아갔다.

* * *

“실은 어서 나와 마누라를 받으시오!”

“받으시오!”

“받으시오!”

황궁 정문의 바로 앞.

드넓은 광장의 중심에선 요한.

그가 목소리에 마나를 실으며 우렁차게 소리치자 뒤에 있던 위즐리와 칼론 그리고 레헤튼 또한 우렁차게 소리쳤다.

마치 모든 사람이 들으라는 듯 말이다.

“푸훕.”

그런 넷의 행동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수만 명의 백성들.

황족의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요한의 행동과 웃으며 따라 하는 그의 수하들의 모습에 백성들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헤헤! 황태자 전하 웃기다!”

“히익!”

그리고, 한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요한을 가리켰다.

그런 아이의 행동에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아이의 머리를 잡아 바닥으로 숙이게 하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지? 나 재밌지?”

황태자이자 제국의 영웅인 요한 카르미언 듀크.

그가 직접 아이의 앞으로 걸어와 웃으며 말을 걸었던 것이다.

“네! 그래도 멋있어요!”

요한의 물음에 아이는 그저 좋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그런 아이의 행동에 여인은 큰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했지만 요한은 무시했다.

덥석.

그리고 아이를 품에 안아 들었다.

자신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은 요한.

“같이할까?”

“네!”

요한의 물음에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요한은 씨익 웃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 다 따라 하도록!”

“…….”

황태자인 요한의 명령.

그에 백성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요한은 씨익 웃고는 다시 마나를 끌어 올렸다.

“어서 꽃가마에 있는 예쁜 마누라를 받아가시오!”

그러고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받아가시오!”

그리고 해맑은 아이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뭐하냐.”

아이의 목소리가 끝이 나고 미소를 짓고 있던 칼론 위즐리 레헤튼.

요한의 눈짓에 세 명은 씨익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받아가시오!”

“스승님! 어서 받아가십시오!”

“받아가라아앗!”

마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렁차게 소리친 레헤튼, 그답지 않게 마나를 실어 큰 목소리로 소리친 칼론과 아예 절규를 해버리는 위즐리.

그에 요한은 피식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받아가라!”

“받아가십시오!”

그때.

한 젊은 청년이 무릎은 꿇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고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

갑작스러운 청년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백성들은 굳어버렸다.

감히 평민인 청년이 분위기에 휩쓸려 황족과 귀족의 행사에 끼어든 것이다.

그에 백성들은 두려운 표정으로 요한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백성들의 시선을 받은 요한은 그런 청년을 바라보았다.

씨익.

그러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다.

“요하아안!!”

그 순간.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크아아아!”

검을 뽑은 채 살기를 줄줄 내뿜으며 말이다.

* * *

“어이쿠.”

나는 격하게 나를 반겨주는 실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콰앙!

그러고는 겔루 칼립스를 소환해 나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실의 검을 막았다.

“아이야. 고마웠다.”

품에 안긴 아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은 나.

아이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고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자기 엄마에게 달려갔다.

“삼촌! 숙모를 데려온 귀여운 조카에게 검이라니요!”

“닥쳐 이 자식아!”

이런.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하다.

나의 빈정거림에 실은 다시 한 번 더 검을 휘둘렀고 나는 여유롭게 실의 검을 막았다.

현재 극도로 흥분한 실의 검은 무거웠지만 아주 단순했기에 무리 없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실!”

멈칫.

그때.

가만히 있던 꽃마차가 열리고 아름다운 여인이 마차 계단을 내려왔다.

신비한 연둣빛 머리를 휘날리며 영롱한 보랏빛의 눈동자로 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바로 숲의, 그리고 미의 종족, 엘프의 여왕인 하이엘프 로리였다.

그녀의 등장에 실은 언제 흥분했냐는 듯 검을 집어넣었다.

하여간. 저 양반. 자기 여자한테는 찍소리도 못한다.

“어서 가봐요.”

나의 앞에서 가만히 로리를 바라보기만 하는 실.

그런 실의 등을 떠밀며 내가 장난스레 말했다.

찌릿.

그런 나의 행동에 나를 노려보는 실.

으쓱.

그런 실의 눈빛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한 대 치게?

그런 나의 행동에 실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리고는 이내 로리에게 걸어갔다.

그러고는 로리의 앞에 멈추어 서더니 조심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 양반. 아닌 척하더니 할 건 다 할 생각인가 보다.

“오는 길 힘들지 않으셨소?”

“즐거웠습니다.”

실이 손을 내밀며 묻자 로리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실의 손을 잡았다.

그런 로리의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은 실.

그리고는 그녀의 손등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어서 오시오. 부인.”

“와아아!!”

실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모든 백성이 환호했다.

엘프인 것을 떠나 너무나도 로맨틱하고, 황족인 것을 떠나 같은 사람으로서.

새로이 부부의 연을 맺은 두 명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이었다.

평민, 귀족, 황족 함께 제국으로 온 엘프까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둘의 혼인을 축하했다.

* * *

“차앗!”

에스란 후작을 위한 별궁.

그곳에 위치한 연무장에서 들리는 낭랑한 여인의 기합 소리.

“창끝이 흔들린다!”

그리고 중후한 남성의 호통소리.

에스란 후작의 손녀인 코피아와 오스란 왕국의 공작이자 후계자로 알려진 시우가 한창 수련을 하고 있었다.

“창을 더 높이!”

아니, 정확히는 시우가 코피아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시우의 지적에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코피아.

하지만 그녀의 단점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똑같은 단점을 세 번, 네 번은 지적받아야 했다.

그러자 코피아의 단점은 점점 고쳐지게 되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수련을 한 코피아와 시우였다.

잠시 후.

“후아아!”

오늘의 수련이 끝이 나고 코피아는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아. 여자가 그렇게 아무렇게 앉으면 되겠느냐.”

“여자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런 코피아를 타이르듯 시우가 말하자 코피아는 샐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라고 굳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사부.”

“왜 그러느냐.”

코피아의 옆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우는 코피아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시우를 바라보며 코피아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스란 왕국은 어때요?”

“덥다.”

“…….”

“진짜 너무 덥다.”

사막의 왕국이라고도 불리는 오스란 왕국.

시우의 진심이 담겨있는 말에 코피아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아름답다.”

“……?”

“드넓은 사막과, 수많은 배가 다니는 항구. 통풍이 잘되는 아름다운 비단옷. 제국의 황성과는 다른 돔 식의 원형궁전. 문화가 다르다 보니 제국에서 자란 네가 우리 왕국에 간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오오!”

시우의 설명에 코피아는 두 눈을 반짝였고 시우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그런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가보고 싶으냐?”

“네!”

“…….”

시우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코피아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코피아의 대답에 잠시 멈칫한 시우.

그는 이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야지.”

왠지 모르게 홀가분해진 시우의 얼굴.

그에 코피아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뭐 어찌 됐든 오스란 왕국에 가볼 기회가 생겼으니 말이다.

“참. 황태자 전하가 오셨다더구나.”

벌떡!

시우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코피아.

시우는 그런 코피아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위즐리. 그 청년도 왔겠지?”

“사부! 저 먼저 가볼게요!”

시우의 말에 코피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다음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런 코피아의 뒷모습에 시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벗이자, 주군이었던 루터.

그를 사랑했던 자신의 누이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코피아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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