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화
제95편 잘난 황태자
-아주 쌍둥이구만.-
그때, 나의 귀에 개소리…… 아니 도마뱀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이다.
“왜?”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실이 물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왔습니까.”
다시 카이도를 한잔 비운 우리 둘.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실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람을 찾아 왔으면 말을 해야지 말야.
“그…… 고맙다.”
“헤에~?”
생각지 못한 실의 감사인사에 내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실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고마울까요?”
“아 진짜.”
그런 나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실.
그는 이내 방문을 향해 걸어갔고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런 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멈칫.
나의 방문을 열기 위해 손을 얹은 실.
그가 잠시 몸을 멈칫하더니 이내 방문을 잡은 채 입을 열었다.
“잘살게.”
벌컥.
그러고는 나가버렸다.
닫힌 방문을 보며 나는 술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한 모금 마셨다.
-귀엽네.-
“그러게 말이야.”
그때,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양반이 하는 짓이 귀여워 보이다니.
나도 참 정신이 나갔나 보다.
-요한.-
“응?”
한잔을 더 비운 나는 아쉬운 기분에 카이도를 열어 다시 잔을 따랐고 크산느가 그런 나를 불렀다.
카이도의 뚜껑을 닫으며 내가 대답하자 크산느는 파닥거리며 날아가 방금까지 실이 앉아 있던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네 목표가 뭐야?-
“천재.”
-이미 완벽한 천재잖아.-
“아…….”
크산느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던 나는 이어진 크산느의 말에 몸을 굳혔다.
그렇다.
나는 현재 대륙의 천재이다.
천재가 되고 싶다는 나의 목표를 이룬 상태였던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던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크산느는 그런 나를 바라보았다.
“목표가 뭐야.”
“…….”
다시 반복된 크산느의 물음.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의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요한.-
“응.”
그런 나를 바라보며 크산느가 다시 나의 이름을 불렀고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받은 축복은 대단한 거야.-
“알아.”
크산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내가 받은 시뮬레이션.
이건 정말 대단했다.
상태창이라는 반투명한 창으로 나의 능력치를 숫자로 알려주었으며, 매번 나타나는 임무로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동기부여로 나를 지치지 않게 해주었다.
이런 고마운 축복.
어찌 대단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만큼 책임도 필요할 거야.-
“…….”
-너는 특별한 존재야. 너도 알지?-
갑작스러운 크산느의 말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특별한 존재?
-너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존재야.-
“…….”
-나는 그런 네가 그 축복을 이용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해.-
“그래…… 맞아.”
크산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후후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평민들이 능력이 있으면 귀족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레헤튼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그 당시에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는데 내가 왜 잊고 있었을까?
-다시 물을게. 너의 목표는 뭐야?-
그런 나의 모습을 눈치챈 것일까?
크산느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다시 물었다.
그리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세계정복.”
남자라면 세계정복이지.
* * *
“예?”
대륙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
황제와 그 뒤를 이을 황태자인 나.
이렇게 우리 둘은 아주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넓은 식탁에 수많은 음식 종류.
그 엄청난 진수성찬에 입맛을 다신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을 조금씩 덜어 맛을 보았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보고 어느 정도 배가 찼을 때,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황제의 목소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카데미에 갔으면 한다.”
“제 나이 20살인데요?”
15살에 입학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전공을 나누어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아카데미.
그곳에 가라는 황제의 말에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누가 학생으로 가라 했느냐?”
“아 놀래라…….”
황제의 말에 그제야 안도를 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20살이 15살이랑 같이 공부하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암.
“곧 아카데미의 졸업식이다.”
“그렇군요.”
이어진 황제의 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에는 두 개의 아카데미가 있었다.
시험을 치고 합격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최고 명문 인스티오.
인스티오 같은 경우는 대륙의 미래를 위해, 황족은 물론 왕족과 모든 귀족이 서로 힘을 합쳐 설립한 아카데미이며 모든 아카데미생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소위 말해 완벽한 명문 학교였기에 최고급 교육을 받은 왕족과 고위귀족의 자제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한 번씩 뛰어난 재능을 지닌 평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수블라오.
이곳은 평범하다.
돈만 내면 입학이 가능했기에 인스티오에 떨어진 뛰어난 학생들과 그저 그런 귀족가의 자제들과 돈 많은 상인 가문의 자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무튼 이 인스티오와 수블라오는 대륙에서 단 두 개밖에 없는 아카데미였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대륙에 두 개밖에 없는 이 아카데미는 제국의 수도, 팔센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대륙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가 이곳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아카데미는 5년간 다녀 5학년. 20살에 졸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졸업식.
아카데미의 졸업식은 국왕의 생일만큼이나 성대하게 열렸다.
그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취직 때문이었다.
수많은 귀족가에서 파견된 스카우터들은 학생들의 성적과 성격을 파악해 자신의 영지로 데려가기 위해 두 눈을 밝혔고, 또 모든 학생이 그런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의 최정점은, 바로 졸업식 전 일주일부턴 전날까지 추려지는 아카데미 경쟁전이다.
인스티오와 수블라오.
각 전공의 대표들이 나와 서로 지식과 검술을 겨루는 이 경쟁전은 두 아카데미의 자존심이 걸려있기에 졸업식 전날까지 성대하게 열렸다.
그러다 보니 대륙에서 유명한 축제 중 한 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서로의 힘을 뽐내며 겨루었기에 볼거리가 많았고, 자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팔센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국에서도 이 졸업식에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륙의 왕족과 귀족들이 수도를 찾게 되기에 귀빈의 방문이며, 또 그들이 수도 팔센에서 엄청난 돈을 쓰게 되기 때문에 제국의 경제발전에도 엄청난 기여를 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아카데미 경쟁전을 구경하기 위해 관중석을 구매하는 사람들만 해서 수만 명.
그 수익까지 계산하면 금액은 정말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이번에는 나 대신, 네가 참가하거라.”
그리고 오늘.
그 성대한 경쟁전의 마지막 날.
가장 존귀한 존재인 황제가 경쟁전 우승자에게 상을 내리는 자리를 자신을 대신해 나보고 참가하라는 황제의 말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폐하. 하지만 졸업생들은 황제 폐하의 존안을 볼 수 있는 것에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후후.”
나의 거절에 황제는 소리 내 웃고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아카데미 졸업생. 젊은이들은 지는 해인 나보다. 뜨는 해인 황태자에게 관심이 많아. 어떻게든 너의 눈에 들어서 화염의 기사 칼론, 뛰어난 지낭 레헤튼 램턴, 신의 위즐리. 그들처럼 너의 수하가 되고 싶은 애들이 널렸다는 뜻이다.”
키야. 그걸 몰랐네.
황제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카데미 졸업생들은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이다.
그리고 패기가 넘칠 나이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황태자이면서 대륙의 영웅이자 천재로 추앙받는 내가 더 보고 싶을 것이고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야망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이건 사실이었다.
“참가하거라.”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모습에 황제는 포크를 다시 집어 들며 말했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뭐, 제가 가겠습니다.”
나 참.
잘나도 너무 잘나서 문제라니까.
아…… 나란 남자.
* * *
“파이어 볼!”
나는 정말 오랜만에 대공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저택.
매일 아침 달리기와 기초검술을 하던 수련장에서는 이제 내 동생인 8살 케한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화르륵!
귀여운 케한의 주문 영창과 동시에 생성된 불덩이, 파이어 볼.
나는 8살의 나이에 1 서클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천재 동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나랑 안 닮아서 정말 다행이다.
나랑 닮았다면 끔찍한 둔재의 삶을 살아야 했었을 테니 말이다.
“형아!”
그때,
팔짱을 끼며 자신을 구경하던 나를 발견한 케한은 마법을 취소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와락.
그리고 달려오는 케한을 위해 쭈그려 앉은 나는 나의 품속으로 쏘옥 들어온 케한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케한. 벌써 마법 쓸 줄 아네?”
“헤헤. 형님이랑 비교하면 저는 아직 멀었어요!”
나의 칭찬에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케한.
그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케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케한이는 나보다 더 대단해!”
“헤헤! 저는 형님처럼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 안 훌륭해.”
케한의 각오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성질 더럽, 제멋대로고, 술 좋아하고…… 케한이 나처럼 크면…… 나는 정말 슬플 것 같았다.
진심이 담긴 나의 말에 케한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크게 뜨며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 깜찍한 모습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마법 가르쳐 준거야?”
“응! 할아버지가! 케한이 보고 마나의 축복을 받았다고 했어요!”
나의 물음에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해맑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케한.
그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네!”
나의 물음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케한.
그에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소중한 내 동생.
나와 달라서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군.-
그런 나와 같은 심정인지 가만히 있던 크산느가 한마디를 던졌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안녕.”
그때.
나의 앞에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던 케한이 신기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바로 나의 오른쪽 어깨에 있는 블랙 드래곤 형태의 정령.
크산느에게 말이다!
-……?!-
“케한아. 이 도마뱀 보여?”
“네! 엄청 귀여워요!”
나의 물음에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케한.
그에 나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크산느…… 뭐야?”
-모르겠다…… 이 녀석 뭐지?-
나의 물음에 크산느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정말 뭐지?
전에는 분명 케한이는 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크산느가 보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