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2화
제112편 네가 왜 거기서 나와?(2)
“하아…… 저 X은 언제 봐도 기가 막힌다니까?”
콜드 가의 지하에 위치한 감옥.
수많은 옥이 존재하는 복도에 앉아서 감옥을 지키는 두 명의 간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간수 중 한 명이 맞은편 옥 안에 있는 여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야. 건드리지 마. 저 여자가 누구인지 몰라?”
“왜 몰라, 메이슨 도련님의 친어미라지?”
그런 간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간수를 말리는 동료.
동료의 말에 간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옥에 있는 백발의 아름다운 중년 여인.
저 여인이 메이슨의 친어머니라는 것을 잘 아는 간수는 잠을 자고 있는 그 여인을 보며 계속 입맛을 다셨다.
“더러운 생각입니다.”
그때, 여인과 같은 옥에 있던 청년, 검은색의 사제복을 입고 있는 청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간수를 바라보았다.
“뭐? 사이비 자식이.”
그런 청년의 말에 간수는 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가만히 있어. 저 녀석 능력 봤잖아?”
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동료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간수를 말렸다.
동료의 말에 멈칫한 간수.
동료는 그런 간수를 보며 달래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저주를 거는 흑마법사일지도 몰라. 조심해.”
신을 믿지 않는 판게아 대륙에서 능력을 보이며 신을 주장하면 심각한 사이비로 취급되는 것은 당연지사.
졸지에 흑마법사취급을 받으면서도 청년, 아니 제1 사제 튜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간수와 동료를 보며 두 손을 모았다.
“저 불쌍한 종들을 어여삐 여겨주시기를…….”
“입 안 닥쳐?”
튜칸의 기도에 몸서리치며 반응하는 간수.
동료 또한 이번에는 흥분했는지 붉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둘의 시선에 더욱더 열심히 기도를 하는 튜칸이었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간수는 결국, 허리춤에 걸린 열쇠를 빼 들었다.
“이상한 저주를 거는구나. 이 개자식이.”
철컹!
욕설을 내뱉으며 옥의 문을 연 간수는 이내 안으로 들어섰고.
퍼억.
그대로 튜칸을 걷어찼다.
“아이고 선생님!”
“그만하십시오!”
튜칸이 간수의 발길에 걷어차여 쓰러지자 가만히 있던 한 죄수가 달려와 간수를 말렸고 다른 죄수들 또한 달려와 간수를 말렸다.
퍼억!
“안 비켜?”
하지만 이미 간수는 흥분으로 인해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자신을 말리러 달려든 죄수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간수였고 동료 또한 그런 간수와 함께 죄수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끄아악.”
“끄윽…….”
그런 간수들의 구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죄수들.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힘도 없는 죄수들이기에 그저 간수가 때리는 대로 맞아야 했다.
그렇게 한창이나 구타를 이어간 간수는 호흡을 고르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만두었다.
죄수들 모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자식들.”
그런 죄수들을 보며 혀를 찬 간수는 몸을 돌렸다.
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멈칫.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간수는 보고 말았다.
낡아 찢어져 새하얀 허벅지가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중년 여인.
간수들만이 아는 콜드 가의 후계자 메이슨의 친어머니를 말이다.
꿀꺽.
중년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그만 침을 꿀꺽 삼키고 만 간수는 결국.
뚜벅.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흠칫!
그런 간수의 눈빛과 표정에 흠칫한 여인은 몸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지만.
뚜벅뚜벅.
그 결과는 간수를 더욱더 미치게 만들었다.
본능에 미쳐 결국 이성적인 사고를 잃게 된 간수는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만! 그만하십시오!”
그때.
여인의 남편이자, 메이슨의 아비인 사내.
그 사내가 달려와 간수를 말렸지만.
퍼억!
돌아오는 것은 주먹뿐이었다.
간수의 주먹에 힘없이 쓰러진 사내.
사내는 자신의 여인에게 다가가는 간수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 저 간수를 말려야 하는데…….
도저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까득.
이를 한 번 더 꽉 물며 다리에 힘을 준 사내.
결과는…….
털썩.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아아…….”
그러는 동안 여인에게 다가간 간수.
사내는 결국 절망하고 말았다.
자식도 모자라 이제는 부인까지 잃어야 했다.
이 얼마나 끔찍한 현실인가?
사내는 결국 두 눈을 감았다.
‘왜…… 저에게 이 시련을 주십니까…….’
그리고 이곳에서 튜칸 덕분에 믿게 된 에르라는 신을 원망하게 되었다.
자식에게도, 부인에게도 늘 미안해야 하는 자신의 끔찍한 삶을 저주하며, 에르를 원망했다.
힘이 없는 사내로써는 이것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벌컥.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야!”
“야 나와!”
감옥의 정문.
교대 시간이 아닌 이상, 열리지 않아야 할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여인의 허벅지에 손을 얹으려던 간수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마침 들려오는 동료의 다급한 목소리에 간수는 황급히 옥을 벗어났다.
퍼억.
그리고 옥을 벗어난 간수와 동료는 짧은 타격음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짓던 사내는 이내 화들짝 놀라며 있는 힘, 없는 힘 모든 것을 끌어올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바닥을 기어 겨우 그녀에게 도착한 사내는 조용히 떨리는 여인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아아…….”
“엥?”
“성자님!”
감옥의 정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부인을 구해줬으며 밉고도 미운 간수들을 때려서 기절시킨 장본인.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을 지닌 사내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튜칸을 말이다.
“성자님?”
“정말입니까?”
그리고 튜칸의 목소리를 들어 흥분한 어조로 소리치는 죄수들.
튜칸은 피를 흘리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죄수들을 돌아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성자님께서 우리를 구해주러 오셨습니다!”
“와아아!!”
그러자 지하 감옥에서 흥분으로 가득 찬 함성이 들려왔다.
* * *
“하아 귀찮네.”
“형 저기도.”
콜드 가의 저택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선 우리 셋은 감옥 입구에서부터 맞이하는 기관에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위즐리의 말에 나는 겔루 칼립스를 가볍게 휘둘렀고.
콰앙.
기관은 파괴되었다.
사삭!
그때, 위즐리가 천장에 있는 기관을 향해 작은 침을 던졌고.
콰앙.
기관은 파괴되었다.
-흐음…… 재미없군.-
“그러게 말이야.”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말에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뭐 해?”
“…….”
그때, 나의 공감에 앞으로 나선 크산느.
공중에서 파닥거리는 크산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지만 크산느에게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우웅!
크산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오오. 보인다 보여!”
크산느가 마나를 끌어올리자 굳이 본체화 하지 않아도 위즐리와 칼론의 두 눈에 보이는 크산느.
위즐리는 크산느가 갑자기 보이자 반가운 표정으로 소리쳤고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굳이 본체화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치지직.
쿠웅.
“…….”
그리고 우리 셋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 상황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박혀버린 것이다.
-야, 빨리 가자.-
감옥 입구에서부터 쭉 이어진 긴 복도.
그리고 그 복도 구석구석에 마련된 기관장치.
그것을 한 번에 파괴해버린 크산느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말했다.
“헐…… 짱 멋있잖아!”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위즐리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최고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칼론 또한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래 최고지…….
그런 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
그래 저 녀석들 말이 맞았다.
한순간에 기관들을 모두 처리해 버리다니?
이것은 나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나의 군주라고 불리는 드래곤도 불가능할 것이다.
근데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귀찮음을 감수하며 기관을 하나하나 파괴했는데…… 이렇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그럼 이때까지 내가 한 고생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속에서부터 짜증이 차올랐다.
그러고는 크산느를 노려보았다.
“근데 이 자식아! 빨리해야 할 거 아니야!”
-도와줘도 지랄이야!-
내가 언성을 높이며 크산느에게 삿대질하자 크산느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마주 소리쳤다.
“야! 눈치가 있어 없어?”
-내가 왜! 도와 달라 말을 하든가!-
“내가 너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줄 알았냐?”
-나는 전지전능하다. 아직도 나를 모르나?-
하아 저 자식.
언제 이렇게 뻔뻔해졌지?
볼록한 배를 내밀며 큰소리를 치는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었고.
“헤헤 귀엽다.”
작은 드래곤의 형태를 한 채 배를 내미는 크산느의 모습에 위즐리는 미소를 지었다.
-야 너 얼굴 때린다.-
그리고 크산느가 칼론에게 경고했다.
응 칼론?
위즐리가 웃었는데?
크산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귀여운 딸을 보듯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칼론.
녀석의 얼굴을 보니 크산느가 왜 신경질을 부렸는지 알 듯했다.
크산느의 경고와 나의 눈빛에 서둘러 미소를 지운 칼론은 다시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와 나를 바라보았다.
“가시지요.”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 자식은 또 언제 이렇게 뻔뻔해졌지?
그런 칼론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전생의 모습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크산느 님.”
-왜.-
“계속 이대로 가요. 헤헤.”
-귀찮다.-
“아 왜요~”
그리고, 귀여운 모습인 크산느를 보며 위즐리는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었다.
위즐리 저 자식, 크산느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긴, 본체화 하지 않은 크산느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지.
마치 인형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저놈도 좋아하는 것 같고.
튕기면서도 돌아가지 않는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고는 다시 앞장서서 걸어갔다.
수웅!
그리고 나를 향해 발사된 기관장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를 향해 날아온 작은 창.
그것을 잡아챈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당황한 표정의 크산느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는 위즐리가 보였다.
씨익.
이 개자식.
씨익 미소를 지은 나는 조용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이…… 이봐!-
나의 귀로 다급한 크산느의 음성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저 조용히 팔을 뒤로하고…….
피웅!
마나를 실어 작은 창을 크산느한테 집어 던졌다.
“이 도마뱀 새끼야!”
짜증 나는 녀석이다, 아주.
잠시 후.
모든 기관장치를 가볍게 통과했다.
크산느의 능력은 대단했다.
나를 향해 한번 날아온 작은 창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관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뭐, 잠깐 나와 크산느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그건 넘어가고.
우리는 드디어, 옥이 있는 감옥의 문 앞에 섰다.
끼익.
그리고 나는 바로 열었다.
“형. 숨이라도 쉬고 가지…….”
“까불지 말고 가자.”
아무렇지 않게 바로 문을 여는 나의 모습에 위즐리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런 놈에게 면박을 주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
그러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뭐야!”
그때, 옥 안에서 들려오는 한 사내의 목소리.
나는 가만히 나의 눈앞에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야! 나와!”
아 너 간수구나.
상대가 간수인 것을 확인한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퍼억.
그리고 녀석의 면상을 그대로 후려쳤다.
“너는 내가! 얍!”
그때, 옥 안에서 한 사내가 나왔고 위즐리가 장난스레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그 결과는 기절.
저 자식도 은근히 근력 있어.
아무튼 간수 두 명을 가볍게 기절시킨 나는 옥 안으로 들어섰다.
“……?”
그러자 익숙한 놈이 보였다.
아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크림슨의 첫 번째 제자이자 트레이 교단의 1 사제 튜칸.
녀석이 나를 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성자님!”
아이고.
저 자식.
금방이라도 눈물 흘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절규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신이나 돌아가신 조상님이라도 만난 줄 알겠네.
“성자님?”
“정말입니까?”
튜칸의 절규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죄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자식들 뭐지?
눈빛에서 느껴지는 반가움, 그리고 기대감.
선한 눈빛을 지닌 죄수들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성자님께서 우리를 구해주러 오셨습니다!”
“와아아아!”
“하아…….”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크큭.-
“헤헤.”
“풉.”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나는 더욱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