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화
제114편 메이슨의 울분(1)
“형!”
모든 짐을 챙기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돌아온 나는 나를 반겨주는 위즐리와 칼론을 만날 수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군.”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며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칼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살피며 물었다.
“야. 나 너보다 강해 이 자식아.”
그런 칼론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칼론은 차려를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더 강해지겠습니다.”
“뭐래. 이거나 들어.”
재미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칼론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나는 무거운 가방, 금화 가방을 건넸고 칼론은 군소리 없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위즐리 지금 몇 시지?”
“9시.”
“시간 충분하군.”
파티 등장까지 앞으로 한 시간.
돌아가는데 30분, 준비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불편한 곳은 없으시오?”
“없습니다 성자님.”
“감사해요 성자님.”
위즐리가 들고 온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는 중년 부부.
그들을 보며 내가 묻자 부부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런 부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고개를 돌려 허공에 떠 있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부탁해.”
-쳇.-
나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투덜거린 크산느는 이내 마나를 끌어 올렸고.
펄럭.
우리의 눈앞에 거대한 블랙 드래곤이 나타났다.
“!!”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 일단 타시오.”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뜬 메이슨의 부모님.
내가 그들에게 재촉하며 말하자 둘은 정신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칼론의 도움으로 크산느의 등 위에 올랐다.
“꽉 잡으시오.”
“예!”
나의 말에 힘있게 대답하며 손에 힘을 준 중년 부부.
그런 둘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가자.”
펄럭.
그렇게 우리는 하이아칸을 떠났다.
* * *
“네놈이냐?”
한창 보스의 옆에서 제국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던 메이슨.
그는 자신의 옆에서 들려오는 불퉁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가만히 그 사내, 아니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놈아. 어르신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누구십니까?”
노인의 꾸짖음에 메이슨은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고 그에 노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의 길을 걷는 놈이 나도 못 알아보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쯧쯧.”
노인의 말에 메이슨은 담백하게 사과했고 노인은 그런 메이슨을 보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르신. 오셨습니까?”
그때, 레헤튼이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 아니 앤트에게 인사를 건넸고 앤트는 그런 레헤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은?”
“조금 이따가 오실 것입니다.”
“할비보다 늦으면 쓰나.”
레헤튼의 대답에 앤트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다른 귀족과 함께 있던 보스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예의 무뚝뚝한 말투로 앤트에게 말을 건네었다.
“황태자이니까요.”
“그전에 내 손자야.”
“제 아들이기도 하지요.”
보스의 말대답에 한숨을 내쉰 앤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누구인지 모르겠느냐?”
“대마법사, 앤트 후작님께 후배 메이슨이 인사드립니다.”
여덟뿐인 대마법사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앤트 후작.
황태자의 할아버지이며 제국의 궁정 마탑주인 전설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꼬장꼬장한 노인인 것을 깨달은 메이슨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늘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주변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를 내뿜는 메이슨의 모습에서 볼 수 없는 행동에 레헤튼과 보스는 살짝 놀란 표정을, 앤트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녀석아.”
“죄송합니다. 못 알아 뵈어…….”
“됐다 이놈아.”
그런 앤트를 보며 메이슨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고 앤트는 귀찮다는 듯 손사래 치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보스의 뒤를 따라온 케한을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이구 우리 케한이!”
“할아버지!”
앤트의 말에 환한 미소로 그를 반겨준 케한.
그에 앤트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케한을 안아 들었다.
“할아버지.”
“응.”
“메이슨 형아랑 인사했어요?”
앤트의 품에 안긴 케한이 깜찍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앤트 후작은 당연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헤헤.”
앤트의 대답에 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고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헤튼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도련님께서는 메이슨 공자가 정말 마음에 드시는가 보군요.”
“네!”
레헤튼의 물음에 케한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케한의 모습에 메이슨 또한 차가운 표정을 지우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 좋아 보입니다.”
그때, 다시 불청객이 등장했다.
아까와는 다른, 하이아칸 왕국의 실세이자 재상인 트루히드 후작.
그가 왕국의 귀족들을 이끌고 이곳에 온 것이다.
그의 등장에 앤트는 대 놓고 인상을 찌푸렸고 보스 또한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것 참……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군요.”
그런 둘의 모습에 트루히드 후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요? 반갑습니다, 트루히드 후작님.”
그런 후작의 말에 레헤튼이 한 발 나서며 환한 미소로 후작을 맞이했고 후작은 그런 레헤튼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제국의 밝은 인재인 램턴 남작 아니십니까?”
“알아봐 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런 트루히드 후작의 말에 레헤튼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의를 차리며 비굴하지 않은 완벽한 예법이었다.
그에 트루히드 후작은 살짝 눈을 빛냈다.
평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귀족보다 더 완벽한 예법에 살짝 놀랐던 것이다.
“황태자 전하께서 인재에 대한 눈과 욕심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램턴 남작을 보니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욕심이라기보다는, 인재가 황태자 전화의 주위에 몰려드는 편입니다.”
능글맞은 트루히드 후작의 말에 레헤튼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후작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황태자인 요한을 욕심쟁이로 깎아내린 트루히드 후작, 그리고 레헤튼은 지지 않겠다는 듯 그것을 콕 짚어 정정해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어주며 오히려 자신의 주군인 요한 황태자를 띄우며 말이다.
“하하. 그렇군요. 역시 황태자 전하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레헤튼의 지적을 후작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고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속으로 긴장했다.
상대는 자신의 양아버지와 같은 공작을 몰아내고, 귀족파 수장 자리에 오른 뱀 같은 사내라는 것을 상기하며 말이다.
“한데 전하께서 보이지 않으십니다.”
“10시쯤, 폐하와 각 왕국의 귀빈들과 함께 등장하시겠지요.”
“아 그렇군요. 아쉽군요. 어서 인사드리고 싶은데.”
레헤튼의 대답에 트루히드 후작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아쉽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우리 왕국의 자랑, 메이슨 공자가 아니오?”
“안녕하십니까 후작님.”
과한 트루히드 후작의 인사에 간결하게 대답한 메이슨.
그런 메이슨의 인사에도 후작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왕국의 대표께서 제국의 귀족들과 친분을 다지고 계셨군.”
“…….”
“아주 보기 좋소이다. 장차 우리 왕국의 기둥이 될 것이니 미리 친분을 다지는 것도 좋지요.”
왕국의 인재라는 것을 강요하며 은근슬쩍 말하는 트루히드 후작.
그런 후작의 모습에 레헤튼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아직, 황태자 전하가 메이슨의 부모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니 지금 후작을 자극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이다.
“자. 친분도 충분히 다진 듯하니 왕국의 귀족들과도 친분을 나누는 것은 어떻소?”
자연스레 메이슨의 옆자리를 차지한 트루히드 후작이 은근한 어조로 묻자 메이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레헤튼은 화들짝 놀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응? 싫은 것이오?”
트루히드 후작이 눈을 반짝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는 그런 메이슨에게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후작의 모습에 레헤튼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지만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본 왕국의 일입니다.”
그리고 경고했다.
그런 후작의 경고에 레헤튼은 이를 악물고는 뒤로 물러났다.
명분이 없었기에 더 이상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이상 나선다면 하이아칸 왕국을 무시한 처사가 되기에 추후에 전하에게 불리한 일이 될 테니 말이다.
“메이슨 공자?”
자신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 메이슨을 보며 트루히드 후작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불렀다.
그러자 메이슨은 고개를 들어 예의 차가운 표정으로 후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무례합니다.”
후작의 뒤에 있던 한 귀족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메이슨에게 경고를 주었고, 주변에 있던 귀족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에 메이슨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열지 못했다.
“내 제자한테 볼일 있으신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대마법사 앤트 후작.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메이슨의 앞을 막아준 것이다.
“!!!”
“어르신!”
그런 앤트 후작의 발언에 메이슨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레헤튼은 화들짝 놀라며 그런 앤트를 말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하이아칸 왕국의 귀족들이 앤트 후작의 이야기를 듣고 말았으니 말이다.
“농이 심하십니다.”
미소를 지은 트루히드 후작.
그의 말에 앤트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내가 노망난 늙은이로 보이는가?”
“앤트 후작!”
앤트의 대답에 결국 트루히드 후작의 언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 있는 그 어떤 귀족도 언성을 높인 트루히드 후작을 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앤트를 찌푸려진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타국의 인재인 메이슨을 제국이 훔쳐간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제국에서는 본국을 무시하는 것입니까?”
“아니, 우리는 메이슨에게 권유를 했을 뿐, 강요는 하지 않았네.”
후작의 말에 앤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에 후작은 고개를 돌려 메이슨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런 메이슨을 다그쳤다.
“그대는! 그대를 태어나게 해주고, 지금의 그대를 있게 한 본국을 버리는 것인가!”
“…….”
트루히드 후작의 호통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메이슨.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수많은 귀족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출세를 위해 제국을 선택한 메이슨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실망이군. 자네 그러면 안 되는 것이네!”
그런 메이슨을 향해 다시 보란 듯이 호통치는 트루히드 후작.
그에 인상을 찌푸린 앤트가 다시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라에서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습니까?”
뒤에서 메이슨의 울분이 가득 담겨 있는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