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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20화 (120/226)

제 120화

제120편 용서

“크흠!”

잠시 후.

나는 그들에게 도착했다.

마땅히 사병이 없는 실이었기에 근위 기사들을 데리고 외출을 했고, 당연히 황태자인 나를 알아본 근위 기사들은 나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와락.

“오랜만이에요, 황태자 전하.”

그리고 나를 향해 인상을 찌푸린 실과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로리.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로리를 바라보았다.

“제가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것은 아닌지요 숙모님.”

“호호. 설마요.”

나의 물음에 로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삼촌.”

“왜.”

나의 부름에 퉁명스럽게 대답한 실.

나는 그런 실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조카랑 조카 친구들이 배가 고픈데. 밥 한 끼 쏘시죠?”

“너 돈 많은 거 안다.”

설인족들이 만든 술 카이도.

그것을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나다.

물론 그 사실은 극비에 있지만 실은 잘 알고 있었고 그에 실이 나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실이 저렇게 나올 줄 예상했다.

그렇다면 타깃 변경이다.

“숙모님 사주세요.”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로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마!”

그런 나의 부탁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려던 로리.

실은 그런 로리를 보며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황급히 대답했고 나는 그런 실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말이다.

“해산물! 해산물!”

실의 말에 위즐리는 환호하며 큰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래 가자 가.”

그런 나의 말에 한숨을 내쉰 실.

그가 포기했다는 듯 말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잠시 후.

“어서 오십시오.”

스타폴에 위치한 건물 중 가장 높은 건물.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식당에 들어선 나는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인의 인사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동그란 패를 살짝 꺼내 중년인에게 보여주었다.

“!!!”

그에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뜬 중년인.

나는 그런 중년인을 향해 서둘러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고 중년인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정중하게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다음 다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표정관리를 하다니, 역시 거대한 식당의 직원다웠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부탁하지.”

그런 중년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앞장서는 중년인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갔다.

“와아!”

벽 전부가 통유리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스타폴 호수의 모습이 보이는 넓은 4층.

그곳에 올라선 위즐리는 환호하며 창가로 달려갔고 레헤튼 칼론, 메이슨 또한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 추천 코스로.”

“알겠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은 내가 중년인을 향해 말하자 중년인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너무 좋아요.”

“다행이네.”

창밖을 바라보며 다시 깨를 볶는 로리와 실.

그런 둘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어느새 다시 올라온 중년인이 따라준 와인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즐거운 저녁 식사가 될 것 같았다.

* * *

“엄마…….”

수도 팔센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집.

그곳은 레몬 빛의 머리가 인상적인 여인, 황태자 요한의 궁녀인 레브가 살고 있는 집이었으며, 그의 친어머니인 살만은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슬픈 표정을 지은 레브.

그런 레브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네.”

매일 황궁에 있는 자신을 대신해 집안 살림과 동생들을 돌보아주는 여인 마돈나.

그녀의 부름에 레브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마돈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요즘 어떤 사람이 병자들을 치료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그것이…… 너무나도 신통해 병이 다 나은 사람이 많다는데…… 제가 한번 알아볼까요?”

“네!”

마돈나의 말에 레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고 마돈나는 그런 레브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한데…… 문제가 있어요.”

“뭐에요?”

마돈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레브.

그런 레브를 바라보며 마돈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신을 믿는 사제라고 하더라고요.”

“…….”

“물론 신을 믿어라 강요는 안 한다고 해요. 그저 무상으로 치료만 해준다고 하더군요.”

표정이 굳은 레브를 보며 마돈나가 다시 말하자 레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마돈나를 바라보았다.

“불러주세요, 밑져야 본전이지요. 그리고 어차피 저는 신을 믿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레브의 대답에 마돈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방을 벗어났다.

“엄마…….”

혼자 남게 된 레브.

그녀는 다시 슬픈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어머니, 살만을 내려다보았다.

레브는 자신의 어머니가 너무 불쌍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몰락 귀족이 되어 여인 혼자서 자신과 동생들을 키웠으며,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평민들이 할법한 일들을 하며 자신들을 돌보았다.

그렇게 자신이 궁녀가 되고 나서, 수습이 끝날 때까지 약 10년을 고생한 어머니는 이제 자신이 어엿한 궁녀가 되어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게 되자 병을 얻어 쓰러지고 말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일평생을 고생하다가 이제 행복을 누려보려 했더니 그만 병을 얻고 만 것이다.

칼론의 배려로 신의라고 불리는 위즐리에게 진맥을 받아봤지만 굳어진 얼굴의 위즐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 했고 그에 레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무 미안했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못할까?

신을 믿는 사제?

누구든 상관 없다.

우리 어머니만 살릴 수 있다면 말이다.

“엄마. 걱정하지 마.”

꽈악.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진 레브는 너무나도 말라버린 제 어머니의 손을 꽈악 잡았다.

* * *

“저…… 정녕! 네가 루터의 딸이란 말이냐!”

오스란 왕국의 귀빈들에게 배정된 별궁.

그곳의 최고 귀빈인 국왕, 루틸루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 코피아를 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코피아 에스란입니다.”

“아아…….”

털썩.

그런 루틸루스를 보며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 코피아.

코피아의 인사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루틸루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전하!”

그런 루틸루스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시우가 앞으로 나서서 루틸루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스윽.

코피아가 앞으로 나섰다.

“저는 행복하게, 아주 잘 컸습니다.”

루틸루스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싱긋 미소를 짓는 코피아.

루틸루스는 그런 코피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이제 인사드려서 죄송해요.”

“아니다. 아니야!”

자신의 품에 안겨 사과를 하는 코피아의 행동에 루틸루스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부정했다.

그러고는 루틸루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간의 네 이야기를…… 해주겠느냐?”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루틸루스의 물음에 코피아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앉아요, 할아버지.”

그러고는 빈 의자를 가리키며 코피아가 말했고 루틸루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그래! 앉자꾸나!”

할아버지라는 소리가 아주 듣기 좋은가 보다.

아무튼, 그렇게 둘은 자리했고 시우는 조용히 루틸루스의 뒤에 시립했다.

“그대도 앉지. 그대의 조카가 아닌가.”

“지금은 전하의 호위로 있습니다.”

일어서 있는 시우를 보며 루틸루스가 말하자 시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코피아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흐음…… 일단 알겠네.”

그런 시우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 루틸루스는 미심쩍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 돌아온 자신의 핏줄, 코피아였으니 말이다.

잠시 후,

코피아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루틸루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코피아를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에스란 후작, 정말 고마우신 분이구나.”

“네, 할아버지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그래, 한번 인사드리러 가야 하겠구나.”

코피아의 대답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루틸루스가 웃으며 말하자 코피아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두 분 사이가 좋으시면 저는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걱정 말거라, 나에게 있어서 은인 같은 분이시니 말이다.”

코피아의 말에 루틸루스는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코피아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할애비가 너무 늦게 찾아서 미안하구나…… 혹시 원하는 것이 있느냐? 왕국을 원한다면 왕국을 주겠다.”

흠칫.

파격적인 루틸루스의 말에 뒤에 있던 시우가 흠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

하지만 예상외의 대답에 시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외숙부가 잘하실 거에요.”

자신을 바라보며 외숙부라 칭하는 코피아.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시우의 눈빛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코피아를 외면했던 자신이다.

만약 그곳을 에스란 후작이 지나가지 않았다면?

1살인 코피아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산짐승이나 몬스터들의 밥이 되었겠지.

아무튼, 그런 큰 죄를 지은 자신을 용서하는 듯한 코피아의 말에 시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코피아는 그런 시우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루틸루스를 바라보았다.

“대신, 오스란을 구경하고 싶어요.”

“그거야 당연하지! 내일모레, 함께 돌아가 루터에게도 인사하고, 구경시켜주마.”

코피아의 말에 루틸루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밥은 먹었느냐?”

“아직이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코피아를 보며 루틸루스가 조심스럽게 묻자 코피아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같이 먹겠느냐?”

그런 코피아의 대답에 루틸루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코피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 * *

“코피아.”

“네.”

루틸루스와 식사를 마치고.

에스란의 별궁으로 돌아가려는 코피아를 부른 시우.

그런 시우의 부름에 코피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하며 돌아섰다.

“왜 그랬느냐?”

그리고 시우는 그런 코피아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무엇을요?”

“내가 원망스럽지 않느냐?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어.”

코피아의 물음에 시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코피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변하는 건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나는…….”

그런 코피아의 대답에 시우는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그만.”

코피아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단호한 표정을 짓는 코피아.

시우는 그런 코피아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는 코피아 에스란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

“그러니 사부는 사부가 알아서 해요.”

스윽.

죄책감으로 인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우를 향해 차갑게 말한 코피아는 다시 돌아섰다.

뚜벅뚜벅.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고맙다.”

멈칫.

그때, 코피아의 귀에 들려오는 시우의 음성.

떨리는 음성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 코피아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리고 그런 코피아의 뒷모습을 향해 시우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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