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2화
제142편 준비(2)
선생님과 대화를 마친 나는 마적 토벌에 대해 시우 공작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제국에서 숙부이자 최강자인 실과 7군단이 파견되었고, 왕성에서는 시우 공작이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왕국의 자랑인 제5 무사단 중 4개의 무사단이 출정을 하기로 했다.
생각외의 최정예다.
사막을 무대로 활동하는 마적들에게 일반 보병들은 있어 봤자 짐만 되었기에 말을 타고 전투가 가능한 소수정예로만 움직이기로 했고, 7군단 모든 병사에게 지급할 말은 오스란 왕국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왔어?”
오스란 왕국에서 황태자인 나를 위해 마련해준 별궁.
천장이 둥근 돔 식의 별궁에 들어선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주는 엘로나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응.”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여인인 엘로나가 집에서 반겨주니 왠지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그렇구나. 빠르네.”
소파에 앉은 나의 옆으로 다가온 엘로나.
그런 엘로나가 나의 옆에 앉으며 말했고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스윽.
그러고는 소파 손잡이에 얹어진 엘로나의 하얀 손을 잡았다.
“피곤해?”
아침부터 루틸루스, 선생님 그리고 시우 공작과 대화를 하고 온 나.
그런 나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발견한 엘로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하아…… 정말 여신이다.
푸른 두 눈망울이 흔들리며 걱정스러워하는 얼굴의 엘로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괜히 힘이 나는 것만 같았다.
“아니.”
그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표정을 풀지 않은 엘로나.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의 뒤로 돌아가 나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정말…… 시원하다.
“나 괜찮아.”
“잠깐만 있어.”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으면서도 나는 엘로나에게 말했지만 엘로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에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엘로나에게 안마를 받은 지 약 5분의 시간이 지나고.
“이번 토벌. 나도 같이 가.”
몰려드는 피곤함에 눈을 감고 있던 나는 귀에 들리는 엘로나의 말에 두 눈을 떴다.
“가고 싶어?”
고개를 뒤로 젖혀 엘로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내가 묻자 엘로나는 미소를 지었다.
“응.”
“그렇게 해.”
“선두에 서고 싶어.”
“…….”
나의 허락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말을 내뱉은 엘로나.
나는 생각지 못한 엘로나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나의 연인인 엘로나가 선두에 선다고?
그러다가 다치면?
내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그러기는 싫었다.
“나 황태자비가 될 사람이야. 그리고 나중에는 황후가 될 거고.”
“…….”
처음이다.
엘로나의 입에서 황태자비, 그리고 황후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은 말이다.
그에 나는 거절하기 위해 열었던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자세를 바로 하고 엘로나의 손을 잡아 나의 앞으로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무릎에 앉혔다.
“나…… 무능하지 않아.”
나의 무릎에 앉아 푸른 두 눈동자로 나의 붉은 두 눈동자를 바라보는 엘로나.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 엘로나가 무능할 리가 있나?
“괜찮겠어?”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요한의 옆에 있을 사람으로서 부족하지 않게.”
“…….”
생각지도 못했다.
엘로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말이다.
나의 물음에 엘로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고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누구 여자친구인지.
정말 멋있다.
“그래. 같이 선두에 서자.”
“고마워.”
나의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은 엘로나.
그녀는 나의 무릎에 앉은 채로 나에게 안겨들었다.
덥석.
왠지 묘한 자세가 되었다.
괜히 얼굴이 붉어진 나는 조용히 나의 품에 안긴 엘로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이것만 명심해.”
“뭘?”
“너는 이미 나의 옆에 있을 사람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야.”
“…….”
“그러니 무리하지 마.”
나의 진심이 담긴 말에 나의 품에 안긴 엘로나가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 *
“허허. 이런 자리에 초대해주어 너무 고맙구만.”
제국의 총 외교담당관이자 화염의 기사를 아들로 둔 명문가 루드비히 후작가.
그곳의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최고급 와인을 마신 해밍턴 백작은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 자리에 초대해준 루드비히 후작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에 후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항상 신세를 지는 제가 당연히 초대했어야 합니다.”
작위는 루드비히 후작이 한 단계 높지만 해밍턴 백작은 한 세대 전의 인물이다.
즉, 루드비히 후작의 아버지와 같은 세대.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교류가 잦았기에 해밍턴 백작은 편하게 말을 했고, 루드비히 후작 또한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정중한 말투를 사용했다.
“뭘, 내 손자 놈이 후작의 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내가 항상 미안하지.”
루드비히 후작의 말에 해밍턴 백작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에 후작의 옆에 있던 마들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칼론 녀석이 늘 말했어요. 위즐리 같은 동생이 있어서 힘들지 않고 즐겁다고.”
“허어? 정말입니까?”
마들렌의 말에 해밍턴 백작은 과장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고 마들렌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칼론 경에게 동생을 만들어주지 그런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국의 대공 보스.
상석에 앉아있던 그가 조용히 말을 꺼내자 루드비히 후작과 마들렌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보스의 옆에 있던 살라만이 소리 내 웃었다.
“호호. 그거 좋네. 루드비히 후작. 어떤가요? 내 동생 아직 젊은데.”
“크흠…… 노력하 크윽!”
살라만의 물음에 헛기침을 한 번 한 루드비히 후작이 대답하려다가 이내 자신의 발을 밟는 마들렌의 행동에 말을 끝내지 못했다.
발에서 올라오는 고통이 너무나도 극심해 차마 말을 다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언니.”
“호호. 미안하단다.”
웃으면서 그런 둘을 바라보던 살라만.
마들렌이 그런 그녀에게 눈을 흘기며 말하자 살라만은 웃으며 사과했다.
“하하! 재미있군요!”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제국의 재상, 리프크네 공작이 소리 내 웃었다.
요한 패거리의 부모들.
요한의 부모, 칼론의 부모, 위즐리의 조부, 그리고 레헤튼의 양부.
이 부모들이 서로 모여 친목을 다지는 이 자리에서 계속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글쎄 위즐리 이 개념 없는 녀석이…….”
해밍턴 백작의 계속되는 손자 디스.
“우리 요한이는요…… 에휴…….”
그리고 살라만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
“칼론 녀석은 너무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마들렌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
자식들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부모들의 친목회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돌아갈 때 약속했다.
다음 달 이 날.
또 친목회를 하기로 말이다.
* * *
“시X!”
깊은 밤.
달빛이 비치는 깊은 숲 속.
달빛에 의존해 걸음을 옮기는 녹색 머리의 청년이 돌연 욕설을 내뱉었고 그에 앞에 있던 금발의 청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녹색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닥쳐.”
“미안, 형.”
그런 청년의 모습에 녹색 머리, 요한에 의해 강제로 블랙 문의 훈련을 받게 된 샌드는 손을 들며 사과했다.
“빨리 걸어.”
그런 샌드의 사과에 금발의 청년. 전생에서 귀족 학살자라고 불리었고 현생에서는 과한 손속으로 아카데미 경쟁전에서 실격을 당한 게슈레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고 샌드는 입술을 삐죽이며 그런 게슈레의 뒤를 따랐다.
슈웅!
챙!
그때.
그런 둘을 향해 날아온 세 발의 화살.
게슈레는 서둘러 검을 뽑아 두 개의 화살을 쳐냈고 샌드는…….
“끄아악!”
바보같이 화살 한 대를 허벅지에 허용하고 말았다.
“멍청한 놈!”
그런 샌드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게슈레!
소리를 지르는 샌드의 입을 막은 게슈레는 서둘러 주변을 살피며 샌드를 끌고 뒤로 물러섰다.
피융!
챙!
그때, 또다시 날아오는 화살.
그에 게슈레는 다시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형…… 먼저 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계속해서 날아오는 화살.
자신을 버리지 않고 챙기는 게슈레를 보며 샌드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상자인 자신을 챙기다 보면 속도가 느려지고, 또 속도가 느려지면 상대방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것을 이곳에서 생활하며 절실하게 깨달은 샌드였기에 게슈레에게 말했다.
그러자 샌드의 목을 잡고 있던 게슈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에 움찔한 샌드.
그런 샌드의 귀로 싸늘한 게슈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리 다물고 있어.”
“형! 형이라도 먼저 살아!”
그런 게슈레의 말에 샌드가 소리치자 게슈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싫다.”
“왜!”
게슈레의 대답에 언성을 높인 샌드.
게슈레는 그런 샌드를 바라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나와 함께 황태자 전하를 모실 존재이다. 너는 내 동생이다.”
“이런 X…….”
게슈레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샌드.
그는 울상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품속에서 작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미안해.”
“일어설 수 있나?”
절뚝거리며 자세를 잡은 샌드.
그런 샌드의 모습에 게슈레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자 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형.”
“왜.”
“꼭 훈련 마치자.”
“당연하다.”
샌드의 마에 게슈레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게슈레의 모습에 샌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리 주인인 황태자 전하에게 욕 한 번만 하자.”
“…….”
“진짜 딱 한 번만 욕하고! 말 잘 듣는 시종이 되자.”
“그거 괜찮군.”
샌드의 말에 게슈레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간 지속된 이 끔찍한 훈련.
빛도, 마을도 보이지 않는 산에 버려진 채로 살아야 한다.
밤낮 끊임없이 이어지는 암살 시도를 막아야 했으며, 음식과 식수를 자력으로 공급해야 한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영양분도 충족하지 못해 처음에는 황태자가 원망스러웠던 둘.
하지만 이내 그 둘은 이겨냈다.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게슈레는 피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병을, 샌드는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성적으로 나태한 마음가짐을 극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한에 대한 악감정과 그 반대인 충성심 또한 생겨났다.
“드라칸 씨X!”
피유웅!
게슈레의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샌드는 큰 목소리로 드라칸을 욕했고 그 순간 강한 파공성이 들리며 화살이 날아왔다.
푸욱.
“이런 X.”
그리고 샌드의 또 다른 허벅지에 꽂혔다.
“형…… 미안…….”
털썩.
양 허벅지에 화살이 꽂힌 샌드.
아까부터 계속 피를 흘리던 샌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슈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씨X!!”
쓰러진 동생 샌드를 바라보며 게슈레는 소리 내 절규했다.
게슈레와 샌드는 몰랐다.
요한이 드라칸에게 샌드에게는 화살 몇 방을 먹이라고 따로 명령을 내린 것을 말이다.
요한은 뒤끝이 길었다.
전생에서 자신을 죽인 샌드를 아직 용서하지는 않았다.
비록 전생과는 달리 죄 없는 샌드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