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9화
제149편 레브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대륙의 천재, 세계수의 수호자.
힘 +65 민첩 65
체력 62 마나 75
행운 56 위엄 108
매력 +113 신성력 35 (+20)
시뮬레이션 진척도
35/50
“와…… 아슬아슬하네.”
-그러게 말이야, 이 스킬 사용하면 신성력이 단번에 한 자릿수가 되는군.-
상태창에 보이는 35라는 숫자.
그것을 보며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옆에 있던 크산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이 스킬 사용할 일이 있을까?”
-왜 없냐?-
나의 물음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크산느.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수명이 다해서 사망한 것은 못 살린다잖아. 하면 상처나 병으로 죽는 것인데…… 내 주변에 그런 일이 일어날 사람이 있나?”
나의 물음에 크산느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야.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몰라.-
저 자식이…….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 짜증 난다.
“인간도 아닌 자식이 아는 척은.”
-시끄럽다.-
“네가 더 시끄럽다.”
나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크산느.
나 또한 그런 녀석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해주었다.
-하아…… 그나저나 어쩔 생각이야?-
“뭘?”
갑작스러운 크산느의 물음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갑자기 뭘 어쩔 생각이야?
대화의 핀트가 맞지 않았다.
하여튼 누가 도마뱀 머리 아니랄까 봐…….
-야.-
흠칫.
마음속으로 한참을 욕하던 나는 크산느의 스산한 목소리에 흠칫했다.
그러고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너 이 자식, 이상한 상상 했지.-
“뭐래. 증거 있어?”
-했군.-
저 자식.
어떻게 알았지.
나의 발뺌에도 불구하고 크산느는 바로 정답을 알아차렸다.
귀신같은 자식.
아무튼. 그런 크산느를 보며 나는 결국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크산느 또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서로 얼굴만 마주 보면 웃음이 나온다.
“못생긴 놈.”
-못생긴 놈.-
그리고 서로의 외모를 욕한다.
아주 바람직한 우정 아닌가?
-칼론에게서 연락은?-
“없지. 지금쯤 잘 도착했겠지.”
크산느의 물음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크산느는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꿈자리가 좋지 않았다.-
“…….”
-아무래도 칼론 녀석, 레브와…….-
크산느의 신묘한 힘을 잘 아는 나였기에 나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크산느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땡땡땡!!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막사 밖에서 들려오는 비상 경종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알고 있었잖아?-
그런 나를 향해 피식 웃으며 말하는 크산느.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아까부터 느껴졌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수백의 인기척을 말이다.
하지만 귀찮아서 그냥 앉아있었다.
삐익!
그때 밖에서 날카로운 새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뜩이나 더웠던 사막의 온도가 올라간 것을 느낀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의 부름에 입구에 있던 주둔지를 버리고 달려온 본진.
역시 본진에는 나 말고도 습격자들의 인기척을 눈치 챈 양반이 있었다.
뭐…… 쉬지도 못하고 전투를 해야 해서 짜증내겠지만…… 내 알바는 아니다.
우웅!
피유웅!
그리고 또 들려오는 화살 소리와 함께 내려가는 온도.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피앙세.
아주 잘하고 있나 보다.
“그래서 뭐라고?”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화살 소리에 안심한 내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꿈에서, 칼론이 레브를 죽였다.-
“…….”
* * *
“반갑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국의 수도 팔센.
부모 없는 아이들을 거두어 보살펴주고, 성인이 되면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보육원.
요한이 지원해주는 돈으로 가장 먼저 보육원부터 차린 크림슨은 화염의 기사 칼론과 함께 찾아온 손님을 정중하게 반기었다.
“반갑습니다. 미하일 님의 자녀 루멘이라고 합니다.”
“미하일 님을 모시는 기사, 하인리히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을 반기는 크림슨의 행동에 루멘과 하인리히 또한 로브를 벗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 둘의 인사에 크림슨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빈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시지요.”
“실례하겠습니다.”
크림슨의 권유에 감사 인사로 화답하며 자리에 앉은 루멘과 하인리히.
크림슨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려 멀뚱히 서 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칼론 경. 함께 차 한잔하시지요.”
그러고는 빈 의자를 권했다.
크림슨의 권유에 칼론은 고민 어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종교적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 분명하기에 칼론은 자신이 들어두어야 한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이다.
잠시 후.
트레이 교단의 사제 중 리더 격을 맡고 있는 튜칸이 은은한 향을 자랑하는 차를 내어 왔고, 이내 손님들의 앞에 놓아두었다.
“드시지요.”
차가 놓이고, 크림슨이 미소를 지으며 차를 권하자 셋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찻잔을 들었다.
그렇게 차를 한 모금 음미한 넷.
조용히 은은한 향을 느끼던 루멘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트레이 교단 맞나요?”
“성자님이 그렇게 지으셨지요.”
루멘의 물음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크림슨.
그런 크림슨의 모습에 루멘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대사제 님께서는 에르 님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부끄럽게도 성자님이 성인이 되시는 해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크림슨의 대답에 루멘은 살짝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는 아직이군요.”
“그것을 어찌……?”
그런 루멘을 바라보며 크림슨이 미소를 지은 채 말하자 루멘은 화들짝 놀라며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성녀인 자신이 미하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어찌 알았을까?
“그대들의 신성력은…… 인위적으로 느껴집니다. 아닙니까?”
“!!!”
이어진 크림슨의 말에 루멘과 하인리히는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신성 교국 내에서 극비인 상황이거늘, 트레이 교단의 대사제라 불리는 이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챘다는 말인가?
“그대들의 종교에서는 그분이 아직 말씀이 없으신 것입니까?”
“…….”
이어서 정곡을 찌르는 크림슨의 말에 루멘과 하인리히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한데…… 성녀는 조금 다르군요.”
“천족의 피를 받았습니다.”
“아…….”
이번에는 크림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족의 피를 이어받았다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와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킨 크림슨.
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 *
“칼론!”
길고 긴 종교 이야기가 끝이 나고.
하인리히와 루멘을 크림슨에게 맡기고 오랜만에 자신의 연인, 레브를 만나기 위해 칼론은 레브의 집을 방문했다.
자신의 방문 소식에 마당까지 나와 기다리던 레브.
그녀가 자신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순수한 레브의 모습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와락!
그러고는 그런 레브에게 다가가 그대로 끌어안았다.
“잘 있었어?”
자신의 품속에 안긴 레브.
조금은 야위어진 것 같은 레브의 모습에 칼론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하나 레브는 칼론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응! 우리 엄마가 매일 날 돌보아주셔!”
멈칫!
갑작스러운 레브의 말.
그녀의 말에 칼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형…….”
그때, 레브의 뒤로 보이는 초췌한 몰골의 소년.
칼론은 그 소년, 레브의 막냇동생 한스를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서둘러 달려가 한스의 어깨를 잡았다.
“왜 그래?”
“형…….”
자신을 다그치는 칼론을 보며 그저 눈물만 흘리는 한스.
칼론은 그런 한스를 일단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토닥토닥.
그러고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다.
레브도 이상하고 활발하고 사고뭉치이던 막냇동생 한스도 이상하다.
“아! 기도 시간이다!”
그때, 레브는 박수를 치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칼론을 바라보았다.
“같이 기도드리자!”
“뭐……?”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생각지 못한 레브의 권유.
그 권유에 칼론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기도라니?
레브도 에르님을 모시게 된 것인가?
“엄마! 엄마!”
그때.
레브는 2층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자신의 어머니를 찾았다.
“레브,…….”
그런 레브의 모습에 칼론은 떨리는 두 눈동자로 레브를 바라보았다.
“참! 우리 엄마랑 인사 안 했지? 완전 건강해지셨는데…….”
“…….”
그런 칼론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레브.
칼론은 그런 레브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엄마! 아이참. 칼론도 오셨는데 왜 안 오시는 거야!”
그런 칼론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는지, 레브는 자신의 부름에도 답이 없는 어머니의 행동에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겼다.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셔오기 위해서였다.
덥석!
“레브!”
하지만 레브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2층으로 올라가려는 레브의 손목을 칼론이 잡은 것이다.
“응? 왜? 엄마한테 인사 안 드리려고? 바로 가야 해?”
자신을 말리는 칼론을 보며 레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그리고 칼론은 그런 레브를 빤히 바라보았다.
“칼론……?”
그런 칼론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브.
칼론은 그런 레브를 잡아당겼다.
와락!
그러고는 레브를 안았다.
“칼론!”
갑작스러운 칼론의 행동에 레브는 당황하며 벗어나려 했지만…….
꽈악.
칼론은 그런 레브를 더욱더 강하게 안았다.
“엄마가 보시면 어떡해!”
그런 칼론을 향해 투정부리듯 말하는 레브.
칼론은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를 하는 레브를 꽉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 1년 전에 돌아가셨잖아…….”
“뭐……?”
갑작스러운 칼론의 말.
그런 칼론의 말에 레브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많이 피곤했나 보네…… 우리 엄마 2층에 있어.”
그러고는 되레 칼론을 위로하며 칼론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런 레브의 행동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밀려온 칼론.
다 자신 때문이었다.
평소 그녀를 외롭게 혼자 두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녀가 가장 힘들어할 때 자신이 옆에 있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옆에서 위로해주고 잘 돌보아주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칼론은 레브를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미안해…….”
뚜욱.
그리고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칼론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