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50화 (150/226)

제 150화

제150편 황제의 물음

“개꿈이네.”

칼론 그 녀석이 레브를 죽인다고?

개뿔. 내가 명령하지 않는 이상 칼론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크산느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내가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크산느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산느가 생각해도 칼론은 그런 짓을 할 인물이 아니니 말이다.

고개를 끄덕였음에도 불구하고 크산느는 그래도 불안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칼론과 레브에게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것은 사실이야. 그러니까 주의해.-

“알겠다. 어서 제국으로 돌아가야겠군.”

빨리 이곳을 정리해야겠다.

크산느가 말한 꿈…….

분명 개꿈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싸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빨리 정리하고 제국으로 돌아가야지.

“야! 언제 나올 거냐!”

그때,

막사 밖에서 들려오는 호통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 양반이 돌아버리기 전에 나가야겠다.

미소를 지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겨 막사를 나섰다.

“…….”

그러자 보이는 처참한 광경.

아니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적으로 보이는 수많은 자들이 포박당한 채 무릎을 꿇고 있었고 검은 머리의 미남 실은 한 사내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

“뭐합니까?”

실의 발에 머리를 짓밟힌 사내.

한때는 마적단의 보스이자 초인이었던 미라를 내려다본 나는 고개를 들어 실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물음에 실은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내 가벼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괴롭히는 중.”

“역시, 잘 어울리십니다.”

“고맙다.”

에휴…… 이 양반아 칭찬 아니야.

나의 빈정거림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양반, 나이를 먹더니 머리가 조금씩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것들은 뭡니까?”

오른쪽 한구석.

고개를 푹 숙인 채 모여 있는 덩치들을 가리키며 내가 묻자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보면 모르냐, 전갈이잖냐.”

“아니…… 아는데 상태가 왜 저러냐고요.”

황소와 같은 크기를 지닌 덩치의 전갈.

그들을 보며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당하게 적과 마주 서서 독이 나오는 꼬리로 적을 겨누어야 할 전갈.

그 전갈이 꼬리를 돌돌 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소중이를 잃어버린 듯한 사내의 모습 같아, 아주…… 불쌍해 보였다.

그런 전갈들의 모습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그에 실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악!”

그때!

내가 막사에서 나올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던 할버드가 갑자기 배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오러 나이트의 강자 할버드.

그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나는 물론 실과 엘로나 시우 공작이 화들짝 놀라며 모여들었다.

“배…… 배가…….”

배를 부여잡으며 복통을 호소하는 할버드.

그런 할버드의 모습에 위즐리가 서둘러 나섰다.

그러고는 할버드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

도대체 왜지?

독이라도 있었나?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인 할버드라면 웬만한 독은 소용없을 텐데?

새로운 병인가?

설마 전염병……?

“하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나름 대비책을 세울 때.

위즐리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거냐?”

나의 다급한 물음에 나를 빤히 바라본 위즐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

고개를 돌린 위즐리, 녀석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곳을 째려보았다.

그런 위즐리의 시선에 따라 내가 고개를 돌리자…….

“흐음. 날이 좋군.”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씨의 이야기를 꺼내는 실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나는 그런 실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꼈다.

왜 머릿속으로 할버드가 배가 아픈 이유가 그려지는 것일까?

그때, 품속에서 작은 침을 꺼내 드는 위즐리의 행동을 발견한 나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형…….”

그런 나의 만류에 위즐리는 놓아 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위즐리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한 나는 엎어져 복통을 호소하는 할버드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갈 꼬리 먹었냐?”

“…….”

이 자식.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

자존심 세우냐?

“먹었냐고!!”

“네!”

“하아…….”

역시 먹었군.

나의 호통에 결국 사실대로 고백하는 할버드를 보며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갈의 꼬리에는 독이 모여 있다.

웬만한 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한 독이 생산되는 독정이 그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것을 모르는 할버드는 정…… 아니, 남자의 힘에 눈이 멀어 그것을 섭취한 것이다.

이런 녀석이 어떻게 오러 나이트에 오른 것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작님이 먹였죠!”

“뭔 소리냐?”

그때 나는 귀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위즐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녀석의 말에 실이 귀찮다는 듯 귀를 후비며 대답하자 위즐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 자식.

좀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아직 실이 싫은가 보다.

귀를 후비며 모르쇠를 시전하는 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위즐리는 이를 갈았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턱.

“됐다.”

그러고는 위즐리의 어깨에 손을 얹어 녀석을 진정시켰다.

“형…….”

“내버려 둬. 원래 저런 인간이야.”

“뭐 인마?”

나의 말에 발끈한 실.

나는 그런 실을 무시하며 위즐리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고 위즐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형 말이 옳아.”

“야 이 자식들아!”

“들어가자.”

“응 형아.”

그렇게 우리는 실을 무시하고는 할버드를 들고 막사로 들어섰다.

일단 이 녀석을 치료해야 하니 말이다.

* * *

“취익! 강한 여자인간!”

엘로나는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던 오크들.

하지만, 습격해오는 마적들과의 전투 이후.

오크들은 그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표했다.

“취익! 활! 멋있다!”

“취익! 그렇다!”

엘로나에게 모여 엘로나의 미모가 아닌, 궁술을 칭찬하는 오크들.

그런 녀석들의 모습에 엘로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취익! 나도 인간! 처럼! 취익! 멋있고 싶다 취익!”

“그렇다 취익! 가르쳐 줘! 취익!”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오크들은 자신들에게 궁술을 가르쳐 줄 것을 요구했고 마침 심심했던 엘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병사들에게 부탁하여 활을 빌린 엘로나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덩치들을 돌아보았다.

20명 정도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의 오크들.

엘로나는 그런 오크들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줄 서세요.”

“취익! 나 말 잘 듣는다!”

“취익! 내가 더 잘 듣는다!”

엘로나의 한마디에 손을 번쩍 들며 한 줄로 서는 오크들.

그러고는 자신을 칭찬해달라는 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엘로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오크들의 순수함에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또 그만큼 웃겼던 것이다.

“자. 활을 잡아보세요.”

“취익!”

일렬로 나란히 줄을 맞추어 옆을 향해 선 오크들.

그들은 엘로나의 말에 콧김을 내뿜으며 활을 쥐었다.

“줄 보이죠?”

“취익!”

“그게 활시위입니다.”

“취익! 활시위!”

엘로나의 설명에 어린아이처럼 대답하는 오크들.

엘로나는 자신의 가르침에 즉각 반응하는 오크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 화살을 들어요.”

“취익!”

“화살 뒤, 일자로 구멍이 파여 있는 곳을 활시위에 걸어주세요.”

“취익!”

여기까지는 무난하게 잘 따라왔다.

엘로나는 내심 놀랐다.

말투와 행동을 보고 지능이 많이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잘 따라오는 모습이 놀라웠던 것이다.

“자 활시위를 당겨주세요!”

모든 오크가 활시위에 화살을 건 것을 확인한 엘로나.

그녀가 힘차게 말하자 오크들은 콧김을 내뿜으며 활시위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퍼억!

그리고 활은 부러졌다.

“…….”

너무 힘차게 잡아당겼나 보다.

“취이이익!”

“취익! 미안하다 선생!”

* * *

“그게 무슨 소리야?”

제국의 주인.

황제가 기거하는 황성.

그곳의 부재상이자, 실질적으로 재상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레헤튼은 갑작스러운 수하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북부, 설인들과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왜?”

“그것이…… 잘 모르겠습니다. 병사들과 기사들을 풀어보거나, 하이아칸 왕국에 연락을 취해 엘란 산맥을 조사해봐야 할 듯합니다.”

이어진 수하의 보고에 레헤튼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한창 바쁜 시기이다.

백성들은 심어놓은 보리와 밀을 수확하기 바빴으며 귀족들은 황태자의 눈치를 살피며 파티를 열어 황태자와 친한 귀족들과 어떻게든 인맥을 만들기 위해 돈을 소비하고 있었다.

또한, 갑작스러운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백성들의 피해가 있었으며, 엘란 산맥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근처에 있던 여러 개의 마을이 눈에 덮여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바쁜 시기에 설인들의 술, 재고가 없어 더 팔고 싶어도 팔지도 못하는 특산품 카이도를 거래하던 설인들이 왜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밀려오는 두통에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던 레헤튼.

그런 레헤튼의 모습에 옆에서 일을 도와주던 메이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가볼까요?”

“응?”

메이슨의 말에 레헤튼이 고개를 들자 메이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린 시절, 엘란 산맥에서 뛰어놀고 했습니다. 또한 제 마법 속성이 아이스 속성과 가까워 추위가 익숙합니다. 싫어도…… 출신은 하이아칸 왕국이라서…….”

“괜찮겠습니까?”

메이슨의 말에 레헤튼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묻자 메이슨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국의 대마법사, 앤트 후작에게서 마법을 배우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미안했던 메이슨.

그가 드디어 자신의 할 일을 찾은 것에 기뻐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레헤튼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뻘쭘히 서 있는 자신의 수하를 바라보았다.

“지금! 화염의 기사, 칼론 경이 수도에 있지?”

“그렇습니다! 오후에 황제 폐하에게 인사드리러 환궁하실 예정입니다!”

“그렇군! 메이슨 경. 조금만 기다렸다가 칼론과 같이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심 칼론과 친해지고 싶었던 메이슨.

그런 메이슨의 마음을 잘 아는 레헤튼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메이슨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얼음 왕자라 불리던 메이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순박한 미소를 짓는 잘생긴 청년 메이슨이 존재할 뿐이었다.

* * *

“고생했구나.”

“아닙니다.”

드넓은 대전.

황제는 단상 아래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젊은 기사, 칼론의 수고를 치하했고 칼론은 고개를 더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후작.”

“예, 폐하.”

칼론과 최측근인 귀족만 부른 대전.

그곳에 서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던 루드비히 후작은 황제의 부름에 황제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깊게 읍을 하며 대답했다.

“아들을 정말 잘 키웠군.”

“황공하옵니다.”

솔직히 자신이 키우지 않았고 스스로 칼론이 잘 큰 것이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 없기에 후작은 그저 깊게 읍을 하며 감사인사를 올렸다.

“그나저나, 황태자는 언제쯤 올라올 것 같으냐?”

“곧 올라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황제의 물음에 칼론이 대답하자 황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대도 잘 모르는구나.”

“송구하옵니다.”

칼론의 사과에 씁쓸한 미소를 지은 황제.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대의 잘못은 아니지. 그래. 황태자의 서신을 잘 받았다. 함께 온 여인이 타 대륙의 성녀라고?”

“그렇습니다. 타 대륙에 존재한 유일 제국 신성 교국의 성녀입니다.”

황제의 물음에 칼론이 긍정하며 대답하자 황제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등받이에서 몸을 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교국에서 그녀의 위치는?”

“대공 전하와 같은 위치라고 생각됩니다.”

“호오?”

가만히 있던 보스.

그는 칼론의 말에 움찔했고 황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데 왜 나에게 인사를 하러 오지 않는 것이지?”

“그…… 그것이…….”

갑작스러운 황제의 말.

그 말에 칼론은 당황하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타 대륙의 대공급이나 되는 권력자 성녀.

그녀가 제국에 방문하고 황제에게 인사를 올리지 않는 것은 제국을 무시하는 처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핫! 이것 참. 무시당하는 건가?”

“아닐 것입니다!”

호쾌하게 미소를 지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황제.

그런 황제를 향해 칼론이 화들짝 놀라며 말하자 황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제국의 귀족이자, 자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으며 황태자의 검이다.”

“충!”

칼론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 황제.

그 말의 내용에 칼론은 경례를 올렸다.

“한데…….”

그런 칼론을 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거두어들인 황제.

그가 자신을 향해 경례를 올리는 칼론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찌 타 대륙 여인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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