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51화 (151/226)

제 151화

제151편 대답

“폐하! 송구하옵니다! 제 아들이 아직 미숙하여…….”

황제의 서늘한 물음.

그 물음에 화들짝 놀란 루드비히 후작이 앞으로 나서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루드비히 후작.”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황제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물러나게.”

“송구하옵니다, 폐하.”

황제의 차가운 말에 후작은 다시 고개를 깊게 숙이고는 물러났다.

무릎을 꿇은 채 뒤로 물러서서 칼론의 뒤로 자리했다.

그러고는 이마를 땅바닥에 붙였다.

부디 황제의 노여움이 풀리기를 기도하며 말이다.

루드비히 후작은 외교 총담당관이다.

남들과는 달리 훨씬 빠른 눈치와 눈썰미, 그리고 사람을 파악하는 데 있어 천재적인 그이기에 잘 알았다.

사람 좋은 미소 뒤에 숨겨진 황제의 섬뜩함과 냉철함을 말이다.

그러기에 더욱더 몸을 낮추었다.

황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과 아들은……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답해 보거라.”

그대로 굳어버린 칼론.

황제는 그런 칼론을 내려다보며 다시 물었고 칼론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황태자 전하에게 루멘 성녀의 호위를 명받았습니다.”

“그래서?”

칼론의 대답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앞으로 숙이는 황제.

칼론은 고개를 들어 그런 황제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황제의 두 눈은 섬뜩했다.

자신이 여기서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목숨이 날아갈 것이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낀 칼론이지만 그는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하여, 루멘 성녀의 신변에 문제가 없게 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그것이 황제를 무시하는 행위인데도?”

“송구하옵니다.”

“칼론!”

황제의 말에 칼론은 담백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루드비히 후작은 화들짝 놀라며 그런 칼론을 만류했다.

황제의 앞에서 황제를 무시하는 행위를 했다고 시인하다니?

정녕 자신의 아들은 미친것이란 말인가?

“그대는 나의 기사가 아닌가?”

“황태자 전하의 기사입니다.”

“황태자는 짐의 조카이다.”

“예.”

칼론의 대답에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 멍청이 같은 우직함.

황제의 위엄보다는 자신의 주군인 황태자의 명이 더 중요하단다.

그 재미있는 대답에 피식 미소를 짓던 황제.

그가 돌연 미소를 지우고는 무서운 표정으로 칼론을 내려다보았다.

“황제를 무시해도 된다고 황태자가 가르치던가? 황태자는 황제인 나를 너무 무시하는구나.”

우웅!

황제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 그와 동시에 황제의 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뿜어져 나와 칼론의 몸을 압박했다.

6 서클 마스터, 아니 꾸준한 수련으로 7 서클에 오른 황제의 기운과 천성적으로 타고나, 수많은 귀족들을 아래에 두고 성장한 황제의 카리스마와 위엄이 칼론을 짓눌렀다.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저 소인의 생각이었습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황제의 물음에 칼론은 황제의 위엄에 짓눌려 양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황제의 말을 부정했다.

자신의 주군은 황제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절대 없었다.

머리가 좋지 않은 자신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을 아는 칼론이었기에 순순히 용서를 구했다.

상대는 주군의 큰아버지이며, 아버지의 주군, 황제라는 것을 스스로 상기한 칼론은 고개를 깊게 숙여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쿠웅!

스응.

그때.

칼론이 자신의 이마를 바닥에 찧음과 동시에, 대전에서는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칼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례하구나.”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그에 칼론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생전처음 보는 분노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외숙부, 보스를 볼 수가 있었다.

“지금 네 행동은 너의 주군이자 내 아들인 요한을 욕 먹이는 행동이다.”

“송구합니다.”

“멍청한 것.”

고개를 숙여 또다시 용서를 구하는 칼론을 보며 보스는 혀를 찼다.

그러고는 검을 거두어 집어넣은 다음 황제를 바라보았다.

“마음대로 검을 뽑아 들어 송구하옵니다, 폐하.”

황제를 만날 때 유일하게 검의 소지가 가능한 대공 보스 카르미언.

그가 감히 황제의 앞에서 검을 뽑아 든 불경을 보인 것에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그에 황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동생, 보스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를 용서해주었으면 하는구나.”

굳이 스스로 나서 황제가 벌을 주기도 전에 먼저 칼론에게 면박을 준 보스.

그런 동생을 보며 황제가 말하자 보스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그러고는 진심으로 사과를 올렸다.

황제는 가만히 그런 보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칼론과 루드비히 후작을 바라보았다.

모두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만약, 이들이 아닌 다른 귀족이었다면 당장에라도 죽였을 테지만 이 셋은 자신이 아끼는 이들이다.

솔직하게…… 성녀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게 벌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우직한 기사 칼론에게 가르침을 주려 했는데 너무 과했나 보다.

“모두 고개를 들어라.”

셋을 바라보던 황제가 위엄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세 명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기사 칼론.”

“충!”

황제의 부름에 다시 예를 취하며 대답한 칼론.

황제는 그런 칼론을 내려다보며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성녀를 지금 당장 이곳으로 데려오라.”

“명을 받듭니다!”

* * *

“칼론.”

“예, 전하.”

대전을 나선 칼론.

그는 자신을 부르는 보스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보스는 그런 칼론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직한 것도 좋지만, 조금은 유해지거라.”

“…….”

“그것이 주군인 요한을 위한 길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보스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칼론.

보스는 그런 칼론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후작, 가볍게 술 한잔하겠나?”

“좋지요. 대공가의 저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보스.

하지만 그가 복잡할 때 알코올이 아주 조금 들어간 술을 즐기는 것을 잘 아는 루드비히 후작은 보스의 권유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보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물러났다.

오랜만에 만난 부자지간이다.

그 귀한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보스가 사라지고.

둘만 남게 되자 칼론은 자신의 아버지인 루드비히 후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인 루드비히 후작까지 곤란해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괜찮다.”

그런 칼론의 사과에 고개를 가로저은 루드비히 후작.

그는 자랑스러운 자신의 아들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

“아버지…….”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겠구나.”

고마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을 보며 후작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의 아들과 부인.

이 세 명이서 함께 먹는 저녁이 너무나도 좋은 후작이지만 오늘은 무리였다.

일부러 무리해서 자신들을 도와준 대공 보스.

그와 술 한잔 기울이기로 했으니 말이다.

“내일 아침을 같이 먹으면 되지요.”

후작의 말에 칼론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칼론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너는 그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그래.”

칼론의 감사인사에 살짝 미소를 지은 후작.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다.

잠시 후.

홀로 황궁을 걷게 된 칼론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일정은 끝이다.

이제 레브를 만나러 가야지.

그녀의 옆에 있어 주고 그녀를 위해주어야 한다.

한데…… 왜 이렇게 힘이 들고 가기가 싫을까?

“미친 X…….”

가기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경멸스러웠던 칼론은 욕설을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마음의 병이 생겨버린 레브다.

지금이라도 옆에 있어 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가기 싫다니?

자신이 이렇게나 혐오스럽고 경멸스러운 인간이었던가…….

칼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레브의 집으로…… 가야 한다.

“칼론!”

그때, 칼론의 귀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헤튼!”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금발의 외 안경잡이.

바로 리프크네 공작의 후계자이자 사위이며 자신의 벗인 레헤튼이었다.

“잘 지냈지?”

“물론.”

칼론의 물음에 씨익 미소를 지은 레헤튼.

그런 녀석의 모습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너는 뭐야? 왜 이렇게 야위었어?”

그런 칼론을 바라보던 레헤튼이 깜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묻자 칼론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야…….”

그런 칼론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레헤튼.

“아니다. 같이 밥 먹자.”

“미안, 레브에게 가봐야 해.”

“아…….”

레헤튼의 권유에 칼론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자 레헤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제국으로 돌아왔는데 여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자신이 너무 방해한 것 같았다.

“알겠어. 그러면 밤에 술 한잔하자.”

“그래.”

“우리 집으로 와!”

“알겠어.”

리프크네 공작의 딸과 혼인하여 살림을 차린 레헤튼.

황태자 요한이 직접 내린 저택에 기거하는 레헤튼이 말하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라면 상관없겠지.

“그래, 그때 메이슨 경도 올 거야.”

“메이슨 경은 좀 괜찮아?”

레헤튼의 말에 칼론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칼론은 보지 못했다.

최근 들어 밝게 변한 메이슨을 말이다.

“아주 괜찮아.”

메이슨을 걱정하는 칼론을 보며 레헤튼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그에 칼론 또한 미소를 지었다.

* * *

와아아!!!

오스란 왕국의 왕도.

그곳을 당당하게 걷는 행렬들을 보며 백성들은 환호했다.

상인들을 죽이고 때로는 사막에서 나와 마을을 약탈하던 마적단.

그들을 토벌한 영웅들이며 대륙에서 미남으로 유명한 황태자의 등장에 오스란 왕국의 수도에 사는 모든 백성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말에 오른 채 당당히 손을 흔들고 있는 사내를 보며 환호했다.

검은 머리 붉은 눈이 너무나도 인상적인 미남.

대륙에서 역대급 천재로 유명한 황태자였다.

이제는 북부에 이어 남부의 영웅이 되어버린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

오스란 왕국의 백성들은 그런 요한에게 환호했다.

“황태자 전하 만세! 시우 공작 만세!”

그리고 황태자인 요한과 오스란 왕국 출신의 대표 시우 공작을 찬양했다.

“쳇.”

그런 백성들을 보며 실은 혀를 가볍게 찼지만 요한은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손 흔들어 줘.”

“응.”

요한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은 엘로나.

엘로나가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자.

“우와아!!”

남자들의 환호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저 자식들이.”

그런 남자들을 보며 요한이 장난스레 말했고 엘로나는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오크다!”

그때.

행렬들을 환호하던 백성들은 행렬 뒤에서 등장한 거대한 덩치들, 인간을 죽이고 약탈하는 몬스터 오크들의 등장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꺄아악!”

인간과는 다른 생김새, 흉측한 외모와 위압감을 더하는 덩치에 근처에 있던 여인들이 소리를 질렀고 백성들은 혼비백산하며 뒤로 물러섰다.

“엄마아!! 우에에엥!”

그때.

한꺼번에 너무나도 많은 인파가 물러서자 한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고 아이는 갑자기 엄마가 사라지자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엘!”

그런 아이를 발견한 아이의 엄마.

엄마가 서둘러 달려가려고 했지만…….

“안 돼!”

주변에 있던 사내들이 그런 아이 엄마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지금 아이를 구하러 가봤자 아이와 엄마만 다칠 뿐이다.

“엘! 엘!”

하지만 엄마는 강했다.

아이의 엄마는 두려워하는 사내들을 뿌리치고는 아이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꺄하!”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이를 번쩍 들어버린 오크.

시야가 갑작스럽게 넓어진 아이는 재미있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크는…….

놀랍게도 삼촌이 조카를 달래주듯 아이를 번쩍 들어 하늘을 날게 해주고 있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자 몬스터 오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후다닥!

아이의 엄마 쪽으로 오크가 다가오자 엄마를 내버려두고 뒤로 물러선 사내들.

아이 엄마는 가만히 그런 오크를 바라보았다.

덜덜덜.

두려움에 다리가 떨려왔지만 엄마는 버텼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아…… 아이를…….”

“취익! 여기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크는 인간의 말을 하며 아이를 엄마에게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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