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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58화 (158/226)

제 158화

제158편 황제의 결단

“형…….”

“한스. 나가서 놀다 와.”

레브의 집.

칼론은 자신의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한스를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칼론의 말에 눈치를 살피던 한스.

그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안 돼…… 기도 안 드리면 나 벌 받는다고 했어…….”

“…….”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하는 한스의 모습에 칼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한스의 어깨를 잡았다.

“한스.”

“응.”

칼론의 부름에 힘없이 대답한 한스.

칼론은 그런 한스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기도를 안 올린다고 벌을 주지는 않아.”

“하지만…….”

“한스, 옛날, 어머니께서는 말 안 듣는다고 너에게 밥을 안 주었니?”

“아니!”

칼론의 물음에 고개를 격하게 가로저으며 대답한 한스.

그러고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래, 신도 마찬가지야.”

한스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칼론.

그가 한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한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 놀러 가도 되는 거야?”

“응.”

“누나가 나 안 쫓아오지?”

“응.”

“친구들도 기도 안 해도 되는 거야? 친구들이 기도 안 올리는데…… 같이 놀아도 되는 거야?”

“…….”

하아…….

한스의 계속되는 당연한 물음에 칼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레브…….

도대체 이 어린 소년, 한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 아이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한숨을 내쉰 칼론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기대감에 떨리고 있는 한스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야.”

“응!”

칼론의 대답에 한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집을 나섰다.

칼론이 제국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 보는 환한 얼굴로 말이다.

* * *

“그대가 성녀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황제 폐하, 미하일 님의 자녀, 루멘이라고 합니다.”

황궁의 대전.

황좌에 앉은 황제의 물음에 백금발에 황금색의 눈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 루멘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흐음…….”

그런 루멘의 인사에 조용히 턱을 어루만지는 황제.

이내 단상 아래에 있는 한 노인을 바라보았다.

“대사제.”

“예, 황제 폐하.”

트레이 교단의 대사제 크림슨.

그는 황제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황제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짐이 타 대륙인을 싫어하는 것, 알고 있나?”

“그렇습니다.”

황제의 차가운 물음.

그에 크림슨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크림슨은 이 황제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사람 좋은 미소로 잔혹하고 차가운 성정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그가 황제로 즉위하던 시절 피의 숙청을 일으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크림슨은 조심스러웠다.

이 황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바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성녀의 등장이 반갑지는 않지만, 황태자의 부탁이 있었기에 제국에 들였다.”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듣기 좋은 황제의 목소리.

따뜻하면서도 웃음기 섞인 그의 목소리에 크림슨과 루멘은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한데.”

그때.

분위기가 급변했다.

감사인사를 받은 황제가 돌연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었기 때문이다.

변덕스러운 황제의 모습에 당황한 루멘.

황제는 그런 루멘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짐이 우스운가?”

우웅!

황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

마나의 기운과는 다른 황제의 위엄에 루멘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이 위엄.

대단했다.

자신의 나라, 교국의 주인 교황과는 또 다른 위엄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만…….”

“거기까지.”

황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에 위협을 느낀 하인리히.

그가 루멘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대로 멈추었다.

“자네가 나설 수 있는 곳은 거기까지일세.”

흑발 적안의 미남자.

제국의 검이라 불리는 카르미언 대공, 보스가 하인리히의 목에 검을 겨누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를 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목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말이다.

그에 하인리히는 입술을 깨물고는 뒤로 물러섰다.

황제의 위엄에 심호흡을 한번 한 루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예의 인자하고, 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먼저 인사를 드리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저에게 있어서 신님의 일이 최우선이었습니다.”

“흐음…….”

루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황제.

그가 내뿜던 위엄을 거두어 들었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루멘.

황제는 그런 루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국에서는, 신님의 일이 우선이 아니지.”

“…….”

하지만, 이어진 황제의 말에 루멘은 다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황제는 그런 루멘을 내려다보며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짐이 있는 이곳에서는 짐이 신이다.”

“…….”

“크림슨.”

“예, 폐하.”

황제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크림슨.

황제는 그런 크림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짐은 신을 믿지 않는다.”

“예, 폐하.”

“내가 이상한가?”

“믿음은 자유입니다. 신을 믿지 않는 존재가 있어야, 믿는 존재도 있는 법입니다.”

황제의 물음에 크림슨이 자신의 생각을 대답하자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 대답이 그대를 살렸군.”

“…….”

황제의 웃음기 섞인 한마디.

그 한마디에 크림슨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한줄기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만약 자신이 다른 말을 꺼내었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는 것이다.

“성녀.”

그런 크림슨에게서 고개를 돌린 황제.

그가 이번에는 루멘을 바라보았다.

“예, 폐하.”

황제의 물음에 공손히 대답한 루멘.

황제는 그런 루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짐이 왜, 트레이 교단을 받아들였는지 아는가?”

“…….”

황제의 물음에 루멘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모르겠다.

신을 믿지 않는 황제, 자신의 권위를 신의 권위로 비유할 만큼 오만한 황제가 왜 트레이 교단을 받아들였는지 말이다.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루멘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황제.

그가 입을 열었다.

“황태자가 성자라서야.”

“예……?”

생각지 못한 황제의 말.

그의 말에 루멘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황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루멘을 바라보았다.

“나의 후계자, 내 조카인 황태자가 트레이 교단의 신, 에르의 선택을 받은 자라고 하더군. 신의 힘, 신성력이라는 것도 자유자재로 다루며 말이야.”

“…….”

“그래서 나는 그때 깨달았다.”

황제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 루멘.

이어진 황제의 말에 루멘은 물론, 하인리히 그리고 크림슨마저 귀를 기울였다.

“신의 선택을 받은 황제, 황제가 곧 신이며 황명이 곧 신명이다.”

“…….”

“백성들은 황제를 신성시하며 귀족들은 황제를 존경하고 따르며, 감히 반란을 꿈꾸지 못하겠지.”

두려웠다.

광기에 가득 찬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황제의 모습에 루멘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절대적인 황권을 위해 인간을 만든 조물주인 신마저 이용하는 황제의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황태자는 우리 듀크 황가의 위상을 드높여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국의 백성, 아니 대륙의 모든 백성이 트레이 교단의 교리를 따라야겠지, 또한 에르라는 신을 믿어야 하고 말이야.”

“…….”

“나는 우리 조카, 황태자가 완벽한 황권, 완벽한 권력을 지녔으면 해.”

위험했다.

루멘은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비상 경종에 식은땀을 흘렸다.

좋지 않았다.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스윽.

회색빛의 머리칼을 지닌 중년인이 자신의 목에 짧은 단검을 겨누고 있었다.

절대 벗어나지 못했다.

“트레이 교단이 판게아 대륙에 자리 잡는 동안 그대들의 교단은 가만히 있게 해야겠다.”

그리고, 아이 같은 미소를 지은 황제의 목소리가 루멘의 귀를 울렸다.

* * *

“폐하.”

시종장이자, 황제의 숨겨진 검이며 귀인 드라칸.

그에게 명령을 내려 루멘과 하인리히를 가둔 황제.

보스는 그런 황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만약 이 사실을 요한이 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요한이 황제를 미워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황제의 동생이자 요한의 아버지로서 상당히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

“무슨 걱정하는지 안다.”

보스의 부름에 황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차갑고 목석 같은 동생이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황제이다.

어찌 녀석의 걱정을 모를까?

미소를 지어 보인 황제는 황좌에서 일어났다.

“이 사실은…… 최대한 요한에게 비밀로 한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형이기 이전에 황제이다.

황제의 명령에 충실한 신하인 보스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크림슨.”

“예, 폐하.”

황제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이는 크림슨.

황제는 그런 크림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양지로 나올 때 되지 않았나?”

“예……?”

갑작스러운 황제의 말에 크림슨이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양지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냐니?

고개를 든 크림슨은 의문 어린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흑발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미중년인.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어 조금은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크림슨의 눈에는 절대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방금 그 광경을 목격한 이라면 그 누구도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저 미소에 숨겨진 무서운 모습이 잊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크림슨을 보며 황제는 예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짐의 이름을 팔아도 좋다. 짐이 교단의 공식 석상에 나서겠다. 트레이 교단은 양지로 나와 백성들에게 신의 뜻을 전하고 백성들을 구제하도록 하라.”

“!!!”

생각지 못한 황제의 명령에 크림슨이 두 눈을 크게 뜨자 황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싫은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크림슨이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본좌는 신을 이용한다. 그러니 그대들도 황제인 나를 이용하라.”

서로 이용하고 이득을 취하자는 황제의 제안.

그에 크림슨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옵나이다, 폐하!”

어쩌면, 황제는 천재일지도 몰랐다, 아니 천재임이 분명하다.

타 대륙의 종교가 들어오기 전, 황태자인 요한이 선택받은 트레이 교단을 밀어주는 황제의 모습은 거침없었고, 또한 그것을 이용하며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영리했다.

그 모습에 크림슨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가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존재는 성자이자 황태자인 요한이 아닌, 제국의 주인, 바로 황제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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