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4화
제174편 변화하는 제국(1)
“어서 오십시오,”
황궁의 정문.
그곳을 찾은 귀빈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친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는, 마차에서 내리는 귀빈을 맞이하였다.
“오랜만입니다.”
충성서약을 하러 제국을 방문한 오스란 왕국의 국왕 루틸루스.
그가 마차에서 내려 나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정중한 그의 인사에 나 또한 그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잠시 후, 황제의 인정을 받아 공왕이 될 루틸루스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고 루틸루스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 우리 둘은 황제가 기다리고 있는 대전을 향해 나란히 함께 걸었다.
잠시 후.
우리는 대전 앞에 도착했고, 나는 고개를 돌려 루틸루스를 바라보았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나의 물음에 예의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루틸루스.
그에 나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드라칸을 바라보았다.
끄덕.
드라칸과 두 눈이 마주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의 행동에 미소를 지은 드라칸은 대전의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마이크를 향해 입을 가져다 대고는 입을 열었다.
“황태자와 오스란 공국의 공왕 루틸루스 공의 등장입니다.”
대전의 양옆으로 나란히 서 있던 귀족들.
대전을 울리는 드라칸의 목소리에 귀족들은 고개를 숙였고 나와 루틸루스는 당당히, 붉은색의 카펫을 걸었다.
단상 위에 존재하는 거대한 황좌에 앉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는 황제가 보였다.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무튼, 그런 황제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황제와의 적당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걸음을 멈춘 나를 따라 함께 멈춘 루틸루스.
나는 먼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황제에게 예를 취했다.
“폐하의 명을 받고, 루틸루스 공을 데리고 왔습니다.”
“고생했다. 황태자는 물러나거라.”
“네.”
나의 보고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황제, 나는 그런 황제를 향해 대답하고는 공석인 대공의 맞은편, 황제의 왼쪽에 섰다.
그리고 카펫에 홀로 서 있게 된 루틸루스.
이번에는 그가 황제를 향해 정중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루틸루스 오스란! 황제 폐하의 형제가 되고 싶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제국의 동생 같은 국가가 되어 한 가족처럼 제국이라는 집에 소속이 될 것이며, 제국의 기쁨에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할 것이며, 제국의 고난에 함께 굶으며 힘들어하겠습니다!”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는 쩌렁쩌렁한 루틸루스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그런 루틸루스의 말에 귀족들은 고개를 깊게 숙였고, 나 또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가족이 되기 위해 찾아온 루틸루스.
그를 향해 예를 차리는 것이다.
우리들의 행동에 가만히 황좌에 앉아있던 황제.
그가 황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단상에서 내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루틸루스의 앞에 섰다.
“제국은, 귀국을 가족으로 맞이할 것이며, 제국 또한 귀국의 기쁨에 함께할 것이며, 고난에 함께할 것이다.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황공하옵니다!”
황제의 선언에 루틸루스는 큰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경하드리옵니다!”
모든 신하가 고개를 숙이며 황제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었다.
“오스란 공국은, 자치권을 부여하며 제국에서는 그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다. 공국은 형제국으로써 제국에 예를 지켜주길 바란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이어진 황제의 말.
루틸루스가 바라던 그 말에 루틸루스는 고개를 다시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오스란은 제국의 속국…… 아니 가족이 되었다.
* * *
“타 대륙의 인물들이라…….”
황태자인 나의 궁에 위치한 응접실.
루틸루스와 함께 귀국한 선생님.
오랜만에 만나는 선생님과 함께 나는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 쓰고 있는 일을 설명하며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자 선생님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고는 턱을 쓰다듬으시더니 이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설인들은?”
“아직입니다.”
칼론이 설명한 인상착의를 기준으로 블랙 기사단에게 그를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신 선생님.
그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대공의 휴가. 입단속은 철저히 하였느냐?”
“네, 극소수의 인원들만 알고, 또 그 소수의 인원은 휴가준비를 하던 궁녀뿐입니다. 문제없을 것입니다.”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실력도 그렇고, 칼론과 위즐리도 함께 보냈으니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래, 엄청난 전력이구나.”
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찻잔을 들어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말이다.”
차를 내려놓으며 다시 입을 연 선생님.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궁녀 중에는 타 대륙의 세작이 없는 것이 확실하느냐?”
“…….”
“레브 그 아이도, 궁녀가 아니었느냐.”
생각지 못했다.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을 콕 집어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의 말이 옳았다.
레브도 타 대륙, 교국의 사상에 미쳐 황태자인 나도 못 알아보는데…… 다른 궁녀라고 다를까?
이거 다시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래.”
나의 대답에 빙긋 미소를 지은 선생님.
나는 그런 선생님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고개를 돌렸다.
“조사해보겠습니다.”
나의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던 게슈레.
내가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게슈레는 물러났다.
잠시 후.
“실례하겠습니다.”
게슈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샌드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왔어?”
“…….”
아주 반가웠다.
나의 반가운 인사에 어색한 미소를 짓는 녀석.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을 괴롭히는 것도 좋지만, 일단 선생님과의 티타임이 더 중요하니 말이다.
“차 한잔 더 드시겠습니까?”
“부탁하지.”
어느새 잔이 비워진 선생님의 찻잔.
그에 샌드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에 샌드는 걸음을 옮겨 다른 테이블에 위치한 차를 들고 와 선생님의 잔에 따라주었다.
“나는?”
“아직 잔이 남으셨길래…….”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샌드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식었잖아. 나보고 이걸 마시라고?”
“죄송합니다, 바꿔드리겠습니다.”
나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샌드.
잠시 후, 녀석은 새로운 잔을 들고 빈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쪼르르.
“살살해. 소리가 크잖아.”
“…….”
장난기가 다분한 나의 목소리.
그런 나의 목소리에 샌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 받았나 보다.
감히 황태자인 나의 앞에서 입을 꾹 다무는 녀석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쭈?”
“시정하겠습니다.”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하는 나의 모습에 샌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과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나를 죽인 놈이기에 괴롭히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놀리는 재미가 쏠쏠한 놈이다.
-그래, 그렇게라도 괴롭혀라.-
그런 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젓는 크산느.
그런 크산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생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고는 샌드를 바라보았다.
“고생이 많군.”
“아닙니다!”
대륙의 현자인 에스란 후작.
선생님의 격려에 샌드는 영광이라는 듯 차려를 하며 대답했다.
저 자식, 매일같이 황태자인 나와 대화를 나누는 영광을 누리면서 왜 선생님한테 저렇게 빠릿해?
아무래도 교육이 다시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럼 또 필요할 때 불러주십시오.”
나를 향해가 아닌 선생님에게 인사를 올리는 샌드.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야.”
“잘생기셨습니다.”
나의 부름에 위험을 감지했을까?
샌드 저 녀석이 느닷없이 나를 칭찬하며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인 나에게 장난을 거는 녀석의 모습.
그런 모습을 시종장인 드라칸이 봤다면 샌드를 혼내었겠지만.
“물러가 있어.”
나는 마음이 넓은 황태자이기 때문에 용서해준다.
절대 잘생겼다는 칭찬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나의 말에 샌드는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선 다음 다시 시립했다.
나와 선생님에게 언제 도움이 필요할지 몰라 대기하기 위해서였다.
샌드가 물러서고.
따뜻한 찻잔을 들어 다시 한 모금 마신 선생님이 두 눈을 감고 향을 음미하시더니 이내,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제국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더구나.”
트레이 교단의 포교 활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일주일.
그 짧은 시간 동안 제국의 수도인 팔센의 백성들은 물론 귀족들까지 교단의 명성을 듣기 시작했다.
치료를 위해 교단의 임시 본부인 보육원이 아이들이 아닌, 환자들로 넘칠 만큼 유명해져 버린 트레이 교단이었다.
치료에서 그치지 않고, 교단은 빈민구제를 위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신은 믿지 않지만 빈민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던 수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그런 교단을 도왔고 교단을 중심으로 빈민구제활동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러다가 신을 믿게 되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아무튼, 그로 인해 수도에서 간간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백성들에게는 트레이 교단의 교리와 신의 존재가 익숙해졌다.
귀국길에 그런 백성들을 보았던 선생님이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던 것이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이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것 같더군요.”
나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은 선생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의 이름도 대단하고 말이다.”
백성들의 영웅인 내가 신의 선택을 받은 대리자, 성자인 것을 알고 백성들은 더욱더 가벼운 마음으로 교단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한, 황태자인 내가 교단의 성자인 것을 알려지자, 눈치를 보던 귀족들은 당당하게 교단에 방문하여 자신들이 아끼는 기사나, 가족의 치료를 부탁하였다.
거액의 후원금을 주며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완쾌가 되었고, 교단은 어느덧 귀족들에게도 지속해서 지지와 후원을 받는 집단이 되었다.
그것을 콕 집어 선생님이 말하자 나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트레이 교단이 이렇게 빨리 퍼지고, 유명해진 것은 나의 이름 덕분이었으니 말이다.
“의사들이 조금 웅성거리더구나.”
“네. 그렇지요.”
그리고, 단점을 선생님이 지적하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선생님 또한 미소를 지으셨다.
“역시 무슨 생각이 있구나?”
“당연하지요.”
신성력의 등장으로 의사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짐작했다.
신성력으로 상처를 완벽하게 치료해버리니, 사람들은 의사를 찾지 않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의사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솔직하게, 맨 처음 신성력을 얻었을 때 그것을 가장 걱정했지만, 웬걸.
해답은 의사인 위즐리에게서 나왔다.
“신성력으로 인해, 의술이 더 발달하게 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흐음…….”
나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나의 말을 곱씹는 선생님.
나는 그런 선생님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국교 선언식이 끝이 나면, 위즐리와 함께 의학 종사자들을 모아 회의를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의학계에서 일인자로 꼽히는 신의 위즐리.
그리고 황태자인 나.
우리 둘의 주최로 의학 종사자들을 모두 모을 생각이었고 이미 어느 정도 준비도 되어 있는 상태이다.
명단을 꾸려, 초청장을 보내었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선생님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주 잘했구나.”
“감사합니다.”
나의 스승이신 선생님.
그분에게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도 더 잘해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아야겠다.
-잘했다.-
“…….”
저 녀석의 칭찬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