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85화 (185/226)

제 185화

제185편 성자가 아닌 황태자

“앉거라.”

황제의 집무실에 들어선 나.

그런 나를 보며 황제는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에 나는 황제가 권한 자리에 앉았고, 황제 또한 상석에 앉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있어서 온 것이겠지?”

“네.”

황제의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이곳에 방문한 이유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칼론의 기사 작위. 해제를 취소해주십시오.”

“불가.”

“…….”

역시, 불가능한 것일까.

나의 부탁에 황제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거절했고 그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묻는 것이냐?”

아니요, 불가능한 것 알고 있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나는 역시 하는 표정을 지으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기사 칼론이 세운 공은 적지 않습니다.”

“그것을 참작해 직위해제로 끝맺은 것이다.”

“제가 아무리 부탁드려도 변하지 않겠군요.”

“그렇다.”

되었다.

확답 어린 황제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

빠르게 물러나는 나의 모습에 놀랐을까?

황제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폐하께 무리한 부탁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칼론에게 큰 죄를 묻지 않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올리는 나를 보며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황제.

나는 그런 황제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인 다음 집무실을 나섰다.

쾅.

집무실 문이 닫히고.

나는 집무실 앞 복도 기둥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있는 사내를 보며 살짝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이냐?”

특유의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 사내, 나의 숙부이자 공작인 실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뭘 말입니까?”

“너, 무슨 꿍꿍이 있는 것 아냐?”

“아닌데요.”

실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내 모습이 수상했을까?

실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기둥에서 몸을 뗐다.

그러고는 나의 앞에 섰다.

“그 녀석 일어나면 나한테 오라고 해.”

“그래도 환자인데, 공작이 병문안을 가야지요.”

하여간 이 양반, 못됐다.

환자인 칼론에게 일어나면 바로 오라고 하라니?

두 다리 멀쩡한, 지가 가면 되지 말이다.

삐딱한 나의 말이 재미있었을까?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요새 많이 까분다?”

“공작. 무엄합니다.”

실의 말에 나는 근엄한 표정으로 실을 꾸짖었다.

어디, 공작이 황태자인 나에게 반말을 하며 협박을 한단 말인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턱.

“이제는 황태자를 시해하려고 하는 것입니까?”

나의 뒤통수를 향해 들린 실의 손.

그런 실의 손목을 잡으며 내가 씨익 미소를 짓자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진짜 많이 컸구나.”

“공작보다 키도 큽니다.”

정말이다.

이제는 실보다 나의 키가 더 크다.

장난기 어린 나의 말에 다시 미소를 지은 실.

그가 손을 거두어들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제자 녀석보고 오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정신 들면 나한테 오라고 해. 가르쳐 줄 것도 많으니.”

“그러게 제자 좀 잘 가르치시지…….”

실의 말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막말로, 우리 에스란 선생님처럼 잘 가르쳤다면 칼론이 이렇게까지 답답하고 힘들어하는 성격을 지녔겠는가?

다 스승인 실의 탓이다.

진심 반, 장난 반인 나의 책임 전가에 실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아 이 새X가 진짜.”

어이쿠? 살기를 끌어올리네?

옷소매를 걷으며 살기를 내뿜는 실의 모습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이내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어허! 실 공작!”

“뭐! 황태자!”

나의 호통과 기세에도 불구하고 살기를 가라앉히지 않는 실의 모습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까불었나 보다.

“둘이 뭐 하세요?”

그때.

나와 실은 뒤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몸을 그대로 굳혔다.

“숙모님.”

“엘로나……?”

서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운 두 명의 여인.

바로, 실의 부인이자 엘프의 여왕인 클로리터스와 나의 연인, 엘로나였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 둘을 향해 묻는 숙모님, 로리의 물음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야? 그것도 숙모님하고…….”

“오랜만에 스승님이랑 궁술 연습도 하고, 산책을 하는데, 폐하께서 하이아칸 왕국에서 서신이 왔다고 확인하러 오라고 하셔서 잠깐 왔어.”

“당신은 여기서 뭐 해요?”

엘로나의 대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나.

옥구슬 굴러가듯 듣기 좋은 로리의 물음에 흠칫하며 뒤로 물러서는 실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숙모님, 방금 실 공작이 황태자인 저에게 살기를…….”

“황태자.”

실의 행동을 고자질하기 위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던 나.

나는 나의 말을 가로막는 로리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엘프.

보라색의 신비한 두 눈으로 나를 보며 미소를 지은 로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남편, 그만 놀려요.”

쩝.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부탁(?)을 하는 로리의 모습에 나는 입맛을 다시었다.

“그리고 당신도, 그만 좀 시비 걸어요.”

“로리. 시비를 걸다니? 그냥 저 녀석이 개념이 없어서…….”

“당신은 더 없잖아요.”

“…….”

숙모님 나이스.

묵직하게 팩트를 날리는 로리의 말에 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이 나는 왜 이렇게 좋을까?

아이고, 고소해라.

“요한, 오늘 저녁 같이 먹을까?”

“그래, 황태자궁으로 와.”

고소해 하는 나를 향해 엘로나가 미소를 지으며 저녁을 권했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황태자궁 담당 요리사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겠다.

엘로나가 싫어하는 버섯 음식을 준비하라고 말이다.

“아니, 우리 궁으로 와.”

나의 속셈을 눈치챈 것일까?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하이아칸 왕국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예쁘게 말하며 빙긋 웃는 엘로나.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확신했다.

버섯 요리를 준비하려는 나의 속셈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말이다.

* * *

“찾으셨습니까, 성자님.”

때마침 대신전의 건축 때문에 황궁에서 일을 보고 있던 대사제 크림슨.

그는 나의 부름에 모든 것을 제쳐놓고 나의 집무실로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앉으십시오.”

트레이 교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이며, 모든 사제의 존경을 받는, 아니 이제는 백성들에게까지 존경을 받는 대사제 크림슨.

그를 향해 내가 정중한 어조로 자리를 권하자 크림슨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성자님, 이전처럼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아닙니다, 트레이 교단이 본국의 국교가 된 이상, 대사제인 크림슨 님에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나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크림슨은 여전히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살짝 미소를 지은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익숙해지세요.”

장난기가 가득한 나의 명령에 결국 크림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 또한, 성자님께 더 예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제국의 황태자이자, 교단의 성자인 나.

그런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크림슨을 보며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우리는 샌드가 내온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차 향이 좋군.”

“그러게 말입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샌드의 다도 실력.

그것을 상기하며 내가 기분 좋은 미소로 말하자 미소를 짓던 크림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다행입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런 우리 둘의 반응에 샌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물러났다.

그렇게 샌드가 문을 닫자 비로소, 이곳에 나와 크림슨.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대사제님.”

“네, 성자님.”

나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하는 크림슨.

그런 크림슨을 보며 나 또한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신성 교국에는, 성기사단, 그리고 프리스트 등. 다양한 무력집단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예, 성녀에게 대충 들었습니다.”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크림슨.

그런 크림슨의 대답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로 인해, 다양한 권력다툼이 있었다고 저는 판단이 되었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서로 경쟁하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 상대방을 낮게 낮추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니 말입니다.”

나의 말에 크림슨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단에서 권력에 욕심이 생긴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신을 따르는 교단이 아니다.

신성 교국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은 나와 크림슨은 그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황궁에서는 사제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그리고, 견습 사제들은 황제의 동의가 있어야 정식 사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교단의 실질적인 실무자들과 같은 사제들.

신학을 공부하고, 일반인들에게 그 신학을 알리며 전도하고, 신의 힘인 신성력을 사용하여 백성들을 돕는 것이 일인 사제들의 임명권을 황제가 관리하겠다는 말에 크림슨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

그런 크림슨의 시선을 무시한 나는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나의 모습에 크림슨은 한번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성자님…….”

“저는 지금, 제국의 황태자로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귀족들과 황족의 기부금으로 부를 축적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교단.

그 교단의 실무자들과 같은 사제들은 당연히 황제가 임명해야 한다.

교단 자체에서 가능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선을 긋는, 단호한 나의 말에 크림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많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황태자이면서 성자인 나.

나는 제국과 교단의 입장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사태를 지켜보았다.

제국의 대표로는 황제가, 교단의 대표로는 크림슨이 서로 조약을 맺을 때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절대로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국교 선언식이 끝이 난 지금.

나는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황제와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분을 꺼내어 이야기하니 어찌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문제 있습니까?”

당혹스러워하는 크림슨을 보며 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교단은 제국의 산하 집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한데 어찌, 교단의 내부를 간섭하려는 것입니까?”

“제국에서 교단에 성의를 베푸는 만큼, 그 힘을 행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전하.”

나의 대답에 얼굴을 굳힌 크림슨.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고 나는 고개를 들어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우리 교단은, 그 누구의 명도 따르지 않을 것이며, 신의 뜻만을 지킬 것입니다. 제국의 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의 두 눈을 보며 당당하게 말하는 크림슨을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교단은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제 말은, 견습 사제들을 뽑고, 가르치고 등의 모든 과정은 교단에 맡기고, 마지막, 사제임명에 관한 권한은 우리가 가지겠다는 뜻입니다.”

“그 뜻은?”

“네, 시간이 흘러도 교단에서 제국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보험을 들어놓는 것입니다. 물론, 교단에서 요청한 인물들이 범죄자가 아닌 이상 제국에서는 사제임명을 허락할 것입니다.”

모든 일은 교단에 맡기고 마지막 단계인 임명권만 황제가 가지겠다는 나의 말에 크림슨은 조용히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한 크림슨이 생각을 마친 듯 턱을 쓰다듬던 손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발 물러서는 대사제 크림슨의 대답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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