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6화
제216편 가자
“고 년. 심지가 아주 강하구나.”
자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톱을 세우는 소녀를 보며 그레고리우스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세를 낮추어 사지가 묶인 소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너는, 내가 특별히 예뻐해 주어야겠구나.”
흡정마공 吸精魔功.
그레고리우스가 젊은 시절 우연히 발견한 이 무공은 상대방의 체내에 있는 기운을 흡수하는 마공이다.
흡정마공을 사용하며 관계를 가진다면 아무리 강한 기운을 지니고 있던 여인이더라도 미라처럼 말라 비틀어지는 것이 정상.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는 달랐다.
기운을 흡수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멀쩡한 소녀의 모습에 그레고리우스는 직감했던 것이다.
소녀가 가진 신성력이 타 반천족들에 비해 아주 강력하다는 것을 말이다.
“내일 또 오마.”
그레고리우스는 절대로 연속해서 같은 여자와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다.
자신을 바라보며 이를 가는 소녀의 모습에 그레고리우스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탓.
옷을 입고 방을 나선 그레고리우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하이든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모두 물러가라 했지 않았나?”
문 앞에 위치한 하이든.
그를 향해 그레고리우스가 인상을 찌푸리자 하이든이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급히 알려야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이지?”
하이든의 대답에 인상을 찌푸린 그레고리우스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든은 자신의 충실한 수하다.
분명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레고리우스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하이든에게 물었다.
“나가사에 위치한 교회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교국에서 유일한 항구인 나가사.
판게아 대륙과의 무역은 교국 입장에서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장사이다.
그리고, 판게아 대륙에서 들어오는 특산품 또한 교국의 백성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았다.
그렇기에 수많은 상인들이 무역에 투자했고, 그만큼 무역의 규모는 커져만 갔다.
그렇게 무역의 규모는 커져만 갔지만, 판게아 대륙으로 향할 수 있는 항구는 단 한 곳뿐이다.
바로, 헤르만 자작이 영주로 있는 나가사.
그렇기에 실험에 수많은 자금이 필요한 그레고리우스의 입장에서는 나가사는 아주 중요한 장소였다.
그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가장 큰 것은 물론, 판게아 대륙과 교국의 주변에 위치한 수많은 섬에서 잡아오는 반천족 소녀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하이든의 입에서 나가사라는 말이 나오자 그레고리우스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무슨 급보지?”
조금은 싸늘한 그레고리우스의 음성.
그의 음성에 하이든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헤르만 자작 부인, 사란이 병으로 외부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피식.
“아주 생쇼를 하는군.”
자신의 35번째 부인 사란.
그녀는 요녀다.
성욕이 너무나도 강한 요녀.
수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만족하지 못했던 그녀는 자신을 만나고 만족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가?
흡정마공의 주인이다.
수백, 아니 수천 명과의 여인과 관계를 가졌으며 여인들과 반천족들에게서 뺏은 정기가 가득한 남자이다.
자신의 부인은 총 50명.
그중 가장 자신을 사랑하는, 아니, 자신과의 잠자리를 사랑하는 여인이 사란이다.
최근 그런 그녀에 너무나도 질려 주말마다 만남을 미루고 거리를 두었던 그레고리우스였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아마,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이든의 대답에 피식 미소를 지은 그레고리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시해.”
“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 말이다.”
그레고리우스의 말에 당황한 하이든.
그의 되물음에 그레고리우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하이든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러기를 잠시.
“참, 교황 성…….”
교황의 대답에 당황하여 아인츠 후작이 나가사에 방문했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은 하이든.
그것을 깨달은 하이든이 보고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그레고리우스는 없었다.
“…….”
그에 살짝 당황한 하이든.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그레고리우스에게 알릴까 고민을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나가사에 신경을 쓰지 말라 한 교황의 대답을 상기하고 굳이 보고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이든은 최악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 * *
“크군.”
마차를 타고 거대한 저택에 도착한 나는 궁궐만큼이나 거대한 저택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궁보다 큰 것 같습니다.”
나의 혼잣말을 들은 아이작.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이작이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아이작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귀족이, 주군인 황제보다 큰 집을 가질 수는 없는 법.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는 당당하게 따져야 한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나의 조언에 아이작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이작.”
그때, 아이작의 옆에 있던 케한.
녀석이 아이작을 불렀다.
케한의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린 아이작.
그가 고개를 돌리자 케한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이작의 목에 팔을 둘렀다.
“우리 집이 더 크다. 나중에 놀러 와.”
“…….”
케한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아이작.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케한의 집인 대공가.
그곳이 황궁보다 크다는 아인츠 후작가의 저택보다 크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정말 놀러 가도 될까?”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음성으로 묻고 있는 아이작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당연하지!”
아이작의 물음에 씨익 미소를 지은 케한.
녀석이 아이작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헤헤! 알았다! 놀러 갈게!”
자신의 목을 조르는 케한의 팔을 손으로 치면서 아이작이 대답하자 케한은 그제야 아이작을 놓아주었다.
“주군.”
그때, 마차 밖에서 진중한 칼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지요.”
“열어.”
칼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벌컥.
마차의 문이 열렸다.
마차의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케한과 아이작이 점프하며 마차에서 내렸고 뒤이어 내가 내렸다.
그러고는.
“잡아.”
마차에서 나의 옆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던 엘로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손을 내밀자 엘로나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나머지 손으로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렸다.
“와! 아주 아름다워요.”
“누나 예쁘다!”
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엘로나.
은은한 달빛을 받자 엘로나의 머리칼 색과 같이 연한 청색의 빛을 보이는 드레스에 아이작과 케한이 감탄했다.
“정말?”
그런 둘의 칭찬에 미소를 지은 엘로나.
그녀가 웃으며 되물었고, 아이작과 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엘로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때?”
나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짓는 엘로나.
그녀의 모습에 나는.
“으윽!”
심장이 아파왔다.
달의 여신과도 같은 엘로나의 모습.
이 여자가 내 여자라니!
가슴을 부여잡으며 내가 신음을 흘리자 엘로나는 물론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칼론과 메이슨 그리고 샌드가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전하!”
“주군! 어서 의사를…….”
“너무 예뻐.”
“…….”
나를 부여잡으며 호들갑을 떠는 사내놈들을 무시하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엘로나를 보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그대로 굳어버린 메이슨과 칼론, 샌드.
그리고 엘로나였다.
“하핫!”
“…….”
“미친 X.”
“칼론, 다 들려.”
“들으라고 한 거다.”
저 자식, 보는 눈이 많은데!
어째 갈수록 막가는 것 같았다.
“풋.”
칼론의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던 그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자 볼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묻는 샌드를 말이다.
저 자식 저거.
전생에 원수였…….
아…… 맞다 원수였다.
빡!
“악!”
짜증 나는 놈.
샌드의 정강이를 가볍게(?) 걷어차 준 나는 다시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자.”
아까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인츠 후작가의 집사.
그를 의식하며 내가 팔을 내밀자 엘로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응.”
스윽.
그리고 나의 팔을 잡았다.
“모시겠습니다.”
나와 엘로나가 준비되자 고개를 깊이 숙이며 입을 연 집사.
그렇게 우리는 집사의 뒤를 따라 아인츠 후작가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집사의 뒤를 따라, 저택으로 들어서고, 긴 복도를 지나 거대한 방문 앞에 도착한 우리.
“듀크 제국의 요한 황태자 전하와, 엘로나 왕녀님이시네.”
방문 앞에 서서, 입장객들의 존재를 알리는 하인.
그에게 집사가 낮은 목소리로 언질을 주었다.
그에 화들짝 놀란 하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싱긋.
나와 눈을 마주친 하인.
나는 그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고, 하인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위치한 마법 도구,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듀크 제국의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 황태자 전하와, 약혼녀이신 하이아칸 왕국의 엘로나 왕녀님이십니다.”
하인의 소개가 파티 홀을 울리는 동시에 나와 엘로나는 걸음을 옮겼다.
정중앙에 깔린 레드 카펫.
그것을 밟으며 나와 엘로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우리 둘을 향해 집중되는 귀족들의 시선들.
그렇게 우리가 레드 카펫의 중간을 지났을 때.
“황제 폐하와, 카르미언 대공가의 케한 카르미언 도련님이십니다!”
아이작과 케한의 입장 안내가 들려왔다.
“…….”
이곳의 주인, 황제인 아이작의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와 엘로나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
엘로나 또한 그 시선을 느꼈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 미친놈들.
이곳의 대부분은 귀족이다.
그들의 주군인 황제가 등장하는데 손님인 나한테 집중을 하다니?
아주 미친놈들이 따로 없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아이작이 보였다.
우뚝.
그런 아이작의 모습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와 함께 발을 맞추며 걸음을 옮기던 엘로나 또한 나를 따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게 우리 둘은 레드 카펫에서 멈추었다.
“……?”
“뭐지……?”
그런 우리 둘의 행동에 웅성거리기 시작한 주변 사람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케한과 아이작이 이곳까지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후.
우리의 앞에 케한과 아이작이 도착했다.
“스승님.”
내가 자신을 기다린 것이라는 것을 안 아이작이 나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작의 옆에 섰다.
“가자.”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아이작에게 속삭였다.
“…….”
“어서 가요.”
말문이 막혀 멍하니 서 있는 아이작.
녀석을 향해 이번에는 엘로나가 말했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 엘로나.
그녀의 말에 아이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힘찬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