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1화
제221편 저 마법 그만둘까요?
“오늘 참 달이 밝습니다.”
밤하늘 위 홀로 고고하게 떠 있는 아름다운 보름달.
그 달을 올려다보며 교황성의 경비 담당이자 교황의 기사인 니케지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니케지의 말에 웃으며 대답한 한 노인.
바로 교국에 단 두 명뿐인 추기경 중 한 명인 후케였다.
후케의 동의에 니케지는 달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후케를 바라보았다.
“후케 추기경님.”
“네, 니케지 경.”
낮아진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니케지의 행동에 후케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니케지가 주변을 한번 살펴보더니 이내 다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잣거리에 나도는, 괴상한 소문.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문 말입니까?”
니케지의 입에서 나온 말에 후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후케의 모습에 니케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소문을 듣지 못했나 보다, 하고 짐작한 것이다.
그에 니케지는 잠깐 고민했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니케지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후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교국에서 일어나는 여인들과 소녀들의 실종사건 있지 않습니까.”
“네, 어서 빨리 해결해야 할 텐데…….”
니케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케.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큰일이다.
죄 없고 가여운 어린 소녀들과 여인들.
그들이 납치를 당하다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그리고 그 여인들과 소녀들의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전부, 교황성하께서 납치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마음속으로 안타까워하던 후케.
그가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니케지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니케지를 바라보았다.
“괴소문인 것 압니다, 성하께서는 그럴 분이 아니시지요.”
늘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뛰어난 신성력으로 백성들의 구제에 앞장서 걸으시는 분이다.
그런 분을 이런 괴상한 소문으로 모욕하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놀란 표정을 한 후케를 보며 니케지가 말하자 후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멈칫.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돌연 얼마 전의 일이 생각났다.
양녀로 들였다면서 자신에게 인사를 시킨 금발의 한 소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헐렁한 옷 사이로 보이는 멍과 조금은 야윈 듯한 모습, 그리고 죽은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어 자신이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었다.
그 소녀가 신성력을 지니고 있어 미하일님의 축복을 받은 아이라고 축하했기에 기억에 남았다.
설마…… 이 일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뜬금없는 추측이지만 후케는 왠지 연관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후케가 얼굴을 굳혔다.
불안했다.
“후케 추기경님!”
퍼뜩!
“아…… 미안합니다.”
홀로 생각에 빠진 후케를 큰 목소리로 부른 니케지.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후케가 손을 들며 사과를 했다.
그에 니케지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비록 그 괴소문이 저잣거리에 나돌고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니케지의 입에서 나오는 격려의 말.
고민에 빠진 자신을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네는 니케지를 보며 후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니케지는 몰랐다.
이때까지 무결점으로 완벽하게 살아온 교황 그레고리우스.
그의 괴상한 소문이 나돈다는 것은 그가 무결점으로 살아온 것만큼이나 파장이 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서 들어가 쉬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지킬 터이니 푹 쉬십시오.”
피곤해 보이는 후케의 모습에 니케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하자 후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야겠습니다. 고생해주십시오.”
미소를 지으며 니케지에게 인사를 건넨 후케.
그가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를 이 불안감.
어서 돌아가서 알아보고 해소해야겠다.
콰앙!
그때!
교황성의 정문에서 거대한 폭음 소리가 들려왔다.
우뚝.
갑작스러운 폭음 소리에 그대로 걸음을 멈춘 후케.
그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근원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니케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
그에 얼굴을 굳힌 후케.
그 또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속으로 기도했다.
부디 아무 일 없이 오늘이 넘어가기를 말이다.
* * *
“블리자드 스톰.”
콰앙!!!
“쿠르스 가자!”
히이잉!!
하하, 녀석들.
나는 나의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광경에 미소를 지었다.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고 얼음 메테오를 쏟아내는 메이슨과 거대한 흑마, 쿠르스에 올라타 주변을 휘젓고 다니는 칼론.
한쪽은 얼음, 한쪽은 화염.
그들이 만들어 낸 눈이 부시는 화려한 광경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그리고 옆에서 또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거대한 푸른색의 거궁을 손에 쥐고 아무것도 없는 활시위를 당기는 엘로나가 말이다.
피융!
아무것도 없는 활시위를 놓음과 동시에 푸른색의 거대한 얼음 화살이 생성되어 날아갔고.
콰앙!
그와 동시에 교황성의 성벽 하나를 허물었다.
정말 이런 모습을 보면 화끈하다.
“주군!”
“전하!”
“요한!”
그렇게 교황성의 정문과 정문을 지탱하는 성과 첨탑을 모두 파괴한 칼론과 메이슨, 그리고 엘로나.
그 셋이 자기 할 임무를 마치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셋의 부름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벅, 저벅.
그러고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르르!
이제야 움직이는군.
세 명이 성벽을 다 파괴하는 동안 보이지 않다가 모두 파괴하니 그제야 등장하는 성기사들.
그들이 검을 뽑으며 달려와 가장 선두에 있는 나에게 겨누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그들을 무시하고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멈추십시오!”
기사들의 가장 선두.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제법 무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나에게 경고했다.
피식.
너무나도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저놈들은 자신이 지키려고 하는 존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아마도 모를 것이다.
알면서도 그 존재를 지키려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미친놈일 테니 말이다.
“비켜라.”
이들 또한 피해자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다.
그렇기에 그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는 살생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군이라 믿고 평생을 충성으로 바친 존재가 알고 보니 미친 변태 새X였으니 이들도 교황에게 속은 피해자이고 말이다.
하여 나는 자비를 베풀었다.
그런 나의 자비 가득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역시, 성기사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에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비켜.”
“커억!”
우르르!
“뭐야!”
나의 가벼운 손짓과 함께 나의 입에서 나온 명령.
명령에 담긴 강력한 마나와 위엄을 이기지 못한 성기사들이 내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부릅뜨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이미 이들의 몸은 나의 지배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기사들이 비켜준 길을 다시 걸으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레고리우스.
딱 기다려라.
잠시 후.
우리는 팔렌에게서 받은 지도에서 엑스자가 표시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시지요.”
나의 눈 앞에 펼쳐진 지하 계단.
그것을 내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칼론이 앞장서며 말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따라와.”
내가 앞장설 것이다.
그리고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그렇게 나를 선두로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계단에 발을 얹었다.
그리고 내려갔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계단.
우리는 올라오는 짜증을 인내하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거대한 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쿠웅!
“주군!”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돌.
그에 칼론이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아이고, 귀 아프다.
날카로운 칼론의 목소리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나는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돌이 금방이라도 나를 압사시킬 기세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콰앙!
그러고는 주먹으로 냅다 후려쳤다.
파사삭.
나의 주먹질 한방에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린 거대한 돌.
이제는 형체조차 남지 않은 회색의 가루를 보며 칼론과 메이슨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해?”
그런 둘의 모습에 어깨를 살짝 으쓱인 나.
내가 다시 걸음을 옮겼고, 그 둘과 엘로나가 나의 뒤를 다시 따랐다.
나의 바로 앞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굳게 닫혀있는 문.
문에서 은은하게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마나를 품은 철로 만들었으며 마법까지 걸려있었다.
그에 메이슨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전하, 고서클 마법은 강한 파괴력을 지녔으니 제가 앞길을 열겠습니다.”
흐음…….
앞으로 나서며 맡겨달라는 듯 말하는 메이슨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위대한 자연 속의…….”
꽤 강력한 마법인지 천재 마법사라 불리는 메이슨치고는 긴 마법 영창 주문이었다.
그에 나는 팔짱을 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현재 펼칠 수 있는 가장 강한 마법이 무엇인지 기대되었던 것이다.
우웅!
메이슨의 마법 영창이 거의 끝나갈 때쯤.
거대한 얼음 송곳니가 메이슨의 뒤에 생성되었고.
“아이스 스톰.”
나직한 메이슨의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송곳니가 엄청난 속도로 문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앙!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는지, 땅이 울릴 정도로 거대한 굉음을 내었다.
그에 나는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다.
문이 열렸을까?
사악.
“아…….”
“흐음…….”
개뿔.
바람에 날려 거대한 먼지가 사라지자 보였다.
아주 멀쩡한 문이 말이다.
그에 당황한 메이슨이 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렸지만 내가 말렸다.
“나와.”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은 다음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메이슨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뒤로 물러났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강했습니다. 문이 강했습니다.”
나의 뒤로 칼론이 메이슨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문 앞에 섰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며 문을 바라보았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역시 앞을 가로막는 것은 전부 부숴버려야 속이 시원하지 않겠는가?
나는 조용히 오른발을 들었고, 그대로 문을 걷어찼다.
콰앙!
인간의 발길질에서 나올 수 없는 거대한 굉음이 지하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쿠웅.
6 서클 고위 마법의 아이스 스톰에도 끄떡없던 문이 넘어갔다.
“와 열렸다.”
나의 발길질 한 번에 넘어간 거대한 쇠문.
그에 나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한 다음 문을 지나쳤다.
“뭐 해?”
그러고는 뒤로 돌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명을 바라보았다.
“칼론 경…….”
“예.”
그런 나의 모습에 멍한 표정으로 칼론을 부른 메이슨.
메이슨의 부름에 칼론이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메이슨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마법 그만둘까요?”
“…….”
토닥.
메이슨의 힘없는 말에 칼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메이슨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