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2화
제222편 조카 새X
삐익!
푸른색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항구 나가사.
평소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
그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뭐야 저게!”
“어머!”
“허억! 모두 피해!”
태양 바로 아래.
붉은색의 화염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새.
그 새가 창공을 누비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삐이익!
다시 한 번 더 나가사에 울리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새의 울음소리.
그에 백성들은 혼비백산하며 서둘러 물러났다.
우르르!
“모두 진정하라!”
그런 백성들의 행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선 수많은 성기사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백성들을 다독이며 교회로 피신시켰다.
쿠웅!
그때, 또다시 나가사에 울려 퍼지는 소리.
이번에는 새 소리가 아닌, 거대한 북소리였다.
쿠웅!
쿠웅!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거대한 북소리가 일정하게 울려 퍼지면서 나가사의 항구를 진동시켰다.
꿀꺽.
갑작스럽게 일어난 괴사.
그에 성기사들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배다!”
그때, 성기사들의 눈에 보였다.
거대한 흑색의 배가 말이다.
그에 한 성기사가 언성을 높였고, 나가사의 선임 성기사인 한 중년 사내가 입을 열었다.
“모두, 대포 위치로!”
거대한 화염으로 이루어진 새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거대한 북소리.
그에 분노한 중년 성기사가 명을 내리자 성기사들은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멈칫.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든 성기사들이 바다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거대한 흑색의 배, 아니 배들을 바라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수십, 아니 수백 척으로 보이는 거대한 배.
그 거대한 배들이 엄청난 위용을 뽐내며 바다를 가로질러 나가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장…… 어떡합니까?”
수백 대의 배가 공포스러운 북소리를 내며 다가오자 기가 질려버린 한 성기사가 중년 성기사에게 물었다.
그런 수하의 물음에 얼굴을 굳힌 중년 성기사.
그가 고개를 돌려 영주의 직속 기사인 헥터를 바라보았다.
“영주님은 어디 계신가?”
“여기 있네.”
그런 성기사의 물음에 헥터의 대답이 채 들려오기도 전에.
중년 성기사, 하르의 뒤에서 헤르만 자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척.
그때, 또다시 나가사를 울리는 거대한 새소리.
그에 헥터가 황급히 헤르만 자작의 앞을 막아섰다.
“물러나게,”
하지만 헤르만 자작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앞을 막은 헥터에게 명령을 내릴 뿐이다.
그런 헤르만 자작의 명에 헥터는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영주님! 어서 공격 명령을!”
교회의 힘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곳의 주인은 헤르만 자작.
그의 동의가 있어야 공격이 가능하다.
얼마 전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다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헤르만 자작의 허락을 받으려고 하는 하르.
그런 하르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자 헤르만 자작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요한 황태자 전하가 이곳에 방문할 때 그대의 독단으로 포탄 공격을 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그렇게 하게.”
멈칫.
헤르만 자작의 입에서 나온 싸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하르가 흠칫했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스윽.
헤르만 자작의 뒤를 따른 영주 직속의 기사단.
그들 모두가 성기사들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헥터 경.”
“예 영주님.”
영주 직속 기사단의 단장 헥터.
헤르만 자작의 부름에 그가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에 헤르만 자작은 하르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황제의 뜻에 반하는 저 반역도를 포박하게.”
“명을 받듭니다!”
채챙!
헤르만 자작의 명령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헥터.
그가 검을 뽑으며 하르에게 다가갔다.
그에 하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자작! 지금은 전시 상황이오! 저 거대한 배들이 보이지 않소? 자그마치 수백 척이오! 저들의 배를 당장 포격하지 않으면 나가사는 금방 쑥대밭이 될 것이오!”
벼랑 끝에 몰려서 일까?
하르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하지만 헤르만 자작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 자작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하르.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헥터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채앵!
그러고는 그대로 검을 뽑았다.
“너는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교황에게 직접 명령을 받고 중요한 영지로 분류되는 이곳, 나가사에 발령받은 하르.
그가 매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헥터에게 말했다.
그에 헥터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헥터도 알고 있었다.
하르는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강자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자신은 주군의 명령에 목숨을 바치는 기사이기 때문이었다.
“가소롭군.”
겁 없는 헥터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하르.
그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삐익!
쿠웅!
하지만 그것도 잠시.
“…….”
헥터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창공에서 날카로운 새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 사내가 떨어져 내려 하르를 그대로 깔아뭉갠 것이다.
“약한 게 까불고 있네.”
하르를 깔아뭉갠, 아니 하르의 머리통을 잡고 바닥에 처박아버린 흑발의 미남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가볍게 털었다.
“야, 상사가 누구냐.”
그러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헥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미남자의 물음에 당황한 것도 잠시, 예의 없는 미남자의 행동에 분노한 헥터가 입을 열려던 찰나!
“물러나게.”
헤르만 자작이 헥터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
그에, 미남자를 한번 노려본 헥터.
피식.
그런 헥터의 눈빛에 미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에 분노한 헥터가 다시 나서려고 했지만.
“헥터 경.”
자신의 주군인, 헤르만 자작의 목소리가 그를 말렸다.
헤르만 자작의 두 번째 부름에 헥터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자작의 뒤에 서서 미남자를 노려보았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흐음…….”
헥터를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서서 미남자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헤르만 자작.
그의 인사에 미남자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요한에게 이야기는 대충 들었지?”
제국의 황태자인 요한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부르는 미남자.
그런 미남자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황태자 요한이 황권이 아주 강한 곳에서 온 뛰어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한데 그런 존재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다니?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다른 기사들과 달리 전혀 놀라지 않은 헤르만 자작.
그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신성교…… 아니, 신성제국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듀크 제국의 실 공작님.”
“하하!!”
자신을 향해 정중히 예를 취하는 헤르만 자작의 모습에 실이 소리 내 웃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소리 내 웃은 실.
그가 언제 웃었냐는 듯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흠칫.
스윽.
그런 실의 표정에 흠칫한 헤르만 자작과 한 걸음 앞으로 나선 헥터.
실은 그런 둘의 행동을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망할 조카 새X 어디 있어?”
일 주간 배를 타게 만든 자신의 조카 요한.
그 자식의 뒤통수를 금방이라도 후려치고 싶은 실이었다.
* * *
“엣취!”
“괜찮아?”
뭐지?
나는 갑작스럽게 뒤통수에 느껴지는 한기와 올라오는 재채기에 당황했고, 옆에 있던 엘로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괜찮아. 잠깐 코에 뭐가 들어갔나 봐.”
“컨디션 안 좋은 거 아니지?”
나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계속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엘로나.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 좋아, 뽀뽀해줘.”
“아 거 참.”
나의 장난과 동시에 뒤에서 들려오는 야유 소리.
바로 칼론이었다.
“야, 한 개만 해. 반말하든 존대하든.”
“반말할게.”
엘로나와 메이슨의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칼론을 보며 내가 말하자 칼론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왜 너도 말 깔래?”
“…….”
어라, 이 새X, 말 안 하네.
나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메이슨의 모습에 나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하고 싶구나?”
“아닙니다…… 그……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나보다 한 살 아래인 메이슨.
녀석이 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피식.
난 또 뭐라고.
“그래, 말은 까지 마라.”
녀석은 내가 아끼는 수하이다.
동생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의 모습에 메이슨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형님!”
짜식, 그렇게 좋은가.
나의 허락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메이슨.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메이슨 경, 나도 그렇게 부르겠습니까?”
그때, 가만히 있던 칼론이 실실 웃으며 자기를 가리켰다.
그에 메이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
친해지기 위해 장난스럽게 물었던 칼론.
한데 메이슨이 정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젓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 형님은 단 한 분뿐입니다.”
그리고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메이슨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저 자식은 형님으로 취급하지 마.”
“네 형님!”
그런 메이슨의 말에 나는 장난스레 말했고 또 그 장난에 녀석은 좋다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꼭 주인을 반기는 개 같았다.
아무튼.
문을 넘어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우리는 다시 우리 앞길을 막는 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뭔 문이 이렇게 말아??”
또다시 우리의 앞길을 막는 문.
그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렸다.
콰앙!
그리고 걷어찼다.
좀 전과는 달리, 굉음을 내며 산산조각이 나버린 문.
아무래도 이 문이 아까의 문보다 약한 듯했다.
아무튼, 부서진 문 조각 사이를 우리가 넘어섰다.
“!!!”
“미친!”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우리는 경악했다.
넓은 공간을 빽빽하게 채운 거대한 유리관.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물과 그 물 안에 있는 남자인간들.
수백, 아니 수천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산소를 주입하는 마스크를 쓴 채 괴상한 액체로 가득한 유리관에 갇혀있었다.
“이런 미친…….”
너무나도 비인륜적인 행동에 경악한 나.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엘로나가 나의 손을 잡았다.
진정하라는 뜻이었다.
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유리관으로 걸어갔다.
“요한…….”
“그래.”
떨리는 목소리의 칼론.
그런 녀석의 부름에 나 또한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관 안에 있는 인간 사내.
그의 몸에서 신성력이 느껴졌던 것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뿐만 아니라, 이곳에 위치한 유리관에 갇힌 모든 사내에게서 말이다.
“그대가 황태자이군.”
그때, 나의 목소리로 듣기 좋은 미성이 들려왔다.
그에 인상을 찌푸린 내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금발과 푸른 눈이 인상적인 미남자가 말이다.
“네놈이 그레고리우스구나.”
미남자의 내부에서 느껴지는 잡스러운 기운.
신성력임에도 불구하고 타락되어 있는 기운에 내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자 미남자, 아니 그레고리우스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바로 그레고리우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