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4화
제224편 죽음
삐이익!
나의 귀를 울리는 처절한 새의 비명. 그 비명과 함께 나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냐 그 얼빠진 표정은.”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나의 삼촌 실.
그가 나를 보며 핀잔을 주듯 말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장난스러운 어조.
어조는 평소와 같았지만 몸은 평소와 같지 않았다.
“사…… 삼촌…….”
배에 구멍이 뚫리고, 실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선명한 붉은 피.
평소 실의 모습과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는 모습에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 존X 아프네.”
그런 나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실. 그가 곧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야.”
“삼촌…… 말하지 마세요…….”
우웅!
실의 부름에 대답한 나는 굳은 얼굴로 대답한 다음 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실의 구멍 뚫린 복부에 얹었다.
실은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내가 어떤 제국을 만들어 가는지 보고 나서 손자까지 보고 죽어야 한다.
절대 이렇게 죽으면 안 된다.
“야.”
“말하지 마라니까!”
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을 여는 실.
나는 그런 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안해요, 미안해…….”
실에게 소리를 지른 것을 사과했다.
젠장…….
화를 내면 안 된다.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삼촌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알지?”
고통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실.
“당연하지요, 나 완벽해요.”
그런 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나는 당연히 잘하고 있다.
아주 완벽하게 말이다.
한데, 왜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그래, 계속, 쿨럭! 그렇게…… 살아라.”
젠장!
“삼촌이 지켜봐야지요! 마음에 안 들면 뒤통수 때리고 그래야지!”
자신이 직접 지켜보면 되는 것을 왜 나한테 마지막인 것처럼 조언을 한단 말인가?
짜증 났다.
이 망할 삼촌.
어릴 때부터 나를 놀리고 짜증 나게 하더니, 다 커서도 짜증 나게 하고 있다.
정말 나랑 상극이다.
“그래…… 요한……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 좀!”
제발!
마지막인 것처럼 말하지 말란 말이다!
“요한…… 클로리터스를…… 부탁…….”
털썩.
시X.
뭐야?
왜 손이 바닥으로 떨어져?
왜 죽은 사람처럼 몸을 늘어뜨리는 건데?
“삼촌……?”
장난치지 마.
나 지금 진지하니까.
이런 장난 좋아하지 않아.
제발…….
“삼촌!”
제발 정신 차려라고!
우우웅!
나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신성력. 그 모든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실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장난치지 말라고!”
정말 화난다.
애도 아니고 이런 장난을 왜 친단 말인가?
제발! 눈을 뜨고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으며 나의 뒤통수를 때리라고!
그래야 내 삼촌이지!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실의 몸.
그에 나는 실의 전신을 주물렀다.
절대, 이렇게 죽어서는 아니 되었다.
-요한…….-
그때, 나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허공에 떠 있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크산느…… 어서, 어서 삼촌을…….”
-이미 죽었어.-
“미친놈.”
나의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 크산느.
나는 그런 크산느의 말에 가볍게 대답하고는 다시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요한!-
“닥쳐!”
아직 죽지 않았어.
절대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뚝.
“제길.”
이 망할 눈물은 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거야?
아직 삼촌은 죽지 않았는데.
삼촌이 지금 내 모습을 보면 평생 놀릴 것이다.
그 꼴은 내가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울지 말아야 한다.
“제길!”
하지만 계속해서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에 나는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다른 이단이 죽었구나.”
그때, 나의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나를 내려다보며 오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레고리우스.
그래, 저자라면 삼촌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야, 너 치료 가능하지?”
“그는 이미 죽었다.”
“닥쳐!”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에게 죽었다니?
저 망할 자식.
끝까지 짜증 나는 놈이다.
“흐음…… 못 믿겠으면 확인시켜주지.”
타앗!
나의 말에 턱을 쓰다듬은 그레고리우스.
그가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서걱.
“……?”
그러자 뒤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사람의 목을 자른 듯한 끔찍한 소리.
그에 나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목과 몸이 분리되어 두 눈을 감고 있는 실의 모습이.
“으아아아아!!!”
* * *
“아아…….”
서둘러 말을 몰아 요한이 있는 곳에 도착한 위즐리.
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절망했다.
배에 구멍이 뚫려있으며, 목과 몸이 분리가 되어있는 실.
그런 실의 머리통을 잡고 울부짖고 있는 요한.
“크흐흑!”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칼론과 엘로나가 보였다.
설마.
저 괴물이 죽었다고?
“…….”
위즐리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목이 잘린 실의 몸에 다가가 맥을 짚었다.
쾅쾅 뛰어야 할 맥이 뛰지 않는다.
그에 위즐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경멸하지만 실의 강함을 누구보다 인정하는 자신이다.
그렇게나 강한 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다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으아아아!”
그때, 실의 머리통을 잡고 울부짖던 요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레고리우스에게 달려들었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요한의 모습에 위즐리는 두 눈을 크게 떴고.
콰앙!
오만한 미소를 지은 그레고리우스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가는 요한의 모습에 절망했다.
새하얀 날개로 허공에 유유히 떠 있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그는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과연 그 누가 저자를 상대할 수 있을까?
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인간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그에 위즐리는 절망했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죽을 것이 분명하다.
두렵고, 공포스러웠다.
이곳에서 죽는다는 것, 그리고 다시는 자신의 연인을 보지 못하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히이잉!
화르륵!
그때, 자신의 앞에 다가온 공포에 절망하던 위즐리는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보라색의 화염 갈기를 지닌 거대한 흑마.
고대 불의 정령, 쿠르스를 소환하고 보라색의 불, 성화를 검에 입힌 칼론이 보였다.
우웅!
그리고 그런 칼론의 옆에서 지팡이를 들고 마나를 끌어올리는 메이슨.
그의 뒤로 생성된 수많은 얼음송곳들이 보였다.
우웅!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푸른 거궁을 소환해 활시위를 당긴 엘로나까지.
절망적인 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맞서려는 셋.
그런 셋의 모습에 위즐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한번 흔든 위즐리가 굳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렇게 포기하면 안 되었다.
실의 복수도 하지 못한 채 공포에 질려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들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런 셋에게서 용기를 얻은 위즐리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랫배에 위치한 내공.
그것을 전부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품속에 있는 모든 침과 비수를 꺼내 들어 그레고리우스에게 날렸다.
우웅!
화르륵!
피웅!
챠락!
위즐리의 공격을 시작으로 나머지 셋 또한 그레고리우스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메이슨의 얼음 고드름과 칼론의 성화, 그리고 엘로나의 화살과 위즐리의 비수.
때댕!!
아아…….
모든 내공을 사용하여 공격한 위즐리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절망적인 광경에 좌절했다.
자신들의 모든 힘이 담긴 공격.
그 공격이 그레고리우스에게 채 닿기 전에 그의 몸 앞에 생성된 반투명한 막에 막혀 소멸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허탈했다.
자신들의 모든 기운을 담은 공격이었는데 저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그리고 다시 느껴졌다.
공포라는 감정이 말이다.
자신들을 이렇게나 무기력하고, 나약하게 만든 그레고리우스.
그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가소롭구나.”
위즐리들의 공격에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은 그레고리우스.
그가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크아악!”
그리고 메이슨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콰앙!
쿨럭!
근처 벽에 부딪힌 메이슨.
그가 계속해서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스윽.
그리고 다시, 그레고리우스의 손이 한 번 더 움직였고.
“꺄악!”
엘로나가 날아갔다.
“으아아아!”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공격을 허용하고 날아가는 둘.
그런 둘의 모습에 격분한 칼론이 괴성을 질렀다.
그러고는 검을 강하게 쥐며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듯한 기세로 그레고리우스에게 달려들었다.
덥석.
하지만, 그런 칼론의 기세가 무색하게도 그레고리우스는 칼론의 목을 가볍게 잡아 무력화시켰다.
그레고리우스의 손아귀에 목이 잡혀버린 칼론.
퉤!
그가 힘겹게 침을 뱉었다.
그레고리우스의 얼굴에 말이다.
슥!
“귀찮구나!”
그런 그레고리우스의 뒤로 위즐리는 다시 비수를 날렸다.
그런 둘의 행동이 귀찮았는지 격분한 그레고리우스가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다시 뿜어져 나왔다.
“미친…… 더 있다고……?”
가뜩이나 말도 안 되게 강한 그레고리우스다.
한데 그에게서 다시 뿜어져 나올 기세가 있다고?
좀 전보다 더 강한 기운을 뿌리는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에 위즐리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황금색의 빛나는 검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스윽.
죽음을 직감한 위즐리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정말 즐거운 인생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위즐리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요한 형을 만나서 즐거웠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행복했다.
그 모든 좋은 기억들이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그에 위즐리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량한 미소를 지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느껴졌다.
자신의 인생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것이 말이다.
그렇게 위즐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할 때.
우웅!
천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하늘이 갈라졌다.
파앗.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위즐리에게 날아가던 황금색의 검이 소멸되었다.
“아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수많은 백성들.
그들은 갑작스럽게 갈라진 하늘과, 그 갈라진 하늘 사이로 내려오는 따듯한 금색의 빛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미하일님이시여!”
틀림없었다.
하늘을 가르고 따뜻한 빛을 내려주시는 분은 자신들이 믿는 신 미하일뿐이었다.
“아이야…….”
“아아…….”
하늘을 울리는 너무나도 자애로운 목소리.
그런 미하일의 목소리에 백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그리고 곧이어 보이는 광경에 백성들은 경악했다.
갈라진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색의 빛. 그 빛이 교황인 그레고리우스가 아닌, 이단으로 처단을 받은 판게아 대륙의 황태자.
요한을 비춘 것이었다.
“형님의 아들이면 곧 나의 아들이다. 나의 아들, 요한 카르미언 듀크.”
그리고, 위대한 존재가 말했다.
요한 황태자.
그의 풀 네임을 언급했고,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이다.
그 뜻은?
요한은 이단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면, 그런 요한을 죽인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우웅!
그렇게 백성들이 의문을 가지는 순간!
따뜻한 빛이 요한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펄럭!
요한의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왔다.
“아아…….”
오른쪽은 보라색, 왼쪽은 금색.
너무나도 대비되는 날개의 색깔.
그에 백성들은 당황했다.
우웅!
너무나도 신성한 모습의 요한.
그의 오른손에 거대한 대검이 소환되었다.
“서…… 성검!”
백성들의 사이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후케 추기경.
그는 요한의 손에 들린 겔루 칼립스를 보며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후케의 말에 주변에 있던 백성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웅성거렸다.
미하일님이 직접 밝힌 아들, 그리고 성검 겔루 칼립스를 소지하고 있는 요한.
백성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펄럭!
요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한 기운과 아름답게 펄럭이는 보라색과 하얀색의 날개를 보며 백성들은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며 고대하고 또 고대하던 존재에게 경외를 보내었다.
신의 아들인 성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