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6화
제226편 에필로그
“샌드! 나 어때?”
“멋지십니다.”
나는 나의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한 바퀴 도는 아름다운 소녀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의 이름은 샌드 라칸.
이 드넓은 황궁의 총 시종장이다.
그리고 나의 앞에서 거울을 바라보며 한껏 예쁜 척을 하는 소녀.
바로 제국의 1황녀 아일린이었다.
“황녀님, 충분히 아름다우시니 이제 가시지요.”
황제와의 저녁 약속이 곧이다.
한데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끌어서 어쩌자는 말인가?
벌써 두 시간째 똑같은 드레스로 고민하는 아일린을 보며 내가 말하자 아일린은 잔뜩 심통 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알았어!”
에휴.
또 삐졌다.
나를 향해 소리치는 아일린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나는 이 말괄량이 황녀 아일린을 데리고 드디어 식당에 들어설 수가 있었다.
“아바마마!”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상석에 앉은 황제에게 달려가는 아일린.
와락!
“아바마마! 소녀의 꿈은 꾸셨나요?”
판게아 대륙의 통일 제국인 듀크.
그곳의 주인이자 대륙의 주인인 통일 황제, 요한에게 아무렇지 않게 애정표현을 하는 아일린.
그런 아일린의 행동에 옆에 있던 아름다운 여인, 제국의 황후, 엘로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일린, 손님이 계신다.”
“칫.”
엄한 엘로나의 목소리에 아일린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딸, 자리로 가자.”
“네 아바마마.”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미소를 짓고 있던 요한이 아일린에게 말했고 아일린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고는 옆에 앉은 흑발의 미남자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라버니, 안녕.”
“아일린!”
그런 아일린의 행동에 엄한 표정으로 다시 주의를 준 엘로나.
그에 아일린은 울상을 지었다.
“하하, 황비 마마, 괜찮습니다.”
그런 아일린의 모습에 흑발의 미남자, 제국의 황태자 이안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일린의 편을 들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그 악동 실 공작의 아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안 황태자는 사람이 너무 좋았다.
“황태자, 하지만 이곳에 손님이 계십니다.”
“엘로나.”
그런 이안을 보며 엘로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하자 옆에 있던 요한이 나섰다.
그의 부름에 조용히 입을 다문 엘로나.
요한은 그런 엘로나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손님이 어디 있소?”
“아바마마, 루드비히 공작도, 메이슨 공작도, 해밍턴 공작도 리프크네 공작도 다 손님이에요!”
그런 요한의 말에 가만히 앉아서 포크를 만지작거리던 어린 소녀.
이제 5살인 4황녀 엘리가 깜찍하게 말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손님의 이름을 말하며 대답하는 엘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깜찍했기에 이곳에 있던 모든 존재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엘리.”
“네! 아바마마!”
그런 엘리를 부른 요한.
요한의 부름에 엘리는 깜찍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들은 모두 가족이다.”
“아!!”
그리고 이어진 요한의 설명에 엘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막내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요한.
그가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야.”
“뭐.”
“이 자식이.”
가족이라 칭하자마자 당당하게 요한에게 반말하는 칼론.
그런 칼론의 대답에 요한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나는 소리죽여 웃었다.
역시, 이 둘의 케미는 재미있었다.
“샌드, 보인다.”
“설마요.”
뒤에도 눈이 달렸을까?
요한의 목소리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나를 한번 노려본 요한.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다섯째도 아들이라며?”
미하일 교단의 성녀인 루멘과 결혼하여 벌써 다섯의 아이를 낳은 칼론.
딸을 너무나도 원해 에르님과 미하일님에게 기도를 올리는 칼론을 향해 요한이 놀리듯 말하자 칼론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형수의 뱃속에도 딸 아니야?”
딸 넷의 아버지인 딸부자 요한.
그를 향해 칼론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요한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딸이 최고야.”
“우리 아바마마 최고!”
“최고!”
“최고고고!”
씨익 웃으며 요한이 대답하자 가만히 있던 4명의 황녀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고, 그에 요한이 소리 내 웃었다.
그리고 칼론은 부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칼론의 완패였다.
“메이슨.”
“네 형님.”
“너 언제 결혼할 거냐?”
요한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대답한 메이슨.
그런 메이슨을 보며 요한이 잔소리하듯 말하자 메이슨이 은근슬쩍 고개를 돌렸다.
잔소리 듣기 싫다는 뜻이다.
“형 그만해.”
“너는 왜 애를 낳지 못해?”
“…….”
메이슨에게 잔소리를 하려는 요한을 말리다가 본전도 못 찾은 위즐리.
위즐리는 결혼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위즐리, 코피아 둘 다 아주 건강한데 말이다.
“식사 안 합니까?”
그때, 가만히 있던 레헤튼이 손을 들며 물었다.
“너는…….”
그런 레헤튼을 향해 잔소리를 하려던 요한.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제국의 재상으로, 너무나도 뛰어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초천재 레헤튼.
그를 향해 할 잔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머쓱해진 요한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밥.”
“네, 게슈레 형님은 어떻게……?”
요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요한은 고개를 들었다.
“야, 내려와.”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욱.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떨어진 게슈레.
“와아! 게슈레 아저씨!”
와락!
엘리는 그런 게슈레가 좋은지 쪼르르 달려가 게슈레에게 안겼다.
10년 전만 해도 아일린 황녀가 저렇게 나를 좋아했지…….
문득 옛날 생각이 난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15살이 되어 이제는 여인의 태를 보이는 아일린 .
이제 그녀가 자신을 멀리한다는 것이 못내 섭섭했던 것이다.
“야 앉아.”
그런 게슈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퉁명한 어조로 말한 요한.
그에 게슈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뭐해? 빨리 음식 준비하고 앉아.”
그에 미소를 짓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요한의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나도 배고팠다.
어서 밥 먹어야겠다.
한 달에 한 번.
우리는 이렇게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했다.
아주 행복하게 말이다.
* * *
“고생했다, 시안.”
“별말씀을요.”
마계.
어둠의 신 에르는 자신의 눈앞에 앉은 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시안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즐거웠느냐?”
“네, 좋은 친구였습니다.”
웃으며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에르.
그가 묻자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인 시안의 대답에 기분이 좋은 듯 에르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구나.”
“감사합니다.”
“무엇을 말이냐?”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해 감사 인사를 올리는 시안의 모습에 에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시안이 에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를 위해 요한에게 보낸 것이 아닙니까.”
인간이었던 시절.
아버지인 에르와 비교를 당하며 허수아비 황제가 되었던 시안.
그에 괴로움을 못 이겨 자살을 했던 비운의 황제.
그가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친구라는 감정을 깨닫기 위해 일부러 에르가 자신을 내려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에 시안이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그런 시안의 감사 인사에 에르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별말을 다 하는구나.”
싱겁다는 듯 말하는 에르를 보며 시안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래.”
“저, 나가서 밥 먹고 오겠습니다.”
“중간계로 가는 것이냐?”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안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에르.
그가 묻자 시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녀오거라.”
그런 시안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에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시안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퍼엉!
그리고 검은색의 안개가 시안을 덮쳤다.
괴상한 소리와 함께 사라진 시안.
에르는 사라진 안개 사이로 보이는 시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많이 먹고 오거라.”
“네, 다녀오겠습니다.”
에르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은 시안.
그가 움직였다.
파닥!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말이다.
* * *
“할아버지.”
“그래.”
제국의 수도 팔센.
그곳에 위치한 교회에 들어선 한 노인이 손자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저분이 황제 폐하야?”
왼쪽은 하얀색의 거대한 석상.
그리고 오른쪽에는 보라색의 거대한 석상.
편을 나누듯 나누어져 있던 거대한 교회 내부.
그리고 두 개의 석상 사이에 위치한 청동 석상을 보며 손자가 물었다.
그에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제 폐하이시자, 왼쪽에 계신 미하일님의 아들이며, 오른쪽에 계신 에르님의 아들이란다.”
“성자님! 맞지?”
노인의 자세한 설명에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손자.
그에 노인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자를 내려다보았다.
“우리 손자, 어떻게 알았지?”
“헤헤! 교회에서 배웠어!”
노인의 물음에 소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 오셨습니까.”
그때,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노인.
흰색의 긴 수염을 배까지 기른 노인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었다.
“아, 후케 추기경님.”
그런 노인, 아니 후케의 인사에 놀란 표정을 지은 노인.
그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크림슨 대사제님.”
신성제국을 대표하여 판게아 대륙의 가장 큰 교회에서 파견근무 중인 후케 추기경.
그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크림슨 대사제를 보며 다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 이 꼬마 도련님이 손자입니까?”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손자를 바라보았다.
“네. 그렇습니다. 인사드리렴, 후케 추기경님이시란다.”
“안녕하세요!”
후케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한 크림슨.
크림슨이 자신의 손자에게 말하자 손자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에 후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주 똘똘하게 생겼구나.”
“감사합니다!”
후케의 칭찬에 웃으며 감사를 표한 손자.
그에 후케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좋으시겠습니다.”
“사고뭉치입니다. 하하.”
그런 후케의 말에 크림슨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대답과는 달리 미소 속에 감추어진 기쁨을 읽은 후케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손자를 바라보았다.
“꼬마 도련님은, 어느 종파에서 공부를 하고 있니?”
“미하일님 종파에서요!”
빛의 신과 어둠의 신.
통틀어 로첸 교라 부르고 그 안에서 종파가 나누어진다.
빛의 신 미하일을 믿는 종파와 어둠의 신 에르를 믿는 종파.
그에 당연히 에르의 종파라고 생각했던 후케가 손자의 대답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그렇게 되었습니다.”
손자의 대답에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크림슨 사제.
그에 후케 추기경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대사제 님의 손자라고 해서, 무조건 에르님의 종파라고 할 수는 없지요.”
“물론입니다, 종교는 자유니까요.”
후케의 말에 씨익 웃으며 대답한 크림슨.
그가 자신의 손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