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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8화 (8/200)

8화. 도둑(1)

“여보세요. 거기 신문사죠? 구독 신청을 하려고요.”

나는 전국에 있는 신문사의 신문을 다 구독하였다. 근영 엄마가 서울에 있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서울에서 있다면 서울의 신문사에서 위조지폐 사건이 일어날 것이고, 지방에 있다면 서울의 신문에는 안 나오겠지. 그 아줌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방법은 모든 신문을 다 훑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라도의 한 신문에서 위조지폐 사건이 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주 작게 실렸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용케도 찾아냈다. 동네 아줌마 중 한분이 음독자살을 시도했다는 말을 듣고 정신을 바짝 차린 덕이었다.

근영 엄마는 위조지폐를 어디에서 만든 지도 모를뿐더러, 그걸 내게 받아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걸 말하면 우리와 동네 아줌마들의 얼굴도 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뜯어간 돈이 자그마치 2억 정도인데, 그걸 지켜내려면 위조지폐범으로 형을 살다 나오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였다.

나는 위조지폐 사건이 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서 그 사건이 일어난 경찰서의 위치를 알아내고 그걸 음독자살을 시도했다는 아줌마의 남편에게 넘겼다. 그 남자는 우리 모두를 대표해서 근영 엄마를 찾아갔다.

위조지폐 사건은 근영 엄마가 자기가 했다고 인정하고 항소도 하지 않고 형을 살고 있었다. 덕분에 그 일은 우리에게 한 조각의 데미지도 주지 못했다.

음독자살을 시도한 아줌마의 남편은 근영 엄마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주었다고 한다. 물론 돈도 조금 찾아왔다. 그리고 더욱 어이없는 사실은 근영 엄마는 아이가 없다고 한다. 근영이라는 아이도 허구였던 것이다. 이렇게 동네를 뒤엎었던 사기꾼 아줌마를 소탕하게 되었다. 그 일로 우리 동네 아줌마들이 나를 사위 삼겠다고 난리가 났었다. 아 물론 나는 여자에 관심이 없다. 아시다시피.

* * * * *

근영 엄마를 혼내준 일로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미용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은서가 문 앞에서 팔짱을 끼고 노려보았다.

“선배보다 일찍 나와서 기다려야하는 거 몰라?”

아이고, 네네. 어련하시려고요.

나는 그녀의 과도한 몸짓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한편으로는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은서는 나의 반응을 보고 열이 끝까지 올라서 소리쳤다.

“야! 니들 봤지? 저 자식이 선배 알기를 개똥으로 알고! 저놈한테 샴푸 알려주지 마, 니들! 알았지?”

미용실에는 스텝 애들만 몇 명 나와 있었다. 은서의 말에 미적거리는 걸로 보아하니, 개들도 은서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맞춰주는 느낌이었다.

“대꾸도 안하냐? 니 진짜 돌았지?”

“네에, 제가 좀 돌았나 보네요?”

“뭐?”

은서가 쫓아오며 떠들자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대답해 주었다. 은서는 내 말에 기가 막힌 듯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 귀찮네. 정말.”

앞으로 은서란 애랑 계속해서 엮일 생각을 하니 끔찍하네. 어디서 저렇게 막돼먹은 애가 한 원장님 마음에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들었다.

은서가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더 엮이지 않으려고 세탁한 수건을 잔뜩 들고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퍽퍽.

수건을 팍팍 털어내면서 은서에 대한 감정도 휙 날려버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문득 옆 건물과 이 건물이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 뛰면 한 번에 뛰어올 수 있는 거리였다.

나는 수건을 다 널고서 그 건물과 이쪽 건물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 곳에 이 건물을 향해 뛰었음직한 커다란 발자국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자세히 보니 그 옆에도 또 옆에도, 연습을 한 느낌이 드는 발자국이 여러 개 찍혀 있었다.

“설마? 도둑? 연습?”

어쩌면 도둑이 들지도 모르는 상황, 이걸 알리자니 애매하고 또 알리지 않자니 께름직하다.

* * * * *

“박군이 오뎄노?”

은서의 눈을 피해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중이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원장 앞에 나섰다.

“네, 오셨어요?”

“니 쟈들한테 샴푸 좀 배웠지? 내 머리 함 깜기 봐라.”

“넵!”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하며 샴푸실로 향했다. 스텝들은 나에게 샴푸를 가르쳐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침착하게 원장을 샴푸대로 모셔서 정석대로 샴푸를 시작했다. 스텝들은 내가 생각보다 너무 잘하자 놀란 얼굴을 하고는 샴푸대로 몰려들었다. 특히 은서는 눈이 뒤집히도록 크게 뜨고는 나의 샴푸를 감시했다.

“야 니 샴푸 제대로 배웠네. 당장 써먹어도 되겠네!”

“아, 감사합니다. 원장님!”

원장의 칭찬에 스텝들 전부 깜짝 놀랐다. 나는 보란 듯이 머릿수건까지 제대로 감싸서 원장을 케어 했다. 샴푸만큼은 아니지만 머릿수건을 예쁘게 각 잡고 싸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나도 해줘봐요!”

갑자기 정 선생이 나와서 나를 붙잡았다. 정 선생은 머리가 아주 길고 풍성하여 샴푸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에이 정 선생 머리를 쟈가 어찌 하겠노?”

“그냥 한 번 해보라는 거죠. 뭐, 호호.”

샴푸에도 순서라는 게 있는데 첫 시작은 남자 커트부터 해서 마지막은 길고 숱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 샴푸를 시작한 나에게 마지막 샴푸를 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네, 해드릴게요!”

나의 말에 놀란 은서는 나를 붙잡았다.

“너 정 선생님 무서운 거 몰라? 원장님보다 더 어려운 분이야!”

“네, 알려줘서 고마워요.”

나는 은서의 손을 조용히 뿌리치고, 정 선생을 샴푸하러 샴푸대로 향했다. 은서는 너무 약이 올라서 씩씩거렸다.

“아우, 저게 언제 샴푸를 배웠지? 아, 짜증나!”

나는 길고 풍성한 정 선생의 머리를 샴푸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숱이 많은 모발이었지만 전혀 굴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만졌다.

샴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진 곳이 없게 골고루 샴푸를 하는 것과 비눗물을 남기지 않는 것, 그리고 테크닉이다. 나는 영혼을 갈아 넣듯 온 정성을 다 해서 정 선생의 머리를 샴푸했다.

“아!”

“왜 그래서요? 아프세요?”

“아, 아니 시원해서…….”

순간 긴장했던 나는, 시원하다는 말에 기뻐서 피식 웃었다. 그러다 그걸 노려보고 있는 은서와 눈이 마주쳤다. 은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눈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나는 별도의 샴푸 교육이 없이 샴푸를 맡게 되었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샴푸를 3개월 정도 해야 긴 머리까지 마스터 하는데, 나는 그걸 그냥 뛰어넘은 것이다. 그 때문에 스텝 사이에서도 나를 질투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는 선배들에게 눈대중으로 배운 것을 집에서 연습한 거라며 그들을 추켜세워 주었다. 하지만, 은서가 스텝짱으로 있는 이상, 그들이 내게 마음을 열어주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 * * * *

“이야, 역시 옛날 크림빵은 옛날에 먹어야 제맛이지!”

2021년도에도 옛날 크림빵이 있긴 한데 영 옛날 맛이 안 났다. 그래도 나름 맛있어서 자주 사먹곤 했는데, 1997년도에 와서 먹어보니 진짜 조금 다른 맛이 느껴졌다. 괜히 옛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었다. 옛날에 먹어야 맛있는 빵! 회귀한 자만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지금 단 하나 걸리는 것은, 옥상에서 보았던 발자국이었다. 그걸 그냥 두어야 하나, 원장님께 말해야 하나, 그 생각에 몰두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미용실 뒤 주차장에서 익숙한 뒤태가 보였다. 바로 노랑머리의 뒷모습이었다.

“어? 저 노랑머리! 야! 너 거기서!!”

노랑머리는 나를 보자 놀라서 냅다 뛰었다. 나도 질세라 그 뒤를 쫓아갔다. 그때, 미용실 입구로 누군가가 후다닥 들어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게 누군지 보지 못했다.

“야! 이 새끼야, 거기 서라고!!”

건물 안에 있던 경비가 소리에 놀라서 뛰어나왔다.

노랑머리는 도망치다가 발을 헛디뎌서 자빠지고, 손에 쥐었던 열쇠 꾸러미가 나뒹굴었다. 뒤따라가던 나는 열쇠 꾸러미가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저거 익숙한데? 설마 가게열쇠?

불안감에 얼른 뛰어가서 그 열쇠를 잡으려고 하는데, 노랑머리가 한 발 앞서서 열쇠를 낚아채고, 재빨리 돌아서서 나를 발로 후려 깠다.

나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일격에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아!”

노랑머리는 쓰러져있는 나의 손가락을 발로 짓이겼다. 나는 너무 아파서 소리 지르며 노랑머리를 다른 주먹으로 때렸다.

“그만 해! 개자식아!”

“한동안 샴푸하기 힘들 거다!”

노랑머리는 그 말을 하고 서둘러 뛰어갔다. 나는 아픈 손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어? 저 녀석 내가 미용사인 것을 알고 있다?

노랑머리가, 전에 길에서 돈을 훔쳐 간 것도 사실상 내부에서 누군가가 알려준 것이 분명했다. 뒤늦게 쫓아 온 경비가 나를 일으켰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저, 혹시 저 남자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근처 어슬렁거리는 것만 봤지. 아, 아까 미용실에서 나온 사람이 열쇠를 준 것 같던데?”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실에서 열쇠를 가진 사람은 원장을 제외하고 총 4명인데 그 중, 현재 열쇠가 없는 사람이 노랑머리와 손을 잡은 범인인 것이다. 그리고 열쇠를 가져갔다는 것은 그가 조만간 우리 미용실을 털러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옥상의 발자국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고.

* * * * *

“그니까 니 말은 지금 열쇠를 누가 가져갔고, 오늘이나 주중에 가게를 털러 온다 이 말이가?”

한 원장은 내 말을 도통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가 믿고 수년 동안 가르친 제자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손을 스스로 뭉갰을 리도 없고, 거기다 또 다른 증인이 있으니 아주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네, 그니까 지금 열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범인과 한패라는 거죠!”

“그래, 마 지금 힘 물어보자!”

“네? 지금 그냥 물어보신다고요? 조금 몰래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원장은 원장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아, 이게 아닌데…… 원장님은 대체 왜 저러시지? 내가 아직 한 원장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판단 미스였다.

“조 실장, 정 선생, 다솜이, 은서! 지금 가게 열쇠 좀 갖고 온나!”

조 실장, 정 선생, 다솜이, 은서는 갑작스러운 원장의 말에 갖고 있는 열쇠를 각자 꺼내왔다. 네 사람은 원장실 책상에 보란 듯이 열쇠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그 누구도 열쇠가 없는 사람은 없었다.

대체 어찌된 일이지? 또 누군가가 개입되어 있는 건가?

“열쇠는 왜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정 선생이 살짝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말하였다.

원장이 갑작스럽게 열쇠를 가져오라고 하자, 다들 왜 그런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검사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게…….”

하지만, 난 이들 중에 있는 반드시 범인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범인의 진짜 동조자가 눈치를 챘을까 내심 불안했다.

원장은 여유로운 얼굴로 정 선생이 내민 열쇠를 들고 와서 나에게 건넸다.

“이거 가져가서 복사해 온나.”

원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다들 의아해하고, 나 또한 원장이 말하는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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