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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9화 (9/200)

9화. 도둑(2)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니한테도 열쇠를 준다는 말이다 퍼뜩 가서 복사해 온나!”

“아! 네 알겠습니다!”

가게 열쇠를 준다는 것은 정말 믿는다는 소리다. 즉, 지금 여기에 있는 4명의 사람들을 원장이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 4명의 정예 멤버에 나까지 넣어준다는 말이다.

“쟈들 기분나빠하지 않게 할라믄 이게 최선이다 아이가?”

“아,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원장의 눈에 들었다는 건, 내게 나쁘지 않은 것. 난 기분 좋게 열쇠를 들고 나갔다.

나머지 3명은 원장이 너무 파격적으로 나를 대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 선생은 끝까지 남아서 원장을 쳐다보았다.

“이제 두 달도 안 된 아이에게 열쇠를 주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정 선생은 냉정한 어조로 원장에게 말했다. 늘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원장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정 선생이었다.

“와 저번에 가게에 몇 번 와서 쟈를 찾던 이상한 아줌마 알제?”

“네, 알죠. 사기꾼 냄새가 진동하던데.”

“그 아줌마가 동네 아줌마 돈을 다 해먹고 토낏다 하데.”

“세상에, 사기꾼이 맞군요. 근데요? 준수군이 뭔 상관인데요?”

“그 아줌마를 준수가 잡았다 카드라. 와 어제 동네 아줌마들이 단체로 와서 준수를 사위 삼네 어쩌고 떠들었잖아.”

“아, 그죠. 헉, 준수군 좀 멋지네요?”

“그래, 그런 아한테 열쇠 맡기는거 괜찮다 아이가?”

“흠, 네 알겠습니다. 반대할 수가 없겠군요.”

정선생은 까탈스럽긴 해도, 아주 상식적인 사람이다.

“일단, 쟈 실력을 두고 봐야 하겠지만서도 물건은 물건인 듯 싶다.”

“제가 좀 지켜보도록 하죠.”

“그래, 정 선생이 지켜보고 말 좀 해도.”

정 선생은 원장만큼이나 실력도 있고 특히 정확하게 판단하며 지적하는 사람인지라, 원장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드는 것이, 원장의 눈에 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소문이 있었다.

* * * * *

“아저씨, 이거 복사 좀 해주세요.”

나는 신이 난 얼굴로 열쇠가게 문을 열며 외쳤다. 아저씨는 열쇠를 받으며 그게 [스타일 헤어]의 열쇠인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스타일 헤어에서 오셨구만?”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열쇠만 20년인데 그걸 모를까? 특히 이 열쇠는 나온 지 얼마 안돼서 거기랑 몇몇 사무실만 사용하고 있지.”

“새로 나온 열쇠는 복사하기가 좀 어렵지요?”

“그치 특히 이 열쇠는 이 근방에서 나만 복사할 수 있어 다른 데서 하면 문이 안 열리지. 근데 스타일헤어는 며칠 만에 열쇠를 또 복사해가네?”

아저씨의 말에 나의 모든 의문이 풀렸다. 4명의 열쇠가 다 있다는 것은 노랑머리가 열쇠를 복사해서 갖다줬다는 뜻이다. 조만간 벌어질 도난사건의 증인까지 생기는 순간이었다.

“네?! 그게 사실이에요? 혹시 노랑머리가 왔다갔어요?”

“그래, 맞다 노랑머리였어.”

일단 원장실의 돈을 빼놓을 명분이 생겼다. 나는 당장 원장실로 가서 이 사실을 전했다.

“그게 사실이라믄 정말 도둑이 들겠네 하 내가 그 4명을 얼마나 믿고 있었는데…….”

나의 말을 들은 원장은 너무 실망한 나머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도둑이 들지도 모른다고 신고할 수도 없고…….”

아무리 정황증거가 확실해도 경찰이 그런 이유로 출동해 줄 리도 없고, 오늘 확실하게 도둑이 든다는 증거도 없었다.

“일단 도둑을 잡아야 열쇠를 준 놈이 누군지 알게 되지 안 긋나”

“네, 그죠 잡아야죠! 아마 제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테니 빠른 시일 내로 올 것 같습니다.”

“도와줄 기제?”

“당연하죠!”

한 원장과 나는 가게에 올 도둑을 잡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도둑은 경비를 피해서 건물 옥상으로 침입할 것이고, 가게는 열쇠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들어 올 것이다. 놈이 [스타일 헤어]에 들어오는 그때, 잡아야 한다. 그런저런 계획을 짜면서, 한 원장은 날 무한 신뢰하게 되었다.

나는 한 원장의 신뢰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부담스러워졌다. 이곳에 눌러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를 배신하고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 * * * *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미용실 입구에 한 남자가 섰다. 검은 옷과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서 인상착의를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모자 사이로 노랑머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철컥

노랑머리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미용실 문을 열었다. 미용실은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게 깜깜했다. 그는 작은 손전등을 켜서 미용실 내부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 츄레이 이후에는 모두 값나가는 가위라고 했으니까 음 여기부터 쫙 챙기면 되겠네.”

노랑머리는 미용실 내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츄레이 위에는 가위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다. 그 중 가장 값나가는 물건 하나를 잡아 쥐는 노랑머리, 그는 무엇이 가장 비싼 가위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 일본산 가위가 가장 값이 나갔다. 백만 원을 호가하는 물건도 많았다. 그런 물건은 중고로 내놓아도 비싼 가격에 팔릴 만큼 명품이었다.

“이게 가장 비싼 가위라고 했지.”

노랑머리는 조실장의 츄레이에 놓인 가위를 들고, 지꺼 인양 손에 쥐고는 가위질을 했다. 그도 사실은 미용사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훔친 가위로 미용사를 해보려는 생각도 있었다.

“비싼 게 좋기는 하네.”

노랑머리는 여유롭게 가위를 훔쳐서 담고 원장실로 향했다. 원장실은 돈이 항상 있어서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가는데, 역시 그 자물쇠의 열쇠도 노랑머리의 손에 있었다.

노랑머리는 원장실로 들어가서 원장실에 놓인 금고에 다가갔다.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 이미 아는 듯 성큼성큼 걸어갔다. 금고 앞에 선 노랑머리는 망설임 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삑삑삑, 철컥.

버벅거림도 없이 한 번에 열리는 금고, 그 안에는 현금이 꽉 차 있었다. 현금은 정돈도 하지 않고 무더기로 뭉쳐있었다.

“와, 몇 백 들어있을 거라고 하더니…….”

노랑머리는 돈다발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현금이 자그마치 천만 원은 되는 것 같았다.

“천만 원은 되겠네. 시# 졸라 좋네!”

노랑머리는 돈을 쓸어 담느라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삐용 삐용 삐용.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미용실 안에 있는 원장실로 들어간 노랑머리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신이 나가서 듣지를 못했다.

“아, 졸라 많네. 돈이!”

노랑머리가 돈에 정신이 나간 사이에, 원장실의 문이 조용히 잠겼다.

미용실내 화장실 안에 숨어서 노랑머리의 행동을 전부 살피던 나는, 그가 원장실에 들어가자 몰래 원장실의 문을 밖에서 잠갔다. 그를 가둬두려고, 밖에서 잠그는 장치를 하나 더 만들어 놓았었다.

노랑머리는 바닥에 떨어진 돈다발에 정신이 나가서 잠그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나는 문이 열리지 않는 걸 확인한 후, 미용실 입구로 가서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한 원장과 경찰들이 서 있었다.

“저 원장실에 가두었어요. 이리로 오세요!”

두두두두.

한 원장과 경찰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노랑머리는 그제야 소리를 듣고 놀라 빠져나오려고 문을 열었다.

철커덕. 철커덕.

문은 밖에서 잠겨 열리지 않았다. 자신이 갇힌 것을 깨달은 노랑머리는 고함을 질렀다.

“문 열어 시# 뭐야?!”

쾅쾅쾅.

노랑머리는 문이 부서지게 두드리며 열어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철컥.

문이 열리자마자 튀어나온 노랑머리, 그의 앞에는 경찰 두 명이 버티고 서있었다.

“아니, 난 여기 여자친구가…….”

노랑머리가 말하자 내가 재빨리 나섰다.

“여자친구 누구? 누가 열쇠를 주었냐고?”

노랑머리는 그 말에 오히려 입을 닫았다. 지금 그 이름까지 말한다면 여자친구의 인생까지 망치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경찰은 노랑머리를 제압하며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철커덕.

노랑머리는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발광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당당하게 노랑머리를 쳐다보았다.

“아으, 이 새끼 너 니가 꾸민 일이지?! 내가 너 가만 안둘 거야!”

“그니까 착하게 살아야지!”

나는 노랑머리가 들고 있는 열쇠 꾸러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열쇠를 보니 조금 낡은 것이 복사본이 아닌 원본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열쇠를 건네 준 사람의 지문도 묻어있을 것이다.

“형사님 저 열쇠에 공범의 지문이 묻어있을 겁니다. 그거 누군지도 빨리 좀 알려주세요!”

“아 그렇겠네요. 고맙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아이고 마 우리가 감사하죠. 고생하셨심다 가보이소.”

노랑머리가 끌려가고, 한 원장이 다가와서 나를 꼭 안아주었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하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같이 꼭 안았다.

“내 니가 너무 좋아질라 칸다. 니 오뎄다 인자 왔노, 아주 보물이다 니는!”

“아닙니다. 하하 원장님이 보물이죠!”

“그나저나 누가 공범인지 내가 미치겠다. 증말.”

한 원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노랑머리가 놓고 간 가방 속에서 가위를 하나씩 꺼내며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원장도 그 가방을 구경하러 다가왔다. 가방 속에는 지폐가 한 다발 들어있었고 그 아래에는 가위가 수건 등에 덮여있었다.

“이건 조 실장님 거니까 조 실장님이 공범은 아니겠네요.”

“아, 맞나 그라네.”

한 원장은 그 옆의 가위를 꺼내어 들며 말했다.

“이건 정 선생 가위니 정 선생도 아이네.”

나는 그 밑에 있는 박스에서 꺼내지도 않은 가위를 꺼내 들었다. 비싼 가위는 가져왔을 때 포장도 아주 그럴싸한데, 포장도 뜯지 않은 완벽한 새 가위였다. 그걸 본 원장은 혀를 찼다.

“그건 다솜이 꺼다 아이가? 커트 들어갈 때 쓴다꼬 고이 모셔둔걸 훔쳐 가믄 우야노! 아가 월급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서 산긴데 큰일 날 뻔했다 아이가!”

“그럼 단 한사람뿐이네요…….”

한 원장과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입을 모았다.

“은서.”

* * * * *

“어느 날 우연히 그 사람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지, 그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맨 내 이상형. 원투쓰리포!”

은서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미용실 문을 열었다. 오늘은 누군가가 먼저 나온 듯 미용실 문이 열려 있었다. 미용실 안에는 경찰과 한 원장, 내가 서서 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원장님 안녕하세요. 경찰이 왜?”

은서는 전날에 도둑이 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시치미를 떼며 경찰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경찰이 은서에게 다가왔다.

“이은서씨?”

“네?”

“당신을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이 은서를 데려가는 동안, 원장도 나도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다. 사실 눈엣가시 같은 은서가 잡혀가는 것이 싫지 않았다.

한 원장은 자신의 스텝이었던 은서가 잡혀가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고개를 돌린 채 끝내 쳐다보지 못했다.

나는 은서가 잘 잡혀가는지 쳐다보다가 은서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한 마음에 쳐다 본 것이지만, 은서의 생각엔 쳐다보는 것도 화가 날 뿐이었다. 눈을 내리깔며 입을 오므렸지만, 그것조차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은서는 순순히 잡혀가는 척 하더니 갑자기 경찰을 뿌리치고 츄레이에 있는 가위를 집어 들고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너 죽일 거야!”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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