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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0화 (10/200)

10화. 전설의 탑스타(1)

“아야. 은서야!”

“어어?”

은서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녀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원장님이 나를 잡아끌어서 은서의 가위를 피할 수 있었다.

“죽어버려!!”

“이은서씨 그만하세요. 그건 살인미수라구요!”

쫘악.

은서의 공격이 내 옷깃을 스쳤다. 다행스럽게도(?) 옷만 찢기며 상황은 정리가 되었다.

경찰이 재빨리 쫓아와서 은서를 제압하여 데려갔다.

은서의 살기 어린 눈빛과 행동에 놀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은서가 돌아이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하, 니 괜찮나?"

한 원장의 말에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그때까지 멈췄던 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뒤이어 다른 직원들이 출근을 하기 시작하였다. 앞서 은서가 잡혀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은서가 왜 잡혀가?”

“저것이 남자친구랑 짜고 미용실 털었다 아이가? 니들 가위 다 훔쳐갈 뻔했다!”

“네? 우리 가위를 다요?”

“저 보따리에 니들 가위 전부 담아가 훔쳐가려고 했다 아이가? 야 아이었음 니들 클날 뻔 했다!”

직원들이 저마다 다가와서 고마움을 전했다. 나는 졸지에 미용실 영웅이 되어 버렸다.

“와, 준수씨 고마워요!”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내도 오늘 돈 몇 백을 그냥 날릴 뻔 했다 아이가? 좋아 까짓것 오늘 전체 회식이나 하지 뭐.”

“우와 진짜요? 우리 고기 먹어야죠?”

“까짓것 소고기 사 묵자!”

직원들은 자신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가위 등을 구해 준 것을 기뻐하고, 거기다 소고기 회식까지 하게 된 것이 좋아 신이 났다. 물론 은서가 잡혀간 것을 속상해 하는 부류도 있고, 그걸 내심 꼬시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잘못된 일을 바로 잡았다는 생각에는 다들 동의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와중이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회귀하지 않았다면 노랑머리는 잡히지 않았을 것이고, 은서도 잡히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을 것이며, 어쩌면 유명 미용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 그냥 살게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 일로 벌어질 사건들은 나중에 겪을 일이니, 지금은 괜찮다.

* * * * *

“여기 유명한건 어찌 알았노? 여기 고기가 아주 끝내준다 아이가.”

“아 그래요? 전 그냥 잘 모르는데 하하.”

[스타일 헤어] 식구들이 모두 한자리에 앉았고 음식도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유승철을 찾았다. 저번에 얼핏 그가 여기 자주 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다 웬 빨강머리, 노랑머리, 녹색머리를 한 집단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누가 봐도 미용사들 임에 틀림없었다. 그 중 녹색머리를 한 남자의 뒤통수가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가 유승철이었다. 슬그머니 그들의 주변으로 이동했다.

“그니까 문혁준이 구렛나루가 없어가지고 그 부분이 제일 신경 쓰인다니까.”

“근데 정말 김미선이 우리 샵에 온데요?”

“몰라 온다고 했다던데.”

설마 그 김미선?

나는 저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 중 빨강 머리가 나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뭐냐 쟤?”

빨강 머리의 말에 세 사람이 전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뻘줌하게 서서 승철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 유승철 여기 있네?”

“박준수? 여긴 웬일이냐?”

“어, 우리 회식 왔어. 저번에 니가 여기 맛있다고 했잖아.”

“그래, 잘 먹어.”

“어, 그래 너도.”

승철은 내가 등장한 것이 달갑지 않은 듯 보였다.

건너편에는 [스타일 헤어] 의 식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빨강머리가 그들을 보고 한 원장을 알아보며 귓속말을 했다.

“야 스타일 헤어잖아!”

“우리 주인공 거서 뭐하노? 퍼뜩 와서 무라 여그는 반찬도 끝내준데이.”

“네, 하하.”

“설마 김미선 온다는 거 들은 거 아니겠지?”

“뭔 상관이에요. 우리가 꼬신 것도 아니고 지가 온다는데.”

세 사람은 [스타일 헤어]를 계속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승철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미용실 사람들이 전부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질투가 났다.

[스타일 헤어]의 식구들이 전부 나에게 박수를 쳐 주고는 술잔을 들었다.

“다들 준수를 위하여 건배.”

원장의 구호에 맞춰 다들 나를 위한 건배를 하였다.

부끄럽다. 어머니 일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그냥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을 뿐인데 다들 너무 좋아해 주었다. 왜 첫 번째 회귀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사랑에 눈이 멀어서 다른걸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좀 더 소중하게, 좀 더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 어렵게 얻은 두 번째 회귀니까. 더 알차게 써야 한다. 다시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지 않아야, 냉정하게 모두의 인생을 도와줄 수 있다.

“근데 준수씨 이상형은 어떻게 돼요? 내가 고마워서 소개팅을 시켜주고 싶은데.”

미용사 인턴으로 있는 이다솜씨가 내게 말했다. 인턴은 정식 디자이너가 되기 바로 전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아, 제 이상형은요.”

나는 진짜 내 이상형인 김설아를 생각하며 말했다.

“미소가 예쁜 여자요. 하얀 치아가 눈이 부실 정도면 좋구요. 거기다 목소리는 작지만 힘이 있고, 피부는 우유만큼 하얀데다 검은 생머리에서 향기가 나는 그런?”

“아…….”

다솜은 더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이후로 내게 이상형을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정말로 김설아 정도가 아니라면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평생 보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승철의 베스트 미장 식구들은 여전히 내 쪽을 보면서 수군대고 있었다.

승철은 자신의 앞에서 나를 칭찬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저 앞에 있는 술잔만 들이킬 뿐이었다. 저 자리가 자신의 자리가 될 자리였다는 생각에 술이 더욱 쓰게 느껴졌다.

* * * * *

“나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 신경 좀 써줘.”

김미선이 [스타일 헤어]에 인상을 쓰며 들어왔다. 나는 그녀가 몸이 안 좋다는 말이 왠지 핑계로 느껴졌지만 애써 웃으며 서있었다. 한 원장은 나의 등을 떠밀며 말을 하였다.

“오늘 김미선 샴푸 니가 해라. 전부터 하고 싶어 했다 아이가?”

“헉 제가요? 맘에 안 들면 어쩌죠?”

“니 정도믄 맘에 안들리가 없다 아이가? 걱정 말고 해봐라.”

“네.”

내가 평소에 김미선 샴푸를 하고 싶어 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찜찜했다. 샴푸를 잘 마치고 일어난 김미선이 나를 뚱하게 쳐다보았다.

“근데 넌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아 네 그렇긴 한데 …….”

김미선은 나를 노려보더니 신경질적으로 걸어갔다.

“원장님, 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거, 나 아는데 정말 이러기야?”

“쟈가 들어온 지 얼마 안되었어도 엄청 잘한다 아이가?”

“나 기분 나빠서 여기 못 다니겠다. 갈 거야!”

“아니 뭔 소리고? 갑자기!”

김미선은 짜증을 내며 일어나더니 매니저를 불러서 나가고 말았다. 미용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얼음이 되어 쳐다보았다. 한 원장도 적잖이 당황하였는지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스타일 헤어]의 간판 연예인이 어이없게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일전에 승철의 일행이 하던 말을 한 원장에게 알려주었었다. 하지만 한 원장은 그 말을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

“자기가 샴푸 뭐 실수라도 했어? 왜 저래.”

옆에서 손님을 마치고 온 정 선생이 한마디 했다. 사실 정 선생은 김미선을 고깝게 생각하던 중이라 오늘의 일을 불구경하듯 재밌게 바라보는 중이였다.

“실수 없었어요. 믿어주세요.”

“내 봤는데 실수한 거는 아이다 쟈가 뭔가 꿍꿍이가 있나본데, 정말 접대 말한 베스트 미장으로 갈라는 거가?”

“네? 거길 왜 가요? 거기 누가 잘한다고?”

[베스트 미장]은 원장의 실력이 좋아서 잘된 케이스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운빨과 마케팅, 즉 자본이 많이 들어가서 올라간 케이스였다. 그래서 승철이 같은 애를 빨리 키워서 싼 값에 부려먹고 하며 돈만 많이 남기는 그런 곳이었다.

“그니까 말이다 거가 뭔 그룹을 해주믄서 요새 손님이 조금씩 그기로 간다고 들었는데 설마 했다 아이가!”

[베스트 미장]에서 얼마 전부터 H.T.T 라는 보이그룹의 머리를 맡아 해주기 시작했고, 그 그룹이 히트를 치면서 [베스트 미장]의 명성도 같이 올라갔다. 김미선은 전부터 새로운 머리스타일을 해 달라고 조르고 있었고 마침 그곳 원장과 알게 되면서 옮기려고 작전을 짜고 있었다. 내가 머리를 감겨주는 것은 일종의 핑계거리로 좋았다.

"하, 내가 살다 살다 베스트에 손님을 다 뺏기고, 열 받아 미차불겠네! ”

다솜이는 김미선이 평소 클럽에서 다른 남자 연예인과 노는 것을 몇 번 봐왔던 탓에 김미선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김미선 지가 감히 개 그 HTT 꼬실라고. 가는 거 아니에요?”

나는 알고 있었다. 김미선이 왜 거기로 가는지,

HTT가 아니라 그 다음 보이그룹 멤버랑 나중에 열애설이 나는데 아마도 그거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그니까 우리도 이제 그런 어린 그룹 같은 애들 해줘야 한다니까요. 탤런트만 받지 말고요.”

“맞아요, 원장님. HTT 뜨는 거 보니까 진짜 난리 났던데 우리도 그런 애들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무슨 20살도 안된 애들을 데려다 뭘 해줘야 하는데? 내보고 그런 애들 비위까지 맞추라 하는 기가?”

한 원장님은 은근히 꼰대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어린애들 비위 맞추는 일을 싫어했다. 그럼에도 김미선은 겨우 맞춰주고 있었는데, 김미선이 그렇게 나가버리면 어린애들 비위를 더 못 맞춰 줄 것이다.

“우리가 할 테니까 원장님은 애들 포섭만 하시라니까요.”

정 선생이 자신 있는 말투로 말을 하였다. 한 원장보다는 정 선생에게 보이·걸 그룹을 맡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데 HTT처럼 된다는 보장이 어뎄노? 안 뜨면 우얄낀데?”

“아니 그니까 뜨는 애들을 포섭해서.”

“그러니까 뜨는 애들이 뉘긴지 니는 아나 이말이다?”

한 원장은 정 선생과, 조 실장, 다솜이를 차례대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원장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나에게 오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 사람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니가 누가 뜰 건지 안다는 건 아니겠지?”

나는 정 선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다가 멈췄다. 여기서 무슨 점쟁이처럼 맞추면 미용사가 아닌 점쟁이로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엔터테인먼트 쪽에 아는 사람이 좀 있어서요. 알아보고 리스트 작성해 올 수 있거든요.”

아는 사람은 개뿔 없지만 누가 뜨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한 원장은 나의 말에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정 선생과 조 실장도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래? 그라믄 니둘 둘이 가서 그 엔터인지 뭔지 만나고 와서 리스트 작성 해 와 보고 결정하자고.”

“네? 아, 네.”

한 원장은 나에게 다솜이까지 데리고 가서 만나라고 하였다. 나는 뜻밖의 복병에 할 말을 잃었다. 대충 만나고 온 척하고 리스트 작성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뻥을 수습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으으…, 어쩌냐 HTT에 맞설 그룹은 당연히 젝키스인데 그것만 전달하면 되는 건데 일이 커져버렸어.

나는 어떻게든 젝키스의 회사에 가서 그 곳 책임자든 매니저든 누구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먼저 만나서 얼굴이라도 터놓아야 뻥이 수습될 것 같았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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