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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1화 (11/200)

11화. 전설의 탑스타(2)

다음날, 나는 무작정 젝키스의 소속사로 찾아갔다. 정말 무식한 방법이긴 해도 이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니, 여기 사장님 좀 만나야 한다니까요. 그냥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달라구요!”

“이보세요, 사장님이 한가하신 분도 아니고 댁이 누군데 만나 달라고 하냐구요?”

나는 어떻게 해야 그 대표란 작자가 만나줄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연예계도 정치와 기업이 맞물려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 여기 그룹 중 양지원이 박** 전 대통령과 5촌인 것이 생각났다.

“여기 보이그룹 멤버인 젝키스 중 한명이 박근미랑 5촌인거!”

내가 박근미 이야기를 하자마자 건물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나의 입을 막았다. 남자 두 명이서 갑자기 나를 붙잡더니 건물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놀라서 소리 지르려고 했지만 입이 막혀 있어서 소리는커녕 숨조차 쉬기가 어려웠다. 남자는 나의 귀에 대고 작지만 강렬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입 닥쳐라.”

“아니, 읍읍.”

나는 남자들 손에 이끌려서 어느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 곳은 D미디어 사장인 이사장의 사무실이었다.

“무슨 일이야?”

“이 녀석이 저번에 사장님이 말씀하신 박근미님 이야기를 해서 급히 잡아왔습니다.”

이사장은 나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남자들은 그때까지 나의 입을 막고 있었다. 이사장이 턱짓으로 나를 가리켰다.

“일단 풀어봐.”

남자들이 입을 풀어주자 폭풍 같은 말을 쏟아내었다.

“아니 박근미 의원님 이야기가 뭔 대단한 비밀이라고 사람을 이렇게 끌고 와요? 당신들이 무슨 안기부야? 김일성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이게 뭐라고 대체!”

“기절 시킬까요?”

남자가 나의 멱살을 들고 올렸다.

“아니, 그래서 넌 그걸 어떻게 안건데? 아직 데뷔도 안한 애 들춰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벌써부터 난리야? 너 어디 소속 기자야?”

“아니 저는 싸우자는 게 아니고요 여기 사장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한 것뿐입니다.”

이사장은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놈이 자기의 얼굴도 모르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장을 만나려는 이유는?”

“친하게 지내려구요.”

“아, 풉.”

나의 말에 이사장이 기침을 하며 웃었고, 뒤에 있던 남자들도 피식피식 웃었다. 날 비웃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화를 참고 더 정확하게 말을 했다.

“이 회사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니까요?”

나의 말에 이사장은 웃음을 뚝 그치고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 말이나 던져놓고, 사장을 만날 때까지 생각하면 된다고 계산하고 있었다.

“내가 사장인데, 그 도움이 뭔지 매우 궁금하네요?”

“네? 아, 아니 그게.”

이사장은 사업을 하는 사람인지라, 내가 뭔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나는 너무 버릇없어 보이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걸 합리적으로 얻어낼 적당한 말을 생각해야 했다.

“저는 강남 [스타일 헤어]에서 일하고 있는 박준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우선 인사부터 하지 않은 걸 내심 후회하며 늦은 인사를 건넸다. 이사장은 엉뚱한 나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그래 반갑네. 하하 재밌는 친구구만.”

“내일 제가 미용실 동료와 함께 여길 방문하면 젝키스 헤어를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쎄…….우리 애들은 이미 다른 데에서 컨셉 잡고 있어요. 굳이 거기로 옮길 이유가 없는데?”

나는 [스타일 헤어]라고 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바로 포섭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당황했다. 이제는 이사장에게 [스타일 헤어]로 옮겨야 하는 이유를 어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젝키스 멤버들의 개성을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젝키스 멤버들의 특징을 다 꿰고 있습니다!”

“아니 아직 데뷔도 안한 애들을 어떻게 알지?”

이사장은 내 말에 흥미를 느끼고 쳐다보았다. 뻥인지 아닌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고.

“양지원은 엉뚱하고 정의로운 편이고, 강성후는 귀여운 매력에 노래를 아주 잘하죠. 그죠?”

이사장은 내가 애들 특징까지 꿰고 있는 걸 알고, 매니저에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 내 밑에서 일하는 건 어떤가? 잘할 것 같은데.”

“아 하하, 저는 미용이 천직이라 서요.”

“아쉽게 됐네, 그래.”

“또, 강재덕은 귀엽고 순수한…….”

“됐어, 생각해보고 옮겨볼 테니 내일 오게나.”

통과가 된 걸까? 아니면 뭔가 하나를 더 쏟아내야 최종적으로 오케이를 할까? 지금 저 표정을 봐서는 뭔가 하나를 더 풀어놔야 할 것 같았다.

“원하신다면 탑스타가 될 만한 배우를 섭외하겠습니다.”

나는 드라마 덕후다. 앞으로 탑스타가 될 배우들의 면면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만 데리고 오면 이사장도 내게 협조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탑스타? 그건 아무에게나 붙이는 수식어가 아닌데, 자신 있어?”

“네, 전 그런 안목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젝키스도 뜰 걸 아는 거구요.”

“흠, 재밌는 친구야. 알았으니 가보게.”

이사장은 말을 마치고 일어섰다. 다음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자신이 키우는 가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나는 이사장을 쫓아 나갔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미끼를 하나만 더 풀었으면 하는데……, 건너편에서 핑크 멤버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 둘, 셋? 어? 하나가 없네? 이여리가 없다?

“근데, 이여리는 어딨죠?”

“이여리? 그게 누구지?”

“이여리요! 지금 다른 소속사 연습생일 텐데 그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핑크가 완성되죠!”

“핑크를 니가 어떻게 알지?”

이사장은 정말 신기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천기누설을 너무 많이 했다. 조금 자제해야겠어.

* * * * *

“가서 말 잘 하고, 갸들이 진짜 스타가 될 감인지 단디 보고 와야 한데이.”

“네, 걱정 마세요 원장님.”

나는 다솜이와 함께 젝키스 기획사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잘 이야기하고 돌아오면 젝키스는 물론이고 핑크도 맡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녕하십니까.”

그때, 갑자기 미용실 문을 열고 이사장이 들어왔다. 나는 그때까지 이사장이 온 걸 모르고 있었다. 이사장은 기분이 매우 좋은지 웃는 얼굴이었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고 오셨어요?”

“여기 혹시 박준수라고 있습니까?”

“박준수요?”

한 원장은 스텝인 나를 찾는 손님의 정체가 궁금하여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도 궁금한 듯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사장의 뒤에는 그의 비서가 따라와서 굳은 얼굴로 서있었다. 이곳에 온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사장은 딱 봐도 비싼 외투에 비서까지 대동하고 왔기에 안내실장이 긴장하고 있었다.

“네, 그 녀석이 전화번호도 안주고 가서 직접 왔어요.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네네. 잠시 만요.”

안내실장이 나를 찾으러 뛰어가고,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한 원장이 이사장의 앞에 섰다.

“갸는 어쩐 일로 찾으십니까? 저는 여기 원장인 한선호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D기획사 대표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기획중인 젝키스 멤버들의 헤어를 여기에 맡기고 싶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아, 안 그래도 거기 가려고 애들이 준비 중이었는데. 직접 오셨네요.”

그때, 내가 급하게 뛰어나왔다. 이사장은 엄청 친한 친구를 만난 양 나에게 다가왔다. 이사장의 과한 제스처를 본 한 원장은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저 양반이 하는 걸 보아하니 나를 빼앗아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박준수군!”

“안녕하세요. 사장님.”

이사장은 내가 오자마자 덥석 안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걸 본 한 원장은 약간의 질투심이 솟았다.

“안 그래도 제가 지금 가려고 했는데.”

“지금 잠깐 나가서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게…….”

나는 뒤를 돌아보며 한 원장을 보았다. 나갔다 오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바라는 것이다. 한 원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나가라고 손짓하였다. 웃으며 인사하던 한 원장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근데 왜 쟈만 데리고?”

* * * * *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겠나? 내 연봉은 후하게 줄 생각이야.”

“네?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이사장은 다방에서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다짜고짜 물었다.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물을 마시려고 들었다가 쏟을 뻔 했다.

“자네 사람 보는 눈이 아주 제대로더군 자네 같은 인재를 그냥 두는 건 내가 용서가 안돼서 말이야.”

“아, 하하. 이여리를 만나보셨나 보네요.”

“그래, 아주 제대로 추천해줬어 내가 찾던 인재야. 그니까 그런 인재를 보는 눈을 가진 자네를 내가 놓칠 수가 있냔 말이야.”

이사장은 진심으로 나를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다. 다신 못 만날 인재를 만난 느낌이 팍팍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여리 같은 가수가 한명만 더 있으면, 향후 10년까지 기획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를 데려가려는 의지가 눈에 보였다.

“감사하지만, 저는 그쪽으로는 진짜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이사장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게다가 이여리를 진짜 발탁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이사장 본인이기 때문에 더 나은 인재는 필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흠, 그래? 이거 아깝게 되었구먼. 대신 가끔씩 내게 그 멋진 혜안을 빌려줄 수는 있는가?”

“저보다 사장님의 눈이 더 정확하시죠.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흠, 이거 인간성도 좋은 친구일세. 아깝네, 아까워.”

“제 미천한 안목이 필요하실 때는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도움 드릴 수 있을 때 도와드리지요.”

나는 이렇게 찾아와 준 이사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에 한 말이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다방 주인이 가져온 다방 커피가 차례대로 놓였다. 다방 커피도 정말 오랜만에 마셔보는 것이라,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럼 전에 말했던 탑스타 감을 내게 데려왔으면 좋겠는데. 가능한가? 내가 자네를 놔주는 조건일세.”

“아니, 놔주는 조건이라뇨. 하하.”

참으로 당황스러운 양반이구만. 어쨌든 내가 뱉은 말이니 약속은 지켜야 하겠지. 탑스타 리스트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레전드 드라마는 다 알고 있는 이상, 누가 뜨는지 아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김설아가 등판할 때가 되었네?

“만약 정말 제대로 된 배우를 데리고 온다면, 후한 상금을 받게 될 거야.”

후한 상금이라. 자본금이 좀 더 많으면 재벌이 더 빨리 될 것이다. 이런 기회를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아는 것 조금 풀면 되니까.

“저 생각보다 비싼 놈인데요?”

“하하 좋네, 좋아. 원하는 만큼 주겠어.”

“네, 그럼 전설의 탑스타가 될 만한 분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전설의 탑스타? 하하 이거 참 기대 되는구만.”

전설이 되는 탑스타 김설아.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다. 예쁜 미소와 빛나는 피부, 상냥한 말투와 아우라. 하지만, 그녀가 데뷔를 하기 전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 것은 단 하나. S대 출신이라는 것. 그거 하나로 그녈 찾아내야만 한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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