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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29화 (29/200)

29화. 노랑머리의 귀환(1)

노랑머리는 감방에 가 있는 동안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출소하게 되면 반드시 스타일 헤어에 들어가서 나에게 복수를 하리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왔던 것.

“난 꼭 스타일 헤어에 들어가야 합니다.”

“긍까, 왜?”

그의 눈빛이 수상했던 유 사장은 그의 뒷조사를 시켰고, 그가 전과자임을 알고는 취직을 시켜주지 않은 것이었다. 거기다 한 원장은 노랑머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를 취직시켰다가는 거래를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노랑머리는 그 이후 계속해서 유 사장의 재료상을 찾아왔다. 그는 취직을 시켜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해댔다.

유 사장은 그가 단순히 위험인물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취직을 반려한 것인데. 오늘은 그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스타일 헤어와 헤어지는 마당에 폭탄 하나는 던져둬야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야, 저 새끼 좀 데려와라잉.”

유 사장은 밖에서 어쩔 줄 모르는 고 과장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네? 쟤 정상 아닌데요?”

“잔말 말고 데려오라고.”

고 과장은 갑작스럽게 태도가 바뀐 유 사장의 의중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며, 노랑머리를 끌고 왔다.

“너 이름이 뭐랬냐?”

“내 이름 말하면 취직시켜줄 겁니까?”

유 사장은 당돌하고 경우 없어 보이는 노랑머리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저런 자세를 갖고 있는 놈을 한 원장이 받아 줄 리가 없어 보였다.

“니 이름을 한 원장이 알고 있응께 하는 말이여. 가명 같은 걸 사용해야 취직시켜주지 안 그냐?”

“아, 가명. 아무거나 하죠 뭐. 개새끼 뭐 이런 것만 아님 되지. 하하.”

노랑머리의 말을 들은 유 사장은 황당해 하며 혀를 찼다. 결코 정상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스타일 헤어에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같이 해서는 거서 하루도 못견뎌분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구요?”

“착한 척을 해야재. 가면을 쓰란 말이여.”

“박준수 그 새끼처럼 하란 말이군요?”

노랑머리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자, 유 사장의 눈이 커졌다. 이놈의 목적이 나라면 일이 더 수월해지는 것이 아닌가?

“니놈이 거 가려는 이유가 박준수 때문인 거여?”

“그렇다면 소개시켜줄 거냐고요?”

“그래 좋다. 소개시켜 주지. 그라믄 니가 하고 싶은 그걸 해야 쓰겄다.”

“내가 하고 싶은 그거? 복수?”

“나는 모르는 일이여. 일단 너그가 내 친척이라고 뻥을 쳐서라도 널 소개해줄 텡께. 날 봐서라도 니놈이 하고 싶은 그걸 완성해 불라고. 알긋냐?”

“쳇 #발 있는 새끼들은 꼭 뒤로 빠져 가지고.”

노랑머리가 욕을 하자 유 사장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니 시방 욕했냐? 이 새끼가 하고 싶지 않음 가라고! 확 조사벌라.”

노랑머리는 유 사장의 험한 말에 그도 자신과 같은 과임을 깨닫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서 유 사장에게 90도로 인사하였다. 갑작스러운 인사를 받고 조금 당황 하였지만 같이 웃는 유 사장.

“목적이 같으니 힘이 납니다. 열심히 박준수를 조사버리겠습니다.”

“하하, 배포가 큰 놈이구만. 내가 용돈도 자주 챙겨줄랑께 걱정 말고 작업 하드라고.”

유 사장은 자신의 복수를 저 녀석이 대신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였다. 본격적으로 그를 의자에 앉히고, 스타일 헤어에 들어가는 방법과 며칠 동안 해야 할 일,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할 것인지를 소상히 알려주었다. 노랑머리는 스타일 헤어에 들어가기 위해서 쌍꺼풀 수술까지 감행했다. 그만큼 이를 갈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복수를 다짐하고 있을 즈음, 유 사장도 다른 식으로의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 * * * *

“유 사장이 아무 말 없이 수긍하던가요?”

나는 유 사장이 그냥 물러날 사람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다. 그가 어찌 나올지를 알고 있어야 나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말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별말 없든데? 알았다고 그카드라.”

“아, 그래요? 그럴 리가 없는데.”

“그간 내가 팔아준 값이 있는데 함부로는 몬하지.”

“네 그럼 다행이구요.”

나는 유 사장이 너무 쉽게 물러난 것이 매우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유 사장이 갖고 있는 무기 중 하나가 전국 유통망인데 그것이 없이는 일이 수월하지가 않았다. 지금은 우리 가게에서 독점으로 사용했지만, 이제 전국으로 유통을 해야 한다.

그 사실을 김 실장도 알고 있었고, 유 사장도 알고 있었다. 유 사장은 그걸 노리고 김 실장을 찾아갔다.

* * * * *

“여그가 김 실장님이 계신 곳이 맞는가요?”

유 사장의 등장에 놀란 김 실장이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뛰어 나왔다. 유 사장은 김 실장이 초면이지만, 김 실장은 유 사장을 이미 알고 있었다.

“유 사장님이 여긴 어떻게?”

“안녕하십니까? 절 이미 알고 계신갑쇼잉?”

“네, 알다마다요.”

김 실장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닫았다. 두 사람은 정식으로 인사한 것이 처음인데 이렇게 첫 만남부터 김 실장이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라믄 야그가 쪼까 쉬워지겄소. 안 그요?”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전국 유통망이 필요하신 거 같은디 안 그요?”

“아, 그걸 어떻게 아시고…….”

“나가 그걸 이미 갖고 있응 게 우리 둘이서 손을 잡으믄 일이 훨씬 수월하지 안 긋소?”

김 실장은 안 그래도 전국 유통망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었고, 그걸 눈앞에 있는 자가 손에 쥐어준다고 한다. 악마의 유혹은 항상 갖고 싶은 것을 손에 쥐어 주고서, 상대의 영혼을 털어간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박준수는 사실상 거래 당사자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디, 나랑 손잡은 것만 말 안 하믄 되는 거 같은디, 안 그요?”

“아, 그게… 그니까.”

“그냥 쉽게 가장께요. 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쇼? 어차피 전국 유통망은 필요허고, 김 실장님이 지금 그걸 마련한다고 혀도 몇 달은 걸릴 텐디 그동안 그쪽 회사엔 뭐라고 말하려고 그랍니까?”

“어떻게든 빨리 유통만 하면 되는 거니까.”

“아 참, 답답허네. 긍께 나만 믿으랑께요?”

유 사장은 김 실장의 코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 그걸 본 김 실장의 동생인 김 과장은 몰래 나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 * * * *

“828255?”

나의 삐삐문자에 찍힌 숫자.

나는 그런 문자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뒤로 다시 김 실장님의 전화번호가 찍혔다. 김 실장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빨리 막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그날따라 신호등조차 느리게 바뀌었다.

“아우 씨, 미치겠네.”

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마침 유 사장이, 김 실장의 가게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 매직을 휘어잡고 계신 박준수 슨상이 아닌가?”

유 사장의 잔뜩 비꼬는 말투와, 표정.

그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자 쓴웃음이 지어졌다.

“안녕하세요, 유 사장님.”

달갑지 않은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인지라. 떫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내 떫은 표정을 본 유 사장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아 보였다.

“나가 김 실장과 뭔 야그를 하고 왔는지 알고 싶구먼?”

유 사장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나를 아래위로 훑으며 비웃었다. 그의 역겨운 표정을 본 나는, 당장에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거래건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러치, IMF 정리해고 시대에 사장들이 꼭 그런 야그를 하드라고. 허허, 기분 드럽게 말이여.”

“그렇다고 남의 일에 훼방을 놓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 실장님에게 뭔 소릴 하신 겁니까?”

유 사장은 나의 말을 듣고는 씨익 웃었다. 마치 자기가 승리자가 된 듯한 미소, 여유로운 표정의 유 사장이, 품안에 있던 계약서를 꺼내 들고서 나에게 보란 듯이 흔들어댔다.

“나가 방금 인주를 찍어놔서, 이거 말리는 중이여. 함 볼 텐가?”

나는 유 사장이 흔들어대는 계약서를 확인하였다. 매직약 전국 유통망을 주고, 매직약 유통권을 나눈다는 계약서였다. 유 사장은 내용을 확인시켜주고 얼른 종이를 품에 숨겼다.

“아으, 이거 무효야 무효!”

“낙장불입이여, 그라니께 니는 상대를 잘못 골라부렀지.”

나는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며 김 실장의 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내 반응에 속이 후련해진 유 사장은 껄껄대며 웃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들고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야 지금 스타일 헤어 앞으로 나오거라. 면접 보러 가야지.”

유 사장은 노랑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면접을 볼 생각이었다.

끼이익, 턱.

“김 실장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재료상으로 뛰쳐들어간 나는 김 실장을 보자마자 소리 질렀다. 김 실장도 갑자기 내가 온 것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준수씨, 갑자기 어떻게.”

“정말 계약하신 거냐구요?”

“아, 어쩔 수가 없었어요. 본사에서 요새 매일 전화가 와서 절 괴롭혀요.”

“하,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저한테 상의도 없이…….”

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죽 쒀서 남 주는 격이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스타일로 간다고 했으니까 가서 물리자고 해봐요. 난 못하겠어.”

“어휴, 알겠습니다. 갈게요.”

나는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또다시 달리고 달렸다.

* * * * *

“지금까지 잘 지내온 것도 인연잉께, 지는 암시랑도 안 혀요.”

“아 이거 참, 면목없게 됐심니더. 이해해주셔서 고맙십니더.”

한 원장과 유 사장은 연을 끊는 사람치고는 너무 덤덤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 사장도 한 원장에게는 딱히 감정이 없었기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했다.

“지가 뭐 끝나는 마당에 바라는 것은 없지만서도, 지 먼 조카놈 하나가 여기에 들어오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디, 그걸 못해주고 가는 게 쪼매 아쉽지라.”

“아, 조카도 미용하시는 갑네요? 스텝입니까?”

“네 인자 자격증을 딴 생 초짜입지라.”

“그럼 오라 하이소. 뭐 어려븐 일이라꼬.”

“아, 지가 안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데려왔는디 지금 오라하까요?”

“네, 안 그케도 스텝 하나 더 필요했다 아입니까?”

“쪼까 댕기오겠습니다.”

유 사장은 노랑머리를 데리러 미용실을 나갔다. 그 시각 나도 가게에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가게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노랑머리를 발견하고, 흠짓 놀랐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느낌을 풍기는 노랑머리가 나를 살기어린 눈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누, 누구신지?”

노랑머리는 나를 보고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간 감정을 애써 누르고, 최대한 가식적이면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유 사장이 나를 만나면 억지로 웃어 보이라며 몇 시간에 걸쳐서 훈련시킨 미소였다. 노랑머리는 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스텝 면접 보러 온 사람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때, 미용실에서 유 사장이 나왔다. 유 사장은 노랑머리를 끌고서 미용실로 들어갔다.

어딘가 익숙한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유 사장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한 원장은 유 사장이 데리고 들어 온 노랑머리가 그놈인지 전혀 모르고,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였다. 머리며 얼굴이며 전부 변했기 때문이었다.

한 원장은 나에게 노랑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하그라. 니 스텝 할 아가 왔다.”

노랑머리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악마의 미소였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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