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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30화 (30/200)

30화. 노랑머리의 귀환(2)

“아, 네. 잘 부탁드려요.”

나는 노랑머리의 얼굴과 표정 등이 매우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거기다 그의 목소리가 언젠가 들어본 목소리 같았다. 하도 오랜 기간 살아온 터라 그게 누구인지 모르는 게 문제지만.

거기다 유 사장이 데려온 자를 쉽게 받아 줄 수 없다. 유 사장과 관련된 것은 빨리 잘라내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 근데 전 스텝 필요 없는데, 왜 받으려고 하세요 원장님?”

나의 말에 유 사장과 노랑머리의 얼굴이 울그락붉그락거리며 흥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노랑머리를 미용실에 취직시키는 일은 그냥 단순한 부탁이 아닌 걸로 보였다. 꼭 놈을 스텝으로 넣고 싶은 유 사장의 의지를 이용하면, 내게도 기회가 될지 모른다.

“맞나? 쟈가 필요 없다 카는데 우짭니까? 유 사장님.”

“아, 아깐 데려오라고 하셔서 그란디.”

유 사장이 당황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자리에 승철이 있었다면 유 사장이 조금이라도 편해졌을 텐데, 승철은 요즘 연애에 빠져서 헤어 나올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아까의 계약을 역전시킬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려면 유 사장이 순순히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 참 곤란하게.”

유 사장은 이래서 내가 없는 시간에 노랑머리를 데려온 것이었다.

노랑머리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채고, 유 사장의 옆에 붙어서 작은 소리로 지껄였다. 소리는 작았지만 힘 있고 매서운 목소리였다.

“날 여기 넣어주지 못하면 지금 당신의 복수를 할 거란 사실도 다 말할 생각인데. 어때?”

“이 새끼가 은혜를 모르고.”

“조건을 받아들여, 안 그러면 당신부터 손봐주고 싶어지거든.”

노랑머리는 유 사장의 옆에 붙더니 한 손으로 그의 오른팔을 거세게 잡았다. 노랑머리의 완력이 어찌나 센지, 유 사장의 팔이 관절과 반대쪽으로 꺾였다. 딱 봐도 부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유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알긋어. 받아들이면 된당께.”

노랑머리의 완력에 겁을 먹은 유 사장.

노랑머리는 그제야 유 사장의 오른팔을 놓아주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 유 사장을 협박하는 모양새였다. 평범하지 않은 놈의 모습을 보고, 어쩌면 오늘의 딜을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미 늦어버렸지만.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안 되겠죠?”

“낙장불입이라고 안 허요.”

“그럼 계약서 내용을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계약서라니, 뭔 소리고?”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유 사장은 생각했다. 어차피 계약은 이미 끝난 상황이고, 내용을 조금 수정한다고 해도 그 바탕까지는 수정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김 실장과 둘이서 계약을 마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이 노랑머리 새끼는 어디로든지 치워버려야 했다.

“긍게, 골짜는 건들면 안 되는 것만 지켜준다면 나야 뭐.”

“네, 유 사장님이 짚어준 사항 이외의 것들만 수정하겠습니다.”

“글케 하소. 밑져야 본전잉께.”

나는 계약을 어떻게든 수정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렇게까지 하면서 저 수상한 놈을 미용실에 들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 * * * *

“계약서 내용을 수정하자고?”

“네. 그거 수정하지 않으면 죽 쒀서 개 준 꼴 난다니까요.”

유 사장이 오기 전에, 한 원장과 함께 김 실장을 찾아갔다. 계약서를 어떻게 수정해야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가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나야 뭐, 전국 유통망만 주어진다면 나머지는 다 바꿔도 괜찮지.”

“야야, 아무리 본사에서 그란다 해도 김 실장 너무했어. 준수가 고생한 걸 생각해 줬어야제.”

“죄송합니다. 막막해서 그랬어요.”

“그런 거 따질 여유가 없어요. 이제 어떻게든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꿔야 해요.”

계약서의 기본 골자는 바꿀 수 없고, 자투리 조항에서 유리하게 바꾸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곧 유 사장이 계약서를 수정하려고 올 텐데, 그 안에 뭔가를 강구해야만 한다.

“수익을 똑같이 나눈다고 가정 했을 때, 누가 더 손해 보는지 생각해 봐야지. 나는 영업능력이 더 있는 유 사장이 손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거거든.”

간단하게 생각하면, 김 실장이 하는 말이 맞다. 발로 더 뛰어다닌 사람이 손해 보는 상황인 거다. 하지만 전국 유통망이 같이 주어진 입장에서는 김 실장이 더 뛰어 다닐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따지면 수익 배분부터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 더 가져가는 걸로 바꾸도록 하죠. 김 실장님이 더 움직이셔야 하구요.”

김 실장은 나의 말에 조금 난감했다. 직원 수부터 차이가 있는데, 김 실장이 더 일해야 한다면 밤을 새야 할 판이었다.

“난 자신이 없는데.”

“하, 이봐라 김 실장아 내가 이래서 니랑 거래를 고마할라고 한기다. 니 머리는 좋다 아이가? 와 발로만 뛸 생각을 하노? 머리를 쓰봐라.”

“발로 안 뛰어도 홍보만 제대로 된다면 승산 있어요.”

“cf는 좀 오버일테고, 신문 광고 때려도 전국적으로 나가는 건 돈이 좀 많이 들거든요. 사실 자본도 유 사장에게 딸리는 경향이 있어서요. 수익 배분 문제는 그냥 덮고 가시는 게 여러모로 현명한 판단이에요.”

김 실장의 말은 맞는 말이다. 이것저것 대충 따져도 그리 손해 보는 계약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유 사장에게 가는 돈을 막아야만 했다. 2021년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나는 조금 더 확장된 생각을 하였다.

“ppl하면 될 텐데.”

“잉? 그게 뭐꼬?”

그때 당시에는 ppl 개념이 거의 없던 시기라서, 그걸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제품을 간접 노출시켜서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거거든요.”

“아 이티에서 초코렛 나온 것 같은 그런 거구나?”

“네!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죠.”

김 실장이 머리가 좋다더니, 아주 아닌 말은 아닌 듯 했다.

내가 매직스트레이트를 연예인에게 해주고, 그 사람의 머리를 해주는 장면이 간접적으로 tv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직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매출로 확장 된다.

“그럼 연예인 협찬하고, 간접 노출 영상 나가게 인간극장이라도 찍으면 되겠네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리고 내가 전에 신조 가위를 팔면서 가위 손질하는 법을 사진으로 찍어서 스크랩해서 같이 판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사진 만들어서 팔면 될 것 같아.”

“비디오를 찍어야죠. 기술은 사진보다 비디오가 훨씬 잘 전달되거든요.”

“그래 맞다. 요새 비디오 없는 집 없으니까. 그라믄 되겠네.”

2021처럼 너투브로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그 시절에는 기술을 찍은 영상을 비디오로 제작해서 팔곤 했다. 매직약에 그런 옵션을 붙이는 것은 누구나 탐낼 일이었다.

“그럼 매직약 세트를 기획하죠. 우리 팀 매직약은 A세트, 유 사장네 매직약은 B세트. 그렇게 나눠서 팔고 가격은 동일하게 파는 거죠.”

“그래 그라믄 되겠네. 이 방법은 우리만 하는 걸로 계약 조항에 넣고 말이지.”

“혹시 모르니까 C세트까지 우리가 만드는 걸로 하자고, 나중을 위해서 말이야.”

김 실장의 말에 다들 의아한 눈치였다. 굳이 C세트까지 필요한지가 의문이었지만 만약을 위해 남겨두고, 그 뒤에 알파벳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넣었다. 아무 효용도 없어 보이는 조항이었지만 그게 나중에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한다면 나의 팀에도 승산이 있었다. 나는 그 이후에 제품을 파는 것 또한 생각해야 했다. 비디오는 한 번만 찍어도 되는 거니까, 그걸 팔고 난 뒤에 또 재 주문 할 시에는 같은 제품을 계속 구매하도록 하는 조항도 필요하다.

“한번 거래를 튼 미용실은 같은 팀에서 쭉 맡게 하는 걸 조항에 넣는다면 좋겠네요.”

“그래, 그게 좋겠네. 그건 아마도 그쪽이 원하는 조건일 거야.”

“재 주문 시에는 매직약과 매직용 영양 앰플을 같이 세트로 파는 거도 좋긋네.”

“네. 매직은 반드시 영양을 동반해야 하거든요.”

세 사람이 상의를 마칠 즈음, 유 사장이 가게로 들어왔다. 계약 조건은 동일하게 하고, 나머지 몇 가지를 추가하는 것에는 유 사장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겉만 봤을 때, 유 사장에게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유 사장은 흔쾌히 웃으며 계약서를 수정하였다.

“하하하, 거창하게 바꿀 것 같이 하더니, 별로 손해 볼 것도 없어부네. 괜히 혼자 쫄았어.”

“본 조항을 바꾸지 못하니, 별로 바꿀게 없더군요. 본 조항은 정말 바꾸지 못하는 거겠죠?”

나는 유 사장 기분이 좋아지게 일부러 앓는 소리를 했다. 좀 도와달라는 뉘앙스로.

유 사장은 내 소리에 더욱 기분이 좋아서는 낄낄대며 웃었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아, 내가 낙장불입이라 혔잖소. 이거 참 미안하게 되었구만.”

“이거 오히려 유 사장님에게 유리하게 된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하하.”

유 사장은 계약이 잘못될까봐 내심 걱정하였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것 같은 조항이 추가된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우리를 끌고 가게를 나갔다.

“내가 기분이 너무 좋아분게. 한턱을 쏴야 쓰겄네. 다들 시간은 있으시죠?”

“전 집에…….”

내가 집에 가려고 하자, 김 실장이 내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무조건 가야죠.”

“내는 비싼데 아임 안간데이.”

“네, 알아서 모시겄습니다.”

우리는 사이좋게 강남의 유명 룸사롱으로 향했다.

나는 얼마 뒤에 인간극장 피디를 찾아가서 출연 요청을 하였다. 내가 직접 출연하는 것은 무산되었지만, 마침 이번 회차의 출연자가 굉장한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머리를 해주는 걸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 일로 우리 측 매직약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게 불과 2주 후의 일이다. 이렇게 되는 걸 꿈에도 모르는 유 사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웃고 있었다.

* * * * *

“내가 자주 오는 곳이지라, 여기는 탤런트랑 똑같이 생긴 애들이 널렸어요.”

유 사장은 우리를 강남의 유명 텐프로 룸사롱에 데리고 갔다. 유 사장을 본 종업원들이 90도로 인사를 하였다. 유 사장이 이곳 단골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유 사장의 말대로, 탤런트랑 똑같이 생긴 아가씨들이 룸으로 들어왔다. 아가씨들이 저마다 남자들의 옆에 앉고, 내 옆에도 웬 여자가 앉았다. 헌데, 내 옆에 앉은 여자는 어딘가 익숙했다.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여자를 끼고 노는 것이 그닥 달갑지 않았던 나는 그저 술만 비우고 있었다. 그러자 유 사장이 내 옆의 아가씨를 보며 이야기 하였다.

“너 접때 탤런트가 꿈이라고 안 혔냐? 니 옆의 그 오빠가 유명 엔터테인먼트 사장이랑 친허다. 잘 보여라.”

아, 역시 꼴보기 싫은 놈이랑 같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 나는 술맛까지 떨어졌지만, 남은 두 사람을 위해서 억지로 분위기를 맞추어야 했다.

“그냥 아는 사이입니다.”

“정말이세요? 저 좀 소개시켜주시면 안될까요?”

“그라지말고, 니 소개나 먼저 해보그라. 그람 쟈도 맴이 바뀔지도 모르잖아?”

한 원장의 말을 들은 아가씨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웃는걸 보니 더 익숙한데?

“제 이름은, 안다영이고요. 올해 21살입니다!”

안다영, 일명 A양 비디오로 정치계를 흔들어놓고 자살한 그 안다영이라고?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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