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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45화 (45/200)

45화. 폭우 속으로(2)

“어? 산이 왜 저래?”

산에서 진흙더미가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대로 진흙이 계속해서 내려온다면…, 펜션이 전부 묻힐지도 모른다! 나는 다급한 마음으로 다시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이 사태에 도움을 줄 물건 따위기 전혀 없었다.

“도망쳐야 하는데!”

펜션 옆으로 흐르던 계곡은 너무 넘쳐서 강처럼 변해있었고, 다리조차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펜션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우 씨…, 어떡하지?”

나는 일단 펜션으로 다시 들어갔다.

안에서는 설아와 다영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떨고 있었고, 매니저는 안 터지는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산사태 날 것 같아요. 어서, 여기서 나가야해. 펜션도 금방 부서질 것 같다고!”

“아악! 아까 집이 움직인 게 맞잖아!”

이제 정말 나가야만 한다!

“빨리 나가자!”

네 사람이 집을 나가려고 하는데 집이 다시 꿀렁거렸다. 정말로 곧 무너질 것만 같은 펜션! 네 사람은 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망쳐!”

“빨리 나가야 해!”

펜션을 나서자마자, 펜션이 조금씩 앞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그걸 보고 두려운 나머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아래쪽으로 가야 해! 산을 벗어나야 해!”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산에서 무지막지한 흙더미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다리가 있는 쪽으로 가야 살아. 흙더미가 계곡을 넘어서지는 못할 테니까!”

네 사람이 다리에 가까워지는데, 설아가 넘어지고 말았다. 매니저가 설아를 붙잡으려고 하자 내가 걱정 말라며 어서 다리를 건너라고 재촉했다.

“빨리 건너기나 하라고! 가서 119 불러”

“네!”

나는 설아와 다영을 붙잡고 뛰어갔다. 매니저는 무사히 다리를 건너고, 119를 부르러 그 앞에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그 뒤로 우리가 건너가는데, 갑자기 다영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나도 휘청거렸고, 그 옆에 있던 설아도 같이 휘청거리더니 넘어져서 물살에 휩쓸려갔다.

“설아씨! 이거 잡아요!”

나는 옷을 벗어서 설아의 손 쪽으로 던져줬다. 그녀는 겨우 그걸 붙잡고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영이 다시 쓰러지고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나는 두 여자를 잡고서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꼭 잡아!”

“살려줘.”

설아의 손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그녀를 놓친다면 죽도록 후회 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때, 의도치 않게 다영을 잡은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오빠아!”

순식간에 다영이 급류에 휩쓸려갔다.

“다영씨!”

“까악!!”

다영은 나를 끝까지 쳐다보며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 모습을 본 설아는 놀라서 괴성을 질렀다.

매니저의 신고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았다. 후에 그 남자가 일을 크게 만들게 된다.

“꺅!!!! 다영씨!”

다영을 보내고 정신없이 설아를 두 손으로 잡아 올렸다. 설아는 고통스러웠지만 살기 위해서 내 손을 잡고 올라왔다. 물살을 피해서 조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설아와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서 초점 없는 눈으로 급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

“구하러 가야 해! 빨리 구하면 살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선 급류를 향해 걸어갔다. 설아는 더욱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그러자 매니저가 달려와서 나를 붙잡았다. 매니저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딜 가요? 정신 차려요!”

“다영이 구하러 가야지. 내가 놓쳤어!”

내가 정신을 놓고 급류로 다가가자 매니저가 나를 붙잡았다.

“정신 차리라고! 따라 죽기라도 하게요?”

“이거 놔!”

나는 매니저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급류로 향했다. 그러자 그가 나를 잡고서 따귀를 후려쳤다. 아주 세게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철썩.

“같이 죽는다고!”

“아니야. 살았을 거야 분명!!”

내가 다시 급류 쪽으로 걸어가자 설아가 내 등을 껴안았다.

“가지 마요. 제발.”

설아의 뜨거운 눈물이 내 등을 적시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엉엉,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나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한참을 울었다.

* * * * *

“지금 이곳은 탤런트 안다영의 장례식장입니다. 어제 강화도에 내린 폭우로 머물고 있던 숙소가 무너지면서 안다영씨가 급류에 휩쓸려 나갔다고 합니다. 오늘 오전에 겨우 사체를 수습하고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안다영의 사망 소식은 스포츠 신문을 도배했다. 그동안 조금씩 연기 활동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던 탓에, 그녀의 팬도 꽤 있었다. 팬들은 다영의 죽음을 애도하며 장례식장으로 몰려들었고, 연예 전문 티비 프로그램에서도 앞다투어 찾아왔다.

그녀의 장례식장은 내가 지키고 있었다. 부모도, 친척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녀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습니까?”

기자들은 나를 향해 끝도 없는 인터뷰를 해댔다. 나는 로봇처럼 그들의 말에 대꾸했다. 그걸 보고 있던 한 원장이 화를 내며 기자들을 내쫓았다.

“야야, 니들이 사람이가? 고만 좀 해라.”

한 원장이 나서서 겨우 구해주었다. 그 기자들 사이에는 가 기자도 있었다. 가 기자도 나름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다영의 비디오를 유통하려 했었고, 두 사람의 스캔들을 이용하려고 했었기에 약간의 미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로 미안해서, 사과를 할 가 기자가 아니다.

“쳇 멍청하게 일기예보에 나왔는데 거길 왜가? 등신들.”

가 기자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돌아섰다. 나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사에 쓸 내용은 넘치니, 사진만 뜨고 가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장례식장은 그 어느 장례식장보다 사람이 붐벼댔고, 정신이 없었다. 유 사장은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쩌다 죽었어?”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다영씨 아니면 설아씨가 죽는 거 였으니까.”

매니저가 하는 말을 들은 유 사장은, 또 다른 건수를 잡았다는 얼굴로 그를 붙잡았다.

“그게 뭔 소리여? 그럼 설아씨를 살리려고 안다영을 죽게 했다는 말여? 저 자식이?”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상황이 어쩔 수가 없어서요. 양쪽 손으로 둘을 잡고 있었다가 한쪽을 놓친 거거든요.”

“맞네? 야 저 쓰벌#의 새끼가 죽인 건 맞잖여?”

“아니 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아니라니까요.”

유 사장은 내가 안다영을 죽게 한 것을 소속사 사장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나를 궁지에 몰아넣어야 마음속 응어리가 가실 것 같아서였다.

“안다영 소속사 사장이 누구여?”

“저분인데요?”

매니저가 가리킨 곳에는 이사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소주를 먹고 있었다. 유 사장은 이사장을 향해 다가가서, 그의 앞에 앉았다. 이사장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소주잔만 비우고 있었다.

“안타까운 인재를 잃으셔서 상심이 크시죠잉?”

이사장은 소주를 마시다 말고 유 사장을 쳐다보았다. 그의 앞에는 소주병이 3병이나 비워져 있었다. 소속사 배우를 잃은 사장이니 마음이 쓰릴 만도 했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

“안다영을 죽게 해분 것이 저 박준수인건 아시지라?”

“무슨 말입니까, 그게?”

이사장은 유 사장을 무시하고 그냥 술을 마시려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른 여자 살리려고 안다영의 손은 놔부렀당께요?”

“이것 보세요.”

“네, 봤습니다. 뭐요?”

“저 녀석이 안다영을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 내가 다 아는데 그걸 믿으라구요?”

“뭔 일을 했는데요?”

“아, 됐구요. 술맛 떨어졌으니 가야겠네요. 앉아서 쭉 드시죠. 육계장 맛이 좋아요.”

이사장은 유 사장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사장이 그렇게 나오자 당황한 유 사장이 따라서 일어났다. 어떻게든 불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질 않자 화가 확 치밀어 올랐다.

“시방 내말을 무시하면 후회할 텐데?”

“지금 반말을 하시는 건 아니죠? 그렇게 무례하게 구시면 당신이 후회할 겁니다. 이만 바빠서.”

이사장은 유 사장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차갑게 돌아섰다. 예의 바르지만 냉정한 이사장의 카리스마에 눌린 유 사장이 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우 씨, 온에어 앞두고 뭔 지랄 맞은 일이람.”

“여주인공 원탑이나 마찬가진데 큰일 났어요.”

이사장이 가고, 옆으로 와서 앉는 남자와 여자. 둘은 피디와 작가였다. 유 사장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책이 없어요? 얼굴 참하고 연기 좀 되는 애로 좀 찾아봐.”

“오디션으로 겨우 찾은 거잖아요. 알면서.”

“어우 씨, 거긴 왜 가가지고.”

“진정해요 작가님. 지금 수소문 중이니까.”

유 사장은 두 사람이 피디와 작가라는 것을 깨닫고, 두 사람에게 준수가 다영을 죽게 한 사실을 알리면 일이 커질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유 사장은 두 사람의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갔다.

“누구세요?”

피디는 유 사장을 궁금한 듯 바라보았고, 작가는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저 상주놈이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데, 그놈이 안다영을 구할 수 있었는데 다른 여자를 살린다고 손을 놨다니께요? 안다영을 죽인 거여 그놈이.”

“직접 죽인 것도 아니고.”

피디는 나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참이라, 유 사장의 말을 탐탁치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유 사장의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자세히 좀 설명해 줄래요?”

“긍게, 작가님은 뭔가 말이 통하겄네. 시방 이 사태의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나가.”

피디와 작가가 유 사장의 말에 집중하였다. 유 사장은 준수가 안다영을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시각으로만 설명하였다.

작가는 유 사장의 말에 흥분한 나머지 소주를 연신 들이켰다.

밤새 잠을 한숨도 못자서 초췌한 얼굴에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몰골의 나를 한 원장이 끌고 와서 자리에 앉혔다.

“니가 죽게 생겼다 아이가? 어서 한술 뜨고 있어라. 3일장을 치룰라믄 먹어야재.”

한 원장이 오는 것을 본 유 사장은 슬그머니 뒤를 돌아서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나섰다. 유 사장의 뒷모습을 알아본 한 원장이 냅다 뛰어가서 유 사장의 옷을 잡았다.

“여그는 와 왔는교? 설마 위로할라꼬 온 거는 아니재?”

“위로 하려고 왔응게 검은정장을 입고 왔지? 간만에 봤는데 너무 박허시네. 이만 가께요. 부조 했당께?”

“얼른 가라.”

작가는 아까 쥐었던 주먹을 아직까지 꼭 쥐고서 내게 다가왔다.

“나 그 드라마 작가인데, 당신이 다영씨 살릴 수 있었는데 손을 놨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네? 아 그게 아니고…….”

“어머, 사실인가봐?”

“죄송합니다. 힘이 빠져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진짜라면 이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네요.”

작가는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뻘쭘해진 피디가 작가를 따라서 뛰어갔다.

“작가님 같이 가요.”

나는 그녀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한 원장만 안달이 나 있었다.

“뭔 일이고? 작가가 와 저러는데? 말려야 하는 거 아이가?”

* * * * *

다음날, 노랑머리가 나를 찾아왔다. 오늘에서야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노랑머리는 나의 전 여자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사건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둘이 마주보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경찰이 우르르 와서 나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박준수씨 과실치사 및 살해 혐의로 체포합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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