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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50화 (50/200)

50화. 조금씩 망하게 하는 방법(2)

그때 당시 린easy 속 머니는 현금으로 거래되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미친 듯이 했던 게임 속 머니는 물론 게임 캐릭터까지 팔아넘기기 위해서 거래를 신청했다. 사이트에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잘 들어, 게임 머니 사겠다는 사람이 만나자는 장소에 유 사장을 데리고 나가. 캐릭터는 하나만 팔 거고 나머지는 유 사장에게 줄 거야.”

“네? 아우 그 아까운 걸 왜 그 자식에게 줘요?”

“그 게임은 빠져들면 들수록 인생을 좀먹는 게임이야. 물론 진짜 재밌고 잘 만든 게임이고, 적당히 하는 사람들은 문제될 것이 없지. 하지만 적당히 하지 못 할 만큼 빠져들면 내 직장이고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거야. 너도 그렇게 살래?”

나의 말을 들은 노랑머리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나의 옆에 있는 건데, 다시 인생을 허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차피 나를 믿기로 한 이상, 다른 길은 없었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죠. 알겠어요. 그럼 유 사장 놈을 게임 폐인으로 만들겠다는 거잖아요? 근데 그 놈이 넘어가 줄까요?”

“그래서 현질 하는 장면을 그놈에게 보여주자는 거지. 게임만 해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이야.”

“아, 게임으로 큰돈을 버는걸 보면 넘어 올 수도 있겠네요.”

“그래, 백만원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충분히 넘어올 수 있을 거야.”

유 사장은 영리하고 눈치 빠른 인간이라 대충 계획하면 넘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몇 달 동안이나 게임을 해서 돈을 모은 것이다. 이 계획이 어쩌면 실패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후에라도 유 사장의 일상을 파괴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자, 슬슬 만나러 가 봐야지?”

“네. 게임 폐인 만들러 가 봅시다!”

* * * * *

“그게 무슨 소리여? 게임 속 캐릭터를 판다고라? 그걸 워떤 놈이 산다고 하드냐? 그걸 사는 놈이 등신 아녀?”

노랑머리의 말을 들은 유 사장은 예상보다 더 격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워낙 의심이 많은 인간이라 쉽게 넘어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운 상대인 것 같았다.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에요.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니까요?”

“게임이 아무리 재밌어도 게임일 뿐이지 현실이랑 구분도 못하고 댕기냐 니는.”

노랑머리는 유 사장을 꼬시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음을 느끼고 거의 절망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약속장소인 한 카페에 도착하는데, 그곳에 웬 연예인이 앉아있었다. 그는 바로 가수겸 영화배우인 임창준이었다.

“오메, 저거 임창준 아녀? 실제로 보니 진짜 잘 생겼네.”

“헉, 맞네요. 이런데서 연예인을 볼 줄이야.”

“저 양반이 나랑 같은 임씨잖여. 집안도 아마 알음알음 아는 사이일거 같은디.”

“저 바쁜 양반이 여기는 왜 왔을까요?”

“그러게, 애인? 애인이면 사진을 찍어 바치면 돈 좀 될라나?”

“에이, 설마요.”

임창준은 그 시절 영화와 무대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영화는 찍는 족족 대박 나고 있었고, 노래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야말로 초대박 연예인이라 얼굴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가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니.

임창준이 두 사람을 보더니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가 전화를 거는데, 노랑머리의 품에 있는 휴대폰이 울려댔다. 노랑머리는 익숙하지 않은 듯, 한참을 버벅 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엥? 니도 폰 샀냐?”

“아뇨, 빌렸어요. 거래 좀 하느라고. 여보세요.”

임창준은 노랑머리가 전화를 받는 것을 보고는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임창준이 다가오자 조금 긴장을 하였다. 그가 노랑머리에게 전화를 한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기, 린easy 캐릭터 올리신 분 맞으세요?”

두 사람은 놀라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천하의 임창준이 게임 머니를 사러 오다니? 그렇다면 그도 게임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닌가? 유 사장은 임창준의 등장에 적잖이 놀라고 또 흔들렸다. 루저나 하는 게임인줄 알았는데, 당대 최고의 스타가 하다니,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다. 뜻밖의 도우미가 등장한 것이다.

“임창준씨 아니세요?”

“네, 캐릭터 좀 볼 수 있을까요?”

임창준은 거두절미하고 거래만 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하긴 그 바쁘신 양반이 노래하랴 연기하랴 게임까지 하려하니 이런 시간도 아깝겠지.

임창준은 캐릭터와 게임 머니를 양도받고, 현금 100만원을 떡 내놓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목도하고 있던 유 사장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그럼 거래 성사 된 거죠?”

“네, 걱정 마시고 접속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아, 가기 전에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노랑머리는 사인이라도 받아야 게임을 접는 설움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유 사장도 나서서 종이를 내밀었다.

“염치없지만 지도 쪼까 부탁드립니다.”

“네.”

임창준은 흔쾌히 사인을 해 주었다. 사인을 하던 임창준이 노랑머리를 보며 말했다. 약간의 불안함이 섞인 목소리였다.

“저 이렇게 만난 건 비밀입니다. 아시죠?”

“네,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믿겠습니다.”

임창준이 유 사장에게 사인을 해주는데, 유 사장이 최대한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조만간 할 거 같습니다. 하하.”

“네, 저희 길드 가입 원하시면 연락주세요.”

“아하하, 저도 받아주시는 겁니까? 의지가 솟아부네요!”

노랑머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손안대고 코를 푸는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이제 유 사장에게 캐릭터만 넘기면 되는 것이다.

임창준이 가고 나서 유 사장이 나서서 노랑머리에게 게임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노랑머리는 못이기는 척 연기하며 유 사장을 린easy의 세계로 안내했다. 유 사장은 금세 게임으로 빠져들었다.

“이야 이거 진짜 재밌구만. 이 재밌는 걸 왜 혼자 했어?”

“이제 같이 하는 거죠. 흐흐.”

노랑머리는 똥손인 유 사장을 성심성의껏 알려주었고, 게임에 빠져들도록 최선을 다해 유도했다. 유 사장은 자신이 실력이 대단하다며 좋아했지만, 사실상 캐릭터가 좋아서 그런 것임을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노랑머리는 유 사장의 명의로 캐릭터를 만들어주었지만 레벨 1짜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결국 현질을 하게 유도하는데 성공한 노랑머리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이 캐릭터 사실래요? 아까 임창준이 산 캐릭터랑 거의 비슷하거든요.”

“야, 백만원을 쓰고 사라고라? 그건 아니제.”

“20만원만 받을게요. 유 사장님인데 80퍼센트 디씨 해야죠. 하하.”

“옴마, 그럼 당장 사야재. 자자 여기 돈 바로 줄게.”

유 사장은 지갑에서 바로 돈을 꺼내어 지불했다. 유 사장에게 공짜로 캐릭터를 주는 것보다, 돈을 받고 줘야 그게 아까워서라도 게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했다. 노랑머리의 생각에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역시 돈을 써야 좋은걸 얻는 거여. 이야, 이거 참 좋구만.”

유 사장은 그 후에도 쭉 린easy를 하였고, 길드까지 가입해서 정모에도 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무실 일에 소홀히 하고 있었고, 조금씩 알게 모르게 회사 사정이 기울어져 갔다.

게임 하나를 알았다고 인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유 사장은 망해가고 있었다.

* * * * *

스타일 헤어의 헤어 디자이너들은, 여러 기술을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한 원장이 걸리긴 했지만, 그도 내게 우호적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용 관련 사업을 위한 사업 파트너는 김 실장님으로 이미 정한 상태이다.

재준이 유 사장을 만나지 못하면, 사업을 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만큼 유 사장의 수완이 좋았으니까. 나중에 그의 배신으로 데미지를 입긴 하지만, 그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만큼 잘 성장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유 사장을 솎아낸 것은 그만큼 잘 한 일이었다.

재준이 유 사장 다음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류사희였다. 그녀는 재준의 오른팔이 되어 재준의 사업을 성장시키는 큰 역할을 해낸 사람이다. 유 사장이 재준의 사업 쪽을 맡았다면, 그녀는 재준의 미용실에 연예인을 몰려들게 한 1등 공신이었다. 그녀를 잡아야 한다.

그녀는 사실 재준을 만나기 전에 승철과 만났었다. 전에 승철이 류사희에 대하여 이야기 한 부분을 떠올렸다. 분명 승철이 있던 [스타일 헤어]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었다고 했다.

그녀가 [스타일 헤어]를 찾아 온 것은 1999년 1월, 눈이 펑펑 내린 날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원래 방송국에서 특수분장을 하고 있었다. 승철이 평소에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류사희에게 친절을 베풀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다.

류사희는 특수분장도 좋지만 메이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 분야에 유학을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류사희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유학을 갈 수 없었다. 후에 유 사장의 말을 듣고 재준이 유학을 보내주었다고 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녀는 재능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춘 몇 안 되는 인물로 보였다. 그렇게 재준의 도움으로 영국에 유학을 간 류사희는 예상대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처음에 류사희는 유학을 보내준다는 말에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유학을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녀의 유학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배우일 뿐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얻은 남자였다. 류사희에게 주어진 일생일대의 기회를 못 가게 하는 것 자체가 일단 글러먹은 놈이고, 후에 다른 여자 연예인을 비참하게 버린 놈이다.

그렇게 2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온 류사희는 곧 [가꾸다]의 부원장으로 합류했고, 재준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고 하였다. 이게 류사희가 원래 겪었던 인생이다. 이제 내가 그녀와 함께 할 것이고, 비슷하지만 다른 인생을 그녀와 함께 할 것이다.

1월 눈이 펑펑 내린 날이 대체 어느 날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가끔씩 눈이 오는 날이면, 긴장을 하고서 미용실 입구를 쳐다보았지만. 류사희로 보이는 인물은 오질 않았다.

“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얼굴을 잘 모르니 그게 누군지 알 수가 있나.”

“누구 말이에요? 누굴 기다려요?”

“어, 아니 그냥. 눈이 펑펑 온다는 말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넌 알겠냐?”

“눈이 쌓이는 거 아닐까요?”

“아, 그렇네. 그게 맞는 표현 같아.”

“오늘 눈이 쌓이던데요?”

“어? 정말?”

창밖에는 노랑머리의 말대로 눈이 쌓이고 있었다.

“오늘인가? 진짜 오늘인가?”

내가 혼자 중얼대며 밖을 바라보는데, 밖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사람이 바로 류사희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왔다! 왔어!”

“뭐가요? 눈이 온다니까?”

나는 재빨리 뛰어나가 류사희가 타고 올라올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어갔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조금 머물더니 이내 위쪽으로 올라왔다. 나는 긴장한 얼굴로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졌다. 어찌되었건 잘 보여야 파트너도 하는 거니까.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을 슬쩍 보는데,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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