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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57화 (57/200)

57화. 조폭과 맞짱 뜨다(1)

“유통 선택권입니다.”

“네? 그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당신들 회사에 추천하는 미용실을 우리가 직접 선택하는 거죠. 제가 그 미용실이 진짜 좋은 실력을 가진 미용실인가를 직접 알아보고 그들에게 유통하는 것을 허락하는 거요. 간단히 말해서 회사 내의 직책을 하나 맡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뭐 어차피 그건 전문가를 픽업해서 알아보려던 것이었으니, 그걸 준수씨가 직접 맡아주시는 걸로 하면 되겠네요.”

“네, 그럼 허락하시는 걸로 알고 계약 진행하시죠.”

프레데릭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계약서에 싸인을 하였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계약을 걸 리도 없었고, 그런 계약을 만약 하게 된다면 회사 내에서 소송을 해서라도 계약을 무효로 할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이 아닌가?

“근데, 준수씨는 정말 남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네요. 일종의 경제인 연합회 같은 게 만들어지는 순간 아닙니까?”

“아하하, 눈치를 채셨군요.”

“그 대단한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 따로 공부라도 하시는 건가요? 뭔가 소중한 책이라도 있으신지?”

프레데릭은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있었다. 나는 프레데릭이 말한 [소중한]이라는 단어를 듣고서 뭔가가 떠올랐다. 바로 로#얄의 가장 큰 상징으로 자리 잡은 그 카피가 생각난 것이다. “아닙니다. 하하. 칭찬을 해 주시니 제가 CF 카피 하나 제시해도 될까요?”

“허허, 그런 것도 아십니까? 한번 들어나 보죠.”

“난 소중하니까요…….”

“엥? 갑자기?”

나의 말을 들은 프레데릭은 잠시 당황하더니 크게 웃었다. 나는 그가 웃자 어색하게 따라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지금 진행 중인 카피 중 하나거든요? 그걸로 해야겠네요. 갑자기 그걸로 하고 싶어지네 하하.”

“아, 하하. 그냥 난 소중하니까 로#얄 같은 좋은 제품을 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는 모두 소중하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적도 그거에요. 소중한 사람들이 쓰는 제품 말이죠.”

이 계약으로 나와 김 실장은 다시 한 번 큰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거기다 나의 두 번째 계약 조건이 후에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전국적으로 큰 실력을 갖춘 미용실이 하나의 루트로 모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조합이 생성되는 순간이었다. 그 조합의 우두머리가 바로 내가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거기다 나중에 내가 할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끼이이익.

그 시각 어디선가 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 * * * *

“진짜 대단하다 우리 준수씨.”

“아닙니다. 김 실장님이 고생한 덕분이죠.”

웃으며 차 문을 열려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차 옆으로 기스가 쭉 나있는 것이다.

“뭐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왜왜? 무슨 일이야?”

그러자 차 옆에 숨어있던 이은서가 튀어나오며 나의 앞에 섰다. 나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곧 이은서가 나를 붙잡으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김 실장은 너무 놀라서 입을 벌린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그랬는데, 이 #같은 새끼야? 9824 검은색 그랜저가 너였어?”

“이, 이은서.”

이은서의 손에는 날카로운 커트 가위가 꼭 쥐어져 있었다. 이은서는 가위를 들고 나의 목에 갖다 댔다.

“잘 있었냐? 이 찢어죽일 ##야? 그동안 널 만나면 아가리를 확 찢어버리려고 갈아둔 거야. 1년 넘게 갈았더니 꽤나 날카로워졌어.”

이은서가 가위의 날을 펴서 나의 목을 천천히 긋고 있었다. 가위 날이 나의 목을 스치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그만해 이은서!”

“남의 인생 조져놓고 그랜저나 타고 다녔냐? 이 ##끼야?”

“으, 으, 은서씨 고정하고, 그거 좀 내려놓고.”

“와 김 실장님이시네? 얼굴 보니 돈 꽤나 버시나 봐요? 개기름 봐 하하.”

김 실장은 순간적인 모욕감에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나는 은서가 목에 갖다 댄 가위 때문에 말을 크게 하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였다.

“미안해 은서씨, 진정하고 제발.”

“내가 니한테 간 게 아니야. 난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니가 나한테 온 거잖아 ! 이 #발놈의 새#야. 죽겠다고 왔는데 죽여줘야지 흐흐.”

은서의 도발에 두 남자 모두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은서가 가위를 놓더니 깔깔거리며 웃었다. 은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나와 김 실장이 은서를 쳐다보았다.

“야, 등신같이 그러고 있냐. 내가 너 하나 못 죽여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는줄 알아? 오늘 굳이 내 손에 피를 묻힐 이유가 없어. 나중에 지독하게 밟아줄 테니까 기다려.”

은서는 그 말을 하고서 깔깔대며 다른 곳으로 사라져갔다. 나와 김 실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멍하게 은서가 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내가 충격에 휘청하자 김 실장이 뛰어와서 나를 부축였다.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나는 은서의 도발에 잠시 놀랐지만, 그대로 당하고 있을 순 없다. 은서와 나의 2차전이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 많이 변했네요.”

“누구는 같은 상황에서도 선하게 바뀌고, 누구는 악하게 바뀌고 그렇네요.”

나 때문에 감옥에 간 노랑머리와 은서는 그렇게 극명하게 갈린 인생을 가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노랑머리가 나쁜 길로 가고, 은서가 미용사로 성공하게 되는 것인데 인생이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게 가장 맞는 일이다. 자신의 죄값을 치르지 않고 사는 것 보다는 말이다.

부우웅.

차가 가는 소리만 적막하게 들리는 밤, 김 실장은 왠일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렇게 말없이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김 실장의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내가 말을 꺼냈다.

“계약은 일단 성공적으로 했어요.”

“그래, 준수군이 고생이 많았지.”

“그 공장장에게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도움을 받았으니 사례를 해야 하잖아요.”

“어 그래…….”

김 실장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키지 않는 듯 했다. 오늘도 공장에 그 깡패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거기 갔다가 괜히 엮이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나는 김 실장의 걱정을 눈치 채고 혼자 피식 웃었다. 김 실장의 성격상 그곳에 가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저 혼자 갔다 올게요. 걱정 마세요.”

“아, 그게 우리 딸 옷 좀 사달라고 그래서 거기 가봐야 할 것 같거든.”

“네, 그러세요.”

“그 스텝 친구가 강단이 있어 보이는데 데리고 가지 그래?”

김 실장이 말한 친구는 바로 노랑머리를 지칭하는 것이다. 김 실장은 노랑머리를 은근히 무서워하고 있었다.

“네, 안 그래도 그러려구요.”

아무래도 김 실장 보다는 노랑머리를 데리고 가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 * * * *

“아니 계약턱은 안 쏘고 이런 데를 왜 데리고 와요?”

“계약턱 쏘러 가는 거야! 아주 비싼 거를 먹여줄 테니까 기대해.”

두 사람이 공장 쪽으로 가고 있는데 웬 봉고차가 공장에서 급히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봉고차를 본 나와 노랑머리가 동시에 놀랐다.

“저 차는 그때? 어? 공장장님이 저기에 있는 것 같은데?”

“어? 저 차?”

나는 차를 돌려서 봉고차를 쫓아가려고 하는데 노랑머리가 급하게 막았다. 내가 왜 그러냐며 다시 차를 돌리려 하자, 노랑머리가 힘을 써서 나의 핸들을 꺾었고, 차는 갈 곳을 잃고 구석에 처박혔다.

끼이이익. 쿵.

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로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나는 화가 난 나머지 노랑머리의 멱살을 잡았다. 노랑머리는 왠지 겁을 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야, 왜이래? 뭐가 문제야? 가서 잡아야 한다고 저것들!”

“저 운전하는 새끼 옆에 있는 놈이 은서 남자친구라구요! 이쪽 동네, 아니 이 근방 전부 먹은 조폭 두목 말이에요!”

“조폭 두목을 사귄다고? 은서가?”

“네, 저 새끼 아주 무서운 새끼에요. 너무 무식해서 막을 사람이 없어요!”

나는 일이 이렇게 엮인 것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은서와 엮인 인연을 쉽게 풀어내기가 어려울 것만 같았다.

나는 문득 경비실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던 것을 떠올렸다. 나에게 가지 말라고 그렇게 애원하던 드라마 속 다영의 모습이, 어쩌면 진짜 다영의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두두두둥.

그때였다.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들 옆에는 덩치 큰 남자들이, 그들을 억지로 끌고 나오고 있었다.

“자자, 빨리 이동합시다. 일주일만 나오지 않으면 됩니다. 휴가라고 생각하고 쉬면되는 거니까 인상 좀 쓰지 말라고 새꺄!”

공장에서 나오던 공장남이 인상을 쓰자, 덩치 하나가 그 남자를 후려쳤다. 사람들은 남자를 일으키며 공포에 서린 얼굴로 덩치를 쳐다보았다.

“뭘 봐. 빨리 안 꺼져?”

덩치가 사람들을 독사 같은 눈으로 쳐다보자, 다들 자기 살길을 모색하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을 바라보던 내가 갑자기 차문을 열고 나가서 공장남을 붙잡았다. 남자는 공포에 서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남자를 끌고서 차로 들어갔다.

“살려주세요.”

“이리오세요. 난 저놈들 편 아니니까 겁먹지 마시고요.”

“뭐야? 공장도 먹은 거야?”

노랑머리가 남자를 붙잡자 남자가 겁을 먹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노랑머리를 뒤로 물리고 자기가 나서서 남자를 붙잡았다. 남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인데요? 저것들이 왜 저래요?”

“갑자기 우리를 공장에서 당장 나가라고… 으흐흑.”

“공장장은 대체 어디로 간 거구요?”

“공장장은 자기들이 일주일동안 여행을 시켜준다고 데리고 갔는데, 죽이지는 않겠죠?”

남자는 두려움에 고개를 떨구고는 울기 시작했다. 그는 공장장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서글프게 울었다.

“어흑흑, 맨날 찾아와서 협박하더니 결국.”

“신고해! 당장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

“신고하면 공장장 죽인댔어요!”

“하, #발 무식한 새끼들.”

노랑머리는 화가 나는지 주먹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러자 공장남이 보고 조금 위축이 되는 듯 몸을 움츠렸다. 일단 노랑머리를 진정시키고, 다시 공장남에게 말했다.

“너까지 흥분하지 말고, 저기 당신들 없는 동안 저들이 공장을 쓴다는 거죠?”

“네, 공장을 계속해서 돌린다고 했어요. 그니까 얼씬도 하지 말라고. 오면 손가락을 부러트린다고.”

“그거 말고 더 아는 것 없어요? 뭐 구체적인 게 하나도 없어?!”

“아는 거 없어요. 흑흑.”

공장남은 노랑머리가 윽박지르자 그것도 무서운지 눈물을 찔찔 흘렸다. 나는 노랑머리의 입을 막고서, 공장남의 손에 만원짜리 몇 장을 쥐어 주었다.

“자, 알았어요. 고마워요. 가보세요.”

공장남은 돈을 보더니 눈물을 멈추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나는 저들이 공장에서 돌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전에 공장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제품 통에 라벨을 하나 붙여서 전국 유통과 동시에 수출을 한다고 하는데, 뭔지 깨름직해요. 거기까지만 알려드리죠.)

“제품에 라벨을 하나 더 붙여서 수출을 한다고 그랬어.”

“제품이라면 탈색약 말이죠? 주로 하얀색 아닙니까?”

“응, 탈색약 제품을 팔아준다고 하는 건데,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 설마?”

“마약!”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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