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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58화 (58/200)

58화. 조폭과 맞짱 뜨다(2)

공장에서 생산되는 탈색약은 하얀색 가루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건 마약과 같은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마약을 안에 넣고 봉인한다면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겉모양은 헤어제품이니 유통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유통라인이 되는 것이다.

“저 새끼가 위험한 게 마약을 한다고 그랬거든요. 마약을 국내에서 유통하고 파는 일을 해서 큰돈을 벌어서 세계로 진출한다나 뭐래나.”

“그럼 저 공장에서 마약을 포장한다는 말이네?”

“그죠.”

그때, 공장 앞에 경찰차가 멈춰 섰다. 안에서 경찰 두 명이 나오더니 곧 그 덩치들이 경찰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누가 신고했나보네.”

“글쎄요 진짜 신고한 걸까요?”

경찰이 당연히 덩치들을 잡아가겠거니 생각하고 보는데, 덩치들이 경찰에게 꾸벅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덩치 중 하나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서 경찰에게 건넸다. 경찰들은 안에 든 돈뭉치를 보고는 흡족한 얼굴을 하고서 다시 차에 탔다.

“와, 경찰도 한패였어!”

“돈이 모두를 하나로 묶네.”

“어떡해요? 신고 해야지!?”

“일단 경찰서로 가자.”

“그래.”

부릉, 부르르릉.

좀 전의 사고 때문인지 차가 뒤로 빠지질 않고 있었다. 그러자 좀 전의 그 경찰차가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나의 차 옆에 섰다. 그들이 다시 오자 우리 모두 당황해 하며 얼굴을 붉혔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고 나셨네요?”

“아, 잠깐 실수를 해서요. 죄송합니다. 금방 치울게요.”

“운전면허증 좀 보실까요?”

“아, 네.”

경찰은 나의 운전면허증을 잠시 보고는 보내주었다. 나는 경찰들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웃으며 그들을 대했다.

* * * * *

사고 차량을 끌고서 겨우 경찰서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차사고 접수하시는 겁니까?”

나의 차가 워낙 만신창이가 되어서 그런지, 입구에서부터 경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주차하고는 경찰서로 들어갔다. 그러자 좀 전에 봤던 그 경찰들이 안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들이 순찰을 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깜짝 놀라서 몸을 숨겼다.

“아우 씨, 저것들은 동에 번쩍이네.”

“어떻게 해요? 다른 경찰에게 말해요?”

나는 구석에 숨어서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다른 경찰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하는 걸로 보아하니 그들의 직급도 꽤 높아 보였다. 거기다가 전 경찰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고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그들의 눈을 피해서 신고를 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안 되겠다.”

“네에? 신고 안 하려구요?”

“오늘은 좀 힘들 것 같다.”

“아, 그건 그래요.”

우리가 풀이 죽어서 나오는데, 경찰서에 놓인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로 손석수 아나운서가 맡고 있는 뉴스였다. 뉴스를 보던 웬 아줌마가 손석수를 보더니 좋아하며 박수를 쳐댔다.

“저 사람 봐! 니들보다 저 사람이 훨씬 정의로워! 니들한테 말하느니 저 사람을 붙잡고 말하는 게 훨씬 빠를 거야 이 거지같은 것들아!”

“아줌마, 지금 그게 할 소리야? 그럼 가서 말하고 오라고!”

“만나주면 당장 간다! 저 사람한테 말하면 내 남편 금방 찾아줄 텐데. 흑흑.” 아줌마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고는 일대가 떠나가도록 울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으레 있는 일인 양 각자 일을 하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여경 하나만 아줌마 주변을 돌면서 휴지를 주고 음료수를 건넬 뿐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손석수 아나운서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경찰에 말하는 것보다 손석수 아나운서에게 말하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갑자기 경찰서를 뛰쳐나갔다.

“가자!”

“엥? 어딜?”

“손석수 만나러!”

“엥?”

노랑머리는 황당한 얼굴을 하고서 나의 뒤를 쫓아갔다.

뚜그덕. 삐거덕.

늦은 밤 한적한 도로에, 똥차가 된 그랜저가 안간힘을 쓰며 달리고 있었다. 노랑머리는 잘 가다가 갑자기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노랑머리는 내가 너무 도전적인 것이 걱정되었었다.

“오지랖이 너무 과한 것 같아요.”

“내가?”

“네. 그 사람들 어차피 경찰이 잡아줄 거고, 우리는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그런 위험한 일까지 하려고 그 난리냐고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 정도로 하는 게 맞다. 나서서 누군가를 살리고 도와주고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고달프니까, 적당하게 도움을 주고 빠지는 것이 가장 현대적인 처사였다.

“위험하잖아? 그리고 공장장이 우릴 도와줬잖아!”

“그럼 나중에 돈이라도 쥐어주면 되는 거잖아요! 왜 그런 위험한 일까지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노랑머리는 마약을 다룰 정도로 큰 규모의 조폭을 신고하는 일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하긴, 그가 하는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반인에게 조폭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니까.

하지만 나는 일반인이 아니다. 인생 2회 차, 어차피 순탄하게 살아봤던 인생이다. 조금 막나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던 나였다.

“나 인생 2회 차거든.”

내 말에 노랑머리가 입을 떡 벌리더니,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엉뚱해! 엉뚱해!”

“믿거나 말거나.”

“그렇구나. 박 쌤은 그렇구나.”

“인생을 아무리 잘 살아도 원하는 걸 다 얻지 못하는데, 좀 막 살면 어때? 베트맨처럼 살면 어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착한 일 좀 하고 살면 어때? 어차피 가질 만큼만 갖고 사는 거야, 당할 만큼만 당하고 사는 거고, 살 만큼만 살고 가는 것이 인생이지.”

“하, 목사님인줄 알았네. 진짜 똑같네.”

“하하, 그래 뭐 아무튼 난 한 번 더 주어진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망설이지 않으려고 한다. 망설이다 놓치는 것 보다는, 한번 잡아보고 놓치는 게 좀 더 낫다고 생각하거든.”

“하, 이번엔 금메달 딴 사람 같네. 진짜 똑같네.”

“야, 장난 아니고 나는!”

“그래 알았어요. 그렇게 살기로 했으면 그렇게 살아야지. 하지만 너무 위험한 길로는 가지 마요. 나 최고의 미용사로 만들어주기로 한 거, 당신이 차린 헤어 전문 회사의 이사님 시켜주기로 한 거. 잊지 마요! 약속은 지켜져야 약속이니까. 하, 나 무슨 드라마 주인공 같네. 진짜 똑같죠?”

“하하, 그래 똑같아.”

두 사람이 그렇게 가고 있는 동안 나의 똥차가 NBC 방송국 앞으로 도착했다. 차를 대고 막 방송국으로 가려는데, 노랑머리가 쫓아오며 말렸다.

“아니 막 간다고 그 사람이 만나줄 거라고 생각 하는 거야 지금?”

“뉴스거리 제보한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 방송국 어디에나 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 막 만난다고 생각 하냐고요?”

“지나가긴 하지 않을까?”

하는데 마침, 방송국에서 나오고 있는 손석수. 나는 반가워하며 손석수에게 달려가고, 노랑머리는 황당한 얼굴로 쫓아가고 있었다.

“뭐야? 뭐 저렇게 딱딱 들어맞아? 남자 주인공이야?”

손석수는 내가 다가오자 경계하는 얼굴로 멈춰 섰고, 주변에 있는 손석수의 지인도 나를 경계하듯이 바라보았다. 나는 손석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서 다가갔다. 노랑머리는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저 이렇게 만난 것 자체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박준수라고 합니다.”

“아, 네네. 제가 지금 바빠서요.”

“저 뉴스 제보를 할까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나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손석수를 바라보았다. 손석수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가 나의 진지한 얼굴에 끌려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아, 그러세요? 어떤 제보인지요?”

“그게 마약 관련이라서요.”

손석수는 매우 놀란 듯 나를 잠시 보다가 옆의 지인을 쳐다보았다. 지인도 적잖게 놀란 얼굴로 손석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서 눈인사를 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뭔지 말씀하시죠. 어디 차에라도 가서 이야기 할까요? 가져오신 증거 같은 거 있으신가요?”

“아 증거, 증거 같은 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아직까지 그런 건 없고 마약을 포장하고 있는 장소만 아는데.”

나의 말에 손석수는 신중한 얼굴이었지만, 지인은 나를 거짓말쟁이처럼 치부하는 얼굴이었다. 그걸 본 노랑머리는 기분이 안 좋아서 그를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아, 그런 건 정확하게 알아야 하거든요. 경찰이랑 같이 출동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서요.”

“뭐야? 이럴 줄 알았어. 경찰도 썩었는데 뭐.”

“경찰도 썩다뇨? 경찰이 관련된 건가요?”

“네, 저희가 경찰서에 갔다가 그 현장에서 나온 남자가 경찰에게 돈을 주는 걸 봤거든요.”

“아 이런, 사진은 찍으셨구요?”

“아…, 사진은 제가 경황이 없어서요.”

손석수는 조금 생각을 하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들고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제가 아는 경찰분이랑, 아는 검사분과 함께 출동 하는 걸로 할 테니, 증거를 좀 더 찾아봐 주세요. 이 사람이랑 같이요.”

손석수는 옆의 지인을 앞으로 내세우며 말했다.

옆의 지인은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슈. 양민수라고 합니다. 양기자라고 불러주슈.”

“네, 잘 부탁드립니다. 한 가족의 목숨이 걸린 일이에요.”

“헉, 걱정 마슈. 내가 물면 살점은 뜯어내고야 마는 인간이라서.”

“뭐해? 당장 알아봐야지.”

“성님, 지금 새벽이라는 거 잊었슈?”

“그런 거 잊고 살아야 기자야.”

“아이고, 네네. 어련하시겄슈.”

“가시죠. 지금 한창 만들고 있을 겁니다.”

“어떤 썩을 놈이 그런 짓을 하는지 반드시 물어 뜯어야겠슈.”

양 기자와 나, 노랑머리가 함께 마약 포장 현장으로 출동했다. 손석수도 다음 단계에 들어갈 준비를 하러 서둘러 차로 향했다.

* * * * *

나의 차를 본 양 기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앞이 다 부서진 게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 나의 차, 그걸 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애는 굴러가긴 하우? 내차로 가죠?”

“네? 뭐, 그러시죠.”

얼떨결에 양기자의 차를 타고 간 나와 노랑머리는, 훗날에도 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다 끝내는, 그때 양기자의 차를 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도 하기 싫다는 말로 늘 귀결되곤 한다.

“운전 좀 격하게 해도 이해하슈.”

“아, 물론이죠. 격하게 해봤자.”

부릉. 부르릉.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양기자의 차가 정말 격하게 출발하고, 갑작스러운 출발에 나와 노랑머리의 몸이 갈대처럼 휘어졌다.

“아으으, 격하네!”

부아아앙.

양기자의 차는 색상도 초록색이라 좀 튀고, 모는 스타일도 남달라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에 그 차를 알아볼 정도였다. 신호도 무시하고, 속도제한도 무시한 채, 미친 듯이 달리는 양 기자 덕분에, 두 사람은 손잡이를 꼭 부여잡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양 기자의 차는 금방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은 멀리서 봐도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고, 주변에 불침번을 서는 덩치들이 보였다.

“저기에요 저기.”

“안 그래도 저기 같슈.”

공장 앞의 덩치를 보니, 슬쩍 두려움이 몰려왔다.

“준비 됐슈?”

꼴깍.

나는 대답 대신 침을 삼켰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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