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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59화 (59/200)

59화. 조폭과 맞짱 뜨다(3)

양 기자는 공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차를 조심스럽게 몰아갔다. 좀 전의 격함은 찾아볼 수 없는 세심한 마무리였다.

“7일 동안 밤을 새서 공장을 풀가동하려고 하나 보네요.”

“근데 저놈들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요? 미용 관련해서 아는 사람이 없으면 모르는 거 아닐까요?”

“그럼 은서가?”

결국 은서 때문에 모든 게 시작되었다. 문신 덩치가 은서를 만났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계획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자면, 내가 은서를 감옥에 보냈기 때문에, 이 공장에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죄책감이 더 크게 들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반드시 이 일을 해결해야만 한다.

“꼭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장장님 살려야 하는데요…. 제가, 제가…….”

나는 울컥하려 하는 걸 겨우 멈추고,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시작된 것이니, 미안함과 고통스러움을 참아내기 힘들었지만 견뎌야 한다.

노랑머리는 내가 울컥하는 마음을 왠지 알 것 같았다. 은서 때문에 이 일이 시작된 것임을 그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은서 그 미친#이 이렇게 만든 거야. 미친…….”

덜컥. 쿵.

나와 노랑머리가 그러고 있는 사이에, 양 기자가 차에서 캠코더를 들고 나와, 노랑머리의 손에 턱 쥐어 줬다. 노랑머리는 캠코더를 처음 보는 듯 이리저리 살폈다.

“은서 그 미친#은 나중에 혼내주고 그쪽은 이걸 들고가슈.”

“네? 이건 캠코더 아닙니까?

“무거워서 그래요. 요새 팔이 너무 아파,”

캠코더는 양 기자의 말대로 매우 무거웠다. 한 힘 하는 노랑머리가 들기에도 무거울 정도였다.

“나중에 내가 달라고 하면 주슈. 잠시만 맡아주슈.”

“혹시나 양 기자님이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이거 작동법이나 알려주시죠?”

“에이, 그럴 리가?”

양 기자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투덜거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랑머리에게 캠코더 촬영법을 알려주었다. 노랑머리는 대충 알겠다는 듯 끄덕거리며, 양기자의 말을 잘 들었다.

“놈들 중 한 놈이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지금 가야 한 놈을 잡을 것 같은데요?”

“그래, 출발하슈. 저 간 놈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슈.”

“갑시다! 다 때려잡자고요!”

우리는 조심스럽게 공장으로 향했다. 뒤로 볼일을 보러 간 보초에게 다가갔다. 내가 그놈을 잡자 양 기자가 그 놈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둘이서 힘을 합하여 놈의 몸을 묶고 바닥에 눕혔다.

“아으으윽.”

그 놈이 신음소리를 내었지만 그다지 크지 않았다. 놈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뒤, 다음 타겟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노랑머리는 캠코더를 쥔 손을 꼭 잡고 있느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치 캠코더 기사님이라도 된 양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좀 전처럼 하면 될 것 같슈.”

“네.”

양 기자와 내가 또다시 합심해서 다른 보초를 잡았다. 좀 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놈을 제압한 뒤, 하이파이브라도 할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흥분도 잠시, 우리는 공장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캠코더 이리 주슈.”

양 기자는 캠코더를 키고 공장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공장 내부는 여느 공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캠코더를 켰어도 딱히 증거 될 만한 영상이 나오지도 않을 것 같았다. 캠코더를 줌인하여, 공장 내부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을 잡아보니, 더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마약을 제조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것이다.

“저거 찍어봐야 나올 것도 없겠슈. 직접 증거를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양 기자는 캠코더를 끄고서 공장 작업장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나와 노랑머리도 뒤를 쫓아갔다. 어느새 양기자의 캠코더는 노랑머리의 손에 넘겨졌다. 노랑머리는 캠코더를 정말 좋아하는 듯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끼이익. 우당탕탕.

갑자기 공장문이 열리더니 덩치 여럿이 달려와서 나와 노랑머리, 양 기자를 붙잡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노랑머리는 그 순간에도 캠코더를 꼭 품에 안고 지켰다.

“잡아! 끌고 가!”

“으아아악.”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여길 들어와?”

퍽. 퍽. 빠직.

놈들의 주먹과 몽둥이가 사정없이 나와 양 기자, 노랑머리에게 퍼부어졌다. 우리는 그대로 기절하고야 말았다.

드르르륵. 철푸덕.

우리는 공장 한 구석의 창고에 던져졌다. 너무 많이 맞은 탓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창고에 던져지며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아으으. #자식들이 진짜.”

“캠코더, 캠코더는 멀쩡하쥬?”

“몸부터 물어보는 게 순서 아닌감? 웅크리고 맞아서 안 걸렸으니 걱정 마요.”

“조용히 좀 해. 여기 누가 한명 더 있는 것 같은데요?”

부스럭, 부스럭.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고 안, 구석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부스럭대며 일어났다. 그는 피죽도 먹지 못한 듯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여기 있습니다.” 뜻밖의 인물에 놀란 양 기자가 그쪽으로 기어갔다. 다행히 손발만 묶여 있어서, 꿀렁꿀렁 기어가면 다가갈 수는 있었다. 나는 너무 많이 맞은 탓에 힘이 빠져 있었다.

“괜찮으슈? 당신도 기자유?

“왜 잡혀 계세요?”

남자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숨만 겨우 쉬고 있었다.

노랑머리는 기어가면 캠코더가 망가질 것 같아서 혼자 열심히 손을 묶은 줄을 풀고 있었다. 줄은 공장에서 흔히 쓰는 줄이기에 조금씩 노력하면 풀릴 것 같았다. 남자는 아주 작은 소리로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공장장님 잡혀간 곳에 가다가 잡혔습니다.”

“아, 공장장.”

그때까지 지쳐있던 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남자의 곁으로 기어갔다. 행방불명 된 공장장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공장장님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신다고요?”

“네, 빨리 구해야…… 어서….”

“어디에 있어요? 내가 구하러 갈게요 어디에!?”

“여기…….”

남자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종이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낑낑대며 다가가서 종이를 집어 들었다. 양 기자는 지 목숨도 구제하지 못하면서 남을 구하겠다고 나서는 나의 모습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여기서 살아나가는 게 먼저잖슈.”

“그렇긴 하죠.”

드르르륵.

그때, 창고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창고로 들어왔다. 바로 조폭의 두목인 문신 조폭이었다.

그맘때쯤 노랑머리의 손이 다 풀렸다. 노랑머리는 생각했다. 다리가 아직 묶여있어서 도망갈 수는 없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품에 있는 캠코더를 꺼내 녹화 버튼을 눌렀다. 아까 양 기자가 하는 걸 봐서 당황하지 않고 캠코더를 잘 다룰 수 있었다. 노랑머리의 행위는 본능적인 것이었다.

문신 조폭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서, 세 사람의 앞에 섰다. 그러더니 양 기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남자 한 명을 큰 힘 들이지 않고 그대로 들어 올리는, 엄청난 괴력을 지닌 남자였다.

양 기자가 들어 올려지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에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저들에게서 도망치려면 배짱이 있어야 한다.

“니들이 도둑놈들이냐? 내 마약을 훔치러 온 거냐고?”

“도둑?”

“이 공장에서 내가 마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

“그냥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말하는 거 듣고 봤는데, 이 일대를 접수하신 형님들이 거기 관리한다고 해서 냄새를 맡았죠.”

문신조폭은 이미 경찰과 손을 잡은 상태였고, 이 공장의 일이 경찰서에 접수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공장을 털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오해(?)에 대해 굳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그들의 오해를 이용해서 딜을 해보려고 했다.

“우리는 그냥 각자 마약 한통씩을 얻게 해준다고 해서 따라갔을 뿐이라고요! 저 형님을 따라서요!”

나는 양 기자를 발로 쿡쿡 찌르며 장단을 맞춰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양 기자도 금방 눈치를 채고서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죄송합니다. 돈이 없어서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근데, 니들 몰골을 봐서는 양아치 같지가 않은데?”

양 기자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문신 조폭을 쳐다보았다. 양 기자는 양복을 입었고, 나와 노랑머리도 깔끔하게 입은 편이니, 돈이 없어서 마약을 훔치려는 놈들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와 양 기자의 작전이, 통하지 않을 것을 깨달은 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양아치는 뭐 얼굴에 써있답니까?”

그러자 뒤에 있던 노랑머리에게 불빛이 비춰졌다. 노랑머리는 캠코더를 급히 뒤로 넘기고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걸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캠코더를 놈들이 본다면 거짓말을 한 게 들통 날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 너?”

그러자 문신 조폭의 뒤에 있던 남자가 튀어나가 노랑머리의 머리통을 손으로 갈겼다.

“이 새끼 양아치새끼 맞아요! 형님.”

“에이 시#, 양아치면 뭐? 뭐가 문제야? 실컷 때렸으면 그냥 보내주라고! 손발도 좀 풀어주고!”

노랑머리는 본연의 거친 목소리로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노랑머리를 잠깐 쳐다본 문신 조폭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풀어줘. 손발만 풀어주고 며칠 좀 굶겨서 내보내.”

“네, 형님.”

“아니, 며칠을 왜 굶겨?! 안 그래도 배고픈데!”

노랑머리가 징징대는 동안 나의 손과 발이 풀렸다. 놈들이 노랑머리의 손을 풀어주려고 다가가자 그새 발까지 풀은 노랑머리가 뛰쳐나갔다가 금세 잡혀버렸다.

“야야, 저 새끼가 미쳐가지고!”

“잡아!”

노랑머리가 뛰어간 것은 캠코더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나는 그 틈을 타, 몰래 기어가서 노랑머리가 숨겨둔 캠코더를 좀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다행히 캠코더는 짐들 사이로 숨겨져서 더 이상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마자 놈들이 와서 나와 양 기자를 풀어주고 몸에 무엇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양기자의 몸에서 전화기가 나오자 그것도 가지고 가는 그들.

“이놈들. 위험하니까 공장 작업 마칠 때까지 가둬 두는 게 좋겠어.”

“네, 형님.”

문신 조폭이 그렇게 말하고 나가자, 나머지 조폭들도 뒤따라 나가고, 그제야 한숨을 돌린 노랑머리와 나, 양 기자.

“휴 캠코더 안 들켜서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일주일 동안 못 나가잖아!”

“마약 제조 다 끝나고 나가면 이 고생이 뭔 소용이유. 전화기를 숨길 걸 그랬나.”

세 사람은 각자 처한 상황을 비관하며 앉아 있었다. 창고는 어디에도 나갈 구멍을 찾을 수 없었고, 그야말로 구멍 안에 든 쥐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힘없이 누워있던 남자가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세 사람은 처음에는 그 말을 듣지 못했지만 몇 번 말을 하자 듣게 되었다.

“경찰차 소리 들리는데, 경찰차 소리.”

“네? 경찰차 소리?”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그래요? 안 들려!”

“가만 있어보슈. 들리는 것 같은데?”

삐용 삐용 삐용.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 경찰차에서 나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맞네! 경찰차가 왔어!”

“뭐해? 여기 사람 있는 거 알려야지!”

“사람 살려주슈!”

세 사람은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지르고, 창고 안의 물건을 이용해서 입구를 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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