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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68화 (68/200)

68화. 아씨(3)

“김설아를 죽이고 왕수정을 얻자는 이야기잖아. 그건 정말 안 될 이야기지.”

이사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사업 앞에서는 늘 냉정한 그였다.

그의 입장을 이해한다. 김설아가 연예 활동에 타격을 입는 것은 나도 원치 않는 바다. 차라리 내가 쓰레기가 되는 것이 낫지, 그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설아씨에게 피해가 가게는 하지 않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요.”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방법은 두 가지다. 한 명의 여자 연예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나, 여러 명의 여자 연예인의 도움을 받는 것.

“우선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여자 연예인들을 한 명씩 시간별로 미용실에 보내주십시오. 촬영기사도 함께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원하는 게 뭔지 설명을 해 봐.”

“만인의 남자, 아니 만인의 미용사가 되겠다는 말이죠.”

“아, 대충 알 것 같네.”

왕수정이랑 나랑 같이 찍힌 사진은 스킨쉽이 없이 그냥 평범한 사진이었다. 사진에 대화내용을 첨부하니 그럴싸한 스캔들 기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왕수정과 내가 찍힌 사진과 비슷한 구도와 자세로 사진을 더 찍으면 된다. 여자 연예인들만 바꾸어가며 여러 사진을 찍어내어 기사로 낸다면, 그 전의 사진의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즉 모든 사진이 업무상 찍힌 것이고, 왕수정과의 사진도 업무상 찍힌 것이라는 반증이 된다.

“최대한 많은 여자 연예인들을 우리 샵으로 보내주세요. 소속사 연예인 말고도 더 더 많이요. 무명 연예인들도 상관없습니다. 그들의 사진을 신문 메인 기사에 올려준다고 하면, 아마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참가하실 겁니다.”

“그니까, 너와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전부 찍어서 신문에 사진을 올리겠다는 거지? 왕수정의 일은 그저 일을 하던 것뿐이라는 설명과 함께?”

“네, 그게 스캔들 기사를 내는 것 보다 훨씬 나은 방법 아닙니까?”

“그렇지, 그게 좋지 당연히. 이야, 우리 준수 머리가 정말 좋은데?”

이사장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게 미용실에 돌아간 나는, 한시간 간격으로 여자 연예인 손님을 맞이했다. 그들의 머리를 해주고, 그들이 차를 타고 가는 걸 직접 배웅하며 사진을 찍었다. 딱 왕수정과의 스캔들 기사와 맞춘 각도로 정확하게 사진을 찍었다. 사진 기사에게 돈을 좀 쥐어주니, 자로 잰 듯한 각도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자그마치 서른 명에 가까운 여자 연예인들과 사진을 찍었다. 밤에 잠도 자지 못하고 한 결과였다. 그렇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의 그녀가 다가왔다.

“어? 이 아저씨였어?”

그녀는 다름 아닌 양해리였다.

해리는 성형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부기가 빠지지 않아서도 그랬고, 성형이 자리를 잡지 않아서 더 그랬다.

“아,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내 사진을 신문에 올려준다는 사람인가요?”

“아, 그게…….”

나는 너무 갑작스러운 해리의 출연에 당황하여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해리는 여전히 당당하다 못해 싸가지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바쁘니까 빨리 사진이나 찍어주시죠.”

아, 해리랑 사진을 같이 찍는 건 죽어도 싫다. 그녀와 말을 섞는 것조차 싫다. 그냥 집에 보냈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죄송한데 그쪽이랑 사진을 찍는건 안하고 싶군요.”

“뭐? 이 아저씨가 미쳤나?”

해리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사랑했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자 보다 못한 노랑머리가 해리의 앞을 막아섰다.

“부기가 안 빠졌잖아요. 성형 부기가 그렇게 있는데, 그게 나중에 사진으로 뜨면 당신 연예인 활동에 지장 있어요.”

노랑머리는 자신의 쌍꺼풀 자국을 직접 보여주며 말했다.

“자 봐봐, 일년이 지났는데도 자국이 그대론데, 당신은 더 심하다구요! 그게 과거 사진으로 뜨면 문제가 심각해!”

노랑머리의 말에 해리가 분노에 인상을 구기며 뛰어갔다.

“미친놈아 닥쳐!”

그런 해리의 뒷모습을 보며, 노랑머리가 혀를 찼다.

“누가 미친지 모르겠네.”

“하하, 그러게. 고마워.”

“박 쌤, 미친 사람은 미친놈으로 해결해야 해요. 나만 믿어.”

노랑머리의 말에 한바탕 웃었다. 다행스럽게도 해리는 그 뒤로 오지 않았다.

* * * * *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들을 챙겨서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S일보 스포츠 신문사를 찾아갔다.

“저 왕수정씨 스캔들 기사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미리 연락드린 걸로 아는데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의 안내로 손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웬 기자가 들어왔다.

가 기자 못지않게 얍삽하게 생긴 기자였다.

“야,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네.”

기자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사진을 찍듯이 앵글을 잡아댔다.

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난할 시간 없고요. 제 기사 반박기사를 의뢰하러 왔습니다.”

“하하하하하하, 반박 기사를 내달라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기자는 내 말을 무시하는 듯 한참을 웃어댔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기분이 나쁘군요! 사람 앞에 두고 이게 대체 뭐하는 거죠?”

내가 대기실에서 나가려고 하자, 기자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우리 신문사 말고는 다 거절당하신 걸로 아는데요? 어딜 가시는 건가요?”

기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3대 일간지에서는 왕수정에게만 관심 있을 뿐, 내 스캔들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내 기사를 신문 1면에 내는 것은, 그들로서는 실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사실 이곳에서도 내 기사를 1면에 내주지 않고 그 다음 페이지에 넣어주는 조건을 내세울 판이었다. 신문 1면은 일간지의 자존심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런 무례한 신문사와 거래를 하느니, 안하겠습니다.”

나는 기분이 상한 것을 감추지 못하고 대기실을 나섰다. 기자는 나를 따라 올 생각이 없는 듯, 그저 쳐다만 볼 뿐이었다.

“어? 스타일 헤어 미용사님?”

“아, 지숙 아버님 아니세요?”

“안 그래도 그 분이 맞나 싶었는데, 맞군요! 근데 왜 그냥 가시려구요?”

“아, 기자가 하도 싸가지가…….”

하는데, 그 기자가 튀어나와서 내 입을 막고는 지숙 아버지에게 90도로 인사하였다.

“국장님 나오셨습니까?”

“어, 이 분 만나보라고 한 거 잊었어?”

“아니, 아니 그게 연예인도 아니고 미용사가…….”

그때는 미용사를 얕잡아 보던 때였다. 지금의 위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니, 저들도 그렇게 보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책임진다고 했잖아! 무조건 1면에 내보내드려!”

“모험이 너무 과하잖아요. 제 이름으로는 못합니다.”

“그래? 그럼 내가 직접 내도록 하지. 그럼 되겠지?”

“네? 국장님이 무슨요? 그러지 마시고.”

지숙 아버님은 기자의 말을 무시하고 나를 끌고서 대기실로 들어갔다.

꽝.

대기실 문이 닫히고, 지숙 아버님의 주도로 내 기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스포츠 신문 1면에 나와 여러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실렸고, 그렇게 왕수정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아, 물론 그 일간지는 그날, 3대 일간지 중 가장 잘 팔렸다고 한다. 걱정과는 반대로 말이다.

신문을 본 이 피디는 왕수정을 캐스팅하는 것에 최종적으로 승낙하였다. 하지만 이 피디는 캐스팅 조건을 하나 더 걸었다. 바로 내가 왕수정의 머리를 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토록 고생해가며 한 일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 * * * *

“하, 그게 뭐고? 니가 개고생을 하면서 데려온 아가 정 선생에게 갔다고?”

“네, 죄송합니다.”

“니가 뭐가 죄송하노. 에구.”

한 원장은 기가 막혀서 참을 수가 없는 듯 화를 내었다.

“죽쒀서 개줬다 아이가? 으구.”

왕수정의 헤어는 정 선생, 아니 정 원장님이 해주는 거로 약속하였다. 정 원장의 홍대점은 불경기 없이 아주 잘 되고 있었는데, 왕수정의 합류로 더 잘될 것이다. 한 원장은 자기가 정 원장에게 밀리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계속 툴툴댔다.

나는 여느 때처럼 다음 손님을 맞으려고 준비하다가, TV 속에서 (순산 산부인과)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마침 송애교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본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가을 여행!”

“잉? 가을 여행을 벌써 가려고?”

“아 아뇨. 누구를 데려와야 하는지 생각났어요!”

“뭘? 누굴 데려와? 손님 곧 온다 안하나?”

드라마 (가을 여행)은 송애교와 송승준, 남빈을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지금 주인공급으로 성장하지 않은 송애교를 포섭한다면, 나중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얼른 이사장을 만나 송애교와 송승준, 남빈을 데리고 오자고 해야겠다.

* * * * *

나는 저녁에 이사장을 찾아가서 송애교와 송슨준, 남빈을 데리고 오자고 말하였다.

“송애교? 걘 이쁘긴 한데 이미지가 별로인데? 너무 따발따발 말이 많잖아?”

송애교는 그때까지 (순산 산부인과)에 나오면서 말이 많은 수다스러운 이미지로 굳혀져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고지순한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 남빈은요? 그 사람도 반드시 뜰 건데.”

“남빈은 연기를 너무 못해. 얼굴만 잘생기고 연기를 못하는 게 무슨 연기자야? 거기다 지금 좀 많이 떠서 돈을 꽤 줘야 할 거야.”

남빈은 그 후에도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만 후에 연기력이 많이 상승하였다. 거기다 드라마 (가을 여행)에서 엄청나게 뜨기 때문에, 몸값이 더 오른다. 더 오르기 전에 데려오는 게 맞는데, 그가 더 뜨는 걸 모르니, 따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송슨준은요? 송슨준도 많이 뜰 것 같은데요.”

“송슨준은 이미 떴지? 거기서 더 뜬다고? 아, 그리고 여기 오지도 않을 거야. 깐깐하다고 들었거든.”

평소 같으면 내가 뜬다고 하면 바로 데려오곤 했던 이사장인데, 오늘따라 나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런가 생각하고 있던 차에 왕수정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왕수정을 본 이사장은 사랑에 빠진 남자 마냥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이사장의 혼을 빼놓은 사람이 왕수정임을 직감하였다.

“우리는 왕수정이 있잖아? 우리 수정이가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릴 거야. 굳이 다른 연기자를 더 뽑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아니, 그게!”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사장을 설득하는 일이 이토록 힘들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사장은 왕 수정 외에는 연기자를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에는 내가 이야기하면, 이사장이 바로 포섭해오곤 해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제 포섭을 하지 않을 것 같으니, 직접 나서야 할 판이었다.

따르르릉.

이사장의 전화가 울리고, 그가 전화를 받으러 잠시 나갔다. 나는 왕수정이 이사장을 홀려놓았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른 연기자 데려오지 못하게 한 게 당신인가요, 설마?”

“어머,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참나, 네네 그러시겠죠.”

나는 왕수정이 정도를 넘은 것에 대해 화가 났다. 그래서 반드시 그녀보다 더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착하기까지 한 송애교를 데리고 오겠다고 맹세했다. 그 맹세를 하고 난 뒤, 이사장이 바로 들어왔다.

“미안, 통화가 길었지? 우리 수정씨, 오늘은 뭐를 사줄까요?”

“저 송애교 데리고 오겠습니다!”

“걘 안 된다니까?”

“아니! 데려와야 합니다!”

나와 이사장이 처음으로 격돌하는 순간이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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