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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70화 (70/200)

70화. 세 번째 조력자(2)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조씨가 엄청난 변태라는 말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변태스럽지 않아 보이는 것이었다. 하긴 자신이 변태라고 얼굴에 쓰고 다니는 사람은 없고, 또 착하게 생긴 변태도 많기에 생긴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속내가 중요하지.

대머리 이사는 조씨와 대학 동기로 화장품 회사에 임원을 나란히 맡으면서 친분을 쌓고 있었다고 했다. 대머리 이사의 맑은 미소에 비해, 조씨의 웃음은 비릿한 쓴웃음이었다. 그의 미소를 본 나는 조씨를 더 싫어하게 되었다.

“아, 친구시구나? 저번에 이사님 해드린 것처럼 이분 머리를 해드려도 될까요?”

“그때처럼 완벽한 스타일링무 부탁 드리무니다.”

나는 조씨의 머리를 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대머리 이사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머리를 맡았다.

“대머리 이사님 모발보다는 조금 더 많네요. 하하.”

조씨의 머리는 일본에서의 했던 대머리 이사 머리보다 조금 많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새끼손가락 하나 정도의 양으로 아주 미미한 정도였다. 그것도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수치지만 말이다. 조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유치원생마냥 맑은 눈으로 거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변태가 맑은 눈이라니, 동태에다 마론인형 눈알을 가져다 넣은 느낌이랄까. 그걸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과거 대머리 이사의 머리처럼, 조씨의 머리를 깎자, 조씨 또한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삿갓을 씌워놓고 삿갓 위를 뻥 뚫어서, 살이 드러난 것 같은 모양새를 본 미용실 직원들도, 많이 놀랐다. 하긴 지금까지 내가 이런 머리를 해준 적이 없었으니까,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으아, 이거 제대로 하는 거 맞아요? 머리가 너무 무서울 정도입니다!”

“제대로 하는거므 맞스무니다. 나도 처음에 어찌나 놀랐는지 벽을 붙잡고 울어쓰무니다.”

나는 일본에서 대머리 이사가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정말 벽을 붙잡고 울었더랬다. 대머리 이사는 진짜 귀엽고 착한데, 그의 친구인 조씨는 대체 왜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자 웃음기가 싹 가셨다. 그가 의심하고 있는 것조차 신경질이 났다.

“믿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장난과 진심이 섞인 말로 조씨를 약 올렸다. 조씨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말했다. 대머리 이사도 당황한 눈치였다.

“네? 아니 이제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니까 믿으라는 말이므니다. 내가 보증을 한다니무.”

“네, 누구든지 믿어주는 만큼 더 잘하는 거거든요. 그걸 모르시는 것 같아서 한 말이죠 하하.”

나는 조씨를 은근히 약 올리면서 계속 머리를 이어갔다. 조씨는 듣던 것 보다 악랄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특히 대머리 이사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유아틱하고, 순수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나는 그에 대해 오해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파마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조씨의 머리는 대머리 이사가 할 때 보다 훨씬 잘 나왔다. 자신의 머리를 본 조씨는 매우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운데 민머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와 진짜 머리 장인이시네?”

“내가 일본에서 처음 이걸 했을 때, 기적이라고 해스무니다. 기적 같은 일이지 이건.”

그 과정을 지켜보던 한 원장도, 놀란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직원들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노란머리는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우와, 데이비드 커퍼준수 나셨네. 마술사야 마술사!”

“어이구아, 아까 그 분은 어디로 가삤네? 새로운 사람이 되셨다 아입니까?”

“그러니까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같네요.”

조씨는 아까의 우울한 표정은 사라지고 어느새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머리 이사와 같이 붙여놓으니 일본의 코믹 밴드처럼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좋았어! 오늘 밤 내가 화끈하게 쏠테니까 다들 오시죠?”

“아, 화……끈요?”

나는 조씨가 화끈이라는 단어를 쓰자, 변태스러운 것을 같이 하자는 말인 듯 하여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자 대머리 이사가 그의 마음을 알아본 것처럼 말을 하였다.

“화끈할 정도로 맛있고 고급스러운 걸 사준다는 의미 이무니다. 걱정 마시죠 준상.”

“아, 그……그렇죠?”

“어?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제가 아직까지 총각이라 가끔 그런데 가는 거 좋아하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허허.”

“아직까지 총각이요?”

딱 봐도 60이 다 되어 보이는 데다, 한 회사의 임원까지 맡은 사람이 아직까지 총각이라는 말에 놀란 나는, 재준이 한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사람에게는 유흥비보다는 소개팅을 해 주는 게 맞질 않은가? 재준은 자신의 생각에 사람을 맞춰 끼워 넣는 사람이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 * * *

“자, 마음껏 드시죠. 제가 다아 살 테니까요!”

“우와, 한쿡에도 이런곳이 이쓰무니까? 조상, 전에는 이런데 모린다고 해쓰무니다. 날 속인거시무니까”

“아이고, 아니야. 이곳 생긴지 얼마 안 되었어.”

조씨는 진귀한 음식을 내어주는 곳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음식들에 놀란 나는 잠시 동안 임금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진수성찬이란 말을 직접 실현해주는 음식점이었다.

조씨는 가끔씩 비릿하고 쓰게 웃는 경향이 있었다. 그의 그런 표정은,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생긴 습관 같은 거였다. 그거 때문에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그거 때문에 지금까지 결혼도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에 그 표정을 보고 정이 떨어졌으니, 여자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 한 원장, 조씨, 대머리 이사는 같이 술을 먹고 음식을 먹으면서 많이 친해졌다. 조씨는 내가 건강한 의식과 정의로운 행동을 갖고 있다며 칭찬해 주었다. 그래서 꼭 좋은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조씨는 회귀 전 승철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하였었다. 승철은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옆에서 유 사장이 떠든 걸 듣고 내린 결정이었다. 조씨는 처음엔 승철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승철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두고두고 후회한 것이 바로 은미를 소개 해 준 것이니 말이다.

* * * * *

조씨는 이후에, 나에게 계속 만나자고 보챘다. 여자를 소개해준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게 누구인지 뻔히 알기 때문에 마다하고 나가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곧이곧대로 듣질 않았다.

그러자 조씨는 대머리 이사를 데리고 와서 나를 불러냈다. 마침 대머리 이사가 일본의 그 회사에서 잘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위로차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쪽이무니다 준상.”

대머리 이사는 이제 아예 머리를 다 드러내 놓고 다녔다. 나름 보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과도한 눈부심이 문제였다.

“어우 눈부셔요 이사님.”

내가 이사님이라고 부르며 다가오자 대머리 이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제 대머리 이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사니무 아니무니다.”

“아, 죄송합니다.”

대머리 이사는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방긋 웃었다. 나의 뒤에 조씨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씨는 옆에 은미와 같이 동행하고 있었다.

“오, 벌써 와있었네?”

“준상에게 좋은 숙녀분을 소개 해 드리고 싶어서 우리 둘이 뭉쳐스무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라무니다.”

“준수씨, 내가 말한 이은미씨에요. 인사해요.”

나는 은미가 나올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 보니 당황스러웠다. 승철이 그토록 싫어하던 은미가 너무 예쁜 까닭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우와 티비보다 더 잘생기셨네요.”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은미를 대했다. 은미는 생각보다 괜찮은 여자 같았다. 승철이 그토록 싫어한 이유를 도통 모를 정도였다.

“근데 저는 오늘 사업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는데, 이렇게 소개팅을 하는 건, 은미씨에게는 실례 아닌가요?”

그러자 은미가 유쾌하게 웃었다. 내가 자기를 대놓고 싫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포함한 웃음이었다.

“저도 사업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온 거에요. 소개팅은 상관없어요.”

“아, 그렇군요. 하하. 제가 오해한 거네요.”

“굳이 그런 걸 할 필요가 있나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마는 거고.”

“그죠, 저도 소개팅은 별로라서.”

“둘이 마음이 자르 맞는 모양이무니다.”

“안 맞을 건 뭔가요? 호호.”

조씨는 은미와 내가 서로를 싫어하지 않는 듯하여, 마음을 놓았다. 그는 둘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야 사업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씨는 이미 나와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듯 보였다. 거기다 대머리 이사까지 실직을 했으니 이제 진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난 우리 준수씨의 활약상을 익히 들어서, 준수씨만 오케이 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회사에서 짤린거슬 슬퍼하지 안스무니다. 이게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무니다.”

나는 사업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좋았지만 조씨가 생각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 것을 알기에 그가 합류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그러자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대머리 이사가 말하였다.

“우리 조이사가 사업 수완은 좋스무니다. 하지마는 레시피 부분에서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는데, 그거슨 내가 보완해줄 수 이스무니다.”

“어? 정말이세요? 그러면 더할 나위가 없는데.”

“오, 뭔가 그림이 나오시나요. 준수씨?”

조씨가 부족한 부분이 화장품 레시피 부분인데, 그걸 대머리 이사가 보완해 준다면, 후에 다른 회사의 레시피를 훔쳐오지 않아도 되니,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이다. 조씨가 중간에 레시피 문제로 소송에 걸려서 감옥까지 다녀온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아요. 회사 이름은 가꾸다로 하고 싶어요!”

드디어, 재준의 회사인 가꾸다의 타이틀을 가져오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 조금씩 재준의 계획을 나의 것으로 만들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나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회사의 이름부터 등록을 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가꾸다 이름을 쓸 수가 없다는 말이에요?”

나는 가꾸다의 상호를 쓰기 위해서 등록을 하러 갔다가, 그 이름을 쓸 수 없다고 하는 담당자의 말을 들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것이란 말인가? “네, 그 상호를 쓰실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이미 등록을 마친 상태네요?”

“누가요? 누가 그런 짓을 했습니까?”

“잠시만요.”

담당자는 서류를 이것저것 들추다가 하나를 집어 들고 나에게 내밀었다. 그 서류 속에 있는 이름을 본 나는, 놀랍고 화가 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고재준? 이새#가 진짜!”

서류 속에는 고재준의 이름이 정확하게 박혀 있었다.

아, 유 사장을 망하게 하고, 재준의 계획을 무산시켜서 한 발짝씩 앞서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이미 사업을 계획하여 시작하고 있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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