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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71화 (71/200)

71화. 재준이 재준하다

“이것 참 난감하게 되었네.”

[가꾸다]를 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으로 첫 스타트를 끊으려던 내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재준의 사업 파트너 한 사람인 유 사장을 재기불능으로 만들었고, 그의 오른팔이 되어 준 류사희를 내편으로 만들었으며, 그의 마지막 사업 파트너까지 내 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파트너를 구했고 다른 오른팔을 만든 것이다. 재준이 재준해 버렸다. 진짜 내 적이었던 그 재준으로 레벨업을 하였다.

“우선 김 실장님에게 가봐야겠네.”

지금 재준이 뭘 하고 있는지 당장 알아보려면 김 실장님에게 가는 편이 나았다. 현재 미용 재료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그니까.

김 실장을 찾아간 나는 숨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김 실장님, 제가 부탁드린 거 알아 보셨어요?”

“어, 고재준이란 사람 정말 대단하더라구. 접대 로레* 지사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었거든. 사업 파트너를 소개 해줄 테니 그 사람이랑 협력해서 하라고. 근데 그게 고재준이었어. 그 회사랑은 이미 관계를 튼 모양이야. 사업을 안 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 재료랑 경쟁하게 될 거라고 하더군.”

“이미 연락이 왔었어요? 진작 말씀해 주시지.”

“난 그냥 시덥잖은 놈인 줄 알았지. 대기업 아들일 줄은 진짜 몰랐다구.”

재준이 모든 일에서 우위에 있었던 이유, 대기업 아들. 그게 항상 그를 앞서나가게 했었다. 이제 내가 하는 일은 전부 그와 부딪치게 될 것이다.

우선 그와 손을 잡은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아야 했다. 김 실장과 나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그의 사업 파트너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2021년도에야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전부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이지만, 그때는 발로 뛰어야 얻어낼 수 있었다.

“재료상 쪽은 내가 꽉 잡고 있으니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쪽을 알아볼게요.”

“그럼 화장품 업계 쪽은 조 이사라는 사람이랑 대머리 그 사람이 알아봐주면 되겠네.”

“네, 그럼 되겠네요.”

그렇게 다음날 우리 네 사람이 모였고, 재준이 벌이고 있는 사업의 규모와 내용 등을 알아낼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재준은 그냥 인맥만 쌓고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러자 그때까지도 조용히 내 말만 들어주었던 김 실장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김 실장은 내가 하는 일에 웬만하면 토를 달지 않고 따라주었는데, 이번일은 뭔가 이상한 모양이었다.

“그 고재준이란 사람은 아직 피라미에 불과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건가?”

아직은 그렇다. 조금만 쌓이면 사업 확장의 범위가 엄청나게 커진다.

김 실장은 고재준이 날개를 펼치지 않은 상태에서 봤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김 실장에게 그를 경계할만한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그게 훗날 거짓말 프레임에 걸리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고재준이 학교 다닐 때 저를 괴롭혔거든요. 그래서 이기고 싶어서 그래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김 실장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다.

“뭐? 에이 그럼 무조건 이겨야지! 나만 믿어. 놈을 이기게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그렇게 내 주변 인물들이 고재준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 * * * *

부우우웅, 부우우웅.

모처럼 쉬는 날, 전화가 울려댔다. 간만에 늦잠을 자려던 나는 전화기 진동 소리에 눈을 떴다.

“아우, 누구야 이 아침에. 여보세요.”

나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홍부자 선생님 이었다.

“준수야!”

나는 홍부자 선생님의 전화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눈을 떴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던 나머지 홍부자 선생님과의 약속을 잊고 살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아, 선생님! 잘 지내셨죠?”

“너 나랑 한 약속 잊은 건 아니지?”

“아, 그럼요 잊을 리가요.”

“그럼 당장 튀어와. 너 오늘 쉬는 날이라며?”

“네.”

철썩, 철썩.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뺨을 쳐댔다. 요새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고, 피곤에 절어있던 탓에 잠도 쉽게 깨질 못했다.

“몇 시야?”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는데, 벌써 10시가 넘어 있었다. 요새 송애교 일을 봐주느라고 자주 돌아다니는 탓에 몸이 쇠약해져 있는 듯 했다. 평소 같으면 7시에 눈이 번쩍 뜨이는데, 10시까지 세상모르고 자다니……, 뭔가 조치가 필요할 듯싶었다. 요즘엔 아버지 사업이 너무 바빠서 어머니도 바빴고, 동생만 챙겨주었다.

“아오, 일단 밥은 먹고.”

나는 밥이라고 말해놓고 시리얼을 꺼냈다. 밥도 하기 귀찮은지 아침에는 늘 시리얼을 먹곤 했다. 점심과 저녁은 늘 밖에서 먹으니 아침은 간단하게 먹으려는 심산이었다. 나의 일상이 이렇게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고, 몸도 쇠약해져 가는데, 정작 나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시리얼을 먹으면서 TV를 켰다. TV에서는 김소연 한의사가 나오고 있었다. (일요일 저녁)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김소연 한의사는 그동안 많은 것을 이루고, 방송국까지 진출해서 한의사로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녀의 열정과 추진력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어, 코피.” 갑자기 코피를 흘렸다. 그동안의 과로가 겹친 것이 원인이었다. 휴지를 급하게 가져와서 막고 있는 와중에, 김소연 한의사가 피로 회복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언제 시간이 나면 김소연 한의사의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 * * *

딸랑 딸랑.

“안녕하세요!”

“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가자.”

“어, 어디요?”

홍부자 선생님의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홍부자가 나를 끌고 어디론가 갔다. 그곳은 미용실 바로 옆에 있는 건물 3층 사무실이었다.

끼이익. 쿵.

3층의 문을 열었다가, 그곳의 풍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홍부자는 그곳에 작업실을 만들어 놓고 미용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이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선생님.”

작업실에는 수없이 많은 두상이 세워져 있었고, 그 두상의 가발에는 종류별로 여러 가지의 색이 입혀져 있었다. 각 두상마다 업스타일을 전부 해 놓은 것이 정말 대단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 저런 건 다 해놓으셨어요?”

“니가 힌트를 주고 간 뒤부터 동네 할머니들 흰머리를 전부 수집하고 다녔지. 바탕이 흰색이니까, 모든 색이 다 구현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구.”

홍부자는 역시 난 사람이었다. 미용 천재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각각의 두상은 전부 다른 모양의 업스타일을 구현해 내었고, 거기다 업스타일을 한 번만 딱 봐도 그 스타일의 테마가 한눈에 딱 들어왔다. 시대의 천재 미용사가 펼쳐놓은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진짜 천재세요 선생님은.”

“니가 그런 말을 다 해주고 좋구나?”

“하하 뭘요.”

나는 두상 하나하나를 바라보다가 가발과 흰머리를 연결한 실리콘이 매우 이상하게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는 가발을 붙이는 기술이 막 나왔을 때라, 실리콘도 공업용으로 사용했었고, 그걸 사용하다 보니 붙이고 있는 본래 머리가 많이 뜯겨져 나가는 일이 허다했다. 머리를 한번 붙이고 나면 대머리가 된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였다.

“머리를 제대로 붙이는 일이 힘들죠?”

“말도 마. 여기저기 덕지덕지 아주 더러워 죽겠다니까?”

나는 이쯤 되어서 미래의 기술을 한번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천재적인 분이니 기술을 한 번만 보여줘도 금방 터득할 것 같았다.

“제가 생각해낸 방법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자연스러워 질 겁니다.”

“어? 어떻게? 빨리 해봐! 어서.”

“네, 잠시만요.”

나는 10년 후에나 나오는 방법인, 땋고 난 뒤, 실리콘을 약간 쏴서 고정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그러자 홍부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나. 이런 니가 나보고 천재라고 하니? 내가 다 부끄럽구나.”

“어유 아닙니다. 전 그냥 사업적으로.”

“응 그래 이거 사업화 해야지! 특허청에 가서 이거 특허 신청 해! 어서.”

“특허요?”

“바보구나 너? 이런 특별한 방법은 특허를 신청해놔야 두고두고 돈이 된단다. 특히 미용 관련 사업 같은 걸 할 때는 이런 것이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아! 사업할 때 도움이 되겠군요!”

“그래, 그렇지?”

내가 (사업)이라는 말에 유독 반응을 보이자, 호기심 어린 얼굴로 바라보는 홍부자. 마치 내가 하려는 것을 전부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넌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가 보구나?”

“욕심? 욕심이 많은 사람을 이기려는 것도 욕심이겠죠.”

“그렇지, 욕심이 많은 사람을 이기려면 그 사람보다 욕심을 더 부려야 하거든.”

재준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가진 유일한 여자를 빼앗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허청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응 알지. 나도 은근히 많이 다녔어. 삼단 지라시 같은 건 내꺼 거든.”

“그죠.”

홍부자, 하면 업스타일 말고도 지라시 드라이로 유명했다. 드라이기로 웨이브를 내는 기법인데, 그 웨이브 자체가 일반적인 모양새가 아니었고, 그걸 하는 방법도 특이했다. 온전히 홍부자 선생님만의 노하우다.

나는 홍부자와 함께 업스타일 작품에 대해 한참을 논한 후에 특허청에 갔다. 처음으로 특허를 내는 나를 위해서 특별히 홍부자 선생님도 함께 갔다.

홍부자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붙이는 기술의 특허를 낸 나는, 훗날 그 덕분에 큰 도움을 받는다. 이래서 사람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라도 진심으로 대하여야만 한다.

* * * * *

휘오오, 휘오오.

나가 오 기분이 좋은지, 휘파람을 불며 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랑머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듯, 같이 웃으며 일하였다. 그런데 한 원장이 나를 보는 눈빛이 좋지 않았다. 마치 뭔가 불만이 있는데 참고 있는 모양새였다.

“박 쌤, 오늘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어, 그냥 좋네.”

한 원장은 내가 왜 웃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흘끔거리며 쳐다보았다. 그걸 본 노랑머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원장이 평상시 나를 보던 그런 눈빛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 오늘 왜 저러신데요?”

“응? 왜?”

“쌤을 쳐다보는 게 이상한데?”

“뭐?”

나는 노랑머리의 말을 듣고, 바로 한 원장을 쳐다보았다. 한 원장은 내가 쳐다보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나는 한 원장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주저 없이 한 원장에게 다가갔다. 한 원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런 표정으로 나를 보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원장님, 저한테 할 말 있으시죠?”

한 원장이 그런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단호하게 물어보았다. 한 원장은 내가 코앞으로 다가와서 묻자, 더는 숨길 수 없을 거라고 여기고 입을 열었다.

“니 혹시 미용 관련 회사 차릴라카나?”

“네?”

나는, 한 원장이 너무 빨리 알아차린 걸 알고 당황했다. 한 원장은 최대한 늦게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탓이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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